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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사진첩 속의 얼굴들이 행복하게 웃고 있다. 모노톤의 인물들에 색이 입혀지며 영화가 시작된다.사진첩 속의 단란하던 일가는 갑자기 닥친 자동차 사고로 산산조각 난다. 부모와 막내를 잃고 세상에 내던져진 열일곱 살의 메메(잉그리드 루비오)와 여덟 살의 아네타(히메나 바론) 자매는 고향인 아르헨티나의 빌라 빅토리아를 떠나 두 고모가 살고 있는 우루과이로 간다. 사고로 평생 다리를 절어야 하는 메메는 고향을 떠나며 “이 빌어먹을 동네에 다신 오지 않겠다”고 맹세한다.아홉 살 터울의 메메와 아네타 두 자매는 나이 차이만큼이나 행복했던 지난 시절을 추억하는 방식이 다르다. 아네타는 늘 가족 사진첩을 끼고 다니며 펼쳐보는 게 일이다. 그럴 때마다 언니 메메는 “사진 좀 그만 봐, 다 죽은 사람들이야!”라고 구박한다. 언니로서 엄마 노릇을 대신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메메에겐 오히려 과거를 직시할 힘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메메는 아기를 낳는 게 소원이다. 추억의 힘에 기대 살아가느니
부모잃은 자매 웃어도 웃는게 아니지 <작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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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기다리던 개봉일은 10월 3일로 결정되었소!” 이렇게 모든 글이 하오체로 꾸며진 개성 넘치는 홈페이지가 오픈했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한지를 연상시키는 부드럽고 옛스러운 자연색들을 기조로 해, 자극적인 원색과 거리를 두었다. 7월부터 티저홈페이지의 문을 열어 ‘조선 최초의 야구단’ 영화홍보에 뛰어들었던 이 곳은 온통 옛날 말투를 구사하여 방문자를 100년전 조선시대로 날아가는 타임머신에 태운다.‘Enter’, ‘Skip’, ‘이메일’ 등 익숙한 영어 대신에 ‘입장하오’, ‘건너뛰겠소이다’, ‘번개서신’ 같은 말이 생소하기만 한데도 새로운 것에 쉽게 적응하는 발빠른 네티즌들이 장난스레 100년전 말투를 구사하여 올린 글들이 게시판에 가득하다. 이 글월 게시판은 관리자(자칭‘선비 이호창’)의 정성이 가장 돋보이는 부분으로, 일일이 댓글을 달거나 조회수가 100을 넘거나 내용이 좋은 글을 골라 마패를 수여한다. 예고편과 두 주인공 송강호, 김혜수 인터뷰, 메이킹필름 등 총 9가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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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감독들의 머리 속에 심어진 문장 한줄은 무럭무럭 자라나 한편의 영화로 둔갑한다. 고려사의 한 행이 <무사>의 모티브가 되어 장대한 이야기를 키워낸 것처럼, ‘져야만 뉴스거리가 되던’ 100년 전 황성YMCA 야구단의 기록 한 페이지는 야구팬 김현석 감독의 글러브를 통과해 영화가 되어 나왔다. 10월3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YMCA야구단>이 홈베이스를 밟기까지, 먼지 풀풀 날리며 운동장을 뛰고 굴러온 3년의 기록을 감독이 보내왔다. 송강호 김혜수, 달라진 두 배우도 만났다.편집자◆ 99년, 선동열이 안중근이고 이종범은 김구고1999년 5월박찬호, 메이저리그 사상 초유라는 ‘한 이닝 연타석 만루홈런’을 허용하는 등 데뷔 뒤 최악의 부진에 빠져 있다.1999년 6월2일<한국야구사>라는 책의 출간기념회가 열린다는 기사를 봤다. 야구애호가로서 할 소리는 아니지만, 야구에, 그것도 한국 야구에 무슨 ‘역사’냐?1999년 6월3일그래도 문득 호기심이 동해서
김현석 감독이 쓴 제작일지·야구일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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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도포 입은 선수들이 머리 속에 노닐다2000년 3월15일동대문야구장에 고교야구를 보러 갔는데, <한국야구사>가 3만원에 팔리고 있었다.아, 그 진중한 史觀이 이렇게 무시돼도 좋단 말인가….2000년 7월1일<한국야구사>를 읽은 지 1년 만에 드디어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다. 지난 1년간 몸은 다른 일을 하고 있어도, 머릿속에선 짚신 신고, 도포 입은 야구선수들의 모습이 떠나지 않았었다.2000년 7월김병현은 풀타임 메이저리거 첫해에 올스타로 거론될 만큼 뛰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다.2000년 7월26일시나리오 초고를 완성하다. 야구가 처음 들어온 1905년이 을사조약이 체결된 해라는 데 착안을 해서, 일본의 간섭으로 힘들어하는 당시의 시대상을 극을 이끌어가는 또 하나의 고리로 구성하다.2000년 8월<…JSA> 기술시사에 가다. 영화가 잘 나와서인지 다들 들떠 있다. 초고를 보낸 뒤 첫 만남인데도, 심재명 대표나 이은 감독
