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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토머스 앤더슨의 전 작품에 프로듀서로 참여한 제인 셀러는 <펀치 드렁크 러브>를 둘러싼 의심스런 눈초리와 수없이 마주쳤다고 기억한다. “폴 토머스 앤더슨이 1시간30분짜리 영화를 만든다구? 근데 그게 로맨틱코미디란 말이지? 주인공이 애덤 샌들러야?” <부기 나이트> <매그놀리아> 등 어둡고 격렬한 애증의 연대기를 즐겨 다뤘던 폴 토머스 앤더슨은 그러나, 그의 관심 영역과 재능의 스펙트럼이 그 이상임을 증명해 보였다. 사랑에 관한 동화적인 소품 <펀치 드렁크 러브>로 그를 둘러싼 선입견을 녹다운시킨 셈이다.폴 토머스 앤더슨의 분신은 여전히 결함투성이고 애정 결핍이다. 그리고 가족은 여전히 그의 굴레다. 그렇지만 그는 이제 사랑으로 새로운 희망을 말하려 한다. 주인공 배리 이건은 노총각이다. 7명이나 되는 누이들의 과잉보호 속에서 자란 그는 여자와 변변히 데이트도 못하는 소심한 성격이다. 비행 마일리지를 경품으로 준다는 푸딩을 사모으는 것이
제 55회 칸 영화제 수상작(자)들(4)-폴 토머스 앤더슨(감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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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 카우리스마키는 이제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컬트감독계’를 떠나야 할 모양이다. 물론 그의 영화가 미국의 메이저영화사를 통해 와이드 릴리스되는 기적은 이번에도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올 칸영화제에서 그의 신작 <과거없는 남자>는 만장일치에 가까운 환대와 지지를 받았다. 무뚝뚝한 인물들, 천연덕스러운 유머, 신랄한 풍자가 어우러진, 북구의 기이한 희비극이 칸에서만큼은 대중적으로도 어필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올해 칸이 사랑한 카우리스마키 특유의 예측불허 블랙유머는 시상식장까지 이어져, 그는 역대 수상자 중 가장 황당한 소감을 말한 이로 꼽히게 됐다. “가장 먼저, 내 자신에게 고맙다. 그 다음은 심사위원들. 그럼 이만 안녕.”<과거없는 남자>는 기억을 잃은 남자가 다시금 세상에 뛰어드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려내고 있다. 직장을 구하기 위해 헬싱키로 떠나온 남자는 밤길에 불량배들을 만나 돈을 빼앗기고 죽도록 얻어맞는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제 55회 칸 영화제 수상작(자)들(3) - 아키 카우리스마키(심사위원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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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만 폴란스키는 <피아니스트>로 오랜 숙원을 풀었다. 지난 1986년 경쟁부문에 올린 작품 <해적>이 ‘재난’으로 판명된 뒤, 그는 배우 아니면 심사위원 자격으로나 칸의 초대를 받을 수 있었다. 반전을 준비하는 데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것은 고행과 치유의 지난한 과정에 다름 아니었다. 폴란스키는 필생의 작업 <피아니스트>를 위해 40년 만에 모국 폴란드로 돌아갔고, 16년 만에 레드카펫을 밟았고, 그리고 생애 처음 황금종려상까지 안았다.유대계 폴란드인인 로만 폴란스키가 홀로코스트에 관한 영화 <피아니스트>를 들고 칸으로 돌아온다고 했을 때, 화제의 초점은 폴란스키가 자신의 경험을 어떤 모양새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영화화했을까, 하는 점이었다. 폴란드 크라코우의 유대인 거류지에서 성장한 로만 폴란스키는 나치 캠프의 가스실에서 어머니를 잃었다. <쉰들러 리스트>의 연출 제의를 고사했을 때 그는 조국 폴란드를 떠나면서 봉
제 55회 칸 영화제 수상작(자)들(2) - 로만 폴란스키(황금종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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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상-<신의 간섭> 엘리아 술레이만이스라엘의 예루살렘과 팔레스타인의 라말라 사이에는 검문소가 있다. 두 도시의 경계를 가로질러 넘어가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예루살렘에 사는 남자와 라말라에 사는 여자는 검문소 앞 공터에서나 데이트를 할 수 있다. 예루살렘에 사는 팔레스타인 남자 ES에겐 병세가 위독한 아버지, 국경 너머에 있는 애인, 모두 소중하다. 현실은 그를 돕지 않는다. 다만 판타지가 위로할 뿐이다. <신의 간섭>은 영화제 중반 최고의 화제작이었다.시나리오상-<스위트 식스틴> 폴 레버티<스위트 식스틴>은 소년 리암의 소박한 꿈이 산산이 부서지는 과정을 따라잡는다. 리암은 마약 딜러인 남자친구 때문에 감옥에 갇혀 있는 엄마, 그리고 어린 나이에 미혼모가 된 누나와 함께 ‘가정’을 꾸리고 싶어한다. 돈을 모으려다 마약에 손대 쫓기는 신세가 된 리암은 길 위에서 열여섯 번째 생일을 맞는다. 인권변호사 출신인 작가 폴 레버티는 켄 로치
