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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세상, 비틀어진 자아

영화 <관능소녀 복수단>의 도입부에서 주인공인 ‘쉐’는 자신이 여자로 보이길 간절히 바란다. 아름답게 보이고 싶고 사랑 받길 원하던 그녀가 ‘테리’, ‘사이먼’, ‘루’와 경찰을 만나며 성격이 변하게 된다. 시련의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원래의 소녀다웠던 모습으로 돌아가기를 갈망하지만 그땐 너무 늦어버렸다. ‘쉐’는 이미 확고하게 ‘루’로 변해 있다. ‘쉐’의 자아가 본성 깊은 곳의 ‘루’를 불러낸 것인지, 아니면 비틀어진 세상으로부터 받은 상처로 두 소녀의 자아도 뒤틀려버린 것인지. ‘루’의 캐릭터를 왜곡된 또 다른 자아, 분신의 탄생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두 주인공 ‘쉐’와 ‘루’의 주변 환경을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들이 일하는 곳과 만남을 갖고 살아가는 방식은 뉴욕의 밤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광경이다. 너무나도 위험하게 젊은 남녀들이 만나고 함께 어울린다. 삶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 능력도 없다. 그런 잣대를 갖고 들여다보기도 힘들 만큼 세상은 이미 어두운 것도 사실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지극히 소녀다웠던 여자는 상처 받고 광기에 빠져든다. ‘루’가 그랬을 것이고, ‘쉐’가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