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년 전 유학생 신분으로 미국으로 가게 되었을 때, 나를 불안하게 만든 많은 것들 중 하나가 미국의 의료체계였다. 각종 유학 관련 사이트들에 무수히 올라와 있던 미국의 복잡한 의료체계와 비싸기 이를 데 없는 의료보험에 관련된 정보 때문이었다. 그런 불안감이 현실화된 것은 입학과 동시에 의료보험에 가입하면서다.학교 당국이 한 보험회사와의 특별 계약을 통해 만들어낸 그 의료보험의 가격은, 가족이 있는 경우 그 수와 상관없이 1년에 25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330만원이나 되는 큰돈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보험으로는 미국에서 비싸기로 악명 높은 치과진료나 안경, 콘택트렌즈 등과 연관된 비용과 보험에 가입하기 이전에 가지고 있던 질병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보장이 되지 않았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주변 사람들의 충고에 따라 아프지도 않았던 사랑니를 뽑고, 안경도 두개나 더 만들어간 것을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그렇다면 소득도 없는 학생들이 왜 이렇
<존 큐>에 그려진 미국 의료체계의 문제점
-
40년 전 나온 게임 <우주 전쟁>에서 우주는 시커먼 모니터로만 표현되었다. 하지만 게임 속에 우주가 있었다. 몇개 되지 않는 하얀 점은 장엄하게 펼쳐진 은하 세계고 몇개의 선으로 이루어진 우주선의 위용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마치 최면이라도 걸린 듯 별빛이 쏟아지고 장엄한 우주 공간이 펼쳐진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건 물론 게이머의 상상력 덕분이다. 게임과 게이머의 공모가 빚어내는 환타지는 게임이 가진 힘의 가장 큰 원천이었다.하지만 언제부터인지 환타지는 현실로 끌어내려졌다. 어쩌면 잘못은 게임에 있을지 모르고 어쩌면 게이머 잘못일지도 모른다. 하얀 점 대신 사실적인 행성의 모습이 제시되었고 우주선 역시 진짜보다 더 화려한 모습이다. 게이머의 환타지가 사라진 지금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정교한 그래픽으로 상상력을 거세하는 게임과 그래픽 퀄리티만 이리 재고 저리 재는 게이머다. 게이머가 볼 수 있는 것은 보여주는 것뿐이지만 눈을 홀리는 사실적인 그래픽에만 손을
보이지 않아 더 사실적이군 <레즈>
-
4월5일, <E.T.>가 20년 만에 다시 극장으로 돌아온다. 우리나라에서는 1984년에 개봉했으니 정확히 18년 만이다. 그 당시 ‘외계인’ 하면 바로 ET의 모습을 떠올릴 정도로 상징적인 존재였던 ET. 한동안 독특한 얼굴을 두고 ‘ET 같다’는 표현을 관용구처럼 썼다면, 지금 10대들은 믿기 어려울 지도 모르겠다. 이제 막 문을 연 홈페이지는 새로운 관객보다는 향수에 젖어 가물가물한 추억을 다시 불러내고 싶어하는 이들을 겨냥했다.일단 메인화면에서 존 윌리엄스의 음악을 듣는 순간 자전거로 하늘을 날던 장면의 감동이 조금이라도 느껴진다면 이미 홈페이지를 충분히 즐겼다고 보면 된다. 가장 아이디어가 기발한 메뉴는 ‘Let’s play E.T.’ 코너. 동심으로 돌아가서 꼬마 드루 배리모어처럼 자신이 직접 ET에게 여러 가지 모자, 옷, 신발을 갈아입히는 인형놀이를 할 수 있다. ‘Trailer’는 전보다 보강된 특수효과와 새로 집어넣은 ET의 목욕장면 등을 2분 동안 제공
의 홈페이지
-
빌리 크리스털이 감독 겸 주연을 맡고, 데보라 윙거와 공연한 로맨틱코미디. 낭만적 사랑에 빠진 남녀가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는 줄거리다. 미키는 파리에서 엘렌이라는 여성을 만나 사랑을 느낀다. 미국으로 돌아온 미키는 엘렌을 잊지 못하는데 엘렌이 미키를 찾아오면서 모든 문제는 해결된다. 둘은 행복하게 결혼한다. 하지만 엘렌은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미키와의 사이도 차츰 벌어지기 시작한다.
