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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대륙 영화들 놓치기 마시길” ‘아시아영화의 창’이라는 부산영화제에서 월드 시네마 담당 프로그래머의 고민은 어떤 것일까. 혹시 소외감 같은 것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 이런 ‘삐딱한’ 시선에 대해 올해로 일곱번째 월드 시네마의 프로그램을 짠 전양준 프로그래머는 “아시아영화에 중점을 두는 영화제인만큼 주연을 탐내서는 안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월드시네마 부문이 조연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 게 사실이지만, 영화제 규모와 위상이 갈수록 커지는 탓에 이 부문 역시 강화되고 확장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한다. 전 프로그래머가 올해 행사에서 가장 신경을 쓴 일이 있다면, 비 유럽권 영화를 풍부하게 보여주는 것.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 작업은 영화제 문화가 발달된 유럽권의 영화를 섭외하는 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품이 많이 갔다. 오세아니아,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지의 여러 영화제를 일일이 돌아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첫술에 배부르겠냐만은 올해도 가시적인
전양준 월드 시네마 프로그래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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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인도네시아를 주목하라”부산영화제의 성장중심에 아시아영화가 있다면, 그 아시아영화의 뒤에는 김지석 프로그래머가 있다. 지난 7년간 아시아 영화의 흐름과 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새로운 작가의 탄생과 그들의 성장을 가장 가까이서 지켰던 김지석 프로그래머는 특히 세계영화계를 이끌어갈 차세대 국가들을 내다보는 선구안으로 인정받고 있다.영화제의 성장에 비례해 상영을 원하는 작품수는 해마다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로 올해는 “중국작품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 처지곤란할 정도”였다고. 이런 수많은 후보작중에서 김지석 프로그래머가 작년 태국영화에 이어 주목하는 국가는 스리랑카와 인도네시아다. 특히 <소매치기>를 만든 스리랑카의 린턴 세마쥬는 “데뷔작을 보고 서툴지만 재능이 엿보인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말 그대로 일취월장한 경우” 며 “인도네시아의 난 아크니스(<깃발>) 역시 범상치 않은 신인”이라고. 또한 이들 국가들은 “젊은제작자들과 감독들의 선전이 돋보이기
김지석 아시아영화 프로그래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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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음반은, 대개 여러 뮤지션의 히트곡을 모은 ‘종합선물세트’로 기획되거나, 아니면 새로운 음악(인)에 대한 소개서 및 ‘리트머스 시험지’의 용도로 발매되곤 한다(넓게는 공통주제로 기획된 음반이나, 특정인에 대한 헌정음반까지도 편집음반의 유형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후자보다는 안전한 전자쪽에 비중이 치우치는데다가 최근 물량/가격 공세 등을 통한 과도하고 왜곡된 편집음반 시장의 형세는 많은 이들의 우려를 낳았다. 때문에 알차고도 소박한 편집음반이 그리운 시점인 것은 확실하다.최근 <Open the Door>라는 편집음반이 발매되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재발매된 음반이다. 1999년 발매되었던 것이니 시간상으로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여러 사정상 절판되었던 음반이다. 본래는 당시 인디 음악에 관심있는 이들은 한번 들어봤음직한, 1990년대 중후반 인디 록의 전파자 중 한 사람이었던 전 경기방송 조경서 PD가 기획한 음반이었다. 좀더 부연하자면 그는 자신이 진행한 라디오
인디밴드 12팀의 편집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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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누가 돈을 주겠어요. 그냥 발기인 1천명이 10만원씩 걷어서 1억원쯤 만들기로…. 마르크스 사망 150년 기념 코뮤날레 기획을 맡은 심광현(미술평론가. 그는 80년대 방식을 2천년대에도 유효화하는 신기한 재주를 갖고 있다. ‘세계적’을 두루 섭렵했으면서도 ‘민족적’을 여전히 관철시키는 그의 ‘썰’을 들다보면 신기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이 ‘재정’에 대한 나의 질문에 그렇게 대답했을 때 나는 다소 걱정을 덜었지만(왜냐하면 부황하지 않은 자급자족형이었으므로. 이렇게 말짱한 정신으로 기획되는 행사는 적자를 보거나 자리가 텅텅 빌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걱정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었다(왜냐하면 ‘좌파’ 지식인, 특히 ‘고생한’ 경험이 있는 지식인들은, 나를 포함해서, 돈 내는 것을 거의 수치로 생각한다. 그만큼 고생했으면 됐지…뭐 그런 심사와 언더 조직도 아닌데…뭐 그런 심사의 복합감정 때문이다. 어쨌거나 며칠 뒤 다시 확인해보니 벌써 상당 부분 할당액이 채워졌단다).1회성, 혹은
