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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xorcist 1973년 감독 윌리엄 프리드킨
출연 린다 블레어, 막스 폰 시도
장르 공포(SKC)
1973년에 개봉한 <엑소시스트>가 ‘당신이 결코 보지 못한 버전’(A version you’ve never seen)이란 부제를 달고 2000년에 재개봉되었다. 개봉 당시 평단과 종교계 등의 반대에 부딪혀 삭제되었던 약 11분가량의 미공개 장면(스파이더 워크, 십자가 자위, 악마의 그림자 등)을 삽입하고, 디지털 사운드로 리마스터링하여 디렉터스 컷으로 27년 만에 제대로 다시 개봉한 것이다. 악마가 들린 소녀의 소름 끼치는 이야기, 흠잡을 데 없는 캐스팅과 잊지 못할 연기, 그리고 이토록 매 장면마다 정신을 몰두하게 하는 공포영화는 현재로서도 드물 정도.
엑소시스트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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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my at the Gates 2001년 감독 장 자크 아노
출연 주드 로, 조셉 파인즈
장르 드라마(파라마운트)
2차대전을 연합군의 승리로 이끈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배경으로 옛 소련의 실제 영웅이었던 바실리의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 불가침 조약을 맺었던 독일이 예고없이 소련의 마지막 보루인 스탈린그라드를 침공하고, 이에 소련군의 선전장교 다닐로프는 바실리라는 병사의 기막힌 사격솜씨를 이용하여 소련군의 사기를 높일 영웅 탄생을 계획한다. 그러나 바실리의 연인이자 여병사인 타냐를 다닐로프도 사랑하게 되면서 묘한 삼각관계가 빚어진다. 2001년 베를린영화제 오프닝작.
에너미 앳 더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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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tle Cheung 1999년 감독 프루트 챈
출연 유유에밍, 막웨이판
장르 드라마(아틀랜타 컨텐츠)
프루트 챈의 홍콩 반환 3부작 중 마지막편. 거칠고 암울한 이전의 두 작품에 비하면 상당히 부드러워진 표현법을 느낄 수 있다. 1996년 홍콩 반환 전후를 배경으로 리틀 청이라는 꼬마가 사는 법을 장장 3시간에 걸쳐 조용하고 담담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2000년 로카르노영화제 은표범상을 수상했다.
리틀 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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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Ange 1999년 감독 미겔 쿠르투아
출연 엘자 질버스탱, 리샤르 베리
장르 액션(SKC)
프랑스영화 특유의 비장미가 누아르적인 화면과 어루러진 독특한 액션물. 마약밀매를 하는 오빠 사미를 대신해 감옥에서 2년을 보내고 출감한 리아. 하지만 사미는 리아의 출소일에 형사의 총에 맞아 죽고, 리아는 오빠를 죽인 형사와 사랑에 빠진다.<미나 탄넨바움>에서 로만 보랭제와 함께 히로인을 연기해 세자르 신인상과 미셀 시몽상을 수아한 엘사 질버스텡은 오빠의 적과 사랑에 빠진 비운의 여인 리아를 연기한다.
