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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테시네 (Andre Techine)

1943-03-13

참여작품 평점평균

씨네21--

/

네티즌6.3

기본정보

  • 원어명André Téchiné
  • 다른 이름A. TÉchinÉ
  • 직업감독
  • 생년월일1943-03-13
  • 성별

소개

앙드레 테시네는 누벨바그 이래 프랑스영화의 전통이 된, 평론가 출신 영화감독의 계보를 이어받아 지적인 영화를 찍고 있는 감독이다. <카이에 뒤 시네마>에서 평론활동을 했던 테시네는 74년에 감독으로 데뷔했는데, 철학과 연극에 대한 소양이 뛰어나고 백과사전을 써도 될 만큼 박학다식한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그는 독일의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와 함께 멜로드라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으며 미국영화의 영향을 받았지만 형식은 비관습적이다. 오히려 그의 영화 형식은 밀교적이다.

시골지방에 사는 한 가족의 70여년에 걸친 가족사를 담은 데뷔작 <프랑스에 대한 추억 Souvenirs D’en France>(1974)에서 테시네는 프랑스 시적 리얼리즘(마르셀 카르네가 연출하고 시인 자크 프레베르가 각본을 쓴 <안개낀 부두>나 <천국의 아이들>로 대변되는 사조. 서정적인 대사와 화면으로 유명한 프랑스 고전영화의 한 경향)풍으로 30년대 분위기를 연출하고 독일 표현주의풍으로 40년대 배경을, 그리고 70년대 현재는 프랑스 누벨바그풍으로 찍는 재능을 보였다. 영미권의 평단은 갑자기 툭 튀어나온 테시네의 영화에 당황했고 네오 뉴웨이브영화란 수식어를 억지로 갖다붙였다.

테시네식 멜로드라마의 근본을 보여준 <바로코 Barocco>(1976)의 두 주인공 이자벨 아자니와 제라르 드 파르디외는 낭만적인 열정에 차 있는 연인이지만 환경은 그들의 사랑을 방해한다. 제라르 드 파르디외는 권투선수이며 이자벨 아자니는 매춘부 언니와 같이 살고 있다. 제라르 드 파르디외가 정치인이 관계된 부도덕한 흥정에 말려들고 거래 조건으로 받은 사례금 때문에 쫓기는 처지에 빠지고 두사람은 쫓긴다. 질풍노도처럼 휘말리는 사랑의 양태를 탐구하고 있지만 영화의 이야기 전개 배경이나 스타일은 복잡하고 혼란감을 준다. 두 남녀주인공은 자주 무성영화의 주인공처럼 시선과 몸짓으로만 감정을 표현하고 전반적인 분위기는 필름누아르식의 연출로 연출됐다. 두 남녀의 열정과 좌절과 사랑은 수많은 기복을 거치는데, 물론 여기에는 답답한 당시 프랑스사회의 분위기가 공기처럼 스며 있다.

고딕풍 낭만주의 문학에 의례적인 존경을 표했던 이전의 브론테 전기영화와는 달리 브론테 자매의 비범한 창조성의 씨앗이 억눌린 가족사의 비밀에 있었음을 주목한 <브론테 자매 Les Soeurs Bront (1979)에 이어 테시네는 처음으로 카트린 드뇌브와 작업한 <아메리카 호텔 H el Des Am iques>(1982)을 연출했는데, 테시네는 감상이 전혀 없는 시선으로 드뇌브를 뮤즈와 같은 비범한 이미지로 포착한다. 드뇌브는 사랑의 모험이라는 거친 바다에 몸을 맡기는 듯하지만 한쪽 발은 부르주아/기존 제도의 관습에 굳게 딛고 있는 여성을 연기했다. <아메리카 호텔>의 드뇌브는 발작적일 만큼 맹렬한 열정을 지닌 여성이지만 항상 사회의 벽에 막혀 열정을 보상받지 못한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상대편 남자가 “왜 이곳을 사랑 해변이라고 부르지요?”라고 묻자 드뇌브는 “그건 여기가 기대에 어긋나는 해변이기 때문이에요”라고 말한다. <아메리카 호텔>은 바르트가 <사랑의 담론>이란 책에서 연애심리란 부재하는 대상을 덧없이 갈구하는 결핍감이라고 썼던 통찰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테시네는 이 통찰을 문학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니라, 더글러스 서크, 빈센트 미넬리, 니콜라스 레이 등의 50년대 미국 멜로드라마의 거장들처럼, 덧없이 크기만 한 와이드 스크린 매체를 주인공의 정신적 공허와 상실감을 담는 배경으로 표현했다.

테시네의 중후기 작품들 <랑데뷰 Rendez- vous>(1985), <결백한 사람들>(1987), <난 키스하지 않는다 J’Embrasse Pas>(1991), <내가 좋아하는 계절 Ma Saison preferee>(1993) 등의 작품에서 테시네는 얼핏 멜로드라마처럼 보이지만 아주 사적인 스타일을 추구하고 사회현실을 혼란스럽게 줄거리에 우겨넣는 자기만의 스타일을 여전히 고수했다. 그의 영화는 뭐라 정의할 수 없는 감정과 불완전한 자기 인식 행위를 휴머니스트의 결단과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섞어 묘사한다. 테시네는 대중 장르인 멜로드라마를 자의식적인 논평과 예술적 치장으로 채워넣은 프랑스식 멜로드라마의 낯선 경지를 열어보였다. <b>[씨네21 영화감독사전]</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