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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들썩한 차례가 끝나고 의외로 시간이 안 가는 명절 오후다. 게으름이 죄인지라 미리미리 영화 예매는 못 해놓았고, 믿었던 비디오 가게마저 <소림축구>나 <반지의 제왕>은 앞에 앞에 앞 사람에게 벌써 빌려준지 오래다. 올해도 찾아온 <씨네21> 명절맞이 게임 특집, 슬슬 식상할 때도 되었지만 다행히 <플레이 스테이션2>가 정식 발매되었다. TV에 연결해서 쓰는 것이니 비디오나 마찬가지, 게임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도 어색해할 필요 없다. TV의 AV단자와 플레이 스테이션을 연결하면 준비 완료다. AV 케이블이 아닌 S단자나 DVD 케이블이 있다면 더욱 선명한 화질을 즐길 수 있다.케이스 1 : 온 가족이 모여앉아 리모콘을 꼭 움켜쥐고 졸고 있는 경우명절이다. 싫으나 좋으나 오늘 하루는 엉덩이 붙이고 버텨야 한다. 다행히 아침부터 술에 취해 인생에 대해 한 수 가르치려들던 막내 삼촌은 곯아떨어졌다. 지지리도 재미없는 프로만 하는 TV에 지친
플레이 스테이션 2로 즐기는 게임 7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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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삼국무쌍2>코에이 개발/ 코에이 코리아 유통<삼국지>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많은 <삼국지> 게임들 중에서도 턴방식 전략 시뮬레이션으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자리를 구축한 코에이가 화끈한 액션 게임을 선보였다. 관우가 언월도를 한 번 휘두르면 산천 초목이 벌벌 떨고, 조운은 정말 '조자룡 헌 창 쓰듯' 적병을 쓰러뜨린다. 치밀한 심리전이나 정교한 전략의 재미는 없지만 제목 그대로 통쾌하고 용맹스러운 액션이 펼쳐진다. 게임의 백미는 '무쌍 모드'다. 무쌍 게이지가 가득 찬 상태에서 무쌍 모드를 발동시키면 화려한 빛이 캐릭터를 감싸며 잠시 동안 사정 거리 안의 적들을 모두 날려버린다. 삼국지에서 생생하게 묘사되었던 일당백 장수들의 활약을 재현하느라 연이은 버튼 연타에 손가락에 물집 맺히는 줄도 모른다.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장수라도 적진에 막무가내로 혼자 뛰어들었다가는 이름 없는 잡졸의 칼에 쓰러질 수 있다. 공명심에 마음이 급하겠지만 한 숨죽이고 전
플레이 스테이션 2로 즐기는 게임 7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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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미국 공보원 영화부에서 내가 맡은 일은, 미국에서 제작된 홍보영화를 번역하는 거였어. 순전히 영어 실력이 요구되는 일이었기에 나에게 주어진 거지. 다큐멘터리를 처음으로 접하는 순간이었어. 정작 나에게 영화의 길을 열어준 건 미군이 된 셈이야. 그뒤 53년 국제연합한국재건단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본격적인 영화제작의 길로 들어서게 돼. 운크라(UNKRA)라고 하는 한국재건단은 50년 12월 제5차 국제연합 총회의 결의에 따라 6·25전쟁으로 파괴된 한국의 부흥과 재건을 돕기 위해 설립했던 기구였어. 국제연합 회원국들의 갹출금으로 식량 원조도 하고 산업, 교통, 통신, 의료, 교육시설을 복구하는 게 주요 임무였지. 53년 7천만달러의 기금으로 부흥사업에 착수한 이래, 60년까지 계획된 물자를 원조했는데, 그 실적은 1억2208만4천달러에 달했어.이 기구의 원조로 건립된 주요 시설로는 인천판유리공장·문경시멘트공장·국립의료원 등이 있었지. 그런 운크라에선 전쟁 직후 한국의 실태를
<리버티 뉴스> 제작, 그리고 3D 입체영화 조감독으로 일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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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롤>이 일종의 성탄극으로 쓰여졌다는 건 잘 알려져 있다. 요즘 같으면 텔레비전의 크리스마스 특집극 같은 것일 텐데, 즐거운 명절을 맞아 이웃을 생각하고 우리 안의 탐심을 다스려보자는 계몽적 뜻을 담는 건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그런 이야기 가운데 단연 명편은 안데르센의 <성냥팔이 소녀>다(적어도, 서양동화를 많이 읽고 자란 내겐). 서양의 크리스마스 못지않게 가족들을 불러모으는 한국의 명절을 겨냥해 개봉하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 그런 종류라는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추석을 앞두고, 다시 두툼한 합본호를 만들었다. 그 가운데, 분량으로는 아주 작은 글 한편을 심어넣게 된 경위를 말씀드리련다. 