킬러&엔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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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riginal Kings of Comedy)감독 스파이크 리출연 스티브 하비, D.L.헐리, 세드릭 더 엔터테이너, 버니 맥출시 파라마운트객석 맨 앞줄을 예약해놓고 백인과 흑인이 보여주는 행동의 차이. 백인은 혹시나 누군가 그 자리에 앉아 있을까 노심초사하며 일찌감치 공연장에 도착한다. 흑인은 누구라도 앉지 앉아 있기를 은근히 바라며 뒤늦게 왔다가, 혹시 하나라도 앉아 있다면 너 잘 걸렸다고 쾌재를 부르며 시비를 건다. 백인은 늘 “난 말썽을 원치 않아”(I don’t wanna get in trouble)라고 말하며, 흑인은 언제나 말썽을 기대하며 기웃거린다.<오리지널 킹스 오브 코미디>는 스파이크 리가 연출했고, 네명의 흑인 스탠드업 코미디언의 공연실황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이런 영화를 아주 재미있게 볼 한국인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러닝타임 거의 전부가 이 흑인 수다맨들의 유머로 채워져 있지만, 번역된 자막만으로 흑인식 속어와 비어로 가득 찬 그들만의 유머
오리지널 킹스 오브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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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악의 무리를 소탕하는 날’로 정했다. 처음 고객 등록을 한 뒤, 단 한번 빌려가 놓고 한달 이상 반납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자의적으로 ‘악의 무리’라 지칭하는 것이다. 대개가 ‘반납이 늦어지다보니 미안’해서, 또는 ‘이미 늦어진 거 버티다보면 안 줘도 되겠지’라는 등의 그들 나름의 해석을 한다. 이런 생각에는 비디오나 만화책은 ‘안 돌려줘도 되는 하찮은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나로서는 어떤 경우든 정중한 방식으로 반납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 이 방법이 통하지 않는 데다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 때엔 나로선 ‘응징과 처단’이라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대여점 근처에 있는 병원에 입원한 여자환자가 만화책 30권을 빌려간 뒤 반납을 안 한 채 퇴원을 했다. 유일하게 기록되어 있는 것은 이름과 입원실 번호, 휴대폰 번호이다. 내가 하루에 한번씩 한달 내내 전화를 했음에도 그녀는 “갖다 주겠다”는 말만 반복했고, 며칠 전부터는 발신자 확인을 한
회수 첩보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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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올 추석 TV에서 방영되었던 각종 영화들 중에 내가 생각하던 이른바 ‘명절용 추억의 명화’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몇년 전만 해도 명절이면 지겹게 재탕, 삼탕되어 시청자들에게 분노를 사게 한 구닥다리 명화들이 일정부분 차지하고 있었던 것과는 확연한 차이다. 다시 생각해보면 그 ‘명절용 추억의 명화’ 중에 가끔 진짜 고전이 간간이 끼어 있어, 그것들을 다시 보는 재미가 쏠쏠했었는데 말이다. 그중에서도 질리지 않고 오래도록 봐왔던 영화 중 하나가 <벤허>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 멋모르고 스펙터클한 마차경주장면에 매료되었던 것과 달리 언젠가부터 허술한 필름상태와 더빙 대사에 묻혀 웅웅대는 불분명한 사운드에 대한 불쾌감이 생겨버렸다. 1959년에 제작된 영화이다보니 더이상 무엇을 바라겠느냐는 식의 반문도 가능하지만 그런 불만족스런 상태에서 똑같은 영화를 또 본다는 것은 사실 그다지 즐거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영상과 사운드를 모두 디지털 기술로 복원한 <벤
<벤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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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느 때처럼, 얼마 전 일본을 가서도 밤에는 늘 TV 앞에 앉아 있었다. 유흥가를 찾아가지 않는 이상, 일본의 밤을 가장 느긋하게 즐기는 방법은 방안에 틀어박혀 있는 것, 이라고 생각한다. 조용하고, 한적한 기분을 느끼기에는. 차를 마시면서, 센베를 또각또각 잘라먹으면서, 딱히 목적없이 TV를 보면서, 무위로운 나날을 보내는 건은 꽤 즐거운 일이다. 저번에 왔을 때는 유난히 요리솜씨로 승부를 겨루는 ‘초밥왕’류의 요리프로가 눈에 띄더니만, 이번에는 ‘초자연 현상’을 다루는 기괴한 프로그램들이 눈에 들어왔다. 귀신이나 미스터리 서클이나 기공 같은 것들을 흥미 위주로 다루는.한 프로그램에서는 초자연 현상을 놓고 긍정파와 부정파가 일대격론을 벌인다. 심사위원단도 구성되어 있는데, 심사위원장은 기타노 다케시다. 감독이나 배우로서의 기타노의 모습과는 달리, 약간 맛이 간 모습으로 나온다. 긍정파의 직업은 UFO 연구가, 르포라이터, 기공사 등 주로 비공식적 직업군이었고, 부정파는 딱 보기
