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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우기가 뿌려대는 빗줄기 속에 놓여진 평창동의 버스 정류장에서, 늦가을 차가운 새벽 바람을 맞고 있는 성북동의 버스 정류장에서, 자신의 상처를 감당하기 버거워 훌쩍 사라져버리는 어린 소녀를 기다렸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재섭이 되어가고 있었다….”
김태우 - ‘컨셉북 <버스, 정류장> 중’
남자가 운다. 꺽꺽 소리내어 서럽게 운다. 열일곱 어린 소녀 앞에서 엄마품에 안긴 소년처럼 서럽게도 울어댄다. “어떻게 울어야지, 이런 느낌을 살려서 울어야지 하는 생각도 없었어요.” 어쩌면 꿍 하니 웅크리고 살아왔던 초라한 서른둘 인생을 위한 한 바탕, 어쩌면 찰 것도 빌 것도 없던 마음에 큰 구멍 하나를 내버린 소녀를 향한 한 바탕. 차곡차곡 쌓아왔던 감정들이 분출구를 찾은 순간, 재섭도 김태우도 아무런 계산없이 그렇게 울고 있었다.
우리가 오랫동안 김태우를 알아왔다고 자부해도, 그의 연기를 드라마나 영화에서 수차례 봐왔다고 방심해도, <버스, 정류장>의 김태우
<버스, 정류장>의 재섭 김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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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복절도할 엽기적인 커플도 봤다. 눈을 떼기 어려울 만큼 아름다운 커플도 봤다. 간혹 서먹서먹한 커플도, 경계를 늦추지 않는 커플도 봤다. 그러나 이렇게 따뜻하게 기분좋은 커플은 처음이다. “선생님은 진실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같은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열일곱 소녀와 “세상을 띄엄띄엄 살 순 없을까?”며 자문하는 서른두살 남자. 그들의 만남과 소통을 그린 <버스, 정류장>의 김태우와 김민정은, 얌전하고 내성적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세상없이 유쾌한 청춘들이었다.
“내 얼굴이 어려 보여서 그런 거야.” “내가 정신적으로 성숙해서 그런 거라니까요.” 71년생, 82년생. 한살 빠진 띠동갑인 이들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를 놀리다가 여고생처럼 맞장구치며 속닥거리는 모습은, 누구에게 실례인지는 모르겠지만, 동갑의 연인 혹은 익숙한 친구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런 막역함도 “백이면 백, 모든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시나리오”를 들고 “가장 근접한 느낌”을 찾기 위해 감독
<버스, 정류장>의 김민정, 김태우의 행복한 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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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바토레 피시첼리 선두로 극단출신 나폴리 출신 영화인들 활약 두드러져이탈리아영화의 중심이라 한다면, “영화는 가장 강한 무기”라는 슬로건 아래 무솔리니에 의해 세워진, 말 그대로‘영화의 도시’라 할 수 있는 세트장 치네치타와 영화학교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국립영화센터(Scuola Nazinale di Cinema, 1905년 설립)가 위치한 로마다. 영화라는 강한 무기는, 이제는 TV의 침공을 받아 참패했고, 네오리얼리즘의 힘도 사라진 90년대 중반까지 이탈리아영화의 중심은 토스카나 지방의 감독들(로베르토 베니니, 레오나르도 피라초니, 다리오 아르젠토 등)로 옮겨갔다. 이들은 이탈리아영화의 중심부로 진출해 코미디, 멜로, 공포 등 여러 장르의 영화를 만들었는데,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하며 이런 지역적 흐름이 남쪽의 항구도시인 나폴리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나폴리 출신의 여러 감독, 제작자, 배우들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낙후된 땅 나폴리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옮겨 이탈
