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스토피아로부터] ‘우리’라는 화두 나는 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친다. 사람들은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학생들은 ‘교수님’이라고 부른다. 한자로 ‘선생’은 ‘먼저 태어났다’는 뜻이지만, 대개 학생을 ‘가르치는’ 이를 일컫는다. ‘교수’는 아예 ‘가르쳐준다’는 뜻을 일차적으로 품고 있는 말이다. 선생과 교수는 공히 어떤 대상에게 자신의 지식을 가르치는 일을 하는 이를 가리키므로, 이 반 글: 문강형준 │ 일러스트레이션: 정원교 │ 2017-10-19
- [디스토피아로부터] 그녀들은 오늘도 모교의 동아리 후배들이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으로 정기공연을 올린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사실 ‘후배’라고 친근하게 부르긴 좀 머쓱한 게, 난 그저 동문명단 몇장 넘기면 나오는 일면식도 없는 까마득한 졸업생 선배일 뿐이라. 그럼에도 그 연락이 진심으로 기쁘고 반가웠다. 20대 여성 기획자와 연출자가 대한민국 30대 여성의 삶을 정 글: 윤가은 │ 일러스트레이션: 정원교 │ 2017-10-12
- [디스토피아로부터] 부러진 유레카 해외로 떠나기 얼마 전 칼럼 연재 요청을 받았다. 망설여졌다. 몸이 한국에서 멀어지니 감각과 생각이 느슨해지면 어쩌지 하는 염려가 들었다. 하지만 아주 오래 떠나는 것도 아니고 해외 체류가 다른 시선으로 한국을 보게 해줄 수도 있을 것 같아 칼럼을 쓰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낯선 도시의 카페에 앉아 뭘 쓸까 궁리를 하니 난감하다.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다 글: 심보선 │ 일러스트레이션: 마이자 │ 2017-10-05
- [디스토피아로부터] 피해와 가해의 디스토피아 연상호 감독의 영화 <부산행>(2016)이 일본에서 개봉해서 인기를 끄는 모양이다. 감독의 전작을 단편까지 모두 챙겨본 팬으로서 말하자면, <부산행>은 <서울역>(2016)하고 같이 봐야 하는 영화다. 감독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선악으로 나누지 않는다. 그가 그려내는 비극적 사건들은 사회구조에 따른 상황의 산물이지만 선을 넘 글: 권김현영 │ 일러스트레이션: 정원교 │ 2017-09-21
- [디스토피아로부터] 인류세 시대의 서사 서사에도 우세종이라는 게 있다. 아마도 오늘날 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히 만들어지는 서사 중 하나는 아마도 ‘파국서사’(catastrophic narrative)일 것이다. 파국서사란 현재의 문명이 몰락해가는 과정(아포칼립스) 혹은 문명 몰락 이후의 세상(포스트아포칼립스)을 다루는 서사를 통칭하는 말이다. 영미권에서 2001년 9·11 테러 이후 급증했던 글: 문강형준 │ 일러스트레이션: 마이자 │ 2017-09-14
- [디스토피아로부터] 안전하게 피 흘리고 싶다 생리에 관해서라면 내게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몇 가지 있다. 우선 생리 주기는 왜 이렇게 빨리 돌아오는 것인가. 분명 끝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어느새 닥쳐와 당황하기를 20년째다. 생리통은 또 어떤가. 10대 초반부터 1년에 열두번씩, 매우 규칙적이고 반복적으로 겪어온 고통이지만 이상하게도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다. 외려 나이가 들수록 또 몸의 글: 윤가은 │ 일러스트레이션: 정원교 │ 2017-09-07
- [디스토피아로부터] 거짓말과 소설적 진실의 세계 거짓말을 한다고 감옥에 가지는 않는다. 거짓말의 법적 책임을 묻는 건 그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을 때다. 거짓 소문을 내서 타인의 평판을 떨어뜨렸다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고,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기 위해 허위사실을 적시하면 사기죄가 된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공유하는 상식과 일치한다.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거짓말이 아닌 경우에는 어떨까. 진실을 말하는 것이 죄 글: 권김현영 │ 일러스트레이션: 마이자 │ 2017-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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