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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ound | 관습 vs 관습
미해결 사건, 더 이상 ` 핸디캡 ` 아니다
“<살인의 추억>의 시나리오가 우리에게도 왔었다.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높아 투자하고 싶긴 했으나 스릴러라는 장르의 선입견이 걱정스러웠다. 무겁고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범인이 잡히지 않는다는 미해결의 엔딩이 부담스러웠고 불안해보였다.”(권미정 쇼박스 한국영화팀장)
<살인의 추억>은 상업영화의 오랜 관습 몇 가지를 정면으로 위배했다. 흥행전략상 가장 난점으로 꼽히던 미해결의 엔딩을 포함해 굿가이·배드가이의 혼합형 캐릭터, 영화의 숙명이라 할 관음증에 대한 거스름 등 초심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모험을 감수했다.
“피한다고 피해지는 게 아니었다. 장르적으로 풀어서 잡는 걸로 끝낸다? 관객이 얼마나 찝찝해하겠나. 범인을 못 잡는 대신 그토록 범인을 잡고 싶어하는 형사들의 시선에 철저하게 맞춰나가기로 했다. 그 하나의 감정선을 좇아가다 끝내는 폭발하게 만드는….”(봉준호)
<살인의 추억> 성공드라마, 5 라운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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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 <와일드카드>와 함께한 15개월의 기록
배우가 제작기를 써서 보내오기란 쉽지 않다. 스케줄 감당하기도 버거운데 일지를 쓸 만한 여유가 있겠는가. 여기에 제작기간이 1년이 넘는 영화라면, 후일 기억을 더듬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와일드카드>의 맏형인 정진영씨가 제작기를 보내오겠다고 했을 때 드는 의구심은, 사실 또 있었다. 개봉을 앞둔 시점이다보니 자칫 “영화를 홍보하는 멘트가 많지 않을까” 하는 우려. 물론 기우였다. 정진영씨가 보내온 기록은 “힘들었다, 그래도 우린 해냈다”는 식의 상투를 넘어 솔직하고 담백한 관찰기의 모습을 띠고 있었다. 캐스팅된 뒤 15개월 동안 촬영현장에서 보고, 듣고, 겪은 사람들에 대한 그의 가감없는 ‘고백’을, 여기 싣는다. - 편집자
옛, 감독님
2002년 2월_인사동 모 술집 >>
“이제 책이 나올 것 같다. 니가 할 거 있다. 여름 지나면 찍자. 너 손해볼 일은 없을 거다.” 영화 <
정진영의 <와일드카드> 제작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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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겨울은 어찌 날꼬
2002년 11월3일_북창동 유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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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크랭크인. 11월 초답지 않게 매우 쌀쌀하다. 첫신은 노래방에서 주봉이 형(김 반장)의 생일잔치 뒤풀이를 하는 장면. 나는 노래 한곡 부르고, 형사들 바스트 이동숏으로 첫신은 OK. 밤신은 북창동 유흥가 골목. 유흥가 촬영은 현지 세력가(무척 순화된 표현임)의 도움없이는 불가능하다. 알고보니, 그곳의 세력가가 신근호 PD의 고향후배란다. 아무런 문제없이, 너무나 많은 도움과 협조 속에 촬영을 순조롭게 진행. 그 세력가도 영화에 한컷 출연. 날씨가 매섭다. 감독님, 여름에 찍을 영화 한겨울에 찍게 되었다고, 투덜투덜. 아! 이제 추위와의 싸움은 시작되었다. 11월 초도 이러니, 한겨울은 어찌 날 것인가. 그렇게 영화는 시작되었다.
베테랑 감독의 카리스마
2002년 11월12일_메리어트호텔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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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4회차를 나왔지만, 현장의 손발이 착착 맞는다. 무엇보다 그것은 감독님의
정진영의 <와일드카드> 제작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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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깨라면 깬다
2003년 2월9일_부산 해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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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영화의 끝이 보인다. 범인 검거 시퀀스를 찍는 부산 로케이션 촬영. 촬영기간 내내 말 그대로 살을 에이는 겨울바람에 시달리던 스탭들. 따뜻한 부산 바닷가에서 신이 났다. 하루 촬영이 끝나면 삼삼오오 모여 술자리. 영화현장에서 뒤풀이 술자리는 빼놓을 수 없는 여흥이다. 저임금에 시달리는 대부분의 스탭들이 영화현장을 지키는 이유는 바로 이런 맛일 게다. 일하고 같이 술먹고, 싸우고, 화해하고…. 청춘남녀들은 몇쌍의 커플을 탄생시키고….
<와일드 카드>의 현장 집합시간은 촬영분량이 아무리 많아도, 전날 촬영 종료시간에 따라 자동으로 정해진다. 이른바 김유진 ‘룰’이다.
“촬영이 끝나면 숙소이동 및 취침준비 1시간, 수면시간 7시간, 기상 및 식사, 현장이동 2시간. 도합 10시간 뒤, 집합시간!”
하지만 스탭들은 곱게 자지 않는다. 아무리 충분한 수면시간을 줘도 술에 바친다. 그럴 경우 추가로
정진영의 <와일드카드> 제작일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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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눈으로 보고 힘있는 펜으로 쓰다
총 80여편의 응모작 가운데 시선의 독창성과 문체의 힘이라는 기준으로 6편을 골라 최종심에 올렸다. 이선주의 ‘홍상수와 작가주의, 한국영화의 정체성’은 홍상수 감독을 둘러싼 국내외 비평담론의 맥락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부지런함과 솜씨가 눈에 띄었으나, “바깥을 경유해서 내부를 들여다본다”는 문제 설정에 대한 스스로의 답변은 무엇인가에 대한 아쉬움을 남겼다. 이남석의 ‘우유부단함의 미학: 워쇼스키 형제’는 소재를 다각도로 정리해나가는 저널리즘적 발랄함의 와중에 비평가로서의 집요한 시선이 흐트러진 경우였다고 보았다.