[로마리포트] 이탈리아영화 나폴리로 중심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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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로 걷기>, 장편영화 대상과 관객이 뽑은 최고의 동성애 영화상 수상 지난 2월17일 이른 새벽녘, 포츠담 광장 베를리날레 팔라스트 극장에서 거행될 베를린영화제 시상식의 곰 트로피 수여자를 둘러싼 온갖 추측이 난무하던 그 순간, 전철 한 정거장 거리에 있는 재즈 극장 템포드롬에서는 또 하나의 시상식이 그 절정을 이루고 있었으니…. ‘베를린영화제- 동성애영화 시상식’, 일명 테디베어상 시상식이 그것이었다.올해로 16회를 맞는 이 행사는 독일 동성애자 연맹이 주최하며, 베를린영화제와는 공식적으로나 비공식적으로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러나 행사 공식명칭에 ‘베를리날레’를 살짝 도용하고, 개최 시기 역시 영화제 마지막 일정에 맞물려 개최하는 심술을 부림으로써 몇시간 뒤 치뤄질 폐막식 행사의 김을 빼버리는 영화제의 악동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없지만, 시상식 후 곧바로 요란한 댄스파티로 이어지는 이벤트적 성격 덕분에 베를린영화제 참석 인사들의 관심도 공
[베를린통신] 동성애영화제 테디베어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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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1965년 코네티컷주 웰링턴시의 작은 마을. 글재주 있는 15살 소녀 베브(드루 배리모어)는 뉴욕으로 가서 소설가가 되는 꿈을 꾸지만 어느날 파티에서 짝사랑하던 남학생에게 퇴짜를 맞고 별볼일 없는 고교 중퇴생 레이 헤섹(스티븐 잔)을 만나 인생이 바뀐다. 그의 위로를 받으며 순간적으로 사랑에 빠진 결과는 상상도 못했던 임신. 베브는 가족을 위해 고교를 중퇴하고 레이와 결혼한다. 베브는 대학 진학을 꿈꾸며 열심히 공부하지만, 아들 제이슨의 양육과 남편의 무능력 등 주변환경 때문에 상황은 갈수록 힘들어진다.■ Review “인생의 수많은 날들 중에서 단 하루가 당신의 인생을 근사하게 만들 수도 있고 망쳐버릴 수도 있다. ”-비벌리 도노프리오때로 인생의 단 하루를 극복하느라 20년이 걸리기도 한다. <라이딩 위드 보이즈>는 15살의 단 하루 때문에 장밋빛 인생으로부터 20년 동안 ‘버림’받았던 소녀 비벌리 도노프리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유쾌한 영화다. 15
[Review] 라이딩 위드 보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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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가 산자를 눌렀다. 지난해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R&B 가수 알리야의 유작 <뱀파이어 퀸>니 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뱀파이어 퀸>은 현대의 록음악이 모든 뱀파이어들의 여왕 아카샤를 깊은 잠에서 깨우면서 시작되는 영화로 2월23일 개봉해 첫 사흘동안 1520만달러를 벌었다. 전 주 1위였던 <존 큐>는 2위로 물러났다.
알리야 유작 <뱀파이어 퀸>,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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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서른두살의 보습학원 강사 재섭은 거리에서 만난 창녀가 유일한 대화상대이고 자신을 따르는 학생들에게도 냉소적인 농담 따먹기 외에는 별 관심이 없다. 열일곱살의 학원생 소희는 그런 재섭의 내면을 금세 알아본다. 두 사람은 버스 정류장과 전철역을 오가면서 친해진다. 원조교제를 하는 모범생과 아웃사이더 인텔리 사이에 서서히 이해와 사랑이 싹튼다.■ Review 때로는 쉼표 하나가 많은 말을 대신할 수 있다. <버스, 정류장>의 제목 속에 들어 있는 쉼표는, 당신이 어느날 버스 정류장에서 스치고 지나갔을지도 모르는 조용한 여고생과 후줄근한 학원 강사의 모습에 눈길을 한번 주어보라는 조용한 권고다. 휙휙 내달리는 일상의 리듬에 잠시 쉼표를 찍었을 때라야, 낮고 뜨거운 그들의 음성이 들리기 시작할 것이다.재섭(김태우)은 지나친 침묵과 다변 사이를 오간다. 친구나 동료들에게는 고립을 자초할 수밖에 없을 만큼 말수가 적고 냉소적인 반면, 분필을 들었을 때에는 정답 찍는
