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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의 한 장면처럼 기차 안에서 우아하게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읽던 중 조폭과 백수의 급습(?)을 당해 터프한 본색을 드러내는 비운의 여인. 조폭에게 뺏긴 300원짜리 라이터를 되찾으려는 백수가 국회의원으로부터 밀린 빚(?)을 받으려 조폭이 탄 열차에 따라타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코미디 <라이터를 켜라>에서 기차 안의 ‘홍일점’ 승객으로 등장하는 김채연의 첫인상은, <상실의 시대>를 읽고 있는 영화 속 첫 등장장면처럼 몹시 여성스럽다. 하얀 얼굴도, 커다란 눈도, 무용으로 단련된 날렵한 몸매도.
<라이터를 켜라> 시나리오상에서 봉구(백수), 철곤(조폭) 등 주요 등장인물을 뺀 나머지 배역의 호칭은 ‘껄떡남’, ‘수다남’ 등이다. 김채연은, 민망하게도 ‘싸가지’. 현장에서 함께 밥을 먹던 남자 선배들은 그를 빤히 쳐다보다 갑자기 “야, 밥 싸가지” 하고 놀려대기 일쑤였다. 이 참해 보이는 배우가 ‘싸가지’ 역을? “장항준 감독님이
욕 배우느라 욕봤네! <라이터를 켜라> 김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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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 Sunrise 1995년,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출연 에단 호크OCN 7월6일(토) 밤 7시50분예쁜 영화,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는 <비포 선라이즈>다. 젊은 청춘남녀가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되고 연인이 된다. 그리고 헤어짐이 다가온 순간에 약간 비현실적인 제안을 한다.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만나자는 것.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 결말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우리는 영화의 시작부터 다시 한번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셀린느는 열차에서 제시라는 미국인 청년을 만난다. 그는 유럽에 왔다가 실연의 상처만 안고 미국으로 돌아갈 참이다. 소년 같은 제시와 감성이 풍부한 셀린느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로에게 친밀한 감정을 느낀다. 헤어짐을 아쉬워하던 제시는 셀린느에게 함께 열차에서 내릴 것을 제안한다. 둘은 비엔나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한다. 둘은 사랑과 실연, 결혼과 인생 등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눈다. 밤새도록 비엔나를 돌아다니던 제시와 셀린느에겐 어느새
비포 선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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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월동화 星月童話1999년, 감독 이인항 출연 장국영 KBS1 7월7일(일) 밤 11시20분
<흑협>을 만든 이인항 감독이 연출했다. 히토미는 홍콩에서의 결혼생활을 위해 어학원에 다니고 있다. 결혼을 약속한 사이인 다츠야가 사고를 당하자 히토미는 혼자가 된다. 홍콩을 방문한 히토미는 다츠야와 똑같이 닮은 남자를 만난다. 남자의 이름은 가보이고, 비밀경찰이다. 히토미는 죽은 연인과 닮은 그를 필사적으로 뒤쫓고 가보와의 인연을 잇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장국영, 토키와 다카코 등이 출연하고 있으며 홍콩과 일본을 오가는 멜로영화.
성월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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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Van 1996년감독 스티븐 프리어즈 출연 도널 오켈리EBS 7월6일(토) 밤 10시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를 만든 스티븐 프리어즈 감독작. 아일랜드 축구팀이 월드컵 본선에 오른 1990년 여름을 배경으로 한다. 빔보는 직장에서 해고당한 뒤 실업자 신세가 된다. 술집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할 일 없이 지낸다. 어느 날 월드컵 경기를 시청한 뒤 거리로 나선 빔보는 낡은 밴을 개조해 가게를 차리기로 한다. 월드컵 중계를 보고 몰려나오는 손님을 끌기 위해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고 아일랜드팀이 경기에서 패하자 장소를 해변으로 옮긴다.
