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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스 캐스단 (Lawrence Kasdan)

1949-01-14

참여작품 평점평균

씨네215

/

네티즌6.9

기본정보

  • 직업감독
  • 생년월일1949-01-14
  • 성별

소개

대표작 <새로운 출발> <우연한 방문객> <실버라도> <그랜드 캐년> <와이어트 어프>

로렌스 캐스단은 영화감독이면서 동시에 훌륭한 이야기꾼이다. 캐스단이 쓴 시나리오들은 역대 최고흥행작 10편 중 네편이 들어가 있다. <스타워즈> 1, 2편인 <제국의 역습>과 <제다이의 귀환>, 조지 루카스가 제작하고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한 <레이더스> <인디아나 존스> 등이 캐스단이 쓴 각본이다. 영화감독 캐스단은 필름누아르, 액션모험물, 멜로드라마, 서부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 고루 능통하다. 스타를 만들어내는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보디 히트 Body Heat>(1981)의 캐슬린 터너와 윌리엄 허트, <우연한 방문객 The Accidental Tourist> (1988)의 지나 데이비스 등이 캐스단의 작품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스타의 길에 들어섰다. 그러나 자신만의 개성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그에게는 장르 제조기라는 불명예스런 딱지가 붙기도 한다. 또는 루카스-스필버그 사단의 그늘에서 처음 발판을 닦았다는 점에서 그들의 서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1949년 플로리다의 마이애미 비치에서 태어난 캐스단은 미시간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했고 UCLA대학에서 각본 과정을 수료했다. 1977년부터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했으며 한때 광고 카피라이터로 일한 후 80년에 조지 루카스가 제작하고 어빈 커시너가 연출하는 <제국의 역습> 시나리오를 쓰면서 영화계로 돌아왔다. 캐스단의 첫 작품 <보디 히트>는 제임스 케인의 소설 <우편 배달부는 벨을 두번 울린다>와 빌리 와일더의 필름누아르 걸작 <이중 배상>을 슬쩍 비벼놓은 필름누아르였다. 필름누아르의 전형적인 여성인 요부를 연기하는 캐슬린 터너와 그녀의 덫에 걸려들어 살인을 저지르고 파멸해 가는 윌리엄 허트는 필름누아르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주인공 한쌍이다.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대사와 짜임새 있는 플롯이 폭력과 섹스의 열기로 뒤덮인 플로리다 마이애미 부근의 소도시 분위기를 그럴듯하게 옮겨놨다. <보디 히트>는 필름누아르를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쇄신시켰다. <보디 히트>의 스타일은 시대 배경을 잘 알아볼 수 없게 일부러 모호하게 만들어놨다. 이 영화는 모든 것이 공식적인 동시대성이 흐려지도록, 그래서 마치 실제의 역사시간을 초월하여 40년대에 배경을 두고 있는 것처럼 받아들이도록 꾸며졌다. 과거 영화를 모방하는 방식으로 현재에 접근해 현재의 기운을 거둬내 버리고 존재하지 않는 탈역사적인 공간을 창조했다는 점에서 문화비평가 프레드릭 제임슨은 <보디 히트>가 아주 매혹적이지만 위험한 포스트모더니즘 미학의 정수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캐스단의 두번째 영화 <새로운 출발 The Big Chill>(1983)은 60년대에 학생운동을 했던 베이비붐 세대가 중년이 되어 다시 한자리에 모여 과거를 회고한다는 얘기다. 60년대를 낭만적으로 이상화화면서 히피주의에 대한 환멸을 담은 이 영화는 과거의 명예를 회복하자는 레이건 시대의 구호에 딱 맞는 주제를 담았다. 정치적으로 보수적이었지만 <새로운 출발>이 고전적인 할리우드영화 화술로 호응을 얻었던 데 반해 <실버라도 Silverado>(1985)는 아주 복잡한 이야기 전개로 이도저도 아닌 영화가 돼버렸다. 이 영화는 서부영화 사상 가장 에피소드가 많은 영화였다. 평론가들은 로렌스 캐스단이 너무 잘난 체한다고 느꼈다. 서부영화의 신화가 불가능한 시대에 복잡한 수사학으로 서부영화의 신화를 재생시키려고 하는, 시대착오적인 서부극이라고 본 것이다. 앤 타일러의 유머 넘치는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우연한 방문객>으로 캐스단은 특유의 스타일 감각을 다시 되찾는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여행 안내기를 쓰는 수필가. 굳이 누구에게 길을 묻지 않고도 혼자서 조용히 여행다닐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사람이다. 그런데 갑자기 연애 사건이 끼어든다. 젊은 여자 안마사가 그와 사랑에 빠지고 파리까지 쫓아온다. 혼자 여행하는 법을 잘 알고 있는 주인공이지만 이 인생 여정의 한복판에서는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된다. 가벼운 소품이지만 근본적으로 단절감에 쌓여 있는 현대인의 가정 생활을 톡 쏘는 경쾌함이 있다.

이후 캐스단은 본격적인 코미디영화인 <바람둥이 길들이기 I Love You to Death>(1990),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 진지한 드라마 <그랜드 캐년 Grand Canyon>(1991), 다시 한번 서부영화에 도전한 <와이어트 어프 Wyatt Earp>(1994), 멕 라이언이 나온 로맨틱코미디 <프렌치 키스 French Kiss>(1996) 등을 발표했지만 데뷔할 때의 기운찬 행보에는 미치지 못했다. 캐스단이 장르 제조기라는 딱지를 떼어낼 수 있는지,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내고 전후 미국 베이비붐 세대의 대변인이 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 영화감독사전,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