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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이 올지 안 올지 모르는 시사회. 부부지만 앙숙이 돼버린 남녀 주연배우들. 남자배우는 산에서 도닦고 있고 여자배우는 스페인 남자에게 홀려 예전에 찍은 영화쯤은 안중에도 없다. 겨우 시사회장에다 ‘모셔’ 놨지만, 영화홍보자에게는 최악의 상황이다. 근데 이 상황을 쏠쏠히 재미있는 퀴즈쯤으로 생각하는 이가 있다. 바로 빌리 크리스털이 연기한 영화 속 영화 <아메리칸 스윗하트>의 홍보담당자 리. 악재를 호재로 바꾸는 놀라운 솜씨로 배우와 언론을 요리하는 그에게서 빌리 크리스털 자신의 흔적을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지난해까지 아카데미 시상식 사회를 여섯번이나 보며 쟁쟁한 배우들의 마음자락을 쥐락펴락하는 데 이력이 났을 법한 그는, 스탠드업 코미디로 내공을 쌓은 뒤 TV로, 그리고 영화로 성공적으로 입지를 넓혀온 흥미로운 배우다. “내 우스갯짓이 먹힐까 안 먹힐까 하는 생각에 1948년부터 발뻗고 자본 적이 없다”며 엄살 아닌 엄살을 부리는 그에겐 삶이 곧 재미난 거리를 찾는
“유명배우? 아직도 발뻗고 못 자!” 빌리 크리스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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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고 긴 손가락, 함초롬한 눈매. 어디 길가에서 마주친다면 “어머, 쟤 예쁘다” 하고 돌아볼 것만 같은, 깨끗한 여자아이. 그 아이의 목소리는 의외로 크고 걸걸했다. “안녕하세요!” 시원시원한 인사를 ‘외치며’ 스튜디오에 들어서는 옥지영은 이후로도 눈에 띄는 행실을 계속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휴대폰으로 전화가 오면 낼름 받아서는 무슨 얘긴가 하다가 대뜸 “너, 죽어!” 그러질 않나, 옷을 갈아입으러 탈의실에 들어가기만 하면 우당탕탕 뒤엎는 소리가 나질 않나…. 다소 엉뚱할 만큼 상큼발랄한 그와의 만남은 초가을의 어느 일요일, 여러 개의 샌드위치를 먹어치우며 계속됐다.
고양이라면 옥지영은 지붕 위로 마당으로 마구 뛰어다니는 고양이. 그녀에게 요즘 제일 신나는 일은 단연 <고양이를 부탁해>를 찍었던 거다. 원래 연기자를 꿈꾸던 그녀는 단편 <열일곱>에 출연하긴 했지만 장편영화에 출연하기는 <고양이를 부탁해>가 처음이었다. <여고괴담 두번째
스물둘 어디로 튈지 몰라요, <고양이를 부탁해>의 옥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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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언덕이라고 했던가, 잊기 힘든 그 이름의 뜻이. <푸른 안개>로 이제는 너무나 잘 알려졌지만, 바쁜 스케줄 때문에 지쳐 앉아 있는 이요원은 어딘가 낯설었다. 컨디션이 좋아 ‘공식적인’ 모습만 보였다면 오히려 드러나지 않았을 것들, 그녀에게서 ‘낯선 배우’의 얼굴을 보게 한 건, 막 많은 일을 하기 시작한 스타의 희로애락, 그중에서도 ‘피로’였다. 여러 남자아이들에게서 동시에 문자메시지를 받는 ‘요원’과 아직도 남아 있는 <푸른 안개>의 ‘신우’, 그 이미지들 뒤에서 이요원은 조금씩 속도가 빨라지는 러닝머신 위에 서 있는 듯했다. 멈추면 넘어지고 마는.
“<푸른 안개>를 안 했으면 <고양이를 부탁해>로 첫 주연데뷔를 했을 거예요. 그랬다면 절 보고 그냥 얼굴 좀 익숙한 신인이라고 했겠죠.” <고양이를 부탁해>는 이요원이 처음으로 주연으로 출연하는 영화다. <남자의 향기>가 첫 영화지만 ‘어린 은혜’, 즉 주연인 명
안개를 걷고 청춘의 햇살 아래, <고양이를 부탁해>의 이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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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뇌성마비 시인이 불러주는 시를 타자기로 또박또박 받아 치는 참을성 있는 아이. 요일 칫솔부터 이마에 묶는 손전등까지 행상들이 내미는 잡동사니들을 차마 뿌리치지 못하는 심성 고운 아이. 그러면서도 외항 선원이 되겠다고 장정들이 우글대는 사무실을 기웃거리는 엉뚱한 아이. <고양이를 부탁해>의 태희는 작고 깊은 우물 같은 여자애다. 친구들은 그녀에게 다가와 비밀과 투정을 퐁당퐁당 던져 넣고, 차고 맑은 물 한 모금을 얻어 간다. 하지만 그녀의 바닥을 본 이는 아무도 없다.
