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기타노 다케시 (Takeshi Kitano)

1947-01-18

참여작품 평점평균

씨네216.8

/

네티즌7.4

기본정보

  • 원어명北野武
  • 다른 이름비트 다케시; Beat Takeshi
  • 직업배우
  • 생년월일1947-01-18
  • 성별

소개

기타노 다케시는 1947년 도쿄 출신이다. 비트 다케시란 예명을 지닌 인기 코미디언이자 구로사와 아키라, 미조구치 겐지, 오시마 나기사 등의 뒤를 이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일본의 영화감독이다. 기타노는 70년대 초 ‘투 비트’라는 만담 콤비를 결성해 ‘비트’라는 말의 어감 그대로 악랄한 독설을 청중들에게 퍼부어 인기를 모았는데, 상식과 관습을 조롱하고 공격하는 기타노의 만담의 뿌리는 영화에서도 같다.

<하나-비 HANA-BI>(1997)를 비롯해 기타노 다케시가 만든 모든 영화는 일본영화의 전통을 의식하면서도 새로운 어법을 창출하는 비관습적인 스타일을 보여줬다. 코미디언 비트 다케시와 달리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의 작품세계는 <모두 하고 있습니까 みんな~やってるか!>(1995)를 빼면 진지하고 사색적이며 비장하다. 기타노는 오즈 야스지로의 전통적인 일본영화 스타일과 60년대 이후 오시마 나기사, 이마무라 쇼헤이 등의 감독들이 추구한 혁신적인 내용과 스타일을 이어받아 통합시켰다.

기타노의 첫 영화 출연작은 오시마 나기사의 <전장의 메리크리스마스>(1983), 연출 데뷔작은 형사영화 <그 남자 흉포하다 その男, 凶暴につき>(1988)였다. 기타노는 원래 이 영화에서 주연만 맡기로 했으나 후카사쿠 긴지 감독이 연출을 포기하는 바람에 우연히 메가폰을 잡았다. 약간 반골기질이 있는 형사와 마약밀매를 하는 야쿠자 조직원간의 처절한 대결을 다룬 이 영화는 형사와 악당 모두 폭력을 즐긴다기보다는 폭력에 의연하고 심지어 자신이 폭력을 행사하면서도 또다른 자아가 있어서 폭력을 쓰는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느낌이 들 만큼 선악의 경계를 넘어선 채 이야기도 문득문득 정지되는, 허무적이고 초월적인 분위기를 띤 형사영화였다. 두번째 영화인 <3-4×10월 3-4=10월>(1990)의 플롯 파괴형식은 훨씬 과격하다. 야쿠자에게 폭행당한 다방주인을 위해 기타노가 연기하는 주인공은 총을 구해 복수하려고 하지만 여의치 않자 엉뚱하게도 유조차를 몰고 애인과 함께 야쿠자의 사무실로 돌진해 들어간다. 황당한 줄거리지만 기타노의 좌충우돌식 우상파괴 기질이 읽히는 이 영화에서 배경인 오키나와는 흡사 예측할 수 없는 인간의 충동들이 부딪치고 폭발하는 주유소 같다. 그런데도 이 영화 역시 분위기는 아주 차갑다. 곧잘 웃기는 상황이 나오지만 웃어야 할지 표정을 가다듬어야 할지 모를 만큼 부조리한 삶을 냉소적으로 보여준다.

<그 여름, 조용한 바다 あの夏, いちばん靜かな海>(1991)는 기타노가 출연하지 않고 감독만 한 영화. 파도타기에 몰두하다 죽는 농아청년의 얘기를 서정적인 분위기로 담았다. 이 영화에서 나온 바다 이미지는 <소나티네 ソナチネ>(1993)에서 장중하게 되풀이된다. 야쿠자 영화지만 중반 이후는 주인공인 야쿠자 보스가 해변에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며 백치 같은 표정으로 평화를 즐기는 장면들이 이어지는 것이 이야기의 전부다. 삶의 안식은 죽음이고 죽음은 영원이며 영원은 곧 바다라는 이미지 만들기의 등식을 아주 절묘하게 이어주는 기타노의 생략적인 화술이 한수 위에 올라선 것 같은 느낌을 줬다.

성에 관한 환상에 빠져 매사를 그르치고 마는 남자의 얘기를 그린 <모두 하고 있습니까>(1995)는 난센스 코미디 형식이 지나쳐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으나 교통사고로 죽음의 위기를 넘긴 후에 만든 재기작인 <키즈 리턴 Kids Return>(1996)은 기타노의 ‘거장다운’ 흔적을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야쿠자가 되려 하고 권투선수가 되려 한 두사람이 고등학교 동창 청년의 이야기를 통해 이해할 수 없을 만큼 혹독한 세상의 질서를 알아가고 절망하는 내용을 원숙한 호흡으로 찍었다. 기타노 작품세계의 중간결산과 같은 영화인 <하나-비>(1997)는 <그 남자 흉포하다>와 <소나티네>를 합쳐놓은 것 같은 작품으로 아내가 암으로 죽어가고 동료형사마저 반신불수가 된 상태에서 은행을 터는 형사의 이야기를 통해 광포함과 평온함, 잔인한 순간과 따뜻한 순간, 격렬한 폭력과 명상을 병치시켰다.

<하나-비>는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에서 보여줬던 전통적인 가족주의와 오시마 나기사, 이마무라 쇼헤이가 그렸던 격동하는 모순의 현대 일본사회 모습을 교대로 오가면서 균일하지 않은 스타일로 현실을 접수한 기타노 미학의 완결체로 평가받아 97년 베니스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다.기타노의 영화는 폭력을 다루더라도 그 상황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 폭력이 일어나는 순간 화면은 등장인물들의 의식 속으로 들어가고 침묵을 적절하게 활용하면서 화면은 영화 속 상황에 이상한 거리감을 전해주면서 묘하게 깨어 있다. 그의 영화는 잔인한 농담 같으면서도 또한 시를 읽는 것 같은 감흥을 준다. 성큼성큼 건너뛰는 생략과 압축의 미학으로 코미디언 기타노는 영화에서 시인의 재능을 체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