김현석 감독이 쓴 제작일지·야구일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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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1월~4월, 연습을 빙자해 야구한다2002년 1월27일시나리오 최종본 완성. 공식적으로는 14고다. 8고가 11월에 나왔으니, 마지막 2달은 거의 1주일에 한번씩 수정을 한 셈이다. 무척 만족스럽다. 무엇보다도 분량이. 가장 길었던 버전과 비교하면 30% 정도 슬림해졌다.2002년 2월콘티작업 시작하다. 사극이지만, 현대적인 화법으로 보여주자는 원칙하에 컷을 나누다보니 1천컷 정도 나온다. CG컷도 꽤 된다. 애니메이션 작업을 해왔던 이규희의 도움으로 만화책 같은 콘티를 만들어간다.2002년 2월14일여자주인공 정림 역으로 김혜수씨를 캐스팅하기 위해 마련된 식사자리. 시나리오에 호감을 갖고 있던 그녀에게 정림의 캐릭터 보강 계획에 대해 얘기하며 설득하다. 중학생 때 김혜수 사진 코팅해서 모았었다는 얘기는 안 하는 건데 그랬다.2002년 2월17일야구단의 막내인 쌍둥이 형제로 량현량하를 확정함으로써 야구단 캐스팅이 완료됐다. 가수활동을 쉬는 동안, 량현량하의 키가 많이
김현석 감독이 쓴 제작일지·야구일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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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8월~ 9월, 명필름 지독하다2002년 8월2일촬영이 끝나면 숨 좀 돌릴까 했는데, 바로 편집작업에 들어가다. 지방 촬영을 가 있는 동안 김상범 편집감독님이 작업을 해놓으셔서 순서편집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125분 분량의 순서편집본이 나왔다. 순서편집에서 3시간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한 것을 감안하면 정말 양호한 길이라고 자평하면서도, 혹시 이야기 구조가 허술한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도 들다.2002년 8월25일108분짜리 H편집본을 마지막으로 편집을 완료하다. E, F, G, H본은 매일 한번씩 보고 고쳤다. 역시 명필름 지독하다.2002년 9월1일예상했던 바지만, 녹음작업도 쉽지 않다. 현장에서 잡은 음향들을 쓸 수가 없다. 대부분의 신의 효과음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집어넣을 소리가 마땅치 않다. 새소리, 벌레소리, 개소리 등을 번갈아 넣어보지만, 신들을 연결해서 보니, 그 소리가 그 소리 같다. 믹싱을 맡은 블루캡에서는, 그래도 신별로 다른 종류의 새가
김현석 감독이 쓴 제작일지·야구일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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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할리우드 거리, 75년 된 차이니즈 극장에 은은한 불이 들어왔다. 박스오피스 정상을 노리는 할리우드의 중요 블록버스터 첫 시사회가 열리는 밤이면, 수백m 도로가 차단되고 포토라인이 쳐지는 곳이다. 지난 18일 저녁에도 양쪽 도로를 메운 사람들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재키! 재키!” 20여년 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던 홍콩의 배우 재키 찬(청룽, 성룡)이었다.스필버그 “당신에겐 ‘턱시도’가 딱이다”“어제 영화 재미있었어요” 19일 한국기자들을 만난 재키는 “영화를 만들면 아시아 팬들의 반응부터 궁금하다”며 한국어로 인사말(물론 그 이상은 힘들다)을 건네왔다.그의 이번 영화는 드림웍스의 <턱시도>다. 로스앤젤레스의 ‘총알 택시’ 운전사 지미 통은 정보기관 최고의 비밀요원 클락 데블린의 운전수로 스카웃된다. 전자동 방어시스템이 갖춰진 신비로운 ‘턱시도’가 데블린의 비밀병기다. 몸으로 하는 재키의 액션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와이어 액션과 컴퓨터그래픽이
