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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햇살이 수그러지기 시작하는 늦은 오후의 교정, 잔디밭에 앉아 있는 두 남녀. “너 가방에 책 많지? 제일 두꺼운 책으로 한권 줘봐.” 그녀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짓던 그가 가방을 뒤지더니 폴 오스터의 <달의 궁전>을 꺼낸다. “딱 좋아. 맘에 들어.” “빌려줄 테니까 읽어봐” 하고 그가 말을 맺기도 전에 책을 베개 삼아 드러눕는 그녀. 터키와 한국의 월드컵 3∼4위전을 몇 시간 앞둔 6월29일, 희진과 지석의 첫 데이트는 그렇게 무르익고 있었다. 입 안에서 부드럽게 씹히며 혀끝에 단맛을 남기는 마들렌빵 같은 사랑 이야기의 시작이다.컷 사인이 떨어지면 부지런히 달려와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두 배우는 신민아와 조인성. 영화가 처음인 조인성보다는 <화산고>를 거친 신민아가 좀더 여유있어 보이지만, 두 사람의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둘다 긴장을 늦추지 않는 표정이다. <마들렌>은 미용실 헤어디자이너인 희진과 소설가 지망생인 대학생 지석, 우연히 재회한 두
<마들렌>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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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회에 이어) 당시 <천하장사 임꺽정>과 <몽녀>의 촬영을 맡았던 장석준은 ‘입체영화 전문 촬영기사’라고 불릴 만했어. 입체영화를 찍을 때 쓰이는 특수 색경(color lens)은 미라맥스에서 지원받았지만, 카메라는 수입하지 않고 그이가 직접 만들었어. 일반 촬영 카메라 두대를 붙인 듯한 모양을 한 그이의 카메라는 렌즈가 두개, 마그네틱 필름롤을 넣는 곳도 두개라 같은 장면을 동시에 두개의 필름에 담을 수 있도록 만든 거였어. 그렇게 만들어진 입체영화는 입체영화용 안경을 써야지만 감상할 수 있었는데, 하나에 20원씩 하는 대여용 안경을 받으려고 길게 늘어선 줄이 떠오르는군. 평면의 화면에 깊이를 부여한 입체영화는 관객에게 큰 충격이자 새로운 즐거움을 안겨주었지. 이후 장석준의 카메라는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인수해 보관하고 있는 중이야.
영화계에 몸담고 있는 동안 수많은 배우와 감독들이 나의 프레임 안을 채웠어. 카메라 렌즈 너머로 그들을 지켜보며, 안타까운 현
카메라 너머로 바라본 감독·배우들의 데뷔 그리고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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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멜라 앤더슨이 C형 간염에 걸려 모든 연예활동을 중단해야 할 것 같다고 CNN 토크쇼 <래리 킹 라이브> 인터뷰에서 말했다. 맥주회사의 로고가 새겨진 옷을 입고 프로 미식축구 경기를 관람하던 중 전광판에 모습이 비쳐져 바로 그 맥주회사의 모델로 기용된 이래 <플레이보이>의 모델활동과 공개적인 실리콘 유방 확대수술, 영화 출연 등으로 스타덤을 탔던 캐나다 출신 육체파 여배우 파멜라 앤더슨. 그녀는 영화촬영장의 트레일러에서 정사를 벌이는 등 드러머인 전 남편 토미 리와의 자유로운 섹스 라이프로도 악명이 높았는데, 이번 발병도 전 남편 토미 리와 문신 바늘을 공유했던 때문이라고 말했다.
C형 간염에 걸린 파멜라 앤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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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출간된 니콜 키드먼에 대한 새 평전 <니콜 키드먼>(팀 유뱅크, 스태포드 힐드레드 공저)이 키드먼에 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어 화제다. 이 책의 가장 큰 주제는 키드먼이 사랑한 남자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키드먼은 세명의 남자와 가장 깊은 사랑을 나눴다고 책은 적고 있다. 톰 크루즈, 톰 벌린슨이라는 호주 배우, 그리고 십대 시절의 남자친구 두명 중 한명. 한명은 두그라는 이름의 목수 겸 서퍼로 키드먼의 부모가 집에 머무르게 할 정도로 절친했으며, 다른 한명은 17살 때 키드먼이 사랑에 빠져 가출까지 했던 어느 네덜란드 남자라고 <니콜 키드먼>은 말한다.
