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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스코프]
폐기된 인간들의 카오스
류승완 감독의 <피도 눈물도 없이> 촬영현장은 취재진한테는 고역이다. 숨쉬기조차 힘든 서울종합촬영소의 투견장 세트나 톱밥바람을 견뎌야 하는 인천항의 목재소에 비해 수색 근처의 폐공장은 그나마 나은 편이었지만, 이번에도 땅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지 않는 한 잠시 숨을 고를 만한 곳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런 구경꾼의 불평과 달리 쉴새없이 몸을 놀리
2001-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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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스코프]
말없이, 미소가 싹트다
작은 미소가 가슴속에 피어난다. 상우는 두 손가락을 이마 옆에 대며 ‘조금만’이란 손짓을 할머니에게 보내고 할머니는 상우처럼 손가락을 만들며 ‘짧게?’라고 손짓한다. 말못하는 할머니가 외손자 상우의 머리를 잘라주는 장면이다. 상우의 머리가 잠시 뒤 어떻게 되었을지는 불보듯 뻔하다.산이 8가구 마을 전체를 폭 싸안은 충북 영동군 산촌면의 한 산골마을이 벌써
2001-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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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스코프]
비가 내린다, 사랑을 시작했다
서른두살의 남자는 묻는다. 사람은 왜 꼬박꼬박 살까, 띄엄띄엄 살 순 없을까. 열일곱살의 여자는 생각한다. 사는 이유는 사실, 아무리 생각해도 없는 것 같아. 너무 일찍 지친 남자와 너무 많은 걸 알아버린 소녀. 세상 무엇에도 반짝이지 않던 그들의 눈이 서로를 알아본 순간 잠시 빛을 띤다. 10월15일 저녁 서울 평창동에서 진행된 <버스, 정류장>
2001-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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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스코프]
희망은 방울방울
지하철 안이다. 두 남자가 마주 보고 있다. 뭐 하는 걸까?한 남자의 손에는 무전기가 다른 한 남자의 손에는 이상한 하얀 물건이 들려 있다. 어라, 자세히 보니 그 물건은 순간접착제다. 두 사람, 갑자기 칼싸움이라도 하듯이 접착제와 무전기를 휘두르기 시작한다. 한 남자는 단속이라고 쓰여진 완장을 팔에 차고 있다. 그는 지하철 행상을 단속하러 나온 공익근무요
2001-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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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스코프]
조선 말기 서울거리 그대로
“야, 이거, 세트는 좋은데, 왜 영화는 별볼일 없냐는 말은 안 들어야 할 텐데….”걱정하는 말투지만, 완성된 <취화선> 세트를 안내하는 임권택 감독은 연신 밝은 표정이다. 총제작비 60억원 가운데 22억원이 투입된 2765평 규모의 초대형 세트. 기와집 26동, 초가 35동이 들어서 조선조 말기의 서울거리를 재현한 <취화선> 세트는
200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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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스코프]
2020년, 납치극의 실타래를 풀며
부산시 부산진구 가야2동 폐쇄된 페인트 공장. 날은 어둑해지고, 빗방울이 흩뿌리는 가을날 저녁. 잡초가 우거진 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 낡은 시멘트 건물이 나온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중성적이고 묵직한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투명한 비닐 휘장이 길게 드리운 너머는 현란하고 이국적인 말라카베이 바가 펼쳐진다. “Yester-me, yester-you, yes
200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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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스코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린치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가 다시 열린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코언 형제와 함께 감독상을 수상한 데이비드 린치의 신작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블루 벨벳> <트윈픽스> <로스트 하이웨이>에 이어지는 환상적인 어둠을 그려내는 린치 특유의 미학이 빛나는 영화이다. 전작 <스트레이트 스토리>에서 고독하지만 강
2001-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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