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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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in the Afternoon1957년, 감독 빌리 와일더 출연 오드리 헵번EBS 7월7일(일) 낮 2시“이 남자는 정말 최상이야.” 소문으로만 듣던 플레이보이가 있다. 그는 흰색 양복을 즐겨 입고 여자들은 그를 만나기 위해 대륙을 넘나들길 두려워 않는다. 심지어 자살 소동을 벌인 이도 있다. 과연 어떤 사람이기에? 소문은 눈덩어리처럼 커져만 간다. 순수한 여성이 있다. 음악을 사랑하는 처녀다. 그녀가 전설의 플레이보이를 처음으로 만나는 장면은 위트있다. 화면은 검은 실루엣으로 남자의 뒷모습을 비춘다. 가까이 다가가도 그의 얼굴은 흐릿하게만 보인다. 아뿔싸, 멋지긴 한데 늙은 티가 역력하다. 요정 오드리 헵번이 노신사 게리 쿠퍼를 조우하는 순간이다.<하오의 연정>은 동명의 원작소설을 각색한 것. 첼로를 공부하는 아리안느는 아버지와 둘이 살고 있다. 아리안느의 아버지는 사립탐정으로 남들 뒷조사를 벌이며 다닌다. 아버지의 서류를 몰래 훔쳐보던 아리안느는 플레이보이로
빌리 와일더 감독의 <하오의 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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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 가족은 외계인(Third Rock from the Sun)MBC 드라마넷월∼금 오전 7시토·일(재방송) 오전 8시, 오후2시, 오후 10시지금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를 보며 느끼는 것이, 그 친구는 우리나라보다 그 나라가 훨씬 더 몸에 맞는 것 같다. 내 입장에선 참 아쉬운 일이지만 그 친구는 그 나라에 있을 때 더 그 친구답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기사 생전 처음 보는 남의 나라가 너무도 좋아서 자기 영혼의 동반자로까지 여기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그 나라가 몸에 너무 맞아서 영혼도 맞는 것이다.머나먼 은하계. 자줏빛 튜브의 외계인들 다섯이 지구를 탐사하러 온다(한명은 대기권 진입에서 실종되었다고 한다). 이들은 인간의 몸을 입고 ‘태양에서 세 번째 행성’ 지구를 조사하러 미국 표준치인 오하이오의 펜들턴에 하루 동안 조사를 하기로 하는데, 워낙 지구가 마음에 들고 알고 싶은 게 많아서 체류 기간을 연장한다. 그러나 몸을 입는다고
원초적으로 유쾌한 시트콤 <솔로몬 가족은 외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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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수·목 미니시리즈 <로망스>가 끝났다. 인기가 높았고, 그만큼 말도 많았던 이 드라마는 지난 6월27일 김재원과 김하늘이 결혼하는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었다. 마지막회 시청률이 35%에 이르렀으니 제작진으로서는 흐뭇할 만도 하다. <로망스>는 월드컵 기간 동안 축구중계로 인해 여타의 프로그램들이 시청률에서 타격을 입는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30%대의 시청률을 유지했다.주연을 맡은 김재원과 김하늘의 개인적 매력도 드라마의 인기에 한몫을 했지만, <로망스>의 인기는 사실 ‘여선생과 고교생의 사랑’이라는 소재의 파격성이 더 눈길을 끌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사제간의 사랑을 다룬 드라마는 같은 MBC에서도 감우성과 채림이 주연을 했던 <안녕 내 사랑>이 있었고, 그외에도 <베스트 극장>이나 <드라마시티> 등의 단막극에서 간간이 방송되곤 했다. 따지고보면 이제는 추억의 영화에 속하는 <진 브로디의 청춘>이나 &
사제간의 사랑 소재로 한 드라마 <로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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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만드는 일이 참 어렵다. 아직 제대로 한편 만들지도 않았는데 이런 말이 나올 정도라면 촬영과 개봉하는 과정까지 거친다면 오죽하랴 싶다. 영화제작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구상해서 시나리오 쓰고 카메라 빌리고 배우 데려다 찍어서 극장에 내다 걸면 관객이 구름처럼 몰려와서 영화를 보고, 그러면 돈도 많이 벌게 되고… 뭐 이런 일이 절대 아니지 않은가. 영화 한편 만드는 데 프로듀서가 판단하고 결정해서 집행하는 일이 무려 2만번이 넘는다는 말처럼 영화제작이란 아주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다.기획에서부터 관객을 만나기까지의 공정과 수십억원의 돈이 들어갔다가 회수되기까지의 과정은 마치 사람 몸의 피가 실핏줄을 따라 심장을 오가는 것에 견줄 만하다. 게다가 제작 공정은 자동화가 불가능해 수백명의 사람 손(사실은 머리)을 거쳐야 한다는 점 때문에 생산력에서는 다른 산업과 비교하면 게임이 안 된다. 이처럼 영화가 산업보다는 예술에 가까운 태생적 한계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자본과 기술력에 의지한
