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귀퉁이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움 * <비기너스>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0월24일 <트리 오브 라이프>에서 오브라이언가의 요절한 둘째 아들을 연기한 소년 배우는 아버지로 분한 배우 브래드 피트와 혈연이라 해도 믿을 만큼 닮았다. 확실히 연출 의도가 개입된 캐스팅이다. 외양만이 아니다. 소년은, 피아니스트를 꿈꿨으나 결국 회사원으로 주저앉은 아버지가 여가에 건반 글: 김혜리 │ 2011-11-18
-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완벽한 퇴행의 시간 * <트리 오브 라이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0월16일 유치원에서 말굽자석이라도 삼킨 건지, <엑스맨>에 나오는 매그니토의 피가 흐르는지 내 수중에 들어온 전자기기들은 죄다 골골댄다. 평생 주말의 1/3을 가전제품 수리로 소일하는 게 아닌가 싶을 지경이다. 지난달에는 배전반이 타버렸고, 지난주에는 세탁기 문이 잠겼으며 이번주 글: 김혜리 │ 2011-11-11
-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움직임의 소용돌이에 빠지다 10월9일 동시통역으로 진행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부산국제영화제 마스터클래스는 녹음이 불가능했다. 끝나자마자 행여 기억이 새어나갈까봐 몸을 웅크리고 재빨리 적어내려간 메모를 여기 옮겨둔다. 우선 감독으로서 적성에 관한 독특한 해석. “나는 누나 둘에 터울이 많이 지는 장남이자 막내로 일본에서는 최악의 신랑감이다. 그런데 그 응석받이 천성이 감독의 글: 김혜리 │ 2011-11-04
-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이렇게 또다시 영화제와 사랑에 빠지고 10월6일 나는 짐 싸는 일에 젬병이다. 가방 꾸리기에 대략 전체 여행일정의 3/5에 해당하는 시간을 소요한다. 여정이 4박5일이면 2박3일가량 슈트케이스를 열어 놓고 물건을 넣었다 빼기를 반복한다. 막판에는 슈퍼마켓 치약 진열대 앞에서 찾아오는 패닉과 유사한 마비 상태에 이른다. 바지를 한벌 더 넣을 것인가 바람막이를 넣을 것인가 하는 사소하기 짝이 글: 김혜리 │ 2011-10-28
-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일상의 시’가 모여 숭고의 경지에 이르려면… 9월16일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컨테이젼>은 공교롭게도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이 멈춘 자리에서 시작한다. 세계를 1일 생활권으로 압축한 항공 노선망은 향후 ‘MEV-1’이라 명명될 치명적 바이러스의 고속도로로 둔갑하고 역병은 삽시에 번진다. 수차례 전염병을 겪고 뒤늦게 재앙을 막아보겠다고 다른 종(種)을 생매장하는 패악마저 글: 김혜리 │ 2011-10-14
-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한국 멜로여 어깨 힘 빼고 킵 스위밍~ 9월8일 여름의 치마꼬리라도 잡아보겠다고 기어코 바다로 갔다. 파랑과 파랑(波浪)이 그리워서 청색증이 올 지경이었다. 내가 엄살을 피우는 동안 결단력있는 친구가 척척 추진하고 핸들을 잡았다. 비가 오리라는 예보는 빗나갔다. 양털구름 깔린 청명한 하늘이 감격스러웠으나 뇌리에 떠오르는 것이라곤 블루 스크린, 크로마키, 그리고 <개구쟁이 스머프>의 글: 김혜리 │ 2011-10-07
-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우연은 가까이에 8월17일 몹시 덥고 습해 친구가 아닌 사람들도 노천 테이블에 둘러앉아 자연스럽게 맥주를 들이켜는 어느여름밤이었다. “저한텐 이상한 일이 굉장히 많이 생겨요. 낮에 본 영화 배경에 걸려 있던 그림이 퇴근길 서점에서 집어 든 책 뒷표지에 들어가 있다거나, 같은 음악을 이틀에 네 번이나 다른 편곡으로 듣게 된다거나, 무작위로 읽은 소설 두 권의 작가가 생일 글: 김혜리 │ 2011-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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