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그럼에도 나는 당신을 좋아해요 2월10일 서가에 책을 꽂다 말고 퍼질러 앉아 영화제 카탈로그들을 뒤적인다. 주기적으로 반복 등장하는 몇몇 표현들에 슬며시 웃음이 난다. 필자는 영화의 실체를 전달하기 위해 고심 끝에 선택한 표현이지만, 어쩔 수 없이 패턴으로 굳어버린 관용구들. 아트하우스 계열 영화들을 소개하는 경우 나 역시도 무수히 변주했던 일련의 구절들은 이따금 오락으로 영화를 즐 글: 김혜리 │ 2012-03-09
-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영화는 소녀의 좁은 방에도 있다 1월23일 로테르담영화제 가는 길. 여행이 다 그럴 테지만 특히 장거리 항공 여행은 어느 주머니에 무엇을 눌러 담을지 정하는 출발 전날 고민부터 비행기 안에서 내 팔다리를 어떻게 건사하고 영역을 확보할지에 관한 눈치작전에 이르기까지 ‘수납’의 전쟁이다. 네덜란드 국적기 K항공사는 이코노미 클래스 좌석을, 다리를 뻗고 등받이를 젖힐 수 있는 여유 공간에 글: 김혜리 │ 2012-03-02
-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나와의 작은(그러나 공개적인) 약속 * <래빗 홀>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2월7일 <래빗 홀>의 베카(니콜 키드먼)와 남편 하위(아론 에크하트)는 8개월 전 네살배기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었다. 집에서 기르는 개를 따라 차도로 갑자기 뛰어든 꼬마를 10대 운전자가 미처 피하지 못했다. 멱살 잡고 원망할 가해자가 없으니 <래빗 홀>은 복수극이 될 수 없다 글: 김혜리 │ 2012-01-06
-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고독에 관한 두 가지 질문 *<디어 한나>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1월30일 11월의 마지막 날에 어울리는 영화다. 어제의 <아리랑>에 이어 김기덕 감독의 <아멘>을 보러 갔다. 한날 동시상영으로 시사회를 진행하지 않은 주최쪽 결정은 본의와 무관하게 <아리랑>과 <아멘> 사이에 모종의 추측과 기대를 형성하는 24시간의 막간 글: 김혜리 │ 2011-12-23
-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우리의 방식을 굳이 남에게 설명하려 하지마 11월15일 브래드 피트의 ‘위엄’에 관한 어제의 수다에 이어 상업영화로서 <머니볼>의 괴이한 점을 적어두기로 한다. 부자 구단과 힘겹게 경쟁하는 가난한 구단이 중심에 서 있는 할리우드 스포츠영화라는 전제를 들으면, 누구나 생의 마지막 기회를 잡은 외인구단 선수들의 인간 승리와 의리, 그리고 이어지는 한스 짐머풍의 음악이 곁들여진 인생 대역전 글: 김혜리 │ 2011-12-16
-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오늘은 브래드 피트에 관해서만 베르너 헤어초크의 <악질경찰>이 나를 녹다운시킨 순간은, 로드킬당한 동족을 숨어서 바라보는 악어를 찍은 비디오 화면과 악어의 시점숏, 그리고 이구아나의 환각이 난데없이 등장한 때였다. 아벨 페라라의 동명 영화와 달리 헤어초크의 <악질경찰>은 구원에 관심이 없다. 아이러니와 미친 유머의 늪에서 자맥질할 뿐이다. 11월8일 손광주 글: 김혜리 │ 2011-12-02
-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싸움 대상 감별법 10월30일 밀린 <BBC> 영화 팟캐스트를 들으며 빨래를 개는데, 서울에 사는 청취자가 보낸 사연이 소개됐다. 주한 영국인으로 짐작되는 이 애청자는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의 <Shawshank Redemption>이 한국에서는 <쇼생크 탈출>로 개봉했다며 제목이 대놓고 스포일러라는 사실에 깊은 충격을 받았다고 토로해왔다. 글: 김혜리 │ 2011-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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