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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저 사람은 아니겠지, 하는데 그가 앞자리에 턱 앉는다. 미국의 폭주족이나 입을 법한 가죽옷을, 그것도 재킷에서 바지, 부츠까지 ‘풀세트’로 차려입은 그가 한 동성애자와 이성애자의 사랑이야기 <로드무비>의 감독이라니. 뭔가 ‘튀는’ 사람일 것이라는 첫인상은 살아온 과정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는 “동아리, 동문회는 물론이고 어떤 모임에도 소속된 적이 없는”, 좋게 말해 자유인, 나쁘게 말하면 조직 부적응자다.그런 그가 대학을 마친 1987년 ‘보헤미안의 고향’ 프랑스로 떠난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충직 교수의 소개로 박광수 감독이 다녔던 에섹(ESEC)에서 영화를 배웠고, 자유의 공기를 마시기 위해 파리에서 4년을 더 머물렀다. 그 와중에도 영화에 대한 열정은 불타올라 방학마다 귀국해 <남부군> <베를린 리포트> <명자 아끼꼬 쏘냐> 등에서 연출부로 활약하기도 했다.하지만 데뷔 약속을 받고 한국으로 돌아온 93년 이후 그는 불운
[2002 신인감독 14인] <로드무비>의 김인식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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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저렇게 선비 같은 사람 머릿속에서 이런 시나리오가 나오다니….” 지난 99년 <반칙왕> 개봉 직후, 사무실에 날아든 시나리오 <살인비가>를 읽은 영화사 봄 식구들은 시나리오와 이종혁 감독의 얼굴을 번갈아 들여다보며, 그 엄청난 간극에 당황해 마지않았다고 회고한다. 잔혹하단 말로는 부족한 느낌이 드는, 엽기적인 살인행각, 그 모방범죄를 소재로 한 <살인비가>의 시나리오는 그날로 봄 식구 전원의 만장일치를 얻어 인큐베이팅에 들어갔다. 캐스팅이 늦어지는 바람에 숙성 기간이 2년 반으로 길어지면서, 제목도 ‘너무 정직한’ <살인비가> 대신 ‘신비스런 여운’이 남는 로 바뀌었다.첫 장편의 크랭크인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동안 데뷔를 앞둔 감독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조바심을 냈을 법한데, 이종혁 감독, 과연 선비의 기품을 담은 목소리로 느긋하게 답한다. “제가 박광수 감독님, 박종원 감독님 연출부를 했거든요. 그분들 보통 2년 넘게 준비하세요.
[2002 신인감독 14인] 의 이종혁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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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감독들이 잇따라 극장 나들이에 나선다.등급보류영화 전문감독 이지상, 동성애·원조교제 등 심상치 않은 소재에 몰두해온 이송희일, 지하창작집단 `파적`과 계간 <독립영화>를 이끌어온 김정구, 10년 가까이 단편영화만 만들어온 유상곤 등 독립영화계의 문제 감독 4명이 만든 옴니버스 영화 <사자성어>가 오는 28일 코리아 닷컴, 라이코스 등 인터넷 극장의 온라인 개봉을 거쳐 2월말 극장에 걸린다. 또 뮤직비디오 감독 강론이 인디 밴드 크라잉 넛을 출연시켜, 그들의 소시적 영웅 이소룡을 찾아나서게 하는 황당무계한 이야기 <이소룡을 찾아랏!>도 오는 26일 서울 동숭동 하이퍼텍 나다에서 개봉한다. 영화의 완성도 여부를 떠나 각종 매체를 통해 이름은 알려졌으나, 막상 일반 관객이 접할 기회가 없었던 독립영화 감독들의 영화를 극장에서 만날 수 있게 된 건 반가운 일이다.<사자성어> 이 영화는 엄밀히 말해 독립영화가 아니다. 100분 분량의 에피
독립영화 감독들 `스크린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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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생 감독이 추천하는 베스트 51. 인생은 아름다워 제일 좋아하는, 존경하는 사람, 로베르토 베니니. 어쩌면 그렇게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그렇게 웃기게 그렸는지 정말, 쇼크 먹었다. 영화 한 편이 인생을 얼마나 변화시킬까 했는데, 나한테는 변화를 줬다. 영화를 보는 눈을, 세상을 보는 눈을 확 변화시켜 줬으니까.2.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꿈을 꿨다고 생각했을 때 느낄 만한 감정들이 다 들어있는 이미지. 숲, 오무, 낯선데 낯설지 않은 이미지를 보면서, 영화를 만든다면 이렇게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특히 바람이 부는 계곡, 마치 내가 그 안에 서서 바람을 맞는 것 같은 이미지. 영화를 보면서 꿈을 꾸는 것 같다.3. 더 월 음악이 영화 전체를 이끌며 충격적이고 도전적인 실사장면과 상징적인 애니메이션들이 어우러져 마치 현대적인 오페라를 본 느낌. 85년에 처음 보고 이런 영화를 만들어야 겠다는 욕구를 가져다준 작품.4. BARAKA 전세계의 상징적인 풍습들과 사람과