9·11 테러 한돌을 앞두고, 스위스를 근거지로 활동하는 우리의 해외기고가 임안자 선생이 이라는 옴니버스 다큐멘터리에 관한 글을 써줄 수 있다고 통지해왔다. 마침 이 다큐는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됐고, 황혜림 기자가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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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이 기적을 낳는다’는 종교적이지만 ‘오래 살고 볼 일이다’는 생활의 지혜고, ‘만나봐야 안다’는 것은 엄정한 과학적 진리다. 이인성이 <식물성의 저항>을 열림원출판사에서 펴냈을 때만 해도 나는 좀 뜨아했었다.이인성의 산문이 소설에 비해 제법 읽기가 수월키는 하지만, 열림원은 돈과 친한 ‘보드라운’ 출판의 대명사요 이인성은 어렵기로, 독자를 학대하기로 ‘작정한’(?) 소설의 대가 아닌가. 그런데, 계간 <문학 판>의 발행인과 편집인(이란 말도 사실 이인성에게는 안 어울린다)으로 술상 푸짐하게 차려놓고 마주앉으니 열림원 대표 정중모의 우람하고 잘생기고 푸짐한 의리가 그렇게 ‘정중’할 수 없고 이인성의 예리하게 각진, 잘생겼다고는 할 수 없으나 어쨌든 ‘유미주의적’인 외모가 그토록 자상한 ‘인성’을 발하는 것이 또한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다.편집위원을 보면 김예림은 얼굴이 아버지 김병익(문학평론가)을 빼다 박았는데, 놀랍게도 너무 여성적이라 유전학적 고찰을
계간 <문학 판> 출판잔치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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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과정부터 말이 많았던 만큼, 기대도 많고 벼르는 이도 많았던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 9월13일 개봉했다. 게임의 틀을 씌우고, 액션에서 시작해 금강경까지 들이미는 전무후무한 형식과 내용의 이 영화를 두고 어떤 이는 ‘100억원짜리 고예산 컬트영화’라고 부르기도 했다. 장선우 감독의 영화가 대체로 그렇듯, 이번에도 반응이 극에서 극으로 갈린다.장선우 감독이 박광수 감독과 함께 코리안 뉴웨이브를 열어젖히던 80년대 후반 정성일씨는 영화평론을 쓰고 있었고, 이효인씨는 영화운동집단에 몸담고 있었다. 90년대 초반 이씨가 영화평론을 쓰기 시작했고, 94년 장 감독의 <너에게 나를 보낸다>가 나왔을 때 이씨는 지지의, 정씨는 반대의 양 극단에 섰다. 이후로도 이 둘은 장선우 영화에 관한 한 ‘친장선우’와 ‘반장선우’의 대표 평자처럼 여겨져왔다. 이제 막 본모습을 드러낸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에 대해, 이 둘로부터 리뷰를 받아 싣는다. 편집자이효인,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두가지 시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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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이 아닌 현재, 미국의 연방수사국 지하실에는 외계인과 돌연변이, UFO를 쫓는 부서가 있고, 이들은 외부에 좀처럼 새어나가지 않는 기밀을 다루고 있다고 합니다. 그 부서는 기이한 현상을 잘 믿는 요원과 잘 믿지 않는 요원 둘이서 늘 툭탁대면서 아직도 운영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X파일>은 확실히 <전설의 고향>같은 괴기성 드라마로 시작했다. 들으면 코웃음칠 내용. 외계인, 돌연변이, 귀신, 주술. 그러나 X파일 사건들은 황당한 내용에 비해 지나치게 있을 법했다. 비현실적, 혹은 의사과학적인 내용을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두 FBI 요원의 모험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인식의 영역을 넓혀나갔다.지금이야 상상이 안 가지만 처음 나올 당시, 박봉에 걸맞은 조촐한 옷차림과 외모에서 그다지 튀지 않는 두 수사관의 모습은 리얼리티 그 자체였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나왔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도저히 주인공이라고 믿을 수 없는 요원들이 수사하는 상황 상황은
