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의 헝가리. 공습과 굶주림으로 피폐해진 대도시를 피해 십대 쌍둥이 형제 둘이 괴팍한 외할머니가 사는 시골집에 맡겨진다. 알코올중독자에다 짐승 같은 성품을 가진 외할머니는 손자들을 학대하며 노예처럼 길들인다. 형제는 비인간적인 어른들의 세계에 적응하기로 결심하고, 스스로 무자비하고 냉정해지기 위한 가혹한 훈련에 돌입한다. 그들은 전쟁 중에 자신들이 보고 경험한 모든 것을 아버지로부터 받은 공책에 기록한다. <커다란 노트>는 세계적인 헝가리 작가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동명 원작을 토대로 헝가리의 대표적인 감독 야노스 자즈가 만든 수작이다. 영화의 주된 초점은 어른들이 야기한 전쟁에 의해 철저히 파괴되어가는 쌍둥이 형제의 동심에 맞춰진다. 자신의 팔다리와 가슴을 칼로 긋는 등의 엄격한 신체 훈련과 온갖 모욕에 대비하기 위한 강인한 정신력 훈련에 임하는 모습은 기괴하고 섬뜩하다. 카를로비바리영화제 대상 수상작으로 인간성 상실에 관한 끔찍한 보고서는 우리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2013년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이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