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비평] <남한산성>이 원작에서 취한 것, 혹은 배제한 것 <남한산성>은 그 시작과 함께 병자호란의 역사적 맥락에 관한 묘사를 최소화한 채 ‘오로지 살고자 하는’ 왕과 신하의 얼굴을 관객에게 들이민다. 한마디로, 거두절미의 서사. 속수무책의 무의미함 우리는 무방비 상태로 남한산성이라는 낯선 세상에 툭 하니 던져진 왕과 신하를 마주해야 한다. 최명길(이병헌)과 김상헌(김윤석), 그리고 이시백(박희순 글: 안시환 │ 2017-10-24
- [영화비평] 배우의 얼굴에 비친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 얼마 전 영화 <대장 부리바>(1962)를 보다가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장면의 전형성을 재인식했다. 크리스틴 카우프만은 하나의 대상으로 토니 커티스의 시선에 먼저 포착되고, 크리스틴 카우프만은 뒤늦게 그의 시선을 알아챈다. 남성이 발견하고 여성이 발견되는 관계의 익숙함은 그 순서를 뒤바꾸어 보기만 해도 분명히 드러난다. 존 버거가 <이미지 글: 김소희 │ 2017-10-19
- [영화비평] 허무주의와 신화적 장치로 점철된 <남한산성> <삼국지연의>에서 조조가 처음 악인의 이미지로 각인되는 순간은 진궁과의 일화에서다. 조조는 동탁 암살에 실패한 뒤 진궁과 함께 지인인 여백사의 집으로 도망치는데, 조조는 여백사의 가족들이 자신을 살해하려는 것으로 오해하고 그들을 몰살한다. 조조는 자신이 오해했음을 깨닫지만, 그 후 집으로 돌아오는 여백사까지 살해한다. 진궁이 놀라며 불의를 꾸짖 글: 박지훈 │ 2017-10-17
- [영화비평] 이야기에 생명을 부여하는 <몬스터 콜>의 마술 “떠나지 마요.” 이야기의 끝에서 소년은 매우 간단하지만 감히 꺼낼 수 없었던 사실, 오랫동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진심을 엄마에게 전한다. 솔직히 나는 그때 소년이 엄마에게 “내 걱정은 하지 말고 편안하게 가세요”라고 할 줄 알았다. 아니면 “사랑해요”라고 했다고 해도 별 위화감 없이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런데 떠나지 말라니. 방금 전 소년은 몬스터에 글: 송경원 │ 2017-10-12
- [영화비평] <아이 캔 스피크> 혐오의 시대에 도착한 연대의 영화 프롤로그: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 할머니(89)는 자상하면서 당당했다. 영화 <귀향>(2015)의 모델인 강 할머니를 뵌 건 몇해 전 일본 대학생들의 나눔의 집 방문을 취재하면서였다(경기 광주의 나눔의 집에는 현재 열분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머물고 있다). 일본인 학생들은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역사를 직접 듣고 나누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글: 송형국 │ 2017-10-10
- [영화비평] <잃어버린 도시 Z>와 실존이 죽음을 욕망한다는 역설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여행자>(1975)는 사막으로 간 한 남자의 이야기다. 취재를 위해 사막으로 간 로크(잭 니콜슨)는 심장마비로 죽은 타인의 신분을 도용해 타인으로 살아가기를 꿈꾼다. 신분 도용이라는 소재는 <리플리>(1999)와 같지만, 리플리(맷 데이먼)와 로크의 목적은 반대된다. 리플리의 신분 도용이 타인의 자본 또는 계 글: 박지훈 │ 2017-10-03
- [영화비평] <윈드 리버> 고립을 벗어나려는 시도, 그리고 좌절 <윈드 리버>는 현재진행형의 내러티브 구조를 취하고 있다. 영화 속 장면들은 모두 현재 발생하고 있는 상황들을 보여준다. 하지만 단 한신만은 예외다. FBI 요원 제인(엘리자베스 올슨)은 윈드 리버 산맥의 설원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 나탈리의 사건을 수사하다 그녀가 사귀었던 남자친구 맷(그 또한 설원에서 시체로 발견됐다)이 일했던 공사장의 경비원 글: 홍은애 │ 2017-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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