김문생, 이성강 감독의 베스트 5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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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무술스타 이연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에스에프 액션 <더 원>은 우주가 하나가 아니라 125개나 되고, 그 각각의 우주에는 나와 똑같은 외모를 지닌 사람이 살고 있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전직 우주경찰 요원인 율라우(이연걸)는 하나의 에너지가 125개의 우주에 사는 또 다른 나에게 각각 나눠져 있어, 이들을 모두 죽이고 혼자 남게 되면, 절대적 힘을 가진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다른 우주의 또 다른 자신을 하나씩 죽여나간다. 영화는 율라우가 123번째의 또 다른 자신을 죽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클로즈 업으로 폴리스란 글자를 한참 비춘 뒤 점점 뒤로 물러나는 화면을 통해 폴리스란 글자를 붙인 경찰 옷의 팔부분 그리고 방어장비와 총으로 무장하는 경찰의 모습이 나타난다. 이어 완전무장을 한 뒤 감옥으로 들어가 죄수를 호송해나오고, 그 죄수가 율라우에게 살해되는 장면이 뒤따른다.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한 음향까지 배경에 깔리지만, 율라우가 자신과 같은 모습의 죄수를 죽
<더 원> 125개 우주에, 나 이외의 나는 용서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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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유럽 호러는 난공불락의 성이다. 다리오 아르젠토의 영화 몇편과 프랑스 에로틱 호러의 거장인 진 롤린의 <악령의 늪>(이건 졸작!)이나 이제 중견이 된 미켈레 소아비의 <아쿠아리스>, 람베르토 바바의 <데몬스> 등을 겨우 만날 수는 있다. 세계에서 가장 폭력적이고 잔인한 유럽 공포영화의 정수인 루치오 풀치, 움베르토 렌치 등의 고어영화는 스웨덴에서 80년대 초반까지 ‘도덕적 패닉’을 가져온다는 이유로 금지된 적이 있고, 영국에서는 아직도 일부 작품이 금지되고 있다.이성이 지배하는 유럽에서, 70년대와 80년대 초반 이탈리아의 마리오 바바, 다리오 아르젠토, 루치오 풀치, 프랑스의 진 롤링, 스페인의 아만도 데 오소리오와 호르게 그라우 등이 고어와 카니발리즘 그리고 광기로 요약되는 유럽 공포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이 영화들은 바다를 건너 브라이언 드 팔마, 기예르모 델 토로, 쿠엔틴 타란티노, 리처드 스탠리, 로버트 로드리게즈 등에게 영향을
유럽 공포영화의 전통과 아메나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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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영상물등급위원회(위원장 김수용)에 수입추천을 신청한 외국영화는 355편으로 집계돼 2000년 427편에 비해 16.9%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2000년 18.9%의 증가율을 기록했던 수입추천 신청건수가 이처럼 하락세를 보인 것은 지난해 극장가에서 한국영화가 유례없는 활황을 누리면서 상대적으로 외국영화개봉편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한국영화 등급분류 신청건수는 전년대비 13.2%(9편) 증가한 77건에 이르러 국내영화의 비율은 15.8%에서 19.4%로 3.6% 포인트 높아졌다.국내외 영화를 합쳐 등급분류를 받은 396편 가운데 `18세 이상 관람가`가 143편(36.1%)으로 가장 많았고 `15세` 126편(31.8%), `12세`, `전체 관람가`(이상 14.6%)등이었다. 등급보류를 받은 영화는 국내 4편, 국외 7편 등 모두 11편(2.7%)으로 집계됐다. 수입추천 심의에서 불합격된 외화는 16편(4.5%)이었다.한국영화는`18세`가 45.5%로 압도적으로 많
외국영화 수입편수 감소세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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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이야기>의 이성강 감독과 <원더풀 데이즈>의 김문생 감독은, 같은 길을 다르게 걸어가는 동행들이다. 단편 애니메이션 작가를 거쳐 무리하지 않은 제작비로 푸근한 파스텔조 2D 느낌의 컴퓨터애니메이션을 마무리한 이성강 감독과 200여편의 CF를 찍은 경력에 바탕해 실사와 미니어처, 셀과 3D를 넘나드는 대작 규모의 SF애니메이션을 준비중인 김문생 감독. 시장 규모가 적고 관객층이 두텁지 못해 쉽지 않은 장편 애니메이션 창작의 길에서, 이들은 각각 성장의 기억과 환상을 품은 일상의 동화와, 황량한 미래의 디스토피아에서 희망을 꿈꾸는 젊은이들을 다룬 SF라는 다른 걸음으로 창작의 꿈을 꾸준히 다져왔다.소재만큼이나 출신도 스타일도 제작규모도 다르지만, 오랫동안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했던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연서를 쓰며 행복한 만남을 그리는 마음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리고 먼저 완성된 <마리이야기> 개봉을 앞두고, 두 감독이 만났다. 느리고 나직
