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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인가? 사기꾼인가? 그것이 문제로다<도그빌>로 다시 논쟁의 중심에 선 라스 폰 트리에, 열광과 혐오의 이유들소문대로다. 라스 폰 트리에는 다시 도발적인 영화를 내놓았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나왔던 <도그빌>은 관객의 극단적 반응을 예고하는 작품이다. ‘영화언어의 혁신을 이룬 걸작’이라는 찬사와 ‘철학의 빈곤을 드러낸 가짜 예술품’이라는 비판이 트리에의 다른 영화들이 그랬던 것처럼 한치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듯 으르렁댄다.<뉴욕타임스>의 평론가 A.O.스콧은 올해 칸영화제를 취재한 기사에서 이렇게 썼다. “칸영화제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그 장대한 규모와 더불어 논쟁적 영화를 선호하는 취향이다. 그리고 이것이 칸영화제가 트리에를 그처럼 환영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중략) 칸영화제에서 월요일에 있었던 <도그빌> 시사회는 전류가 흐르는 듯한 순간이었다. 마침내 논쟁거리가 생긴 것이다. <도그빌>은 냉소주의에 기반한 가학적이
<도그빌>로 돌아온 문제적 감독 라스 폰 트리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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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트리에는 순수의 서약을 지키고 있는가?아마도 도그마95가 아니라면 트리에에 대한 논란이 지금처럼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1998년 칸영화제에서 <백치들>과 <셀레브레이션>을 내놓으며 알려진 이 서약은 한때 21세기 영화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누구보다 먼저 서약을 깬 것은 바로 서약의 주창자인 트리에 자신이었다. 그는 자신의 창작과정에 어떤 제한을 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 선언을 했지만 다시 도그마의 10계명에 얽매이는 것은 도그마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서약을 위반했다. 의문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스스로 지키지 않을 서약을 또 다른 누벨바그의 선언처럼 제시한 이유는 단지 언론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 아닌가? 트리에를 과대평가된 감독으로 평하는 이들이 트리에를 결과(영화)보다 말을 앞세우는 감독이라고 여기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의 이름 앞에 ‘선동가’, ‘호객꾼’, ‘앞잡이’ 같은 단어가 등장한 배경이다.그렇다면
<도그빌>로 돌아온 문제적 감독 라스 폰 트리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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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빌>에 관한 첫 번째 시선순결의 귀환그러니까 세상에는 모든 이미지가 사라져도 살아남을 것 같은 영화가 있다. 브레송이 그렇고 고다르가 그렇고 <도그빌>이 바로 그런 영화이다. 라스 폰 트리에가 분필 하나로 만들어낸 세상은 세트를 없애고, 핍진성을 없애고, 스펙터클을 없애고, 교차편집을 없앤다. 손님에게 바가지를 씌우고, 창녀에게 가는 것을 부끄러워하고, 장님이 눈을 뜬 것처럼 행세하며, 값싼 유리를 비싸게 만드는 이곳은 인간의 모든 죄의식, 수치, 나약함, 허위, 사기를 모아 만든 유리의 성이다. 그곳에서 라스 폰 트리에는 다시 도그마로 귀환한다. 177분 동안 브레히트의 서사극을 보는 것 같은 단일한 무대 위의 종교적 수난극을 따라가다 보면, 영화와 연극과 소설이 삼위일체로 성큼 다가서는 기적 같은 순간이 다가온다. 히치콕이 우리로 하여금 영화를 보는 관객이라는 위치 대신 외화면에 존재하는 또 다른 인물로 영화 안에 동참시킨 것처럼 라스 폰 트리에는 우리
<도그빌>로 돌아온 문제적 감독 라스 폰 트리에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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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커칠 상할까봐 스탭들 양말 바람으로 다녔어”구상에서 시사회까지, 영리한 실험 <도그빌>의 전말“이게 다 뭐 하는 짓이요?” 친구 니콜 키드먼을 위문하기 위해 베를린영화제에서 곧장 전용기를 타고 스웨덴의 <도그빌> 세트를 방문한 러셀 크로가 내지른 일성이었다. 그를 특별히 무례하다고 욕할 수는 없다. 그를 맞이한 것은 글씨로 쓴 ‘개’가 짖어대는, 벽도 없는 집들의 마을이었으니까. 사실 <도그빌>의 세트에 처음 도착한 배우들이나 <도그빌>을 처음 본 관객의 머릿속을 지나간 첫마디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러셀 크로의 질문 아닌 질문에 붙일 수 있는 하나의 답은 ‘실험’이다. 실험의 목적이 무엇이건 라스 폰 트리에는 가운을 걸친 실험실의 과학자처럼 영화를 만들어왔고 <도그빌>을 만들었다. 햇빛과 물과 흙이 식물의 생장에 필수적인지 알기 위해 딱 하나씩 조건을 통제하며 강낭콩 싹을 관찰했던 초등학교의 과학 실습시간처럼. “한 가