<턱시도>로 스필버그와 돌아온 성룡 “진짜 드라마 있는 영화가 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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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를 맞아 각 방송사마다 앞다퉈 편성한 특집 한국영화가 시청자들의 인기를 끈 것으로 나타났다.23일 시청률 조사 기관인 TNS 미디어코리아가 지난 20~22일 시청률 인기 순위를 집계한 결과, 22일 방송된 KBS 2TV<엽기적인 그녀>가 19.5%로 추석 연휴 기간 마련된 특집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어 SBS <신라의 달밤>(18.4%)과 SBS<글래디에이터>(17.6%), 욕설 대사 일부를 재녹음하는 등 ‘TV용 버전’으로 방영된 SBS<친구>는 15.3%를 나타냈다. 특집 드라마로는 SBS<가족만들기>(8.8%), SBS<황금연못>(7.7%), MBC<부엌데기>(7%) 순으로 시청률이 높았다.한편 지난 16~22일 한주간 시청률 인기 순위에서는 SBS대하드라마<야인시대>(32.3)와 MBC일일극<인어아가씨>(27.4%), KBS 2TV<태양인 이제마
한가위 안방극장.. 한국영화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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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로잔 인근의 작은 마을에 위치한 불멸의 연인 오드리 헵번 박물관이 개관 6년만에 기로에 직면하게 됐다. 지난 93년 1월 63세를 일기로 작고한 헵번의 생애를 기리기 위해 설립된 박물관은 유족인 두 아들의 요청으로 10월말까지 소장품의 대부분을 반환할 계획이다.헵번은 대장암으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30년간 거주한 톨로쉐나에 안장됐으며 헵번이 살았던 집에서 불과 수백m 떨어진 빈 학교 교실 2개를 개조한 박물관은 일약 관광명소로 부상했다. 이 박물관에는 지난 54년 <로마의 휴일>로 받은 최우수 여우상과 93년의 공로상 등 2개의 오스카상 트로피를 비롯해 영화 포스터 원본, 사진, 의상 등 유족들이 장기 임대한 개인 소장품들이 전시돼있다. 또한 화려했던 은막생활과는 달리 화장을 하지 않은 채 항상 티 셔츠와 청바지 차림으로 일관했던 헵번의 평범한 모습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박물관은 마을주민으로 구성된 자원봉사자 60명과 후원단체들의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으
소장품 반환으로 기로에 선 오드리 헵번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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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 너무너무 오랜만이다.” <YMCA야구단> 촬영에 <쓰리> 개봉까지, 한여름을 다 바쳤던 김혜수에게서는 오랜만에 가진 달콤한 휴가의 여운이 온몸에서 풍겨져 나왔다. 반면 <YMCA야구단> 촬영을 마치자마자 <살인의 추억>이 오버랩된 송강호는 거뭇거뭇 아무렇게 난 수염에, 회복기에 접어든 아폴로 눈병까지, 이미 며칠 잠복근무 마친 형사냄새를 폴폴 풍기며 스튜디오 문을 열었다. 마치 한여름과 한겨울의 전선이 뒤엉키는 듯한 기이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타이트한 드레스와 깔끔한 슈트를 갈아입고서 카메라 앞에선 송강호와 김혜수는, 언제 그랬냐는 듯 100년 전 가을의 귀여운 신여성 민정림과 엉뚱한 선비 호창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호창을 알고 싶소?
“사람들은 호창을 보자마나, 저건 송강호 스타일이네, 연기하기 편하겠네, 했는데 정말 반대였어요. 오히려 <복수는 나의 것>이나 <공동경비구역 JSA>처럼 드러나는 강렬한
의 김혜수·송강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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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씨는 이렇소
“혜수는 연기자로 보면 엄청나게 선배잖아요. 하지만 그 긴 세월 동안 대중적인 스타로서의 변하지 않는 이미지와 위치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외형적 메리트를 뛰어넘는 뭔가 파워풀한 에너지가 있다는 증거란 말이죠. 굉장히 똑똑해요. 단순히 머리가 영리하단 말이 아니라 주변의 일들과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친구예요. 지나온 세월보다 더 좋은 연기, 더 좋은 영화를 많이 할 잠재력과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바람난 가족>에 출연하는 걸 결정했다는 소리를 들으니까 좋더라구요. 이제 김혜수란 배우의 놀랄 만한 진폭을 느낄 거예요.
송강호씨는 이렇습니다
“강호 오빠는 영화와 가족밖에 없는 사람이에요. 영화가 생활이고 모든 인생의 중심이고 축인 사람이죠. 의도적인 노력이 아니라 그렇게 사는 게 편하고 자연스러운 사람요. 사실 연기를 잘하는구나 하는 생각은 같이 작품하기 전부터 알았지만 <YMCA야구단> 촬영을 하면서 또
의 김혜수·송강호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