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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의 드라마톡]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

한때 한국 배드민턴의 미래, 올림픽 유망주로 불렸던 박태양(박주현)이 3년간 잠적했다 돌아온다. 고작 하루 운동에 다리에 쥐가 나는 바람에 침대에 쓰러져 끙끙 앓던 태양은 먹던 떡을 계속 씹으며 중얼거린다. “어… 근데 맛있어.” 몸이 예전 같지 않아 짜증이 뻗쳐도, 협회에 뇌물을 주었다는 오명을 써도,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 연봉 1900만원짜리 선수로 ‘폭망’한 신세라도 떡은, 맛있다. 대개 드라마 속 인물들은 어떤 상황과 감정에 얼마나 일관되게 몰두했는지 보여주지만, 비참한 동시에 떡도 맛있을 수 있는 게 사람이다. 내가 그렇듯이 너도 그럴 수 있다고 타인을 판단할 때 여지를 두게 되고, 부딪치는 감정을 동시에 품고 있어도 ‘캐붕’이 아니다. 배드민턴 실업팀을 배경으로 한 스포츠 로맨스 드라마 KBS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의 허성혜 작가가 캐릭터 전반을 다루는 관점이다.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을 두고 흔히 ‘멘탈이 강하다’고 한다. 한 가지 감정, 허물 수 없는 사실에 짓눌리지 않고 시답잖은 무엇으로 숨통을 틔울 줄 아는 사람 역시 그렇다. 태양은 혼합복식 파트너 제안을 거절하던 같은 팀 박태준(채종협)에게 “잘해봐” 한마디를 듣고 운동선수에게 한번 지나간 전성기는 절대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눈물을 터뜨린다. 태준이 위로 대신 여기 박태양 운다고 구경 오라고 외치길래, 저것들이 지금 25살이 아니고 15살인가 싶었는데 서러움과 빡침으로 한참 추격전을 벌이면 또 그런대로 툭 털고 일어서게 된다. 잘할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채로 운동을 계속하려는 태양은 강한 사람이고, 그런 태양에게 반한 태준은 종종 떡이 맛있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CHECK POINT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는 시속 ‘/h’ 표기가 빠지는 바람에 몇몇 물리학자가 제목의 오류를 지적하기도 했다. 아무튼, 이 숫자는 구기종목 중 가장 빠른 속도를 내는 배드민턴 셔틀콕의 비공식 세계신기록을 말한다. 5g 안팎의 가벼운 무게의 셔틀콕에 가속도가 붙으면 무시 못할 파워를 낸다. 지난해 방영한 SBS <라켓소년단>의 중학생들은 심부름이나 저녁 당번을 정하는 소소한 내기로 늘 왁자지껄한데, 그중 셔틀콕을 날려 수박을 쪼개는 장면이 있었다. 어린 선수들의 우상인 이용대 선수가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줬던 수박 격파의 재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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