니콜 키드먼에 대한 평전에 나온 그녀의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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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톱의 만남 이루어지려나. 대형감독 곽경택과 대형배우 정우성의 만남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챔피언>을 개봉한 뒤 바로 서울 인근에서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간 곽경택 감독은 차기작 <똥개>의 주인공으로 정우성을 가장 유력시하고 있고, <무사> 이후 차기작 고르기에 심혈을 기울였던 정우성은 “<똥개>의 시나리오를 보기 전까지 모든 결정을 유보하겠다”고 밝혀 실질적으로 곽 감독의 시나리오를 1순위에 놓고 있음을 드러냈다.
곽 감독의 차기작 <똥개>는 <친구>의 자료조사 당시 알게 된 한 실제인물에 대한 이야기로 10대부터 30대까지 조직세계에 몸담게 되는 ‘똥개’라는 남자의 이야기를 코믹한 드라마로 풀어낼 작품. “<억수탕>부터 <챔피언>까지 그동안 내 영화를 돌아보면서 잊고 지냈던 조·단역들까지 다 불러모아 보렵니다”며 곽 감독은 귀띔한다. 정우성은 “<친구>와 <챔피언>에서 보
배우 정우성과 감독 곽경택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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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런 역할이야?” 시나리오를 받아본 조여정(21)은 매니저에게
투덜거렸다. 첫 스타트이니만큼 뭔가 다른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을 터.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의 ‘미나’는 그동안
드라마에서 닳고 닳도록 출연해왔던 캐릭터인지라 조여정의 마음을 한눈에 사로잡을 만한 매력적인 상대는 아니었다. 결혼정보회사에서 효진(신은경)과
함께 일하는 미나는 정작 자신의 짝을 찾느라 정신이 없는 20대 초반의 미혼 여성. 길가는 모든 남자의 시선을 잡아끌 수 있다는 자신감에
충만해 있다, 결국 자신의 연을 모두 놓치고 땅을 치는 인물이다. 효진을 따라다니는 ‘폭식녀’가 오히려 맘에 들었으니, 제작사 영화세상에서
칩거중이라는 감독을 만나러 가는 일도 마뜩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모지은 감독을 만난 순간, 그는 일단 ‘미나’를 붙잡아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처음에 지은 언니가 저보고 ‘오랜만이다’ 하는 거예요. 전, 감독인 줄 몰랐죠. 인사하고 나서 ‘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 배우 조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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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약한 공주 노릇, 정말 지겨워.” <스쿠비 두>의 오프닝에서 유령으로 변장한 범인에게 잡힌 다프네는 이렇게 투덜댄다. 괴상한 사건을 해결하는 ‘미스테리 주식회사’팀 중에서도 적에게 잡혔다가 구출되는 게 특기인 다프네가 되면서, 실은 웃음을 참았을 사라 미셸 겔러의 속마음을 드러내기라도 하듯 말이다. 관객이, 겔러 자신이 숙지하고 있는 그녀의 정체(?)는
막강한 뱀파이어들을 위력적인 발차기로 제압하는 <미녀와 뱀파이어>의 뱀파이어 사냥꾼 버피. 97년부터 자신보다 크고 힘센 어둠의 피조물들과 육탄전을 벌이며 그들의 심장에 말뚝을 박는 여고생 전사로 살아온 겔러는, <스쿠비 두>에서 기꺼이 망가지기로 작정한 듯하다. 몸에 딱 붙는 보랏빛 의상에 보라색 비닐 질감의 부츠, 위기의 순간에도 손가방을 챙겨들며 맵시를 잃지 않는 ‘공주병’ 다프네에 천연덕스럽게 녹아든 모습이다. 물론 공주 같은 허영심은 끝까지 유지하되, 악당과의 한판 승부에서는 버피의 발차
<스쿠비 두>의 사라 미셸 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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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이 어딘가 낯익은 위험한 사랑에 조금씩 빠져들고 있다. 그가 1년 반 동안의 휴식을 접고 선택, 촬영중인 새 영화 <중독>은 그의 전작 <번지점프를 하다>를 떠올리게 하는 구석이 많다. 지난번이 ‘환생’을 코드로 하는 사랑이었다면 이번에는 ‘빙의’라는보다 섬뜩한 현상을 모티브로 삼은 사랑이다.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죽은 애인의 환생인 남자 제자와 사랑에 빠지는 교사를 연기했던 그가, 새 영화 <중독>에서 식물인간이 된 형의 영혼이 빙의된 채 형수에 대한 연모를 앓는 카레이서 ‘대진’을 연기하고 있다. 그것은, <번지점프를 하다>의 경우보다 어려우면 어려웠지 쉽지 않아 보인다.