<진보평론> 1-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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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드문 탄탄한 영화였다. 히치콕식의, 다가갈 수 없는 대상에 대한 욕망의 대리 충족을 꾀하는 이상심리자를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왜곡된 욕망추구를 비밀의 껍질 벗기듯 한 꺼풀씩 벗겨내는 점은 히치콕적인데, 몰랐던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을 섬뜩하게 묘사하는 히치콕식 전율은 조금 약하다. 그러나 그건 오히려 의도일 수도 있다. 전율의 순간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담담하게 다가오고 지나간다. 그런 점들은 심리의 사실적 흐름들을 중시하는 프랑스의 심리극을 연상시킨다.음악 역시, 심리의 뒤틀림을 표현하는 멜로디들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차분하다. 클래식 음악적인 패턴을 대중음악 그룹에 삽입시켜 주목받았던 그룹 ‘베이시스’의 리더였던 정재형이 음악을 맡았다. 한양대 작곡과를 나온 그는 베이시스를 하던 중 도불, 프랑스의 ‘음악사범학교’(Ecole Normale de Musique)에서 영화음악을 전공했고 현재는 이 학교에서 클래식 석사과정을 하고 있다. 영화음악을 전공한 이후 본
<중독>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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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게임은 놀이지만 일이기도 하다. 한달에 서너개, 많을 때는 네댓개까지 새 게임을 해보고 글을 쓴다. 이 많은 걸 다 해보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지만, 플레이를 끝낸 뒤 보관하는 것도 문제다. 우선 큰 박스를 주워온다. TV나 냉장고 박스는 너무 커서 감당할 수 없고, 라면 박스는 너무 작아서 몇개 못 담는다. 모니터 박스 정도가 제일 적당하다. 박스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6개월 정도면 하나가 가득 찬다. 그러면 창고에 집어넣는다. 그런데 가끔 박스 속의 게임을 못 견디게 하고 싶어진다. 질릴 만큼 하고 집어넣은 지 6개월, 어떤 때는 1년이 훌쩍 지났는데 당장 하지 않으면 못 견딜 것 같은 생각에 휩싸인다. 정기적으로 일어나는 발작이고 치유책도 없다. 박스란 박스는 다 꺼내놓으며 난장판을 만드는 게 몇번 반복된 뒤 대책을 세웠다. 다시 하고 싶을 것 같은 게임을 엄선해 박스에서 구출한 뒤 책장과 천장 사이 빈 공간에 나란히 세워놓았다.어떤 게임은 세월이 지난 뒤 새롭게 떠오른
책장 위에서도 역사는 흐른다,<쇼군 토탈 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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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카메라를 이용하기 시작한 뒤로는, 일반 사진기로 사진을 찍어 사진관에서 인화되기를 기다리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조그마한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다니다가 아무런 부담없이 찍은 뒤 CD에 저장하거나 그냥 지워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액자에 넣거나 누구에서 선물하고 싶어서 반드시 출력을 해야 할 경우도, 집에 있는 포터 프린터면 충분하다. 상황이 그러하니 옛날처럼 사진 한장한장을 정성스럽게 앨범에 붙이는 일 따위는 할 기회가 없어졌고, 당연히 앨범을 들춰보는 일도 없어졌다. 이사 준비를 하다가 처박혀 있던 앨범을 발견하고는, 잠시 옛 생각에 잠기는 것이 고작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 옛 앨범 속에서 의외의 사진을 찾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96년 안시 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내가 <월레스와 그로밋>, <치킨 런>의 감독인 닉 파크와 찍은 사진이 그런 경우였다.내가 함께 사진을 찍은 사람들 중에서 전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닉 파크는, 당
