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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상 역사상 최초로 3명의 흑인배우가 남우주연상은 물론 여우주연상과 공로상까지 상을 탄 이날 행사의 사회는 공교롭게도 흑인 여배우 우피 골드버그가 맡았다. 우피 골드버그는 흑인 수상자의 이름이 불려질 때마다 흥분을 감추지 못했으며, 수상소감이 이어질 땐 후보에 올랐던 스타들도 눈물을 글썽거렸다. 덴젤 워싱턴은 “내가 학교에서 세계 최고의 배우가 되고싶다고 했을 때 주변의 학생들은 모두 나를 비웃었다”며 흑인배우로서 겪어온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특히 그는 공로상을 탄 시드니 포이티어를 가리키며 “당신을 늘 좇아가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존경심을 표시했다. 이날 행사에는 우디 앨런 감독이 처음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장에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자신이 감독상을 탈 때도 뉴욕 클럽에서 색소폰을 불어야 한다며 아카데미 시상식장에 나타나지 않았었다. 9.11 테러 이후 처음 열린 시상식에 아카데미 위원회는 뉴욕에서 만들어진 영화들을 특별편집했고 우디에게 이 소개를 맡겼다. 참석자들의
아카데미상 시상식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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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듯 마는듯 날씨가 구물구물하다. 영국령 시절 한때 영화를 자랑하던 홍콩 시내의 경찰 기숙사 건물은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통틀어 1~2 가구 밖에 살지 않는 건물 밖 커다란 카메라 크레인이 3층에서 밑으로 쭉 내려오자 커다란 방부제 쓰레기꾸러미를 든 한 남자가 나타난다. 중국 본토에선 의사였지만 홍콩에 건너와 극빈층으로 전락한 파이 역을 맡은 리밍(여명)이다. 지난 23일 홍콩의 할리우드 거리에선 홍콩 감독 첸커신의 단편영화 <과년회가(過年回家)>의 막바지 촬영이 한창이었다. 이 영화는 <반칙왕>의 김지운 감독과 <잔다라>의 타이 논지 니미부트르 감독, <첨밀밀>의 첸 감독 등이 인간의 `두려움'을 공동 주제로 만드는 미스테리 옴니버스 영화 <쓰리(Three)> 가운데 한 편이다. 아시아에서 만들어진 최초의 공동영화로 기록될 이 작품에 대한 기대 때문인지 3개국에서 100여명의 취재진이 모여들었다. 이미 촬영을 마치고 주연
`인간의 두려움` 3국 3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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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절 워싱턴 & 할 베리 상 생긴 이래 처음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을 모두 흑인 배우가 차지했다. 특히 여우주연상을 흑인 배우가 받은 건 아카데미상 74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24일 저녁(현지 시각) 미 로스앤젤레스 코닥극장에서 열린 오스카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은 할 베리에게, 남우주연상은 덴젤 워싱턴에게 돌아갔다. 흑인 배우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건 지난 1964년 시드니 포이티어가 수상한 이래 38년만의 일이다. 할 베리는 <몬스터스 볼>에서 남편이 사형당한 뒤 사고로 아들까지 잃어버리는 여성 역을 맡아 열연했고, 덴젤 워싱턴은 <트레이닝 데이>에서 부패한 경찰 역을 연기했다. 할 베리는 수상 연설을 통해 “이 시간은 앞서간 많은 이들을 위한 순간”이라며, “비비카 박스 등 많은 유색 여배우들이 열고자 했던 그 문이 이제야 열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함께 했던 동료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이 무서운 세계에서 저를 도와주신 것
아카데미 남.녀주연상 모두 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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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은 폼나라고 하는 게 아니다”한때 마당극을 무대에 올렸던 임인애(44) 감독은 89년부터 노동현장에서 붙박이로 지내왔다. 일터, 노동자문예창작단 등을 거치면서 파업지원 공연을 주로 해왔으며, 카메라를 들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 주로 노동조합 교육용 비디오, 방송용 시사물 제작 등을 맡아왔다. 임 감독과 함께 공동연출한 서은주(30) 감독은 <밥·꽃·양>과 소재가 동일한 <평행선>을 만들었던 다큐멘터리 작가. <밥·꽃·양>은 98년 울산 현장에서 따로 카메라를 들고 있었던 두 사람과 홍은영 조감독, 이렇게 세 사람이 모여 만든 라넷(LARNET: Labor Reporter’s Network)의 첫결과물이다.-<밥·꽃·양> 사태를 겪으면서 잃은 것과 얻은 것이 있다면.=(임인애) 고통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그게 뭔지 경험하게 해주는구나 싶었다. 물론 밥 짓다 정리해고에 내몰린 여자의 고통보다 카메라 들다 검열 요구를 받은 여자
