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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앤 유 앤 에브리원

Me and You and Everyone We Know Me and You and Everyone We Know

2005 영국,미국 15세이상관람가

드라마, 코미디 상영시간 : 90분

개봉일 : 2006-01-27 누적관객 : 10,018명

감독 : 미란다 줄라이

출연 : 존 호키스(리차드) 미란다 줄라이(크리스틴) more

  • 씨네217.33
  • 네티즌7.71

짧게 말하면... 너를 사랑해!

... ))<>(( ... 앞뒤로... 영원히 사랑하고파 ^^

엉뚱 명랑한 비디오 아티스트 크리스틴은 신발가게에서 일하는 리처드에게 호감을 느껴 적극적으로 접근하지만, 갓 이혼 당해 패닉 상태에 빠진 리처드는 그녀의 갑작스런 호의를 받아들일만한 여유가 없다. 크리스틴과 리처드가 어설프고 서투르게 새로운 사랑을 향해 조심조심 다가가는 동안 리처드의 십대 아들 피터는 성적 호기심이 가득한 동네 소녀 헤더와 레베카의 오럴섹스 경쟁에 실험 대상이 되기를 자처하고, 여섯 살 난 둘째 아들 로비는 인터넷 성인 채팅방에서 수위를 넘는 과감한 대화로 건너편 상대를 자극한다. 이에 로비의 채팅 상대인 외로움에 사무친 40대 커리어우먼 낸시는 로비를 완벽한 섹시가이로 착각하고 일회용 섹스를 제안해 기대에 부풀어 약속장소에 나가는데 과연 이들의 만남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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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별점 (6명참여)

  • 8
    김봉석일상에서 벌어지는 기적의 순간들
  • 8
    김은형유머가 시가 될 수 있다
  • 7
    박평식무거운 주제를 가뿐하고 느긋하게 녹여낸다
  • 7
    유지나여전한 삶의 신비, 인연의 모자이크로의 초대
  • 7
    황진미다들 외롭다는 것과 애들 키우기 힘들다는 것. 지대 공감하시져?
  • 7
    이동진그래도 아직 열어젖히지 않은 시간만이 희망이다
제작 노트
About Movie

2005년 세계영화계가 발견한 최고의 아티스트, 미란다 줄라이


지난 해 세계 영화계는 이제까지 그 어떤 영화감독에서도 본 적 없는, 창의성과 재기발랄함으로 가득찬 젊은 아티스트를 발견했다. 1974년생인 미란다 줄라이는 영화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얻기 한참 이전부터 다방면에서 그녀의 예술적인 재능을 발휘해왔는데, 아방가르드적이고 다소 급진적인 아티스트로서 뉴욕 현대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과 휘트니 미술관 등에서 신비스러우면서도 초현실적인 단편영화, 음성클립, 웹 프로젝트, 행위예술 등을 선보인 바 있을 뿐 아니라 여러 편의 단편소설도 발표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틀에 박히지 않은 참신함과 독특한 표현주의 기법으로 정평이 난 미란다 줄라이는 2005년 첫 장편영화 <미 앤 유 앤 에브리원>으로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으로 독창성을 인정 받았을 뿐 아니라 칸느영화제에서 신인 감독에게만 선사하는 황금카메라상을 거머쥠으로써, 명실상부한 전방위 문화 예술가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먼저 다가가느니... 차라리 외롭고 말아?
디지털 시대, 우리는 어떻게 소통하고 있나