인터넷을 통해 신작 선보인 <월레스와 그로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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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재미있다”는 것이다. 사실 ‘재미’라는 것은 매우 주관적인 것이어서 나한테는 재미있는데 다른 사람에게는 별로인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말한다면 거기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게 마련이다.일본 애니메이션이 재미있는 가장 큰 이유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뭔가 생각을 하게 해주는 데 있다고 본다. 생각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작품에 몰입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열혈팬이 되게 마련이다.여기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주인공 스스로 생각이나 고민을 많이 함으로써 보는 사람들에게 이를 전이시키는 경우다. <미래소년 코난>에서 주인공 코난은 문득문득 ‘푸른 하늘 저 멀리’ 쳐다보며 상념에 잠기곤 한다. 연속되는 사건 가운데 끼워져 있는 이런 ‘쉼표’는 대단한 여운을 준다. 시청자로 하여금 주인공이 된 듯한 감정을 느끼도록 해주는 것이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쯤 되면 사
쉼표 하나의 여운,<캡틴 테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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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밤입니다. 키도 시게미츠입니다.”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뉴스 익스프레스’는 이처럼 깔끔한 멘트로 시작되지만, 사실상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더럽고 잔인한 뉴스 쇼다. 캐스터인 키도에게 두려움이란 없다. 더 높은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어떤 비난과 희생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다. 시청자란 무엇인가 겉으로는 도덕과 규율을 이야기해도, 무엇이든 감추어진 것은 들여다보지 못해 안달하는 호기심의 존재가 아닌가 그들에게 무엇이든 숨긴다면 그것은 뉴스의 자세가 아니다. 그래서 키도는 저지른다. 이지메로 죽은 소년의 유서를 공개하며,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가해 소년들이 린치를 당하도록 만든다. 성폭력으로 죽은 소녀의 아버지가 벌이는 복수극을 중계하기 위해 함정을 파놓는다. 그 스스로 납치되어 자신이 죽을 위기에 처한 현장을 단독 중계하기까지 한다. 사실상 그의 뉴스는 ‘사실을 전하는 매체’가 아니라, ‘사실을 만들어내는 매체’이다.사실을 ‘만들어내는’ 뉴스도다 유키히로(戶田幸宏)
나카 마사토의 <폭력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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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삼성역에서 메가박스까지 가는 땅속길은 지금도 내게 미로다. 코엑스몰이라는 언더그라운드 상업도시는 이방인의 기를 죽이기에 충분할 만큼 거만하다. 간신히 찾은 메가박스는 여느 주말처럼 붐볐다. 아내와 나는 매표구에 다다르기 위해 40분 넘게 서 있었다. 매표구 앞에서 우리는 잠시 망설였다. 그 이름도 찬란한 찰리 채플린의 <위대한 독재자>와 처음 듣는 이름인 더그 라이먼의 <본 아이덴티티> 사이에서. 느려터지게 줄어드는 줄 속에서 우리는 당초 <본 아이덴티티>를 골랐었다. 그런데 매표소 앞에 이르자 채플린이 그 명성의 힘으로 우리를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아내와 나는 <위대한 독재자>를 포함해 채플린 영화를 이미 대부분 본 터였지만, 그건 오로지 브라운관을 통해서였다. 그러니 매표소 앞의 망설임은 작은 스크린으로 이미 본 명품을 큰 스크린으로 다시 보느냐, 아니면 이왕 돈 들여 시간 들여 보는 건데 미국인들을 사로잡았다는 ‘쌤삥’ 영화를
<본 아이덴티티>의 주무대 파리에 대한 아저씨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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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어즈> <Go> 등 신선하고 생동감 넘치는 두편의 인디영화를 내놓은 바 있는 감독 덕 라이먼은 새로이 큰 걸음을 떼어, 로버트 루들럼의 80년대 첩보스릴러 <본 아이덴티티>를 각색해 진부한 대규모 예산의 영화로 만들어냈다. 맷 데이먼은 기억을 상실한 비밀요원으로서 여러 가지 다양한 신분으로 활동해왔으며 그의 몸 속에는 스위스은행 계좌번호와 함께, 일단 발동하면 도저히 멈출 길 없는 코만도 스타일의 킬링머신으로 순식간에 돌변해 살상을 저지르도록 훈련된 가공할 근성이 박혀 있다. <본 아이덴티티>는 갑작스레 폭발하는 공격성에 대해서도 비슷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라이먼은 컴퓨터그래픽에 대한 고지식할 정도의 열광을 과시하는 한편, 조명을 계속 깜박거리게 만들고, 동적인 클로즈업들을 구사하며 박력있는 편집과 강렬한 컬러를 사용한다. 남의 불행을 고소하게 여기는 듯한 몇 가지 사소한 장면은 파리를 간단히 돌파해버리려는 미국 군사행동식의 접근방법
<본 아이덴티티>와 <걸파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