<중독>의 이야기는 이렇다. 카레이서인 동생 대진은 가구공예가인 형 호진(이얼), 그리고 형수(이미연)와 한집에 살고 있다. 어느 날 카레이싱 도중에 대진은 큰 사고를 당하고 같은 순간 형 호진도 빗길에 택시사고를 당해 둘 다 혼수상태에
광기의 비릿함에 중독되다, <중독>의 이병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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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Story낡은 선풍기만이 작은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적요한 한여름밤의 집안. 어머니와 딸이 있고 아버지는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그날 밤 소녀는 제 몸에서 나온 피가 침대를 붉게 어지럽히는 것을 보고 놀란다. 초경인 것이다. 그리고 곧 전화 한통이 걸려온다. 아버지가 사고로 중상을 당했다는 소식. 병원을 찾은 소녀는 피로 물든 병상에 누워 있는 아버지를 보고 그만 도망쳐버린다.■ Review이 작품은 미장센단편영화제의 공포부문에 출품되고 또 수상까지 했지만 공포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공포영화로 느껴진다면, 그것은 관객에게 공포감을 주기 때문이 아니라 극중 인물의 공포를 주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춘기>는 극중 인물이 느끼는 공포감을 표현하는 데 탁월한 내러티브를 구사한다. 소녀에게 초경이 찾아온 날 밤 공교롭게도 소녀의 아버지가 사고를 당해 마찬가지로 ‘피를 본다’는 이야기. 이는 너무나 우연적이고 개연성이 없는 설정일 수도 있
[단편 Review] 사춘기/뒤통수 조심해라/복수의 엘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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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러시아의 차기 대통령을 예상해낸 CIA 연구원 잭 라이언은 국장 빌 캐봇과 함께 러시아 핵사찰의 임무를 맡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잭 라이언은, 사라진 세명의 핵물리학자가 미국과 러시아의 전쟁을 부추겨 새롭게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네오 나치의 핵폭탄 테러계획과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잭 라이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폭탄은 이미 미국의 볼티모어 슈퍼볼 경기장을 잿더미로 만들고 미국과 러시아는 전쟁 직전에 이르는 대치국면을 맞게 된다.
■ Review
일단 단순하게 편을 좀 가르자. 엘리트적인 이미지와 젊은 총명함을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각인시키며 할리우드의 지성으로 등장했던 벤 애플렉의 잦은 블록버스터 출연에 마땅찮아하는 사람, 또는 월드컵 기간 동안 집 밖에 나가는 것이 내내 두려웠던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보지 않는 것이 좋겠다. 하지만 어김없이 올해 여름에도 모건 프리먼의 모습을 스크린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 또는 케빈 코스트너의 어설픈 연기에도 불구하고
[Review] 썸 오브 올 피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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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리틀 집안에 입양된 새앙쥐 스튜어트는 형 조지(조너선 립니키)와 학교도 다니고 축구도 하면서 평범한 인간들의 삶에 익숙해진다. 그러나 사춘기를 맞은 스튜어트는 행여 다칠세라 자신을 과보호하는 엄마(지나 데이비스)가 답답하고,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느라 자신을 소외시키는 형이 야속하다. 그러던 어느 날, 날개를 다친 카나리아 마갈로가 스튜어트의 스포츠카 위로 떨어진다. 난폭한 매 팔콘의 공격을 피해 마갈로를 집으로 데려간 스튜어트는 상처를 치료해주고 함께 지내면서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그러나 팔콘과 한패인 마갈로는 리틀가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훔친 뒤, 리틀 집안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느끼며 사라져버린다. 스튜어트는 스노우벨과 함께 마갈로를 찾아 길을 떠난다.
■ Review
흰 새앙쥐 스튜어트의 우여곡절 인간 가정 입양기 <스튜어트 리틀>은 여러모로 그 후일담을 내놓을 만했다. 전세계적으로 3억달러의 흥행수익을 올렸다는 사실은 일단 접어두자. 차가운 디지털
[Review] 스튜어트 리틀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