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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이건 약속이건, 아직 세상에 없는 것에 대한 말이란 꺼내기가 천근처럼 무겁게 마련이다. 시나리오 마무리를 앞둔 새 영화 <장화, 홍련>의 스케치를 듣겠다고 김지운 감독을 청한 자리. “광물성입니까?” “음, 식물성이기도 하고 광물성이기도 합니다” 식의 ‘스무고개형’ 문답이 나른한 여름 오후의 테니스 경기처럼 오가던 중, 김지운 감독이 캐스터 송재익 아저씨처럼 논평한다. “음, 이건 마치 동태를 왼쪽에 고춧가루를 오른쪽에 놓고 동태찌개의 맛을 논하고 있는 것 같네요.”
아직 명확한 상이 맺히지 않은 부분을 남겨두고 있는 김지운 감독의 차기작 <장화, 홍련>은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고, 아무도 가늠할 수 없는 영화다. 일단 우리는 누명이 원한을 낳고 마침내 진혼곡의 3막으로 끝난 장화, 홍련 자매의 사연을 웬만큼 알고 있다. 평안도 철산에서 유래한 이 설화 속에서 친어머니를 여읜 자매의 언니 장화는 용모와 심성이 흉악한 계모에 의해 낙태했다고 모략당해 배다른
문제적 감독 4인의 차기작 맛보기 [2] - 김지운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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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된 유머는 없다"
-<장화, 홍련>은 감독의 기획이 아니라 마술피리로부터 프로포즈받았다.
=<쓰리> 후반작업중이던 3월에 제의받았다. 오기민 PD는 워낙 기민하게 활동하는 분이라 자주 뵙긴 했지만 깊은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었다. 그러나 오 PD가 제작한 <여고괴담> 시리즈와 <고양이를 부탁해>를 좋아했기에 망설임은 없었다. 이상하게 오 PD의 영화를 생각하면 다른 수사보다 “빼어나다”라는 표현이 먼저 떠오른다. 그래서 혹시 내 작품도 ‘빼어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원래 다음 영화로 영화사 봄에서 호러 한편을 만들 계획이었고 오기민 PD와 오정완 대표의 결합도 좋은 구도인 것 같아 결국 <장화, 홍련>을 마술피리와 봄이 합작하는 형태로 연출하게 됐다. 중요사항은 오 PD와 상의하고 제작실무는 김영 프로듀서가 이끈다.
-애초에 <장화, 홍련>은 ‘고딕 호러’라는 컨셉을 동반한 기획이었
문제적 감독 4인의 차기작 맛보기 [3] - 김지운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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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ː다- ①(흙이나 거름이) 기름지고 양분이 많다… ④(말솜씨가 험하여) 거리낌이 없고 푸지다.
임상수 감독의 영화를 보고 있으면 이 단어가 떠오른다. 미혼녀 세명이 나누는 거침없는 성과 사랑의 이야기 <처녀들의 저녁식사>와 아웃사이더 청춘들의 적나라하지만 서글픈 방황기 <눈물>, 이 두편의 영화의 느낌은 정말 걸다, 그 자체였다. 비단 주인공들의 ‘발랑 까진’ 대사뿐 아니라, 끊임없이 출렁이는 핸드헬드 카메라 또는 디지털 카메라로 포착된 이미지까지 미화되거나 포장되지 않은, ‘거리낌이 없고 푸진’ 그것이었다. 그의 신작 <마지막 연애의 상상>(가제) 또한 그렇게 ‘건’ 영화가 될까.
<버스, 정류장>의 이미연 감독 말마따나 <처녀들의…>의 처녀 중 하나인 순(김여진)의 결혼생활을 그리는 듯한 이 영화는 엉뚱하게도 정지우 감독의 <해피엔드>로부터 시작됐다. “극장에서 그 영화를 보고 있는데, 옆의 아줌마들이 너무
문제적 감독 4인의 차기작 맛보기 [4] - 임상수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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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좀더 상업적이어야겠다"
-<처녀들의 저녁식사>와 <눈물>을 통해 한국사회의 주류 가치체계를 공격하고 마이너리티를 옹호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상업주의적이라든가 선정주의 노선이라는 비판도 받았는데.
