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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볼>을 처음 봤던 날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자극적인데 건전하고, 뻔한데 궁금하고, 보수적인데 새로웠다. 도리아먀 아키라는 한편의 만화로 세상을 바꿨다. 이건 단지 ‘만화가 한 소년의 세상을 새롭게 열었다’는 수사적인 표현에 그치지 않는다. 파도가 모여 해안선의 윤곽이 나오듯 소년들의 달라진 세상이 모이고 뭉쳐, 정신 들고 보니 문자 그대로 시대가 바뀌었다.
솔직히 누구나 보는 <드래곤볼>보단 살짝 마이너한 감성의 <유유백서>를 더 좋아했다. 달리 말하자면 <드래곤볼>은 시큰둥해도 당연하게 챙겨보는 기본값이었다. 흐름의 중심이란 그런 거다. 도리아먀 아키라는 소년 만화 시스템의 근본을 다졌다. 전체 수익으로는 <포켓 몬스터>가 앞설 수도 있고, 마니아의 충성도와 파급력은 <슬램덩크>가 더 높았을지 몰라도 일련의 흐름은 모두 <드래곤볼>이 정립한 무대 위에서 성립한다. 전성기 시절 원고를 빠르게
[송경원 편집장] 안녕, ‘드래곤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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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의 크기와 비율도 이미지다. 일반적으로 스크린이 큰 아이맥스 화면에서 기대하는 것은 웅장한 스케일 또는 광활한 풍경의 정경(landscape) 이미지일 것이다. 기존 가로 중심 화면비의 영화는 관객의 극적 체험을 유도하기 위해 수평적 스케일로 화면을 구성하고 인물의 동선과 액션 신도 수평적으로 구성한다. <듄: 파트2>는 통상적인 아이맥스 영화들의 수평적 스케일 구성 방식과 달리 수직적 스케일을 택한다. 미술과 의상, 공간 디자인까지 수직적인 이미지로 구성하면서 아이맥스의 커다란 스크린을 활용한다. 실내의 수직적 공간에 방점을 두고 사막의 수평적 공간과 대비한다.
많은 SF영화에서 미지의 행성은 대부분 사막이다. 아라키스의 듄도 사막 행성이다. 듄이 사막으로 이뤄져 있기에 보통은 수평적 정경이나 아이맥스의 스펙터클한 임장감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SF영화에서 우리는 사막을 봐왔다. 외계 행성의 사막은 이제 새롭지 않다. 그러나 <듄: 파트2&
[기획] <듄: 파트2>, 화면비의 몽타주, 수직적 아이맥스가 주는 시각적 스펙터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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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데이비드 린치의 <사구>(Dune, 1984)를 재평가할 때가 된 것 같다. 반대가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드니 빌뇌브의 <듄: 파트2>는 개봉과 함께 엄청난 흥행 성적과 압도적인 비평적 성과 모두를 거두고 있으니까. SNS에 린치의 <사구> 클립이 올라가면 빌뇌브의 영화를 보고 온 관객들의 조롱과 댓글이 인용으로 붙는다. 린치의 <사구>에 대한 괜찮은 말이 올라간 것 같아 가보면 그건 또 빌뇌브 영화의 다인종 캐스팅에 불만인 인종차별주의자가 쓴 글이다.
여러분이 프랭크 허버트의 <듄> 시리즈를 소설로 먼저 접하고 소설에 나오는 재미있고 멋지고 이상한 것들을 영화에서 보고 싶다고 치자. 의외로 그것들을 제공해주는 영화는 린치의 작품일 가능성이 크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주인공 폴의 동생 알리아다. 소설에 나오는 어른의 정신을 가진 3살 여자아이가 아버지의 원수를 무자비하게 살해하는 걸 보고 싶은가? 빌뇌브
[기획] 수상할 정도로 금욕적인 사람들, 린치 영화엔 있고 빌뇌브 영화엔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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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레이데스가 패망하면서 레이디 제시카(레베카 페르구손)와 폴(티모테 샬라메)이 사막에 숨어 새 시작을 기약하는 것으로 <듄>이 마무리되었다. 3년 만에 개봉한 <듄: 파트2>에서 폴은 반란을 준비하며 마침내 메시아로 거듭난다. 전편에선 어렴풋하게만 그려진 드니 빌뇌브 감독의 청사진도 <듄: 파트2>로 넘어오며 보다 구체화됐다. 소설가 프랭크 허버트의 <듄>은 드니 빌뇌브 감독의 손을 거쳐 어떻게 각색되고 있는가. 2.39:1 화면비와 1.43:1 화면비 컷을 교차함으로써 드니 빌뇌브 감독은 <듄>의 세계를 어떤 형식으로 구현하고자 했는가. 이에 관해 고찰한 듀나 평론가와 박홍열 촬영감독의 비평을 전한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듄: 파트 2> 기획이 계속됩니다.
