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llory99 2016.10.30 11:52
송경원님의 영화평을 늘 반갑게 읽고 있는 독자입니다. 다만, 비밀은 없다에 보내셨던 열렬한 지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했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이번 평을 읽으며 '내러티브를 뭉개고 그 자리에 막연한 무드를 채워넣으며 만족하는 태도', '과잉, 뚝심, 전시, 반복 뭐라고 치장하든 영화 내부에서 견고한 연결고리를 형성하지 못한 장면들은 결국 허세 혹은 빈껍데기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등의 부분에서 비밀은 없다가 떠올랐습니다. '‘연홍의 심리의 장면화’라는 명제 하나만으로 이 영화 속 충돌하는 요소들 대부분 설명이 가능하다'는 당시 평을 인용하면, 저는 그 '심리의 장면화'라는 게 일정 부분 과잉과 허세로 이루어져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이정출(송강호)이 독립운동에 헌신하게 되는 과정은 사실 뜬끔없이 제시된다'는 의견처럼, 저 역시 연홍이 추적에 몰두하는 과정이 무척 뜬금없이 느껴졌고, 결과적으로는 극 중 인물 누구의 심정도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어 참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영화의 낯선 형식 때문이 아니라, 단순한 내러티브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까닭에.. 특히 이번 평에서 자연스레 비밀은 없다가 연상돼 주저리 적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