<밥·꽃·양> 감독 임인애, 서은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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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천지의 영기가 모이는 촉산. 정(正)과 사(邪)의 다툼이 끊이지 않는 이곳에 수백년 동안 잠자고 있다 부활한 마귀 유천이 나타난다. 촉산 최대 문파인 아미파의 장문인 백미(홍금보)는 제자 단진자(고천락)와 곤륜파 고수 현천종(정이건)을 거느리고 전투에 나서지만 유천이 파놓은 함정에 빠지고 만다. 백미의 후계자 영기(장백지)와 무기가 유천을 물리치기 위해 천뇌쌍검의 합체를 시도하는 순간, 현천종은 영기가 오래 전 유천에게 살해당한 자신의 사부 고월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Review <촉산전>은 정말 이상한 무협영화다. 이 영화에는 검과 하나가 돼 수묵화 같은 선을 그리며 대기를 가르는 강호의 고수나 존재하는 것만으로 이미 현실을 초월한 듯 장대한 대륙의 풍광이 없다. 허상만으로 세워졌기 때문에, 물질은 힘을 가질 수 없는 세계. 싸늘한 칼날 대신 전기뱀장어처럼 요동치는 빛줄기가 공간을 휘감고, 부서져나간 사람의 조각들로 새로운 생명을 창조해 영원히 이어
[Review] 촉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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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호숫가에서 쉬고 있던 한 무리의 기러기들이 인기척에 놀라 날아오른다. 그중 한 마리가 낚시 그물에 다리가 걸린 채 퍼덕이자 달려온 소년이 그물을 끊어준다. 그물조각을 징표처럼 발목에 단 기러기와 함께, 지중해에서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이르는 회색기러기의 이동이 시작된다. 검은목두루미도, 백황새도, 백조도, 생존을 위해 철새들은 제각각 북반구쪽 고향의 봄을 찾아 수천 킬로미터의 기나긴 비행에 오른다.■ Review 막연히 한두번쯤 하늘을 나는 꿈을 가져본 날개 없는 족속들에게, <위대한 비상>은 아주 특별한 시야를 열어주는 영화다. 인간의 말로는 ‘귀환의 약속’이라 표현된 철새들의 이동을 따라가는 이 다큐멘터리를 보자면, 종종 마치 그 무리의 옆에서 함께 날고 있는 일원이 된 듯한 느낌에 빠질 정도다. 바람에 흔들리는 깃털의 미세한 떨림까지 엿볼 수 있는 클로즈업에서 노을진 하늘과 더불어 스크린을 가득 메운 수많은 새들의 롱숏에 이르기까지, 카메라는 철새들의
[Review] 위대한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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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20세기 벽두의 뉴욕, 콜롬비아대 응용기계공학과 교수 알렉산더 하트겐(가이 피어스)은 사랑하는 여인 엠마에게 수줍은 청혼을 한다. 그러나 결혼을 약속한 순간 나타난 강도는 엠마의 목숨을 뺏아가고 하트겐은 그후 4년간 연구실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녀를 살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타임머신 연구에 몰두한다. 마침내 타임머신이 완성되고 하트겐은 4년 전 그날 그 장소에 도착한다.■ Review <타임머신>은 실현불가능한 꿈이다. 시간을 되돌리는 에너지는 인간에게 허용된 적이 없다. 그러나 영화의 상상 속에서는 한 가지 동력이 발견된다. 물론 그것은 ‘사랑’이다. 도입부는 근사하다. 천재과학자의 수줍은 구애는 여인의 마음을 움직인다. 다이아몬드 대신 그녀의 탄생석인 문스톤이 박힌 반지를 선사하며 남자는 불면의 밤을 끝내게 해달라고 속삭인다. 그리고 그때 나쁜 운명이 그녀를 뺏아간다. 남자는 시간을 되돌려 그녀를 찾겠다며 타임머신을
[Review] 타임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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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1873년 미국 메인주의 스머티노즈섬. 두명의 여자가 도끼에 찍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유일한 생존자이자 목격자인 마렌(사라 폴리)은 올케와 언니의 살인자로 떠돌이 루이스 와그너를 지목한다. 별다른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채 사건은 와그너의 교수형으로 종결된다. 그로부터 100여년 후, 사진기자인 진(캐서린 맥코맥)은 이 ‘숄군도의 비극’을 취재하기 위해 남편 토마스(숀 펜)와 시동생 리치, 그의 연인 에덜라인(엘리자베스 헐리)과 함께 요트를 타고 취재여행을 떠난다.■ Review 100년 전 일어난 끔찍한 도끼살인사건. 수많은 의혹을 남긴 판결. 그러나 누가 범인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진범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시작되는 이 영화에서 ‘진짜 범인’은 단지 맥거핀일 뿐이다. <폭풍속으로> <블루스틸>등을 통해 힘있는 연출력을 보여주었던 여성감독 캐스린 비글로는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대신 미묘한 심리극을 택했다.아니타 쉬레브의 동명소설을 기초로
