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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준 감독 “‘조국 사태’ 판단하려 만든 영화 아냐”
한겨레제휴기사 cine21-digital1@cine21.com | 2022-05-25

[한겨레]
다큐 ‘그대가 조국’ 25일 개봉



다큐 영화 <그대가 조국>을 연출한 이승준 감독. 엣나인필름 제공

“<그대가 조국>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편들거나 이른바 ‘조국 사태’에 대해 판단하려고 만든 영화가 아니에요.”
다큐 영화 <그대가 조국>을 연출한 이승준 감독은 영화가 편파적일 거라는 세간의 시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동작구 엣나인필름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 감독은 “조 전 장관과 부인 정경심 교수 수사 과정에서 검찰과 언론은 조국 일가가 룰을 안 지켰다고 했다”며 “검찰과 언론도 절차상의 룰을 안 지킨 것이 많았다고 본다. 조 전 장관 스스로도 자신이 절차상 공정함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비판과 견제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는데, 검찰과 언론도 마찬가지 아니냐는 거다. 그런 점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오는 25일 개봉하는 <그대가 조국>은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이 법무부 장관에 지명된 2019년 8월9일부터 장관직을 사퇴한 10월14일까지 67일 동안 벌어진 일을 비롯해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재판 등 이른바 ‘조국 사태’ 전반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30여곳을 압수수색한 검찰의 수사와 검찰이 흘린 ‘피의사실’을 검증 없이 받아 쓴 언론의 문제 등을 짚지만, 감정을 고조시키지는 않는다.



다큐 영화 <그대가 조국> 스틸컷. 엣나인필름 제공

“처음 연출 제안을 받았을 때, 제가 한 생각은 ‘정치적 이슈를 다룬 다큐멘터리들이 갖는 다이렉트한 방식으로는 찍지 말자’였어요. 예컨대 (<화씨 9/11> <식코> 등을 연출한) 마이클 무어 식의 아주 스트레이트한 방식은 피하려고 했죠.” 카메라는 조 전 장관의 일상을 비추는 동시에, 검찰 수사 과정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후 트라우마를 겪은 관련자들 얘기에도 귀를 기울인다. “장영욱 동양대 교수님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가장 강렬한 트라우마를 호소한 분이거든요. 검찰에서 자신이 말한 맥락과 다르게 조서가 작성된 걸 보면서 공포를 느꼈다고 하더라고요.” 조 전 장관 딸의 표창장이 작성된 2012년 동양대 교양학부장이었다는 이유로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장 교수는 원래 정경심 전 교수와 친분이 없던 인물이다. 이들 관련자들 인터뷰와, 영화 오프닝 장면에 자막으로 나오는 “검사는 기소할 사건을 고르기보다 기소할 사람을 고른다. 거기에 검사의 가장 위험한 권력이 있다”는 미 연방 검찰총장 로버트 잭슨(1892~1954)의 말은, 이 영화의 초점이 조 전 장관에게만 쏠려 있는 게 아님을 보여준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전작 <부재의 기억>(2018)으로 한국 다큐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상 단편 다큐 부문 후보에 오른 이 감독은, 장애인 부부의 애틋한 사랑을 다룬 <달팽이의 별>과 북송을 희망하는 탈북민의 안타까운 사연을 그린 <그림자꽃> 등 주로 휴먼 다큐를 만들어왔다. “당시에는 조국 사태에 관심을 갖고 깊이 팔로하진 않았어요. ‘검찰과 언론이 심한 거 같은데 그렇다고 조국도 잘한 건 없잖아’ 하는 정도였죠. 그러다 <조국의 시간> 등 책을 읽고 주류 미디어에서 다루지 않은 부분을 찬찬히 살펴보려고 노력했어요.”



다큐 영화 <그대가 조국> 스틸컷. 엣나인필름 제공

<그대가 조국>에는 480만 관객을 모으며 한국 다큐 흥행 기록을 세운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2014)의 진모영 감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다룬 다큐 <노무현입니다>(2017)의 양희 작가 등이 제작에 참여했다. 제작사가 상영관을 확보해 더 많은 관객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진행한 펀딩에는 5만1794명이 참여해 26억원 넘는 후원금이 모였다.


한겨레 오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