영화의 초반부에, 노일들을 위한 대리운전을 해 주는 크리스틴이 운전하던 중 금붕어가 들어있는 비닐봉지를 얹고 가는 자동차를 발견하는 아슬아슬한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그녀는 금붕어를 싣고 가는 차 앞을 일정속도로 가로막으며 운전해 금붕어가 떨어지지 않게 하려고 하지만 결국 비닐봉지는 떨어지고 크리스틴은 금붕어의 마지막 순간에 조의를 표한다. 이 장면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점점 엷어져가는 현대사회에 대한 미란다 줄라이 감독의 아쉬움이 빛을 발하는 장면이다. 다른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갈수록 생소하게 느껴지는 요즘 그 순간만큼은, 영화를 보는 관객 모두가 같은 긴장과 같은 바람, 같은 안타까움을 겪는 짧지만 강렬한 체험을 하게 된다.
금붕어 장면의 강한 여운에서도 나타나듯 <미 앤 유 앤 에브리원>은 이런 단절된 현대인의 삶에 대한 명상집과도 같다. 직접 얼굴을 보는 만남이 힘들어지고, 사람들은 온라인 채팅방이나 행위예술을 통해서만 만나고 이것들조차 실패하면 공상 속으로 빠져들어버리는 지극히 개인화된 문화를 배경으로 한다. 그 어느 곳과도 다르지 않게 평범한 미국의 소도시, 젊은이도 나이 든 사람도 점점 파편화 되어가는 디지털 문화 속에서 서로 관계를 맺으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디지털 시대에서의 소통 문제를 이야기 하고 있는 줄라이 감독은 놀라운 직관과 섬세함, 그리고 기막힌 유머로 이런 주제에 능숙히 다가간다. 관객들이 배꼽을 잡는 여섯살짜리 로비의 앞뒤로 한다(poop back and forth)는 표현과 ))<>(( 라는 이모티콘은 인터넷 채팅문화를 단박에 표현하는 은유로 쓰이면서 미란다 줄라이가 지닌 특유의 참신하고 독창적인 관찰력이 얼마나 유머러스 한가를 보여준다.
아이들이 등장하고 화사한 화면과 싱그러운 음악이 내내 흐르는 이 영화는 일견 귀여운 영화인 것처럼 보이지만 줄라이는 무조건적인 낙천주의에 기대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그녀가 바라보는 디지털 시대의 삶이 무조건 시니컬하게 나타나는 것만도 아니다. 인간관계를 두려워하면서도 갈망하는 기형적인 욕망을 풍자하고 있지만 이 영화가 지닌 톤은 냉소라고 보기엔 너무 밝고 따뜻하다. 오히려 그 안에서 유쾌하고 명랑한 가능성을 읽을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미 앤 유 앤 에브리원>이 사랑스러운 텍스트로 읽히는 지점이다.

당신이 꿈꾸는 찬란한 우주는 삶의 작은 순간들 속에 숨어있다
불확실한 삶을 응시하는 당차고 유쾌한 시선


이 영화는 외롭고 상실감에 젖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교차하며 마침내 하나의 거대한 그림을 그리는 <매그놀리아>, <크래쉬>, <숏 컷>의 전통을 잇는다. 이 전통대로 영화 속 주인공들의 당면과제는 영화가 끝나는 무렵에도 해결되지 않고 감독도 굳이 답을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대사회의 단절된 일면을 그린 요즘 영화들이 주로 견지하는 냉소적이고 건조하게 삶의 아이러니를 표현하는 태도와는 달리 미란다 줄라이는 아이처럼 순진하고 호기심 가득한 눈초리로 이 모든 것을 바라본다. 감독이 직접 연기하는 크리스틴은 귀에 양말을 걸거나 마음에 드는 남자에게 엉뚱한 말을 건네는 것을 주저하지 않으며 참을 수 없이 썰렁해진 상황도 자기친화적으로 바꿔버리는 능력을 보여준다.
영화 속 등장하는 여러 사람들의 수많은 에피소드들은 매우 평범한 소도시의 일상일 뿐이다. 하지만 관객은 어느 순간 이 흔하고 진부한 일상이 한 편의 시가 되는 진귀한 경험을 맛보게 된다. <미 앤 유 앤 에브리원>이 특별한 점은 일상에서 남다르게 빛나는 순간들을 발견하는 능력이 이제까지 본 다른 어떤 영화에서보다도 훨씬 탁월하다는 점인데 이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상들이 이 영화에서는 이상하게도 흥미진진한 볼거리로 탈바꿈하고 관객은 예측하지 못한 장면에 마음을 푹 빼앗겨버리게 된다.
이는 미란다 줄라이 감독이 일상이 지닌 얄궂음보다는 그 안의 부드러움과 유머를 발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함 속에서 헤메는 주인공들은 어딘지 좀 무능해보이고 나약하기 그지없지만,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손을 내미는 노력이 당차고 유쾌하기까지 한 감동을 준다. 새로 관계를 시작하려는 크리스틴과 리처드는 훗날 또 한번의 상처를 서로에게 주고 이별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직 반도 안왔기” 때문에 즐거운 관계에 대한 기대감에 가득 차 있고, 설령 관계의 유한함을 알려주는 이정표인 “아이스 랜드”를 만나다 해도 적어도 이전처럼 손에 불을 지르는 유아적인 행동은 거듭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전해준다.

