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비평] <초행>의 선택이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초행길은 멀다. 인간의 뇌가 처리하는 정보의 양과 질에 따라 시간의 흐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느라 바쁜 초등학교 시절은, 대부분 익숙한 정보만 처리하는 노년의 같은 기간보다 느리다. 마찬가지로 초행길에 들어선 여행자의 시간은 낯선 정보를 인지하고 판단하느라 분주하게 느리다. 시간의 빠르기는 한편으로 우리 뇌가 받는 보상 혹은 글: 송형국 │ 2017-12-21
- [영화비평] <나는 아들을 사랑하지 않는다> 부성애를 찾아가는 여정이 전부라 할 수 없는 영화 ※ 영화의 엔딩이 언급돼 있습니다. (노르웨이에 살고 있는) 한 남자가 사랑하는 아내의 바람대로 (콜롬비아에서) 아이를 입양한다. 하지만 아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조차 되지 않았는데, (하필이면) 아이의 카시트를 사러 가던 아내가 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 텅 빈 집에 (아직)아버지가 되지 못한/않은 남자와 (양)엄마를 잊지 못하는 아이가 글: 우혜경 │ 2017-12-19
- [영화비평] <조용한 열정>, 시인이자 여성이었던 에밀리 디킨슨의 예술적 성장과 생애 2천편에 달하는 시를 썼지만 생전에는 단 일곱편만 발표한 미국의 19세기 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삶을 다룬 <조용한 열정>을 보러 가는 길에 나는 지하철에서 내려 오랫동안 걸어야 했다. 피아노 한대가 놓여 행인 중 누구라도 연주할 수 있는, 버스 이외의 차량을 통제해 수많은 버스킹이 ‘안전하게’ 상시적으로 열리는, 어느 슬프게 운명한 시인의 단골 글: 김금희 │ 2017-12-12
- [영화비평] 만토바와 베르가모, 포강 유역의 곡창지역 르네상스의 도시 만토바(Mantova)가 유명해진 데는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가 한몫했다. 화려한 궁전을 배경으로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며 여성 편력을 자랑하는 ‘만토바 공작’을 통해서다. 이탈리아의 수많은 도시들 가운데서도 만토바를 오페라의 주요 배경으로 삼은 데는 도시의 퇴폐적일 정도로 화려한 과거가 돋보이기 때문일 테다. & 글: 한창호 │ 2017-12-07
- [영화비평] <로마서 8:37>이 품은 영화적 함의들 신연식 감독이 여러 번 강조한 것처럼 <로마서 8:37>은 번뇌하는 젊은 전도사 기섭(이현호)의 기도로 시작하고 끝맺는다. 오프닝 시퀀스의 건조한 기도와는 달리, 처절하게 이어지는 클로징의 기도는 직접적이든 혹은 간접적이든 연루된 자의 책임에 집중하는 영화의 주제를 함축한다. 그러나 보다 주목되는 건 기섭의 입에서 발화된 기도가 아니라 기도 뒤 글: 김소희 │ 2017-12-05
- [영화비평] <7호실>은 삶의 실재를 무엇으로 환유하는가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봉준호에게 디테일이란 카메라의 객관성을 증언하는 하나의 수단이다. 봉준호가 인물들을 자세히 관찰할수록 관객은 인물과 거리를 유지하게 된다. 봉준호의 카메라는 인물들의 낯설고 이상한 모습까지도 그대로 포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괴물>(2006)에서 강두(송강호)가 손님이 시킨 오징어 다리를 떼먹는 신은 강두가 한 글: 박지훈 │ 2017-11-30
- [영화비평]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가 보여주는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변화 여름날 마루에 누워 막대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 빨간 줄무늬 티셔츠와 초록색 고무줄 치마를 입은 채 맨발로 해변을 걷고 싶다. 음악 시간에 배운 합창곡을 소리내어 불러보고 싶다. 오기가미 나오코의 영화를 보며 우리는 어딘가 다른 곳으로 떠나는 꿈을 꾼다. <요시노 이발관>(2003), <카모메 식당>(2006), <안경>( 글: 송효정 │ 2017-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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