[기획] 읽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듄: 파트2>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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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역의 모델인 리타 말리가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나.
=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건 처음이었다. 일주일간 기초적인 자료조사를 진행하다 리타를 직접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리타와 여러 번 마주앉아 그녀의 사랑과 기억에 대해 청해 들었다. 그러자 이번 영화 속 나의 역할은 연기자가 아닌 그저 리타를 온전히 담아내는 그릇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촬영장에서도 그녀와 함께한 시간을 떠올리며 그녀가 전해준 에너지와 가치관에 접속하려 했다.
- 부모의 고향인 자메이카에서의 촬영이 더욱 뜻깊었을 것 같은데.
= 영국 출생의 자메이카 여성으로서 런던에서 시작한 촬영을 자메이카에서 끝맺을 수 있었다는 점이 뜻깊었다. 더불어 리타는 자메이카의 여왕 같은 존재 아닌가. 귀하고 영광스러운 경험이었다. 자메이카에 도착하자마자 영화의 정서와 정확히 공명하는 에너지를 느꼈다. 이 작업 전체가 밥에게 주는 하나의 선물 같았다. 그가 음악가로서의 삶을 시작했던 땅으로 돌아
[인터뷰] 다시, ‘평화, 사랑, 통합’, 배우 러샤나 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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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영어와는 단어, 문법, 억양 등에서 다소 차이가 있는 자메이카 고유 언어인 파트와를 훌륭하게 소화했는데.
= 주변의 자메이카인 친구들이 밥(말리)의 인터뷰 영상을 대본으로 적어주는 등 적극적으로 도와줬다. 현장의 자메이카 언어 전문가에게도 코칭을 받았다. 함께 출연한 배역의 98%가 자메이카인이었던 덕분에 소통이 더 자연스러웠지 않았나 싶다. 언어도 문제였지만 밥 특유의 어투를 살리는 일도 중요했다. 밥의 인터뷰 영상을 반복해서 따라 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 평화의 상징으로서 밥 말리의 강인한 이미지와 달리 영화는 그의 나약한 면모를 숨기지 않는다. 그의 고뇌에 감응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했나.
= 1976년의 암살 시도로 인한 트라우마는 앨범 《Exodus》의 작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밥이 겪었던 혼란한 시간에 대해 밥의 가족과 친구, 당일 함께 무대에 올랐던 밴드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이 반복해서 들려준 이야기들은 밥의 인터뷰에 남
[인터뷰] 밥 특유의 어투를 고스란히, 배우 킹즐리 벤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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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12월, 자메이카의 정치적 혼란 속 레게 스타 밥 말리(킹즐리 벤어디어)를 노린 암살 시도가 발생한다. <밥 말리: 원 러브>는 이후 런던으로 망명한 밥 말리와 아내 리타 말리(러샤나 린치)를 둘러싼 2년간의 격랑을 그린다. 충실한 고증을 위해 밥 말리의 가족이 프로듀서로 참여했다는 점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밥 말리의 삶과 음악 속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에 귀 기울인 레이날도 마커스 그린 감독과 배우 킹즐리 벤어디어, 러샤나 린치를 화상으로 만났다.
- 밥 말리의 생애 중 1976년부터 1978년까지 집중한 이유가 있나.
= 런던 망명 이후 2년간에는 밥의 삶 전체가 집약되어 있다. 20세기 최고의 음반 중 하나인 《Exodus》를 만든 음악적 성취의 시기이기도 하고 그를 둘러싼 자메이카의 정치적 혼란이 표면화되는 만큼 공사 양면에 있어 흥미로운 시기다.