별만 총총하고 인적이 드문 밤이면 우물은 몰래 마음을 졸이기도 한다. 아이들이 더이상 날 찾지 않는다면 어떡하지? 난 어떻게 하면 큰 바다로 갈 수 있지? 조밀하고 담담한 문체의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에서 갈대가 우거진 강을 따라 하염없이 흘러가는 태희의 몽상은 거의 유일한 판타지신이다.
배두나는 그러나 순진한 몽상가에서 한참 더 자란, 꽉 찬 일인분의 배우다. 야무지고 정확하며 매사에
영혼의 우물에 꿈이 찰랑, <고양이를 부탁해> 배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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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 왜 내 메시지 무시해!”
아침나절부터 TV드라마를 찍다 틈을 내 스튜디오로 달려온 이요원에게 옥지영이 골목대장 같은 쩌렁한 목소리로 스파이크를 날린다. 흠, 요원은 지영의 메시지를 받지 못한 걸까. <아프리카>의 지방 촬영과 TV시리즈를 왕복하는 최근의 과로 탓인지 엷은 병색마저 감도는 이요원은 이렇다 저렇다 말없이, 마른 몸을 하늘거리며 희미하게 웃는다. 그리고 두 동갑내기는 설익은 주먹을 교환하는 사춘기 남자아이들처럼 터프한 대화를 툭툭 주고받는다.
“안녕, 안녕.” <고양이를 부탁해>의 맏언니 배두나가 검정 부츠를 신고 장난감 병정의 걸음걸이로 성큼성큼 입장한 것은 30분 뒤. 스튜디오는 순식간에 노랑, 파랑, 딸기 무늬 손가방과 샌드위치 더미, “A-Yo”하며 휴대폰 받는 음성으로 와글와글해졌다. 인천과 서울 곳곳을 수놓듯 누빈 <고양이를 부탁해>를 찍는 동안은 땅콩 강정처럼 고소하게 달라붙어 지낸 세 사람이지만, 일단 촬영이 끝
이제, 우리, 어디로 갈까? <고양이를 부탁해> 배두나, 이요원, 옥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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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 학교에 가다
조직폭력배의 보스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며 벌어지는 일을 코믹하게 그리는 <두사부일체>(감독 윤제균, 제작 제니스 엔터테인먼트)의 제작발표회가 9월11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장에는 보스 계두식 역을 맡은 정준호를 비롯, 부두목 상두 역의 정웅인, 대가리 역의 정운택 등이 참석했다.
<두사부일체> 제작발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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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고급 전자제품을 실은 트럭들이 한 무리의 차량 폭주족들에 의해 약탈당하는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고 이에 따라 경찰은 범인을 색출해내기 위해 형사 브라이언(폴 워커)을 폭주족 무리에 위장잡입시킨다. 브라이언은 용의자인 폭주족 우두머리 도미니크(빈 디젤)에게 접근하는 데 성공하고 마침내 그와 돈독한 우정을 나누는 데까지 이르게 된다.■ Review<분노의 질주>에서 플롯은 순전히 도구에 불과한 것으로 사실상 아무런 중요성도 없다. 범죄의 단서를 알아내기 위해 위장잠입한 형사와 범죄자 사이에 형성되는 모종의 유대감이라는 진부한 장치가 <분노의 질주>에선 전혀 흠이 되질 않는다. 오히려 그처럼 진부한 갱영화의 줄거리를 차용함으로써 관객의 관심이 일련의 카체이싱과 경주에만 집중되도록 하는 것이 이 영화의 목적이었을 테니 말이다.카메라는 질주하는 차량들의 이곳저곳을 거의 ‘핥듯이’ 지나간다. 때로는 벌겋게 달아오른 채 바삐 돌아가고 있는 ‘그녀들’의 내장까지도
분노의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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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전신마비에 걸려 누워 있는 노인 앙트완(미셸 세로)의 얼마 남지 않은 삶에, 어느날 말썽꾸러기 꼬마 마르땅(조나단 드뮈르게)이 불쑥 끼어든다. 소아암으로 같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마르땅은 병실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환자들의 물품을 몰래 뒤적이곤 한다. 앙트완은 마르땅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호감을 가진게 된다.■ Review사실 <쁘띠 마르땅>의 내용은 영화의 원제에 모두 암시되어 있다. 이 영화의 제목은 ‘침묵의 세계… 가 아니라 마티(마르땅의 애칭)의 세계’ 정도가 될 것이다. 영화 초반, 롤러 보드를 타고- <백 투 더 퓨처>의 주인공인 또다른 ‘마티’처럼- 병원 복도를 달리던 꼬마 마르땅은 해양 탐험가이자 다큐멘터리스트였던 자크 이브 쿠스토의 <침묵의 세계>(Le Monde du Silence) 포스터를 발견한다. 그는 ‘du Silence’란 글자를 검정색 래커로 죽 그어버리고는 옆에다 ‘de Marty
