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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버닝>, 관계와 실존에 대한 고찰
그는 판도라의 상자 앞에서 돌아선 적이 없다. 그 속에 추하고 악한 것이 있지는 않을까 미리 걱정하거나 판단하는 태도는 아무래도 가짜 같다고, 이창동은 여겨왔다. 상자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정말이지 그도 모른다.
이를테면 작가 지망생 종수(유아인)가 쓴 탄원서가 그렇다. 폭행치상 및 공무방해로 법정에 선 아버지의 선처를 위해 “(피고는) 정다운 이웃이었
글: 송형국 │
2018-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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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천연덕스럽게 실사의 세계로 들어가버린 <피터 래빗>
베아트릭스 포터의 삶을 다룬 <미스 포터>(2007)의 첫 장면. “결혼하지 않은 여인이 어떻게 아이를 위한 책을 쓸 수 있느냐”고 출판업자가 묻는다. 당시나 지금이나 꽤나 무례하고도 편견이 가득한 질문임에도, 현실 출판 시장에서는 자기 아이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소박함에서 시작하여 대박난 사례가 많다. <곰돌이 푸>(2011), &l
글: 나호원 │
2018-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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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데드풀2>가 <데드풀>보다 나았던 이유
<프레스티지>(2006)의 원작자 크리스토퍼 프리스트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 3부작을 안 좋아했다. 그는 놀란이 슈퍼히어로영화에 심리적 사실주의를 끌어들인 게 어리석은 짓이라 생각했다. “빌딩 위를 뛰어다니는 보디빌더에 대한 이야기라고. 심리학이 끼어들 여지가 어디에 있어?” 그렇긴 하다. 하지만 놀란은 그런 걸 모르는
글: 듀나 │
2018-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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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렛 더 선샤인 인>에 쏟아져 나오는 말들은 무슨 의미인가
클레르 드니의 영화는 시작부터 경계, 국경을 다뤘다. 그녀에게 경계는 곧 몸의 다른 말이다. 데뷔작 <초콜렛>(1988)에서 소녀가 보았던 아프리카 원주민 청년의 성기는, 10여년 후에 레니 리펜슈탈이 아프리카로 귀환해 웃으면서 바라보았던 원주민 청년들의 그것과 같으면서 다른 존재다. 드니에게 그건 일종의 이물감 같은 거다. 욕망과 호기심의 대
글: 이용철 │
2018-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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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콜럼버스>는 현대건축을 영화에 완벽하게 이식시켰다
영화 <콜럼버스>(2017)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콜럼버스의 건물들에 대해서 다소 긴 설명이 필요하다. 영화잡지에 쓰는 글에 건축가 이름을 나열하며 건축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해왔지만, <콜럼버스>는 어쩔 수 없는 영화다. 건축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미국 인디애나주의 콜럼버스는 미국 현대건축에서 의미 있는 위치
글: 윤웅원 │
2018-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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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원더스트럭>, 토드 헤인즈의 염려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무성영화시대를 살아가는 로즈(밀리센트 시먼스)와 유성영화시대에 머무는 벤(오크스 페글리). <원더스트럭>(2017)은 두개의 이질적인 세계가 이리저리 교차하다가 마침내 조우하는 여정을 지켜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영화를 본 후 나의 머릿속에서는 한 가지 의문이 떠나질 않았다. 과연 토드 헤인즈는 그의 영화가 그리는
글: 홍수정 │
2018-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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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콜럼버스>의 영화적 아름다움에 대하여
정주와 이동, 과거와 미래, 주저함과 결단. 영화 <콜럼버스>(2017)는 이 사이에서 동요하고 성찰하며 조응하는 두 인물을 따라가는 영화다. 정적이고 묵상적이다. 영화는 미국 모더니즘 건축의 메카로 알려진 지방의 소도시명을 제목으로 삼았다. 인간, 공간, 자연이 어우러져 있지만 인위적 배치를 감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연스럽다. 평범함은 값비싸
글: 송효정 │
2018-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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