`‘쓸모없는 것들`의 용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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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m, susser Tod(오라, 달콤한 죽음이여)유원지에 간 지 참 오래됐다. 예전에는 메리고라운드를 좋아했고 비눗방울총을 사서 공중에 비눗방울을 날려 후후 불며 기뻤고, 롤러코스터의 맨 끝에 타려고 눈치보고 공룡 미끄럼틀을 타기도 하고, 데어리퀸 아이스크림을 몇번이나 거꾸로 해보며 어떻게 했을까 궁금해하며 아껴 빨아먹기도 했는데, 이 모든 것이 어쩌면 이리도 오래 전 일처럼 여겨지는지, 내가 움직이기를 싫어한 이후부터 모든 것이 잘못되었는지도 모른다.한번 더 홀로 유원지에 가서 (아직도 내게 그런 게 남아 있다면) 마지막 남은 운을 시험해 볼까보다. 지난 한가위 때 아무도 없는 길바닥에 서서 약올리듯 뜬 달을 향해 “나도 소원 있어∼! 인제 쇼부 함 보시지∼!” 하고 외쳤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다. no carrier, 거래는 거절되었음. 아, 일상이 미치게 한다. 이제는 마지막으로 졸타 기계를 찾아갈 때이다.당신은 무엇이 갖고 싶었던가요. 나는 10년 전에는 무엇이 갖고 싶었
그리운, 돌아가고 싶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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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모 대학교 캠퍼스에 열린 음악 페스티벌에 다녀왔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이 초읽기에 들어간 시점이라서 ‘놀러 간다’는 일이 찜찜했지만, ‘놀 땐 놀고’라고 마음을 고쳐먹고 공연장을 향했다. 공연장은 ‘놀고 있는’ 젊은애들로 득시글거려서 ‘인디’나 ‘언더’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였다. 유명 브랜드로 정착한 기업에서 주최한 행사답게 무대도, 음악인도, 청중도 세련되어 보였다. ‘아, 이제 드디어 인디음악도 제대로 된 비즈니스 시스템에서 작동하기 시작하는구나’라는 섣부른 예상과 ‘아냐 이건 어쩌면 또 하나의 상업화일지 몰라’라는 옹색한 반발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어쨌든 그동안 인디음악을 ‘운동의 대의’에 무리하게 동참시키려고 하거나, ‘인디는 비즈니스와 타협하면 안 된다’고 맨땅에 헤딩을 계속시키는 단계가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런 문제에 대한 왈가왈부는 ‘인디 커뮤니티’ 내부의 이야기이므로 이 지면에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 오늘 이야기할 주제는 인디 커뮤니티
문화적 세련됨과 정치적 올바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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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등급 영화의 마케팅이 은연중에 17세 미만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행해지고 있음을 지적하며 미국 상원 연방통상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가 할리우드를 공격하는 리포트를 발표한 것이 지난해 9월11일의 일. 워싱턴은 이후 청문회 등을 통해 메이저 스튜디오에 압박을 가했고, 할리우드와 미국 극장업계는 정치권의 간섭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자율 규제조치를 취해왔다. <버라이어티> 최근호는 이달 말로 예정된 연방통상위원회의 후속 보고서 발간을 앞두고, 할리우드가 ‘품행’이 현저히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을 게 분명하다고 예상했다.할리우드가 기울인 제도적 노력의 대표적 예는 미국 영화협회(MPAA) 잭 발렌티 회장을 의장으로 하고 각 메이저 스튜디오에서 파견된 대표자로 이뤄진 특별 마케팅위원회의 구성. 스튜디오들은 발렌티가 골자를 잡은 12개 협정에 따라 R등급 영화의 매체 광고가 적어도 ‘의도적으로’ 17세 미만 관객에게 노출되는 경우가 없도록 관리해왔다. 워너
“우리 품행 방정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