제 55회 칸 영화제 수상작(자)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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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이모저모기자회견장에 날아다닌 휴대폰 봤어?S#1. 카우리스마키의 쇼맨십 ┃ 카우리스마키는 자기 영화랑 똑같은 사람이었다. 기자회견과 포토콜에서 그는 예의 무뚝뚝한 얼굴로 시침 뚝 떼고 기자들을 웃겨댔다. 기자회견장에 위스키와 담배를 들고 나타난 그는 독특한 유머감각으로 기자들을 휘어잡았다. 회견 중에 자기 휴대폰이 울리자 미안해서인지 휴대폰을 멀리 던져버리는 과격한 제스처를 취하기도. 앞서 열린 포토콜에서는 사진기자들에게 조용히 할 것을 당부한 뒤에, 일일이 방향을 틀고 포즈와 표정을 바꿔가며 현장을 리드했다.S#2. 소쿠로프가 눈물 흘린 사연 ┃ 알렉산더 소쿠로프는 칸영화제에 온 것이 전혀 기쁜 것 같지 않았다. 이유인즉 그가 수년간 준비하고 공을 들인 디지털 프로젝트 <러시아 방주>를 완벽하게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상영해야 했기 때문. 그는 프로듀서를 돕기 위해 칸 출품을 결정한 것임을 수차례 강조했고, 완벽한 결과물을 선보이지 못한 아쉬움으로 “가슴이 아프다”
칸 이모저모 & 칸에서 온 기억할만한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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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측면에서 보면,(이번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된 대부분의 영화들이 보여주고 있는 형식적인 새로움을 미학적인 입장과 비교해봤을 때 임권택 감독의 새 영화는, 그 소재를 충실히 따르는 방식이나 명백한 해석을 제안한다는 점에서, 역설적으로 주변적인 듯 보일 수 있다. 왜냐하면 올해 출품된 작품들의 대체적 경향은 내면에 숨겨진 중요한 사안들을 감추면서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형태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들 영화들은 바로 이해되거나 보여주는 것으로부터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다.<취화선>은 19세기 후반 한국의 역사적 격변기를 겪어낸 비범한 한 인물의 일대기다. 오원은 진보세력과 그 당시의 봉건주의 수구파간의 갈등으로 점철된 한국의 격변기의 증인이었다. 감독 자신의 초상화일까? 임권택 감독의 영화세계 중심부에 한국의 역사와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임 감독의 작품세계에는 각 개인들의 존재를, 그들을 감싸고 초월하는 하나의 중심부로
[해외평단의 임권택 읽기]<르몽드> 장 프랑수아 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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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화선>은 그의 98번째 작품이다. 장승업의 삶에서 직접적으로 영감을 받은 이 프레스코화에서 임권택 감독의 자화상을 발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영화타이틀부터 임권택 감독은 전 작품을 통해 보여지고 감독 자신이 주장하는 한국적인 비전을 숨기지 않는다. 또 예술가가 어떤 사람이어야 하고 그가 취해야 할 자세가 어떤지에 대한 감독의 생각이 담겨져 있다.술 취함과 섹스는 종종 이해받지 못하거나 자주 주변부적이거나 선동적인 것으로 이해되거나, 또 항상 혁신적이면서 새로운 축을 형성했던 예술세계의 원동력이다. 예술은 서민적이거나 쾌락적이어야 했다. 술과 여자가 없이는 그림을 그릴 수 없었던 19세기 오원의 위치는 한 세기 뒤에 임권택이 차지하는 위치에서 멀지 않다.오원은 스타일에서의 독창성과 세련미와 적당히 영합하면서도 광폭한 기운을 드러내는 그의 그림에서의 표현성으로 모든 사람을 깜짝 놀라게 했다. 임권택은 오원의 소박한 후계자 중 한 사람이다. 가장 단순한 장면을 찍기
[해외 평단의 임권택 읽기]<리베라시옹> 필립 아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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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거장은 이렇게 발견되고 인정받았다장- 미셸 프로동/ <르몽드> 기자한국영화의 발견, 특히 그 양적인 중요성에서뿐만 아니라 작품성, 또 다뤄지는 주제의 폭넓음에서 동시에 한국영화의 최중심 인물인 임권택 감독의 발견은 프랑스나 유럽의 시네필들에게는 비교적 최근에 이루어졌다. 몇몇 영화제들의 개척자적인 활동들에 경의를 표해야 할 것이다. 1982년 페사로영화제가 한국영화를 전반적으로 소개했고 낭트의 3대륙 영화제는 1986년 첫 시도를 한 뒤 1989년 임권택 감독의 회고전을 처음으로 조직했다. 다음 단계는 1993년 파리의 퐁피두 센터가 주최한 대대적인 한국영화 회고전이었다. 이 회고전은 <만다라>의 임권택 감독이 한국영화에서 차지하는 중요한 위치를 가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같은 해에 한국에서 개봉된 <서편제>가 이 퐁피두 센터에서 소개된 다음 프랑스에 처음으로 상업적인 배급망을 통해 개봉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이 회고전을 준비