[TV영화] 빠리가 당신을 부를 때
-
-
<미세스 브라운>을 만든 존 매든 감독이 셰익스피어라는 실존 작가의 삶과 작품에 매혹적인 로맨스를 첨가했다. 촉망받는 작가 셰익스피어는 슬럼프에 빠진다. 그는 연극 오디션에서 토마스라는 매력적인 소년을 만나게 된다. 토마스는 연극을 하고 싶어하는 여성 바이올라가 남장을 한 것. 바이올라와 셰익스피어는 곧 사랑에 빠진다. 셰익스피어는 새로운 희곡을 쓰고, 바이올라는 부모 성화에 못 이겨 정략결혼을 하게 된다. 연극이 무대에 오르는 날, 이들은 재회한다.
[TV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
-
키아로스타미의 조감독 출신인 자파르 파나히 감독작.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 수상작이다. 새해를 앞두고 엄마와 함께 시장에 간 라지에는 예쁜 금붕어를 사고 싶다. 오빠의 도움으로 돈을 얻은 라지에는 단숨에 시장으로 달려간다. 하지만 마술사는 아이를 홀려 돈을 빼앗고 라지에는 망연자실한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돈을 찾지만 라지에는 다시 돈을 잃어버린다. 키아로스타미의 뒤를 잇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영화.
[TV영화] 하얀풍선
-
St. Valentine’s Day Massacre 1967년, 감독 로저 코먼 출연 조지 시걸 <EBS> 3월31일(일) 낮 2시“영화란 별게 없다. 처음과 끝이 좋으면 된다. 그외엔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1950년대 이후 로저 코먼 감독은 제작자 겸 감독으로 미국영화에서 독자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경제성 원칙을 앞세운 철학에서 내비치듯, 로저 코먼의 영화는 싸구려 장르물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배우 연기와 특수효과는 조악하고, 이야기도 논리적으로 아귀가 맞지 않을 때가 잦다. 내레이션은 그의 영화에서 ‘구원투수’ 같은데 장황하게 이야기가 벌어진다 싶으면 내레이션이 산뜻한 정리 역할을 하곤 한다. <괴물 게떼들의 공격> 등 코먼의 대표작들은 모두 재치있는 조악함의 전형이다. 그런데 이를 코먼 영화의 전부라고 오해하면 곤란하다. 20세기폭스와 손잡고 만든 <성 발렌타인 데이의 대학살>에서 로저 코먼은 탄탄한 장르영화를 정공법으로 만들 수 있는
로저 코먼 감독의 <성 발렌타인 데이의 대학살>
-
최근 성범죄 사범자 2차 명단이 발표되었다. 15살 미만 여아들을 상대로 한 추행이 가장 많았으며, 이른바 원조교제는 여중학생들을 상대로 한 것들이라고 한다. 살인에 가까운 여아 폭행에는 할말을 잃지만, 여중생들을 상대로 한 성범죄를 통해서는 비열한 자본의 표정을 읽게 된다. 또 최근 미국 연방수사국은 여아나체 사진을 상업적으로 유포하는 인터넷 관련자들을 검거했는데, 신부, 교사, 스쿨버스 운전사 등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인간이란, 특히 남성들이란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동물들인지 아연에 질색이다.이번주 독립영화극장(KBS2TV 금요일 새벽 1시10분)에서는 중국 단편영화인 <버스 44>(35mm/ 컬러/ 11분)를 방영한다. 데이얀 엉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한적한 교외를 달리던 44번 버스에서 일어난 노상강도들의 강탈과 여기사 추행에 얽힌, 급격한 반전을 지닌 영화다. 여기사가 벌판에서 추행을 당하려고 할 때 한 청년만이 그녀를 구하려다 실패하고 만다. 이후 여기사는
