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어쩌면 인간의 진보는 더하기가 아닌 빼기에서… 덕수궁 미술관 앞의 나무. 시각에도 관성이 있나보다. 그림을 구경하다 나온 눈은 무심코 나무한테서도 태도와 표정을 찾는다. 줄기가 잎을 지탱하는지 잎이 줄기를 버티고 있는지 분별할 수 없다. 쓰기 위해 생활하는지 생활하기 위해 쓰는지 흐릿한 날이 있는 것처럼. 8월9일 유인원이 혁명에 성공한 미래가 왔다고 치자. A.A.(After Ape) 100 글: 김혜리 │ 2011-09-02
-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과자 부스러기처럼 OO이 따르는 사람들 7월22일 픽사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거의 다 말려 올라갈 즈음이면 ‘프로덕션 베이비’라는 특이한 항목이 등장한다. 제니퍼, 피터, 이자벨, 제이콥… 보통 네댓줄에 달하는 성(姓) 없이 나열된 이름들은 영화가 제작되는 동안 태어난 픽사 직원 2세들의 명단이다. 한편의 영화는 제작에 관련된 개인들이 그 시간 동안 영위한 삶을 포함한다고 믿는 태도에는 마음 글: 김혜리 │ 2011-08-12
-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너무 많이 먹고 너무 적게 쓴다는 뉘우침 7월6일 애니메이션 <아이언 자이언트>와 <인크레더블>의 브래드 버드 감독이 연출한 <미션 임파서블4> 예고편을 보고, 한동안 잊고 지냈던 앤드루 스탠튼 감독의 신작 진도가 궁금해졌다. 제각기 잘난 픽사 작품 중에서도 특출한 <니모를 찾아서>와 <월·E>를 연출했던 스탠튼 감독은, 픽사의 보스인 디 글: 김혜리 │ 2011-08-05
-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비주얼은 좋다고요? 확실해요? 백승우 작가의 <Seven Days> 연작 중 <Sunday Morning>(2010-11). 일요일 오전의 현금출납기. 작가는 장소와 상황에 대한 정보를 교묘히 지웠다. 그러니 이야기는 내 안에서 시작될밖에. 휴일 이른 아침, 나는 무엇 때문에 갑자기 돈이 필요해졌을까? 텅 빈 냉장고? 데이트? 전쟁? 6월27일 “이야기는 허술 글: 김혜리 │ 2011-07-22
-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환상에 대한 어떤 역설 <초(민망한)능력자들> 중 사막 복판에서 태양을 영접 중인 조지 클루니. 요가 선생님에게 개인적으로 문의한 결과 ‘전사 자세’의 일종인 ‘비라바드라 원 아사나’로 판명됐다. 그나저나 클루니 덕분에 장차 이 자세를 취하며 고른 호흡을 유지하긴 글렀다. *<일루셔니스트>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6월12일 영화 <맨 인 블랙& 글: 김혜리 │ 2011-07-08
-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무심한 원거리 숏이 깨닫게 해준 것 디지털 복원된 허우샤오시엔의 <연연풍진>을 보다. 개안(開眼)! 검은 바탕에 흰 글씨가 전부인 극히 검소한 타이틀 화면부터 찬물로 눈을 씻는 기분이더니, 영화가 흐르자 그 물이 온몸 이리저리 흘러다녔다. 산자락을 더듬는 구름의 그림자는 예전엔 보지 못한 것이었다. 한 영화와 두 번째 사랑에 빠진 날. 5월30일 세상에서 가장 긴 단어는 ‘ 글: 김혜리 │ 2011-06-24
-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소년과 노인의 시간이 다른 것처럼 문 연 지 37년 된 동네 약국의 약장. 세월이 문지르고 간 자리가 반질거린다. 곧 가구를 개비한다는 소식에 아쉬워 카메라에 담았다. 잔병치레 많은 사람한테는 사탕가게 진열장 못지않게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주는 풍경이다. 5월16일 동물보호 옴니버스영화 <미안해, 고마워>는 호소력의 큰 몫을 “반려동물은 곧 가족”이라는 전제로부터 이끌어내고 글: 김혜리 │ 2011-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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