<도그빌>로 돌아온 문제적 감독 라스 폰 트리에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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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자료원 개선을 위한 6가지 제안연구인력, 기획력, 자료 확충, 저작권 제도 등이 화두최근 한국 영화계는 100년의 역사 속에서 최절정기를 맞고 있다. 제작, 배급, 극장 등 영화 관련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한국영화에 대한 해외의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하지만 영화계에서도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나가지 못하는 곳이 있다. 바로 한국영상자료원이다. 영화필름을 수집, 보관, 복원하고 이를 활용해 다양한 교육, 연구사업을 펼치는 것이 목적인 한국영상자료원은 30년 가까운 역사 속에서 많은 성과를 이뤄냈지만, 지금에 와선 부쩍 성장한 한국영화의 위상에 맞는 활동을 펼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게다가 영화·영상자료는 시대와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고, 예술적 가치를 가졌다는 측면에서 갈수록 중요한 현대의 문화유산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인 탓에 영상자료원의 변화는 더욱 절실하다. 곧 이뤄질 신임 원장의 선임을 앞두고 한국영상자료원의 개혁 방향을 모색해본다. - 편
영상자료원,이렇게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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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지마라 난 이렇게 영화를 만들었다부천에서 만난 괴짜감독 3인 - 고드프리 레지오, 그렉 박, 빈센조 나탈리해마다 부천국제 판타스틱영화제에서는, 세상에 거리낄 것이라곤 없다는 표정을 한 용감하고 도발적인 영화들이 밤새워 요란한 카니발을 벌인다. 하지만 우리는 눈부시게 빛나는 스크린 주변에서 생수통이 든 가방을 메고 내성적인 눈빛으로 서성이는 수줍은 사람들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만약 당신이 그들을 알아보고 “이 영화 감독님이세요?”라고 묻는다면 그들은 갑자기 중세 판타지 속의 용처럼 불을 뿜으며 열정을 나누려 할 것이다. 우리는 올해 부천에서 세명의 ‘괴짜’ 감독과 마주 앉을 기회를 얻었다. 세 감독을 감히 ‘괴짜’라고 부르는 것은 영화와 더불어 생존하는 그들의 방식이 독특하고 절묘하거나 기념할 만한 것이기 때문이다. 성직자이기도 한 고드프리 레지오 감독에게 영화는 성산에서 내려온 말씀이다. ‘천사 같은’ 후원자와 동료의 힘을 모아 만들어진 그의 <카시 삼부작>은 인류와 문
부천영화제의 판타스틱 감독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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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 삼부작> 감독 고드프리 레지오자연을 노래하는 무언(無言)의 주술사대사도 없다. 미모의 주인공도 없다. 짜릿한 유머도 액션도 없다. 그러나 지난해 개최된 부천영화제에서 독일의 영화감독 베르너 헤어초크의 몇몇 영화들을 특별히 흥미롭게 본 관객이라면, 올해 부천영화제가 마련한 고드프리 레지오의 <카시 삼부작>(Qatsi Trilogy)- 여기서 ‘카시’는 호피 인디언 말로 ‘삶’을 의미한다- 을 보기 위해 서둘러 상영관을 찾았을 수도 있겠다. 압도적인 비주얼과 주술적인 사운드로 우리의 넋을 빼놓는 레지오의 영화들은, <파타 모르가나>(1971)나 <어둠의 교훈>(1992) 같은 헤어초크 영화들에 매혹되었던 이들에게 만족감을 선사하기에 모자람이 없기 때문이다.“언어로는 삶을 묘사할 수 없어”부천에서 만난 고드프리 레지오는 자신이 만든 작품들에 딱 어울릴 법한 풍채를 지닌, 그리고 느긋하고 차분한 말투와 부드러운 미소로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부천영화제의 판타스틱 감독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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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퍼> 감독 빈센조 나탈리
폐허같은 세상에 탈출구를 뚫다