어른들은 아이처럼 굴고, 아이들은 어른처럼 말하고...
성숙한 척 하는 아이들과 퇴행적인 어른들의 기묘한 공생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은 예측 가능한 공식보다는 모두들 자신도 알지 못하는 충동에 따라 움직인다.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여 결정하기엔 모든 것이 너무 빨리 변하고 이루어지기 때문에 충동이나 감정을 관리하는 방법에 점점 더 서툴러지는 것이 현대인들의 특징인 것일까?
모든 매체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는 아이들은 자신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채 이해하기도 전에 어른의 말을 가져다 사용하고, 반면 어른들은 아이처럼 서투르게 행동하고 후회하고 당황하기 일쑤다. 아내에게서 버림받은 남편은 어린 아이들에게 엄마의 남자친구가 어때 보이냐며 두서 없는 말을 지껄여 아이들로부터 냉담한 반응을 당하고, 자기 손에 불을 지르는 무모한 자해를 저지르기도 한다. 겉으로는 성공한 커리어 우먼이지만 무표정으로 일관된 건조한 삶을 사는 큐레이터는 사무치는 외로움에 인터넷 채팅방을 기웃거리다 자신을 성적으로 완벽히 자극하는 남자(?)를 발견하지만 그 상대가 여섯살 꼬마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리처드와 크리스틴 또한 그 어느 영화에 등장하는 커플보다도 서투른 구애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에 반해 성(性)에 적극적으로 현혹되는 것은 아이들의 몫으로 그려진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소도시의 일상에는 열 여섯 살 소녀들의 오럴 섹스 경쟁에 자원하는 열네살짜리 남자아이가 있고 또 인터넷 성인 채팅 방에 아무렇지 않게 들어가 컴퓨터 저 편의 상대를 성적으로 자극시키는 여섯 살 짜리 꼬마도 있다. 또 열 살짜리 여자아이는 미래의 남편과 아이들에게 주겠다며 생활용품들을 자신만의 혼수함에 모아두는 집착을 보인다. 항상 킬킬대고 능숙한 척 하지만 사실 겁 많고 어릴 뿐인 십대 헤더와 레베카는 서로를 부추기면서 잡지나 영화, 인터넷에서 주워들은 대로 연기하면서 섹스를 실험해본다.
하나도 성숙하지 않은 채 방치될 뿐인 아이들도, 여전히 자신의 감정 하나 다스릴 줄 모르는 어른들도 디지털 만능의 시대에 살면서 모두 저마다 우울하고 고독하고 소외에 시달린다. 이들의 외로운 행동들이 다른 영화에서라면 자기파괴적 행동이나 자살에 이를 수도 있겠지만 미란다 줄라이는 갑자기 튀어나오는 이상한 유머로 절망적인 상황이 서서히 밝아지는 톤을 만들어간다. 그녀는 이런 사람들의 모습에 냉소를 띄우거나 투덜거리지 않는다. 삶이란 명랑하면서도 우울하고, 사랑스러우면서도 가끔 끔찍하기도 한 것이기에..