- 전작 <킹 리차드>에서도 윌리엄스 가족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듯이, 전기영화가 다루는
[인터뷰] 레게 장르의 문법에 기반한 사실성, 레이날도 마커스 그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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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에 IT업계 여성 여러 명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IT산업의 동향 및 미래 전망과 함께 업계 내 성차별 문제와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 등 새로운 기술을 둘러싼 성평등 이슈 등에 대한 현장 종사자들의 경험과 생각을 듣고 싶어서였다. 경력 10년을 기준으로 두 그룹으로 나누었는데 이 두 그룹 사이의 차이가 흥미로웠다. 경력 10년 이상의 여성 개발자들이 공학 전공자로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여성 기술 인력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며 주로 일·가정 양립과 관련한 조직 내 성평등을 얘기했다면 경력 10년 미만의 개발자들은 공학에 한정되지 않는 전공에 업무 또한 기획부터 개발까지 다양했으며 무엇보다 자신들이 만드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여성과 소수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고 있었다.
이 차이는 어디서 온 것일까? 경력 10년 미만의 개발자들이 주로 19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에 태어난 여성들이라는 사실에서 감이 온다. 여성의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에 대항해 일어난 페미니즘 대
[임소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문송’하지 않은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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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행 비행기 안에서 2월13일
1월25일 첫 촬영을 시작으로 한국 분량 촬영이 끝났다. 어느덧 방콕 촬영 분량만 남아 있다. 유독 이번 촬영이 짧게 느껴지는 것은 비단 타이트한 스케줄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 분량을 촬영한 2주 동안 카메라 안과 밖에서 감지되는 현상과 변화를 바라보고 소화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대도시의 사랑법>을 촬영하며 김세인이라는 개인의 삶과 직업인으로서의 감독의 삶, 양 측면에서 현재 내가 발 딛고 있는 이 지점이 매우 중요한 순간이라는 것을 계속하여 자각했다. 지난 에세이에 언급했던 고민들에 대한 완벽한 해답은 아니지만 어떤 실마리 정도가 내 발밑으로 자꾸만 흘러들어오는 것 같았다.
두렵지 않다. 촉박한 시간으로 인해 촬영장에서 내내 뛰어다녀야만 했다. 심지어 조급한 마음에 컷을 하기 직전에는 모니터 룸 입구에 서서 모니터를 지켜봤다. 컷과 동시에 모니터 룸 문을 열며 밖으로 달음박질을 시작했다. 짧은 시간 내에 최선의 오케이컷을
[김세인의 데구루루] 방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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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의 학생 무당 ‘자혜’를 연기한 김지안 배우는 연기 경력 10년차의 베테랑이다. 참여한 작품만 해도 20편을 훌쩍 넘는다. 아버지의 권유로 7살 때부터 연기학원을 다녔고 얼마 후부터 바로 연기 현장에 뛰어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계속 연기를 하고 있었던” 만큼 배우 김지안과 인간 김지안은 이미 떼놓을 수 없는 관계로 묶여 있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굿을 하러 온” 터라 교복 위에 외투와 가방을 걸치고 있던 자혜의 상황은 김지안 배우의 최근 일상과도 비슷하다. 김지안 배우는 이제 막 새 학기를 맞은 고등학교 1학년이다. 평일의 정규 수업을 마친 후에 <씨네21>과의 인터뷰 길에 나섰다.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학업과 연기 생활의 균형을 잃지 않으려는 그에겐 10년차 배우의 여유로운 태와 함께 “이제 인강 보고 공부해야 한다”라는 학생의 풋풋함까지 동시에 느껴졌다.
700만 관객 돌파를 앞둔 <파묘>의 장점은
[WHO ARE YOU] ‘파묘’ 김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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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마이 카>로 동시대의 거장 반열에 오른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신작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가 국내 언론시사회를 마쳤다. 산골에 사는 한 부녀의 마을에 글램핑장 건설을 위해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뒤 ‘하마구치의 새로운 정점’이라는 소문이 돌았던 만큼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이에 <씨네21> 기자·평론가들이 3월27일 개봉을 앞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의 첫 시사 반응을 전한다.
김소미 기자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단절과 불확실성을 감내하는 하마구치 류스케의 ‘대화 실험’을 인간 사회에서 생태의 범주까지 확장한 시도다. 코로나19와 환경파괴의 현실을 투영한 영화지만 <아사코> <드라이브 마이 카> 등이 그랬듯 사회 논평이 아닌 인간성의 수수께끼로 잠입한다. 한층 정교해진 카메라워크와 사운드가 맴도는 자리는 자연과 도시, 순수와
하마구치 류스케의 새로운 정점,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시사 첫 반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