[해외평단의 임권택 읽기]미셸 프로동의 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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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OFFICE (서울) 6월1일 - 2일순위TITLE개봉일스크린좌석수서울주말서울누계(전야제)전국누계1묻지마 패밀리2002.05.31319,28440,93456,182143,1802취화선2002.05.10257,98039,849273,975649,9363스파이더맨2002.05.044310,42037,9281,036,4492,601,9764하이크라임2002.05.31214,79925,80033,70070,5005소림축구2002.05.17276,60825,415229,494656,7946오버더레인보우2002.05.17183,92322,460194,000376,4007집으로2002.04.05173,72919,3001,537,0003,963,0008후아유2002.05.24132,23714,50074,000145,0009쇼타임2002.05.24142,75712,10072,100148,00010일단뛰어2002.05.10101,4098,187212,308721,474# 참고사항1) 배급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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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19일 칸영화제로 향하는 임권택 감독은 만감이 오갔다. 스스로 ‘멍에’라고 표현하는 주위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이 그의 두 어깨를 짓눌렀던 탓에 이로부터 해방되고픈 욕구가 절실했다. 아무리 칸영화제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영화제라 해도 그에게 칸의 상은 도달해야 할 고지라기보다는 누락된 통과의례에 가까운 것이었다. 결국 그는 26일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감독상을 손에 거머쥔 채 60여년의 세월 중 가장 벅찬 순간의 하나를 맞이했다.1962년 <두만강아 잘 있거라>로 데뷔한 이후 만 40년 동안 98편의 영화를 만들어낸 임권택 감독은 1981년 <만다라>로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된 이래,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에 걸쳐 세계 영화계의 중심부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갔다. 이후 <씨받이> <길소뜸> <태백산맥>과 <춘향뎐> 등이 3대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며 세계 평단에 임권택의 이름을 새겨왔다. 올해 칸에 진출한 &
임권택을 바라보는 다섯개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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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의 여자들>, 일본의 또다른 행방불명요시다 요시시게의 13번째 영화이자 15년 만의 신작 <거울 속의 여자들>(鏡の女たち, 공식비경쟁 초대작) 은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안고 기다린 영화이다. 오시마 나기사, 이마무라 쇼헤이, 시노다 마사히로와 함께 60년대 일본영화의 전투의 계절에 등장한 이 감독의 과격하기 짝이 없는 <에로스+학살>(1970)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 중의 한편이다(이 영화는 오시마 나기사의 <감각의 제국>의 바로 그 이야기를 마치 알랭 레네의 <지난해 마리엥바드에서>처럼 만들었다). 그러나 80년대에 만든 두편의 영화 <인간의 약속>(1986)과 <폭풍의 언덕>(1988)은 한편은 너무 진지해서 따분하고 다른 한편은 너무 아름다워서 지루한 영화이다. 요시다의 영화는 종종 요기(妖氣)에 넘쳐난다. 또는 요시다는 그것이 영화의 매혹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역사를 다루거나, 문학소설을
영화평론가 정성일, 칸으로부터 세 번째 편지(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