[Review] 웨이트 오브 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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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오레건 주립교도소에서 함께 지내던 조 블레이크(브루스 윌리스)와 테리 콜린스(빌리 밥 손튼)는 과감히 탈옥을 감행한다. 조의 꿈은 멕시코 아카풀코의 휴양지에서 호텔을 경영하는 것. 자금을 마련하려는 조는 테리에게 은행강도를 제안하고, 스턴트맨 지망생인 조의 사촌 하비(트로이 개리티)가 여기에 가세하며 은행강도단이 결성된다. 이들은 은행장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다음날 아침 은행장과 함께 은행을 찾아 조용히 돈다발을 들고 나오는 이른바 ‘숙박강도’로 유명해지며 서부 지역 곳곳에서 대단한 성과를 거둔다. 어느 날 남편의 무관심과 우울한 결혼생활에서 벗어나려는 변호사 부인 케이트(케이트 블란쳇)가 강도단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매력적인 그녀를 가운데 둔 조와 테리 사이에는 묘한 긴장이 생긴다.■ Review <밴디츠>에서 미국 서부의 은행을 줄줄이 털어 명성을 날리는 주인공들의 ‘비법’은 다음과 같다. 일단 털 만한 은행을 물색하고, 은행장의 집을 알아놓는
[Review] 밴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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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울산인권영화제 사전검열논란으로 상영거부한, 다큐멘터리 <밥·꽃·양> 3월30일 이대에서 상영 불순한 의도인가, 아니면 단순한 오해인가. 지난해 9월, 울산인권영화제(인권영화제와는 무관)는 개막을 앞두고 검열 논란에 휩싸였다. “영화제 집행위원회가 일부 장면을 문제 삼아 사전검열을 시도했다”며, 한 다큐멘터리 제작팀이 상영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 논란의 시작이었다. 문제를 제기한 <밥·꽃·양>의 제작사 라넷은 9월7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제2회 울산인권영화제 상영을 거부합니다’라는 긴 글을 통해 “출처도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어떤 문제제기가 들어왔다”는 이유만으로 “작품 상영결정에 대한 논의가 한달이나 지난 시점에 와서 다시 고려해보고 상영해야 한다는 (영화제 집행위의) 발상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에 영화제쪽은 “<밥·꽃·양>은 상영이 결정된 작품이 아니며” 또한 “(해당 작품에 대해) 사전검열을 진
이 땅에서, 가난한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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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로얄 테넌바움(진 해크먼)과 애슐린 테넌바움(안젤리카 휴스턴)의 세 자녀는 어린 시절부터 비범한 재능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채스(벤 스틸러)는 투자 전문가이며 입양된 딸인 마고(기네스 팰트로)는 극작에 솜씨를 발휘하고 막내 리치(루크 윌슨)는 테니스 천재이다. 그러나 로얄과 애슐린의 별거는 이 천재가문의 앞날에 암운을 드리우고 그들의 세 자녀 또한 재능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채 자라나 각기 집을 떠나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세월이 흘러 호텔에 기거하던 로얄은 재정이 바닥상태에 이르자 불치병을 가장하여 애슐린의 저택으로 찾아오고 이 소식을 들은 세 자녀들 또한 그를 보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다. 그러나 거짓은 들통나게 마련. 돌아온 아버지를 계기로 테넌바움가 사람들은 제각기 지니고 있던 마음의 상처를 하나둘씩 꺼내보이기 시작한다.
■ Review 90년대에 등장한 영화광 출신 감독들이 영화사 100년을 누비며 마치 샘플링하듯 영화적 기억을 이리저리 조합, 전시하는
<로얄 테넌바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