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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슈레이더 (Paul Schrader)

1946-07-22

참여작품 평점평균

씨네218

/

네티즌7.7

기본정보

  • 다른 이름폴 슈뢰더
  • 직업감독
  • 생년월일1946-07-22
  • 성별

소개

폴 슈레이더는 미국의 영화풍토에서는 드물게 보는 지적인 영화감독이다. 엄격한 칼빈교 가문에서 자란 슈레이더는 십대 중반까지 디즈니 영화 이외의 영화는 한편도 보지 못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뒤늦게 대학에서 영화를 발견하고 지적인 통찰로 가득 찬 비평논문을 썼으며 각본 집필에도 재능을 발휘하면서 할리우드에 수재로 소문이 난, 특출한 이력의 소유자였다.

46년 미국 미시간생인 슈레이더는 컬럼비아대학 영화과에서 만나 평론가 폴린 카엘의 영향으로 UCLA영화과에서 영화학을 공부했고 스물여섯살 때 <영화의 초월적 스타일: 오주, 브레송, 드레이어>라는 연구서를 냈다. 꽤 선구적인 연구서를 출간하고 난 후 슈레이더는 각본을 쓰기 시작했는데 70년대 초 그가 집필한 <야쿠자> <택시 드라이버>의 각본은 각각 74년과 76년에 시드니 폴락과 마틴 스콜세지가 영화로 만들었다.

72년부터 78년까지 9년 동안 슈레이더는 10편의 시나리오를 썼으며 모두 창작 각본이었다. 그중에는 브라이언 드 팔마의 <강박관념>, 존 바담의 <롤링 선더>와 같은 영화가 들어 있었다. 할리우드에서 슈레이더를 주목하기 시작했고 슈레이더는 데뷔작 <블루 칼라 Blue Collar>(1978)를 찍었다. 영화감독 폴 슈레이더는 비평가 출신답게 냉정하고 분석적이고 냉소적이었다. 그의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어떤 일에도 성공하는 법이 없고 일상에서 그다지 즐거움을 못 얻는 축이다. 슈레이더는 미국영화에선 좀처럼 보기 드문 어두운 세계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데뷔작인 <블루 칼라>는 노동조합의 재원이 불법으로 유츌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타락한 노조와 싸우는 디트로이트 자동차 공장의 세 노동자 이야기이며 <워터프론트>와 필적하는 야심을 보여줬다. 실종된 딸이 포르노배우가 되자 분개한 아버지가 딸을 찾아나선다는 내용의 <금지구역 Hardcore>(1979)은 슈레이더 세대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존 포드 감독의 <수색자들>의 아이디어를 바꿔놓은 것이다. <수색자들>에서 주인공 존 웨인은 실종된 여자 조카를 찾아서 인디언 지역을 돌아다닌다. 그러나 마침내 찾아낸 조카는 이미 인디언이 돼 있다. <금지구역>의 주인공 조지 C. 스콧은 딸을 찾아 캘리포니아를 돌아다니고 마침내 딸을 찾아내지만 딸을 구원할 수는 없다. 슈레이더는 이 영화를 가리켜 ‘지옥으로의 여행’이라고 불렀다.

<아메리칸 지골로 American Gigolo>(1980)는 대도시의 화창한 날씨에 펼쳐지는 무료한 인간들의 욕망과 권태를 나른하게 담아냈고 마치 이탈리아 감독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가 전성기인 60년대에 만들었던 영화들을 연상시킨다. 슈레이더는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는 무능력을 주제로 삼아 남창인 지골로의 세계에서 그 비유를 찾아냈다.

슈레이더의 작품 세계는 폭이 넓은 편이었다. <캣 피플 Cat People>(1982)은 42년에 자크 투르네르가 만든 동명의 작품을 리메이크한 것이며 개인적인 취향의 영화만 만들던 슈레이더가 처음으로 만든 장르영화다. 나스타샤 킨스키가 표범의 피를 받고 태어난 캣 피플로 나오는데, 역시 같은 피를 타고난 오빠와 동물원 원장 사이에서 정상적인 사랑을 나누느냐, 근친상간을 하느냐를 놓고 갈등한다는 내용으로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신화적 세계로 추상화시켜 묘사하는 분위기가 독특하다.

일본의 극우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전기영화인 <미시마>는 슈레이더의 영화 가운데 가장 큰 논란을 일으켰다. ‘아름다움’ ‘예술’ ‘행동’ ‘펜과 칼의 조화’라는 네개의 장으로 구성된 <미시마 Mishima>(1985)는 죽음과 아름다움에 홀려 있었던 미시마라는 인물의 창작 비밀과 정신세계를 탐구한 작품으로, 70년 11월25일 미시마가 자살하는 현재 시점에서 미시마의 과거 회상장면이 흑백으로 펼쳐진다. 회상장면은 오즈 야스지로와 미조구치 겐지 감독이 자주 구사한 일명 ‘다다미 쇼트’로 찍혔다. 그러나 시각적으로 가장 아찔한 인상을 주는 건 미시마의 소설을 극화한 단락이다. 아주 양식화된 세트에 연극적인 분위기로 재현한 이 단락은 일본인 에이코 이시오카가 디자인을 담당했는데 미시마의 섬뜩한 유미주의를 화면에 잘 옮겨놓았다.

지금까지 폴 슈레이더는 항상 논쟁을 일으키는 감독이었다. <택시 드라이버>의 시나리오를 썼던 그는 <택시 드라이버>의 범죄 수법을 그대로 모방한 존 힝클리의 레이건 대통령 저격사건 때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고 마틴 스콜세지가 만든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의 각본을 쓰고 나서도 종교계로부터 비슷한 공격을 받았다. 슈레이더가 직접 연출한 영화도 사정은 비슷하다. 슈레이더는 사회적으로 논란을 일으킬 만한 주제나 개인의 얘기를 주로 영화에 담아왔기 때문이다. <라이트 오브 데이 Light of Day>(1987) <패티 허스트 Patty Hearst>(1988) <베니스의 열정 The Comfort of Stranger>(1991) <라이트 슬리퍼 Light Sleeper>(1992) 등의 후기작에서도 유럽과 일본의 예술영화에서 영향을 받은 데다 칼빈교의 금욕주의와 우파적 취향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슈레이더 영화의 기이한 매력은 여전하다.

슈레이더는 <어플릭션 Affliction>(1998)으로 코폴라나 스콜세지와는 다른, 미국에서 보기 드물게 자기 개성을 지켜온 감독의 완숙미를 보여줬다. 엄격한 칼빈교 신자였던 그의 부모는 낙담했을지 모르지만 미국영화계는 꽤 독특한 감독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