가는 돈을 아쉬워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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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그전까지는 수긍되지 않는 게 나이를 먹는다는 것 같다. 지금은 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옆으로 보나 천생 삼십대인 여자가 됐지만 나, 삼년 전만 해도 삼십을 넘긴 여자들을 불쌍하다 못해 처연하다고 생각했다. 인생에 무슨 낙이 있을까 이러면서. 지금도 마찬가지다. 40대의 내 삶은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동네 사우나 가서 비닐을 허리에 칭칭 감고 동료 아줌마들과 수다떨고 있을까? 음, 그건 지금도 하고 있는 거잖아. 하물며 60대, 70대의 모습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자식한테 맞지나 않고 살면 다행이겠지.<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나 <집으로…> 같은 영화도 있기는 하지만 사회의 마이너리티인 노인을 스크린에서 만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당연하겠지. 일단 화면발이 안 서니까.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 역시 빠진 이빨 사이로 발음이 세는 노인보다는 이정재나 브래드 피트의 얼굴을 보는 게 더 좋다. 그럼에도 내 머릿속에 오랫동안 잔상을
김은형의 오! 컬트 <월터와 프랭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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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나는 월드컵 스페인전 이후부터 마음이 불편해졌다. 환호작약도 이 정도에서 그치면 좋겠다 싶었다. 독일전에서 패했을 때 그래서 담담했고 편안했다. 한국사회가 엔도르핀으로 목욕하는 건 좋은데 과도한 긴장과 흥분으로 고혈압 걸릴까봐 불안했던 것 같다. 졸지에 너무 심하게 행복한 일이 생기면 평정심을 잃고 뒷수습이 안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나 역시 이번 월드컵을 100% 즐겼다. 나 개인의 페스티벌이기도 했고 우리 가족의 페스티벌이기도 했다. 초등학생인 두딸들이 ‘대∼한민국’ 하면서 소리를 빽빽 질러대고 차창 밖으로 태극기를 휘두르며 발을 동동 구를 때 나는 우리 딸 세대가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 성장기를 지배했던 저개발의 기억을 떠올렸다.고교 시절이었던 70년대 후반, 신문에서 ‘어글리 코리언’이라는 기획시리즈를 읽은 기억이 난다. 미국과 남미로 이민 떠나는 것이 대유행이었던 시절인데, 현지에서 한국 이민들이 얼마나 처참한 생활을 하는가를 전했다. LA에서 고층
저개발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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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나?’라는 질문은 억지로 만든 물음인 것처럼 들린다. 이 세상에는 물음이 성립되지 않는 질문도 많다. 아무것도 묻고 있지 않는 질문이 헛되이도 물음표(?)를 달고 있다. ‘우리’가 누구를 가리키는 것인지는 곰곰이 따져봐야 할 일이지만, 월드컵으로 국가 브랜드가 올라가고 스타 플레이어들의 몸값이 50억원 이상으로 치솟았다 해도 그 축복의 권역에 속하는 ‘우리’가 누구인지를 나는 잘 모르겠다.월드컵이건 골목컵이건 다 그만두고서라도, 내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공을 차는 일의 즐거움이다. 월드컵이 지나간 뒤에라도 이 축복은 영원히 ‘우리’에게 남을 것이다.축구공은 다만 구형(球型)일뿐, 아무런 조형성을 지니지 못하지만, 인류의 가장 오래되고 또 가장 역동적으로 살아 있는 문화재이다. 축구공은 사람과 사람끼리 서로 발로 차는 공이다. 그래서 축구공은 야구공이나 농구공이나 배드민턴의 셔틀콕보다 훨씬 더 인간의 몸쪽으로 친숙하다. 새벽에 동네 운동장에서 공을
공차기의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