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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

Sokhout The Silence

1998 프랑스,이란,타지키스탄

드라마 상영시간 : 77분

감독 : 모흐센 마흐말바프

출연 : 타미네 노르마토바 나데레 압델라헤바 more

  • 네티즌8.00
타지키스탄의 어느 조그만 마을, 10살 난 코쉐드는 앞을 볼 수 없는 맹인이다. 아버지는 러시아로 떠난 뒤 소식이 없 고, 어머니와 단둘이 어렵게 살고 있다. 그런 코쉐드에게는 소리를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재능이 있다. 그래서 현악기 조율사로 일하면서 생계를 돕는다. 그는 일터로 가면서 가끔 아름다운 소리 를 따라가다가 지각을 하기도 하며, 그래서 그는 늘 귀를 막고 다녀야 한다. 하지만 코쉐드가 그의 특별한 감각과 재능으로 만나는 세상은 일반인들의 그것보다 훨씬 더 크 고 깊다. 그래서 순수한 마음을 가진 이는 코쉐드의 아름다운 마음에 이끌리지만 그렇지 못한 이에게는 코쉐드가 한낱 눈먼 소년에 불과하다. 코쉐드에게 동화된, 그리고 그를 동생처럼 돌봐 주는 나데레는 시장 한복판에서 코쉐드를 잃어버려도 그를 찾는 방법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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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노트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낙점된 모흐센 마흐말바프의 <고요>는 중편에 가까운 77분짜리 소품. <가베>에서 색으로 삶을 말하던 마흐말바프는 <고요>에서 소리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러니까 소리는 삶의 진리를 찾아가는 또다른 통로가 된 셈이다. 타지키스탄의 한 작은 마을에 사는 10살난 코쉐드는 앞을 보지 못하는 소년. 그는 남들이 예사로 흘러넘기는 소리를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청각이 발달했다. 아버지가 러시아로 떠난 뒤 어머니와 살고있는 코쉐드의 집에 날마다 집주인이 찾아와 집세를 내라고 윽박지른다. 현악기 조율사로 일하며 가계를 돕는 코쉐드는 악기점으로 가다 걸핏하면 길을 잃는다. 아름다운 소리에 홀려 그만 넋을 놓고마는 것. 그래서 코쉐드는 귀를 막고 다녀야 한다. 코쉐드를 돌봐주는 나레데만이 그를 찾는 방법을 안다. 코쉐드처럼 눈을 감으면 듣지 못하던 소리를 듣게 되어 코쉐드가 따라간 소리를 가려낼 수 있다. <고요>는 ‘고요’한 영화다. 갈등을 일으키는 인물은 집세를 내라고 코쉐드와 어머니를 괴롭히는 집주인이 고작이다. 따라서 드라마틱한 이야기 전개는 기대할 수 없다. <고요>는 글에 비유한다면 소설보다는 우화나 동화, 수필에 가까운 영화다. 눈먼 어린 성자 코쉐드는 ‘눈을 감으면 새로운 세상이 보인다’라는, 선문답같은 화두를 던진다. 이 화두는 마음과 감각을 세파에 더럽히지 않은 나레데를 새로운 진리에 이르게 하지만, 어른들에게 코쉐드는 한갓 앞 못보는 어린 아이에 불과하다. <고요>를 제대로 보려면 나레데처럼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중요한 건 세상에 ‘존재’하는 소리가 아니라, 코쉐드의 귀를 통과한 소리다. 마흐말바프에게 리얼리티란 고정된 개념이 아니다. 모든 것은 관점에 따라 달라지며 상대적이다. 시장통에서 어른들은 세상에 섞여있는 소음을 들을 뿐이다. 하지만 코쉐드는 소음 속에서 아름다운 선율을 가려낸다. 진리에 대한 비유다. 요컨대, 마흐말바프는 은유의 시인에 비유될 수 있다. 그가 그쪽에 지향을 두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란의 험난한 정치 현실이 마흐말바프를 그 길로 밀고갔던 것. 이슬람의 엄격주의가 거대한 정치 담론에서 일상까지 깊숙이 스며든 이란 사회는 그에게 직설법 대신 은유법으로 영상언어로 조탁했다. 모흐센 마흐말바프는 57년 테헤란의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15살부터 정치활동에 참여해 정권에 저항하는 종교게릴라 집단을 결성하기도 했고, 경찰을 습격하다 체포돼 4년간 정치범 수용소에 수용됐다. 그가 문화활동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건 78년 이란혁명 이후. 라디오 프로그램 제작을 시작으로 이슬람 사상 예술센터를 세웠다. 그는 82년 <나수의 후회>로 감독에 데뷔했다. 지금까지 18편의 영화를 만들었는데, 영화제작에 관한 특별한 관심에서 3부작을 만들기도 했다. 그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와 함께 세계영화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그뿐만 아니라 올해는 불과 16살의 딸 사미라 마흐말바프를 국제 영화무대에 데뷔시켰다. 올해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 오른 최연소 감독의 영화로‘주목받은’ <사과>가 사미라의 처녀작. 모흐센 마흐말바프가 시나리오와 편집을 도맡아 아버지의 입김이 영화 곳곳에 배어나, 아버지의 후광으로 칸까지 왔다는 혐의를 받았다. <고요>는 영화제 개막 첫날 부산에 모여든 관객을 고요히 동화의 세계에 빠져들게 할 영화. 이유란 기자
PIFF 98.9.24 제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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