시리즈 종영에 부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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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팔이 少女의 再臨, 註解 無得無說分 第一정성일의(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주해 “얻을 것도 없고 설할 것도 없다” 버전 1)정성일/ 영화평론가성냥팔이 少女의 再臨이라는 映畵의 註解에 관한 (저의) 글에 接續하시겠습니까? No, 라고 對答하실 분들은 어서 빨리 옆의 페이지를 보아주시고 Yes, 라고 對答하실 분들은 以下를 읽어주십시오. 이 게임도 아니고 映畵도 아닌, 여기서 弄談하는 바를 그대로 돌려주자면, 若有色 若無色, 若有想 若無想, 若非有想非無想(형상이 있는 것과 형상이 없는 것, 생각이 있는 것과 생각이 없는 것,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닌) 사이버 世上에 여러분이 오신 것을 못내 可憐하게 여깁니다. 이 奇怪하고 難澁하며 橫說竪說하는 ‘액션 神秘劇’의 饒舌 속으로 들어오시기 위해서 몇 가지 規則을 지키셔야 합니다. 첫째, 성냥팔이 少女의 再臨을 그냥 市場의 規則에 맡겨서 죽게 내버려두어라. 그러나 그 映畵가 죽기 전에 張善宇의 사랑을 얻어라. (이 映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두가지 시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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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일씨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에 나오는 한자의 음을 순서대로 정리한 것입니다. 중복되는 한자의 경우, 두번째부터는 싣지 않았습니다.少女 소녀 / 再臨 재림 / 註解 無得無說分 第一 주해 무득무설분(32단락으로 이뤄진 금강경의 7번째 단락) 제일 / 映畵 영화 / 註解 주해 / 接續 접속 / 對答 대답 / 以下 이하 / 弄談 농담 / 若有色 若無色, 若有想 若無想, 若非有想非無想 약유색 약무색, 약유상, 약무상 / 世上 세상 / 可憐 가련 / 奇怪 기괴 / 難澁 난삽 / 橫說竪說 횡설수설 / 神秘劇 신비극 / 饒舌 요설 / 規則 규칙 / 市場 시장 / 張善宇 장선우 / 觀客 관객 / 讀者 독자 / 映畵 愛好家 영화 애호가 / 金剛經 금강경 / 句節 구절 / 胡蝶夢 호접몽 / 深奧 심오 / 暗示 암시 / 症狀 증상 / 自己催眠 자기최면 / 談論 담론 / 臥虎藏龍 와호장룡 / 引用 인용 / 前 전 / 覺悟 각오 / 自暴自棄 자포자기 / 對象 대상 / 知識 지식 / 錯覺 착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특별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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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뮤지션 토와테이(정동화)는 일본 출신으로 세계 팝음악계에 가장 많이 알려진 DJ라 할 만하다. 사실 그의 음악활동이 처음부터 일본을 배경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그의 음악적 성장은 그가 뉴욕의 디자인학교인 ‘파슨스’에 유학을 간 이후에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학교를 다니면서 클럽에서 디제잉을 하기도 했던 그는 전설적인 테크노 힙합 DJ인 아프리카 밤바아타(Africa Bambaataa)를 만나면서 뉴욕의 힙합-일렉트로니카 판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는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나 정글 브러더스 등 뉴욕을 배경으로 활동하는 최고로 지적인 힙합 뮤지션들과 교류하게 되고, 그러면서 점차 자신의 이름을 뉴욕의 클럽들에 각인시켜 나갔다. 그의 경력이 한 단계 도약한 것은 는 1990년대 초 일렉트로니카 댄스 트리오 ‘Deeelite’에 참여하여 전세계적인 히트곡 를 발표하면서부터. 그 이후 그 명성이 일본으로 역수입되어 그는 일본의 일렉트로니카 판에서 일약 정상급 뮤지션 대우를 받게
토와테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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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김혜리 vermeer@hani.co.kr·취재협조 윤성봉, 한창호수백을 헤아리는 다리와 골목, 흡사 검은 관과 같은 곤돌라들이 떠다니는 수로의 거미줄에 감싸인 도시 베니스는 그대로 하나의 아름다운 미궁이다. 비밀과 마법을 은닉한 베니스의 자태는 니콜라스 뢰그의 <돈 루크 나우>, 앤서니 밍겔라의 <리플리>, 이안 소프틀리의 <도브>처럼 황금 같은 지중해의 햇살 뒤에서 인간의 깊은 어둠을 보는 영화들을 유혹해왔다. 그러나 지난 9월8일 닻을 내린 제5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 부족한 것은 다름아닌 미스터리였다. 미라 네어 감독의 <몬순 웨딩>에 그랑프리를 선사해 놀라움과 탄식을 동시에 자아냈던 지난해 폐막식과 달리, 올해의 황금사자상 수상작인 피터 멀랜 감독의 <막달렌 시스터즈>와 여우주연상, 개인 공헌상(촬영)을 차지한 <파 프롬 헤븐>은 영화제 초반부터 내내 일반 관객과 기자들의 지지도 상위권에 머무른 경쟁작이었
제 5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결산(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