[Review] 버스, 정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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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작가 아이리스 머독(케이트 윈슬럿, 주디 덴치)과 영문학 강사 존 베일리(휴 본빌, 짐 브로드벤트)는 1950년대 초 옥스퍼드대학에서 처음 만난다. 존은 빛나는 재능을 가진 아이리스를 사랑하고 숭배하지만 아이리스의 자유분방한 양성애적 사생활은 그를 번민에 빠뜨린다. 결혼 뒤 40년간 더없이 친밀한 동반관계를 지속하는 아이리스와 존. 그러나 노년의 어느날 아이리스를 습격한 알츠하이머병은 그녀의 명철한 정신을 무너뜨리고, 존은 갓난아기처럼 변한 아내를 헌신적으로 보살핀다. 간간이 되살아오는 젊은 날의 질투와 아이리스에 대한 원망으로 괴로워하면서.■ Review 아이리스는 존을 사랑한다. 그러나 그녀의 시선은 자주 먼 곳을 헤맨다. 존은 아이리스를 사랑한다. 그의 눈은 평생 아이리스를 ‘엿본다’. 영화 <아이리스>의 한 장면은 다른 남자와 열렬한 정사를 나누는 아이리스를 훔쳐보는 청년 존 베일리를 보여준다. 영화가 부부의 노년을 비출 때 우리는 비스듬히 열린
[Review] 아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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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이 녹고, 웃음이 싹튼다오스카 캠페인이 마무리되는 3월부터 여름 대작들이 포문을 여는 5월까지는 블록버스터나 가족용 엔터테인먼트보다 아담하고 개성있는 장르 영화가 일년 중 가장 풍성한 시기다. 감독과 배우의 이름이 불러오는 기대치가 높은 봄 영화로는 데이빗 핀처 감독과 조디 포스터의 <패닉 룸>과 <노팅힐>의 로저 미첼 감독이 연출하고 벤 에플렉, 사무엘 L.잭슨, 토니 콜레트, 윌리엄 허트가 공연하는 <차선 바꾸기>(Changing Lanes), 스티븐 소더버그와 줄리아 로버츠의 <풀 프론탈>이 있다. <패닉 룸>은 한 이혼녀와 11살 난 그녀의 딸이 잔인한 3인조 강도와 맞선 기나긴 밤을 그린 스릴러. <파이트 클럽>에서 다양한 로케이션을 활용했던 데이빗 핀처 감독은 단일 세트에서 서스펜스를 극대화하겠다는 의욕을 피력한 바 있다. <차선 바꾸기>는 우연히 서류가방이 바뀐 성공한 남자와 낙오자가 서로의
할리우드 봄영화 라인업, <패닉 룸> <풀 프론탈> 등 개성있는 장르영화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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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명예를 누린 복서들이 스크린의 챔피언을 만났다. 지난 2월25일 씨넥스에서 열린 <알리> 프리미어 시사회에는 전날 3차 방어에 성공한 현 WBC 라이트플라이급 챔피언 최요삼을 비롯해 역대 프로복싱 챔피언들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 왼쪽부터 김광선, 최요삼, 유명우, 장정구, 박시헌. 사진 정진환
챔피언, 챔피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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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삭제 의혹으로 관객들의 항의소동을 빚고 있는 영화 <알리>(3일 연합뉴스 보도)가 28분 가량 잘려나간 채 상영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알리>의 수입배급사인 아름다운영화사 관계자는 4일 오전 연합뉴스로 전화를 걸어와 "등급심의를 통과한 151분의 러닝타임에서 27∼28분을 잘라내 123분으로 상영하고 있다"고 시인했다.이 관계자는 "하루 1차례 더 상영하려는 욕심이 깔려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그보다는 모니터링 시사회 때 우리 정서에 맞지 않아 지루한 대목이 있다는 의견이 제시돼 해당 부분을 집중적으로 삭제했다"고 덧붙였다.주로 잘려나간 부분은 말콤 엑스가 일리와 이데올로기적인 견해 차이로 갈등하는 대목과 말콤 엑스가 총격으로 피살된 뒤 알리가 한참 동안 우는 장면이다.아름다운영화사는 관계사와의 협의를 거쳐 빠른 시일 안에 복원상영 여부와 시기를 결정할 예정이다.(서울/연합뉴스)
영화 <알리>무단삭제 28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