<원더풀 데이즈>의 김문생 감독, <마리이야기>이성강 감독을 만나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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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술이 아니라 사람 마음이 중요김 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그려서 직접 만드는 사람이 아니니까 가끔 소외감도 느껴요. 애니메이터들은 대부분 애니메이터 출신의 감독을 원하거든요. 애니메이션 파트나 업계에서 다들 날 이방인으로 보고 있는 거죠. 내 생각을 전달할 때 그림으로 그려보일 수 없기 때문에 답답할 때도 있지만, 꼭 그림을 그려야만 애니메이션 연출을 할 수 있다고 생각진 않는데…. 이 감독은 그림 그리죠?이 많이 그리긴 하지만, 저도 뭐, 수정할 때나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하고 그려보이는 거죠. 애니메이션 업계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을 안 해 봤고요. 연출이 가능하다는 건, 사람들과 같이 얘기를 쉽게 할 수 있고, 현실적으로 리테이크를 할 수 있어야 하는 건데, 그러기 위해선 내가 잘 아는 방식으로 가야 되겠다 싶었죠.그게 기존 애니메이션 프로덕션과는 겹치는 부분이 별로 없었어요. 내가 했던 경험을 그대로 가져와서 사람들을 끌어오면서 그게 어느 정도 잘됐기 때문
<원더풀 데이즈>의 김문생 감독, <마리이야기>이성강 감독을 만나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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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김기덕 영화에 대한 논쟁이 시작됐다. 김기덕 감독의 7번째 영화 <나쁜 남자>에 대한 엇갈린 반응이 뜻하는 것은 그의 작품세계에 관해선 여전히 더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수취인불명>과 달리 <나쁜 남자>에는 정치사회적 배경이 거세되어 있다. 남한사회의 역사와 개인의 운명을 포개놓은 전작에서 벗어나 <나쁜 남자>는 <악어>에서 <섬>까지 이어진 폭력과 사랑과 성적 에너지의 묘한 결합을 주시한다. 어찌 보면 그간 김기덕 영화에 등장한 남녀관계의 원초적 뿌리를 보여주는 것이기에 찬반논쟁을 피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비판이든 지지이든 거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어떤 거울을 들이미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상이 맺힌다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씨네21>은 두 가지 상반된 상을 보여주는 거울로서 유운성씨와 주유신씨의 글을 싣는다. 서로 다른 각도에서 들여다보면 한발 더 가까이 진실에
나는 왜 김기덕을 지지하는가 / 반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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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서 김기덕은 다루기 쉬운 동물이다. 그의 영화에 격렬한 비난을 쏟아붓는 이들뿐만 아니라 심지어 얼마간 호의를 내비치는 이들까지도 그를 마치 동물처럼 다룬다. 이런 경우에 찬사와 비난은 결국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이 된다. <수취인불명>과 <나쁜 남자>에 대해 얼마간의 만족감을 내비치면서도 거기에서 이른바 ‘길들여진’ 야수성을 지적하며 김기덕 고유의 색깔이 엷어져가고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사실 절반의 찬사가 아닌 우회적인 비난일 뿐이다. 차라리 의연히 분석가를 자처하며 그를 정신병자 취급하는 이들이야말로 좀더 그를 잘 대접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을 듯싶다. 동물에게는 무의식이 없다고 말한 게 누구였을까?그러니까 아무도 김기덕에게서 무언가 배우려 들지 않는다. 그는 감싸주고, 경멸하고, 지켜보고, 비난하고, 분석할 대상은 될지언정 결코 말을 경청할 만한 인간은 못되는 것이다. 일곱 번째 영화를 만든 지금에 와서도 그의 전언은 여전히 ‘수취인불명’이
내가 김기덕 영화를 지지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