=상업주의적이라는 이야기는 오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내 생각에 나는 좀더 상업적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선정적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스스로 깊이 반성하고 있다. 노골적이고 천박한 음란대사 따위를 전략으로 삼다니…. 사실 나는 이전 두 작품이나 이번 작품에서나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을 우물거리지 않고 정면으로 솔직하게 응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무도 그런 말을 하지 않는 것에 화가 나서 영화를 만들다보니 노골성을 발휘한 듯도 하다. 생각해보면 그런 방법을 취하지 않더라도 내 얘기를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깊이 반성한다.
-그런 점에서 장선우 감독을 연상케 한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잘 모르는 분이지만, 장 감독님 영화는 나올 때마다 즐거운
문제적 감독 4인의 차기작 맛보기 [5] - 임상수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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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감독의 차기작 제목은 <스캔들-조선시대 남녀상열지사>다.여기서 ‘조선시대’와 ‘남녀상열지사’라는 말은 서로 모순이다. 인터넷 검색엔진에 두말을 함께 처넣으면 화면에 뜨는 사이트의 거의 전부가 이런 내용이다. 조선시대 학자들이 고려 속요들을 악보에 수록하면서 상당수의 노래를, 남녀상열지사를 다뤘다는 이유로 배제했다는 것이다. 마치 ‘음란폭력성매체 대책 시민협의회’(음대협)와 영화 <거짓말>을 한데 묶어놓은 것 같다. 조선시대 엄격한 유교윤리로 남녀상열지사가 금기시됐겠지만, 실제로도 그랬을까. ‘조선시대 남녀상열지사’라는 두 단어의 조합은 우리의 익숙한 관음증을 유발시킨다.
창작물에 관음증이 없다면 얼마나 무미건조할까. 보이지 않는 것, 숨기려는 것 다 빼고 보이는 것, 말해주는 것만 가지고 만든 이야기가 재밌기 힘든 건 당연하다. <스캔들…>은 조선시대에 대한 이재용 감독의 관음증의 소산이다. 자기 시대뿐 아니라, 전 시대의 남녀상열지사까지 기
문제적 감독 4인의 차기작 맛보기 [6] - 이재용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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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고 에로틱한 사랑 이야기"
-어떤 영화인지 한마디로 말한다면.
=요부와 바람둥이와 정절녀가 벌이는 사랑게임이라고 하면 될까. 기본적으로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덜 사랑하는 사람이 권력을 갖는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상처받지 않기 위해 사랑보다 게임을 벌이는, 사랑에 병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축이고 덧붙여 그 시대 조선이라는 변방 유교국가에서 태어난 사람들의 비애 같은 게 담기면 좋겠다. 또 중요한 건 에로틱하려고 한다. 꼭 벗어서가 아니라 에로틱함은 한복에도 있고, 버선발에도 있고, 목에도 있다. 여러 면에서 우아하고 에로틱했으면 한다. 아주 통속적인 이야기가 있고 에로틱한 코드가 있고. 그 안에 내가 하고 싶은 걸 넣을 거다.
-원작이 <위험한 관계>라면 현대극으로 꾸밀 수도 있을 텐데, 왜 사극으로 가는가.
=이 영화는 사극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했다. 사극 중에 맘에 드는 사극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미술적, 이야기적으로 멋있는 사극을 해보고 싶었다.
문제적 감독 4인의 차기작 맛보기 [7] - 이재용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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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인가, 질주인가. 지난해 시장점유율 46.1%를 차지하며 기염을 토했던 한국영화의 상승기류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해가 바뀌어 반환점을돌았는데도 좀처럼 꺾이지 않는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6월 한달 월드컵으로 엄청난 관객 감소를 겪고도 이런 수치를 기록했다는 건 참으로놀랍다. 한국영화는 정말 한국축구팀처럼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폭주기관차인가. 아니면 아슬아슬한 과속일까. 지난 7월1일 아이엠픽처스가 발표한‘2002년 상반기 한국영화 결산 리포트’를 보며 점검해보자.1. 한국영화 점유율 46%아이엠픽처스가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6월30일까지의 한국영화 시장점유율은 46%. 지난해 말 충무로 제작자들이 “당분간 한국영화 상승세가이어질 것”이라는 ‘보합’ 전망을 내놓긴 했지만, 대부분 “2001년만 하겠는가?”라는 견해를 주석처럼 달았던 것을 상기한다면, 충무로의 기대를넘어선 수치임엔 틀림없다.무엇보다 상반기 서울관객 수가 크게 늘었고, 이러한 분위기를 한국영화가 주도했다는