독립·단편영화 <버스 44>
-
마케팅 용어 중에 ‘니치 마케팅’(nitch maketing)이란 것이 있다. 우리 말로 풀이하면 ‘틈새시장 공략’이라 할 수 있는데, 대중이 찾는 주류상품이 아닌 소수의 수요자를 개발해 그들을 위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 주변에서 ‘니치 마케팅’에 성공한 제품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음료시장에서 쌀로 만든 음료나 숙취해소용 드링크류는 모두 대표적인 니치 마케팅 상품이다. 영화나 음반과 같은 문화상품도 마찬가지. 막대한 예산을 투자한 블록버스터와 맞서 저렴한 제작비로 실속있는 흥행성적을 거둔 <나쁜 남자>나 생전 처음 보는 쿠바의 원로 음악인을 소개한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음반은 사실 전형적인 ‘니치 마케팅’의 승리이다.아침부터 저녁까지 빈틈없는 편성표로 운영되는 방송에서도 잘 살펴보면 ‘틈새 시청자’를 개발한 프로그램을 발견할 수 있다. 요즘 일요일 아침에 인기를 얻고 있는 SBS <도전 1000곡>과 <TV 동물
편안한 일요일 아침프로그램 <도전 1000곡>
-
‘젊은 그들’ 정우성과 전지현이 절규하고 있다. 정우성은 사랑하지 않는 게 뜻대로 되지 않는 양 “너 왜 자꾸 내 눈에 밟혀. 잊을 만하면 나타나고 또 잊을 만하면 나타나고”라며 허공에 소리친다. 전지현도 “아프다”고 말한다. 물론 아픈 곳은 마음이다. 그는 “아파, 아파. 이러지 마. 나도 아파. 사랑하지 마, 날 사랑하지 마” 하며 정우성을 향해 울부짖는다. 절규가 절정에 다다를 즈음 두 사람은 행동을 개시한다. 정우성은 목검을 든 채 질주해 샌드백을 세차게 내려치고, 전지현은 하늘을 향해 총알을 날린다. ‘탕, 탕, 탕.’롯데칠성의 ‘2% 부족할 때’ CF가 비장미 감도는 멜로로 시청자의 눈과 귀와 가슴을 때리고 있다. 전지현이 등장하기 전에도 정우성은 이 광고를 통해 “가, 가란 말이야”, “우리를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등을 외치며 ‘사랑은 언제나 목마르다’는 정의를 알렸다. 얼핏 상대여성이 중국배우 장쯔이에게서 전지현으로 바뀌었을 뿐 어떤 획기적인 변화는 없어보인다. 그
2% 부족할 때
-
● <오션스 일레븐>은 적어도 감독의 입장에서 보자면, 리메이크 하기 너무 좋은 완벽한 프로젝트랄 수 있다. 자기가 뭘 어떻게 만들든지 간에 적어도 60년산 오리지널 <오션스 일레븐>보다는 나으리라는 믿음 때문에 스티븐 소더버그는 틀림없이, 적이 안심했을 것이다. 프랭크 시내트라와 그의 랫팩이 성공적으로 라스베이거스 번화가에 잠입해 다섯 군데 카지노를 3분 만에 접수해버린 뒤 모두가 <올드 랭 사인>을 부르는, 껄렁껄렁하고 우쭐우쭐하기만 할 뿐 내용이라곤 없는 장난 같은 그 영화 말이다.이미 확실히 바닥을 쳤으니 이제 올라갈 일밖에 안 남은 그런 상황. 소더버그는 우선, 덜 현란한 대신 좀더 친근한 이들로 패거리를 새로이 구성하는 데서 출발했다. 이중 몇을 꼽아보자면, 온화한 보스 대니 오션 역할에 조지 클루니, 붙임성 있고 상냥한 디노 역을 느슨한 풍으로 소화해내는 브래드 피트, 코크니 악센트를 가진 사기꾼을 연기한 돈 치들, 똘마니 역을 맡은 맷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오션스 일레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