한 작가의 영화세계를 한 단어로 간추린다는 건 무모하기 짝이 없지만, 빈센조 나탈리(34) 감독의 작품은 공히 ‘탈출’이란 말을 떠오르게 한다. <큐브>의 시동을 걸기 위한 ‘워밍업’이라 할 만한 30분짜리 단편 <엘리베이터>는 엘리베이터에 갇힌 세명의 이야기이고, 고작 15만달러로 만들어졌다고는 믿기 힘든 SF 영상을 보여준 <큐브>(1997)는 영문도 모른 채 갇힌 6명이 정육면체의 살상 공간에서 탈출하는 이야기였으며, 부천국제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초청받은 <싸이퍼>(2002)는 기억과 신분을 세뇌시켜 이중스파이로 써먹다가 낌새가 이상하면 언제든지 제거해버리는 기업들의 냉혹한 틈바구니에서 벗어나는 스파이물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싸이퍼>와 거의 동시에 만든 <낫씽>(Nothing, 2002)에선 “룸메이트인 두명의 루저(패배자)가 폐허처럼
부천영화제의 판타스틱 감독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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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 장면에서 나온 음악말야, 기억나?<그녀에게> <화양연화> <트레인스포팅>등 음악없이 볼 수 없는 DVD 20 選DVD가 열어젖힌 신세계는 고해상도의 화질과 생생한 5.1채널의 사운드만은 아니다. DVD에선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관객의 감정을 빨아들이기 위해 배치된 영화음악 또한 보너스로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그건 비디오에서도 가능했던 것 아니냐고? 물론 그렇지만, CD 수준의 음질과 원하는 음악이 담긴 장면을 곧바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DVD는 말 그대로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이기도 하다. 대개의 경우 선곡된 음악의 전곡을 들을 수 없으며, 음악이 대사에 묻히게 된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DVD 플레이어가 홈시어터 또는 오디오와 연결돼 있다면 DVD는 O.S.T 음반이 제공할 수 없는 또 다른 영역을 뛰어난 음질로 들려준다. 오히려 대사를 음악의 배경효과로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음악의 아우라를 살려주는 DVD 타이틀 20편과 핵심장면을
DVD 연속기획 1 - DVD로 듣는 OS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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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리듬으로<빌리 엘리어트>Billy Elliot | 2000년감독 스티븐 달드리출연 제이미 벨 | 출시사 콜럼비아1번 트랙/ 소년은 LP 디스크를 재킷에서 조심스레 빼내 턴테이블- 앰프 일체형 스테레오에 건다. 검은 바탕에 한 사람이 기타를 치고 있는 앨범 재킷을 보니 글램록의 대표밴드 T. 렉스의 <Electric Warrior>다. 바늘을 잘못 놓아 앰프가 뿌지직 소리를 내자, 소년은 다시 조심스레 두 번째 곡의 시작 부분에 바늘을 얹는다. 조용한 기타 반주에 맞춰 “나는 열두살 때부터 춤을 췄죠…”라는 가사가 서정적인 멜로디 위에 흘러나오고, 소년은 침대 위에서 붕붕 뛰기 시작한다. 빌리(제이미 벨)가 점프를 하는 <빌리 엘리어트>의 첫 장면은 이후 빌리의 운명을 예감케 한다. 특히 이 장면에서 흐르는 T. 렉스의 <Cosmic Dancer>는 “난 자궁에 있을 때부터 혼자서 춤을 췄네”라는 가사와 함께 빌리가 아버지의 소망과 달
DVD 연속기획 1 - DVD로 듣는 OS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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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연인들을 위하여<화양연화>花樣年華 | 2000년 | 감독 왕가위출연 양조위, 장만옥 | 출시사 다음미디어10번 트랙/ 사랑에 빠져 가정을 떠난 남녀 뒤에 남은 사람들이 있었다. 남편이, 아내가 떠나버린 빈자리에 남아 상처를 쓰다듬는 사람들의 어깨 위에 냇 킹 콜의 노래가 내려앉는다. 쿨한 듯 흘러나오는 냇 킹 콜의 음색은, 그러나 찌꺼기만 남아 있다고 생각했던 사랑의 감정을 쿡쿡 찔러대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인가 알람소리에 아침잠을 깨듯, 냇 킹 콜의 슬프도록 달콤한 목소리가 울리면 그들은 스쳐지나고, 만나고, 응시한다. 싱가포르로 떠나게 된 차우(양조위)는 묻는다. “티켓이 한장 더 있다면 같이 가겠소?” 그리고 <Quizas, Quizas, Quizas>가 흐른다. “항상 난 그대에게 묻지요 언제, 어디서, 어떻게냐고/ 그대는 늘 내게 대답하지요/ 글쎄, 글쎄, 글쎄/ 그렇게 여러 날이 지나고/ 나는 절망에 빠져듭니다/ 그런데도 그대는 대답
DVD 연속기획 1 - DVD로 듣는 OST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