Production Note

미란다 줄라이는 등장인물 모두에 내 모습이 들어있다고 말하지만, 자기 방에서 홀로 비디오아트를 연출하는 행위예술가 크리스틴은 그 누구보다도 자신과 가장 많이 닮아 있다. 줄라이 감독도 크리스틴처럼 발랄하고 섬세하며, 어린애 같은 호기심과 함께 결정하면 그대로 밀고 나가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감독이 4년 전 이 영화의 초고를 완성한 것도 포틀랜드의 자기 방에서였다. 이전에 장편 영화 시나리오를 써 본적도, 코스를 수강하거나 세미나를 들은 적도 없는 감독은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했다. 어느 날 그냥 책상에 앉아 자판을 두드렸을 뿐이다.
그렇게 영화 상영까지의 지난한 과정이 시작되었다. 몇 번이고 시나리오를 수정하고 떨어지기를 반복하면서도 감독은 포기하지 않고 해마다 선댄스의 영화작가 실습과정에 작품을 제출했다. 전문 위원회가 선정된 시나리오를 훑어보고 의견을 주는 한 주짜리 과정이었다. 3년째가 되던 해 드디어 최종 선정된 일은 눈부신 경험이었다. “어떤 사람이 조용히 나를 옆으로 데리고 가서 이렇게 말하던 것이 생각나요.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항상 대문자일 필요는 없습니다.” 줄라이는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줄라이 감독은 선댄스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우선, 덜 쓰는 법이다. “일단 분량이 많아야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뿐만 아니라 자신의 직감을 믿는 법도 배웠다. “현장 영화인들이 내 주장을 굽히지 말라고 많이들 말씀하셨어요. 에드 해리스가 굳이 스타들을 캐스팅할 필요는 없다고 말해서 그럼 그래야겠다고 생각했죠.”
투자자를 찾는 것도 힘들었다. 필름 포(Film Four)가 도박에 나서지 않았더라면 영화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그녀는 술회한다. 선정위원인 피터 칼튼은 줄라이 감독이 자기 영화를 소개할 때 약간의 행위예술을 선보였는데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결국에는 필름 포와 IFC(독립영화채널)가 백만 달러의 제작비를 대략적으로 분담했다. 독립 영화 기준으로 봤을 때도 적은 제작비였다. 그런데 감독이 촬영 차 LA로 이사오기도 전에 시나리오, 특히 두 명의 십대 여자 아이들이 또래 남자 아이에게 오럴 섹스를 연습하는 장면이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IFC는 이 영화가 십대들의 성(性)문제만을 다루는 영화로 낙인 찍히지 않도록 확실히 해달라고 했다. 이후 아동노동위원회에도 이 얘기가 흘러 들어갔고 여자 아이들이 오럴 섹스라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래서 감독은 그 단어를 대신 지미 하하로 고쳤다. “언어가 가진 힘이란 참 흥미로워요. 그냥 봐도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 단어만 입에 담지 않으면 괜찮다는 거에요.” 감독은 약간 생각에 잠긴 듯 말을 이었다.
그런데, 가장 논쟁을 불러 일으킬만한, 여섯 살짜리 로비가 인터넷 채팅방에서 앞뒤로 하는 (poop) 상상을 묘사하는 장면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이 없었다. 이 성적 관심이 여섯 살짜리 로비의 것이라는 점을 확실히 하고 싶었다고 감독은 말한다. “로비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그 장면을 비현실적으로 보이게 하고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로비가 그 느낌을 상상 할 수 있을 거라는 물리적인 현실성에 바탕은 두었어요.” 결과적으로 이 장면은 웃기면서도 기묘한 느낌을 주며 디지털 시대의 단면을 씁쓸하고도 코믹하게 그려낸 명장면으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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