쁘띠 마르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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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콩(파와릿 몽코피싯)과 조(피섹 인트라칸싯)는 방콕의 킬러. 어려서부터 언어장애자인 콩을 아끼던 조는 그의 입과 귀가 돼서 킬러로 성장하게 돕는다. 어느날 조가 손에 총상을 입고 킬러로서 생활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절망한 조는 애인인 아옴(파타라와린 팀쿨)마저 멀리한다. 한편 콩은 약국에서 일하는 여자 폰(프렘시니 라파나소파)에게 끌리지만 우연히 콩의 직업을 알게 된 폰은 그를 외면한다.■ Review타이영화를 본 적 있으신지? 대부분은 고개를 가로젓겠지만 최근 세계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품목 가운데 하나는 타이영화다. 타이의 영화산업이 한국 못지않은 에너지로 들끓고 있는 건 할리우드영화를 압도한 흥행기록으로 입증된다. 1999년 <낭낙>, 2000년 <철의 여인들>, 2001년 <방라잔>으로 이어진 타이의 흥행작들은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중 첫 주자로 국내 극장에 걸리는 <방콕 데인저러스>는 젊은 타이영
방콕 데인저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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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걸프전 전야의 이라크. 전운이 감도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고대도시의 유적을 탐사중이던 미국 고고학자들은 석관을 발견하고 흥분한다. 그러나 석관이 열리고 나온 것은, 오랜 세월 잠들어 있던 수메르의 악마 텔알. 텔알은 깨어나자마자 고고학자는 물론 주변의 군대까지 몰살시킨다. 그 혼란의 와중에 고고학자의 아내 수잔나는 아기를 낳지만 그 아기는 누군가에 의해 유괴된다. 마침 그 광경을 본 미 해병대 하사관 존 크로스(마리오 반 피블스)는 정신을 잃는다.■ Review부활한 수메르의 악마 텔알. 악으로부터 인류를 구할 단 한명의 소년. 그를 보호하는 신비스러운 여인. 연쇄살인사건 뒤에 도사리고 있는 마약의 진원지를 추적하다 악마의 정체를 알게 되는 경찰. 초자연적 악령이 등장하는 신비주의와 세상을 구할 소년을 보호하는 경찰의 액션을 그러모은 <가디안>은 일관되게 장르 짜깁기 전략으로 나간다.그러나 그 얼개는 전혀 튼실하지 못하다. 악마가 깨어난 바로 그 순간, 그곳
가디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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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홍콩으로 휴가온 LA경찰 카터(크리스 터커)와 홍콩경찰 리(성룡). 이들을 기다리는 건 온몸 녹이는 ‘마사지 서비스’가 아니라 미국대사관에서 일어난 의문의 폭파사건. 리는 범인으로 지역조직 보스인 리키 탄(존 론)을 의심하지만 리키는 부하 후 리(장쯔이)의 손에 제거당한다.■ Review“여기선 내가 마이클 잭슨이고, 넌 백댄서야.” 약 2억5천만달러를 벌어들였던 전편 <러시아워>(1998)에 이어, 개봉주인 8월 첫쨋주말 6740만달러의 기록을 세우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러시아워2>는 무대를 홍콩으로 옮기면서 두 주인공의 헤게모니까지 전복시켜 놓았다. <러시아워> 한편을 통해 몸값이 몇십배 뛰어오른 크리스 터커는 ‘세븐일레븐’(24시간 떠든다고)이란 별명답게 쉼없이 떠들지만 “못생긴 애는 왼쪽으로, 쭉쭉빵빵 언니들은 오른쪽으로!” 등의 불쾌수위 높은 발언을 서슴지 않고 해대는 시끄러운 ‘백댄서’에 머물고 말았다. 반면 전편에서
러시 아워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