bodhi99 2005.01.20 19:07
슬픈연가의 부진이 진부한 스토리때문이라는 것에는 동의하기 힘드네요. 물론 슬픈연가가 목매는 사랑, 전형적인 삼각관계에다가 캐릭터들의 진심을 의심케하는 구태적 설정에 기대고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설정이 진부하다는 평가는 그 자체가 진부합니다. 이런 류의 드라마에서 이런 설정은 오류가 아니라 기본적인 재료이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현재의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이런 드라마들의 성패는 그 원료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어떤 양념을 내서 결과적으로 어떤 맛을 내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슬픈 연가가 부진한 원인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슬픈 연가의 기획은 매우 좋습니다. 드라마 왕국 MBC의 야심이 절로 느껴질만큼... 특히 세 주인공의 캐릭터는 매우 매력적인데, 불우한 가정환경의 천재 작곡가, 타고난 미성의 시각 장애인, 역시 미스테리한 가정환경의 천재 기획자. 기획대로라면 슬픈 연가는 가슴아픈 멜로를 예술가들의 감수성으로 변주하는 셈이 됩니다. 거기에 예술적인 시련과 성취가 덤으로 따라와야 하고... 정말 멋지지 않나요? 근래, 아니 제가 지금까지 본 드라마 통틀어 이토록 고급스러운 캐릭터 설정은 없었던 거 같은데... 문제는 여기에 있어 보입니다. 주연을 맡은 세 배우가 과연 이러한 복잡하고 감수성 높은 캐릭터를 연기할 만한 능력이 있나요? 김희선에겐 예술가는 커녕 멜로 연기도 힘들어 보입니다. 적어도 비천무를 기억하는 저에게는... 그 이후 별로 성장한 것 같지도 않고. 멜로 연기가 슬픈 얼굴 하나 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연정훈은 캐스팅 이전에 말이 많았듯이, 검증되지 않은 신인급 입니다. 권상우는 그나마 낫지만 그래도 예술가는 무리지요. 슬픈 연가에서 연애하는 장면들이야 그냥 보아줄 만하지만 그 사랑을 정말로 특색있고 풍부하고 그리고 애절하게 해줄 자신들의 예술적 캐릭터를 연기하는 장면은 매우 심심하고 재미 없습니다. 작위적이기도 하구요. 결과적으로 이러한 캐릭터 설정이나 극전개는 다른 설정이나 전개의 배제를 전제한다는 점에서 극 전체를 심심하고 특색없게 만들고 있습니다. 음악의 과잉이나 탐미적인 영상 또한 이러한 기획에서 나온 것일텐데, 부족한 주연들의 감수성 연기를 보완한다기 보다 오히려 더 지루하게 만들기도 하고... 삼각관계 자체가 아니라 그 양념이 문제인 것입니다. 슬픈연가의 양념은 고급스럽긴 한데 제대로 조리가 안되서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는 건 아닐까요? 언제나 과유불급이지요. 이들에게 더 쉬운 캐릭터가 주어졌다면, 그래서 훨씬 통속적인 갈등과 에피소드가 진행되었다면 결과는 훨씬 좋았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그런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를 캐스팅 하든지.. 어떤 경우이든 지금보다 나았을 거 같은데... 한 마디 한다는게 하다보니....^^; 
wiren 2005.01.24 14:52
저는 스토리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우선 전체적인 구도가 같은 여자를 사랑하는 두 남자의 삼각관계이고 그 중에서 언제나 들어가는 재벌 2세가 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안일한 연출에 있습니다. 권상우라는 배우만보다라도 말죽거리와 신부수업에서 확연히 다르듯 배우는 연출에 따라 많이 달라집니다. 김희선의 경우도 그렇게까지 연기를 못한다고만 볼 수 없고 연정훈도 그렇습니다.
슬픈 연가는 스타 배우들을 데리고 연출과 대본이 안일하게 진행된 대표적 드라마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