2002 한국영화 상반기 결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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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직배사 점유율 하락한편, 할리우드 직배사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상반기 배급사별 관객동원 현황(<표4> 참조)이 보여주듯, 국내 극장가에서 직배사의 점유율은 29%까지 떨어졌다. <반지의 제왕> <디 아더스> <뷰티풀 마인드> <소림축구> 등 시네마서비스와 CJ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영화사가 수입·배급한 5편의 영화가 기존 직배사의 텃밭이라고 여겨지던 외화흥행순위 상위권에 대거 진입했다. 한국영화 전문배급사를 표방한 청어람, KTB엔터테인먼트와 강제규필름 등이 손잡고 만든 A-Line 등이 성공적으로 진입한 것도 이들 직배사들을 옥죄었다. 배급대행을 넘어 브에나비스타가 <폰>에, 콜럼비아트라이스타의 본사인 소니픽처스가 <실미도>에 투자를 결정한 일은 지난해부터 가속화한 직배사의 추락을 막으려는 의도와 무관하지 않다.5. 편당 제작비 3.6억원 증가한국영화의 계속된 경이적 질주에도 불구하고 충무로에는
2002 한국영화 상반기 결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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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하반기 전망-우려와 반론그런 가운데 하반기 개봉할 블록버스터의 성적표는 이후 한국영화의 행보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 유 레디?>를 시작으로 개봉대기중인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튜브> 등 제작비가 50억원이 넘는 대형영화들의 흥행결과가 이후 금융자본을 비롯한 투자자본의 촉수가 어디로 향할 것인지를 결정할 것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55억원을 들여 만든 <예스터데이>의 참패 이후 자칫 ‘대형참사’가 이어질 경우, 투자작 선택에 있어 위험 부담이 큰 베팅보다는 안전한 트렌드드라마를 선호하는 경향이 심화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제작자들이 일본, 중국 등 아시아권을 비롯해 해외 합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시장 확보란 이유도 있지만, 국내 자금이 이미 말라붙은 게 아니냐는 관측 또한 낳는다.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유동 자금이 많지 않다는 것은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자본의
2002 한국영화 상반기 결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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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삼 감독이 신작 <윈드토커>를 홍보하기 위해 한국을 찾는다고 했을 때, 그를 만나야 하는 사람으로류승완 감독이 아닌 누군가를 떠올릴 수는 없었다. 그는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 이미 <영웅본색>을 보는 장면을 집어넣음으로써 오우삼을향한 헌신적인 사랑을 입증한 바 있다. 액션영화만을 고집하는 자신의 영화적인 스승이 성룡과 이소룡, 오우삼이라는 사실도 수없이 강조했었다.기대했던 액션이 없는 영화 <윈드토커>에서마저 오우삼의 영화 한장면 한장면을 발견했던 류승완 감독. <씨네21>은 오우삼 감독 역시 자신의열혈 팬이자 재능 있는 감독이기도 한 이 청년을 두팔 벌려 맞아줄 것이라 확신하며 만남을 주선하기로 했다.편집자----류승완 감독은 A4용지 세장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해왔다. 10년도 더 전에 재개봉관에서 상영한 <영웅본색>을 보고 취해버린 그는존경해 마지않는 액션영화의 대가를 만난다는 사실에 며칠 전부터 두근
액션 키드 류승완, 오우삼 형님을 만나 한 수 배우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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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이 춤 같고 발레같습니다류승완얼마 전 더이상 폭력적인 영화를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하셨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저도 액션영화에 열광하면서 성장했는데, 언제부터인가폭력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만들 수 있는 액션영화의 쾌감이 무얼까 고민하게 되더라구요. 그러다보니 성룡이나 버스터 키튼의 슬랩스틱코미디,진 켈리의 뮤지컬이 떠올랐어요. 혹시 감독님이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경지도 뮤지컬? <종횡사해>에서 주윤발이 휠체어를타고 화려하게 움직이는 장면처럼요.오우삼아, 맞아요. 정말 그래요. 나는 수많은 뮤지컬을 봤고 그로부터 영향도 받았습니다. 내 액션영화는 사실 댄싱과도 같죠. 음악의리듬과 영혼을 액션 시퀀스에 그대로 가져오기 때문에 발레 같다고 하는 사람이 특히 많고요. 액션을 연출할 때, 나는 마음속으로 음악을떠올립니다. 액션의 성격에 따라 음악도 달라지지만, 특히 좋아하는 건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클래식, 그리고 재즈예요. 드라마도마찬가지입니다. 음악은 배우의 감정을
액션 키드 류승완, 오우삼 형님을 만나 한 수 배우다(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