황승현의 작품론 ‘위장된 판타지의 주인, 현수’는 페미니즘과 다른 각도에서 <나쁜 남자>를 비판적으로 해명하는 성과를 보였으나, 작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작품 분석을 했더라면 좀더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반면 ‘상투성이 거둔 새로운 승리’는 작품들에 대한 충실한 내재적 비평을 통해 귀납적인 작가론을 도출했지만, 에
제8회 씨네21 영화평론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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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워스> 김종연 작품비평 전문
시간의 팜므파탈, 존재론적 스릴러
니콜 키드먼과 메릴 스트립 그리고 줄리언 무어라는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의 사진 세개가 나란히 포스터에 붙어 있는 이 영화에서 가장 난감한 일은 누가 주인공인지를 가려내는 일이다(베를린영화제에서는 세명 모두에게 주연상을 주었다). 이 영화는 누가 주인공인가? 이것은 일견 하찮은 문제로 보인다. 그것은 마치 <반지의 제왕>에서 누가 주인공인가를 묻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세월’ 즉 시간은 반지의 제왕에서 ‘반지’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 마이클 커닝햄 혹은 스티븐 달드리의 맥거핀이다.
실은 이 영화는 능청스럽게도 타이틀이 뜨기 전 몇분 동안에 그 영화가 무슨 영화인지 알려야 한다는 관습을 의도적이든 아니든 지키고 있다. 버지니아 울프가 유서를 쓰고 강물에서 자살한다. 영화에서 세 여인의 ‘하루’에 해당하지 않는 부분은 그때까
제8회 씨네21 영화평론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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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작가 이야기찰리 카우프만 그를 해부한다여기, 머릿속에 집을 짓고 웅크린 사내가 하나 있다. 그의 이름은 찰리 카우프만. 사교성 없는 그는 다행스럽게도 예술가다. 할리우드는 그의 글에 돈을 지불하고 영화로 만든다. 자기 머릿속만으로는 부족했던지 <존 말코비치 되기>에서 타인의 뇌까지 잠입한 전력이 있는 그는 신작 <어댑테이션>에서 급기야 자신을 증식시켜 쌍둥이로 둔갑했다. 그리고 스토리텔링의 불가능함에 대한 스토리를 요란하게 떠들어댄다. 사람이 오죽 괴로우면 이런 지경에 이르렀을까?찰리 카우프만의 ‘제 살 도려내기’는 영화세상에서 작가라는 존재가 처해 있는 곤경을 보여준다. 그렇다! 그들은 영토라고는 파지가 구르는 골방이 고작인 고통의 제왕들이다! 또 작가주의 비평 이론이 세상에 나온 이후 정작 작가들의 고생은 얼마나 막심했던가. 감독도 제작자도 원작자도 하나같이 그들에게 절대적 존중을 구할 뿐, 존중해줄 궁리는 하루에 단 몇초도 하지 않는다
<어댑테이션>,찰리 카우프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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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존 말코비치 되기>는 나르시시즘을 동원하여 타자의 욕망 안으로 들어서보는 영화이다. 타자의 육체 속에서 나의 정신은 어떻게 ‘적응’될 수 있는가(개조당할 수 있는가)를 질문한다. <휴먼 네이처>는 강제적인 ‘개조’의 과정을 통해 타자를 ‘적응’해가는 지배논리의 과정을 묘사한다. 그리고 <어댑테이션>은 원작에 ‘적응’하고, 원작을 ‘개조’하면서 이루어지는 거래의 고통을 누설한다. 찰리 카우프만의 시나리오들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거나, 나의 욕망을 타자에 의해 변신시키려는 과정들에 바탕을 둔다. 또는 <어댑테이션>에서 난초와 말벌의 탈영토 과정을 읽어내지 않더라도, 영화 속 인물들은 식물의 ‘적응’ 능력을 감지하고 언급한다. 찰리 카우프만의 인물들이, 혹은 영화적 형식들이 항상 서로 다른 면에 이접해 있거나, 무언가로 ‘되어가고’ 있는 것은 접면에서 욕망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 속의 인물들은 항상 ‘자유를 찾고자 하는 것
<어댑테이션>,찰리 카우프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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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우린 아리영보다 못난 작가다, 어쩔래 ”<품행제로>의 별난 쌍둥이 작가 이해준·이해영, 카우프만 형제와의 헐렁한 농담 3천 마디몇달째인지 모른다. 데드라인이 넘어도 한참 넘었다. ‘제목을 아직 붙이지 않은 공포영화’ 시나리오를 붙잡고 있는 공포의 나날 동안 계절은 두번 바뀌었다. 그 사이, 우리를 제거하기 위해 회사가 은밀히 자객을 고용했다는 소문이 나돈다. 더이상 작업실은 안전한 곳이 못 된다. 급하게 짐을 챙겨 행선지를 알 수 없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긴장이 풀리자 서서히 눈이 감긴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버스가 다다른 곳은 경기도 고양시. 꽃박람회가 한창이다. 도피처치고는 너무 낭만적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달리 갈 곳이 생각나지 않는다. 박람회장에는 샐비어도 있고 맨드라미도 있고 난초도 있었다. 그때, 난초를 감상하고 있는 낯익은 뒷모습이 보인다. 숱없는 곱슬머리에 뚱뚱한 몸집, 어정쩡한 포즈, 우린 그가 니콜라스 케이지를 닮기라도 한 찰리가 아닐까
<어댑테이션>,찰리 카우프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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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변명을 좀 하자면, 클리셰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고 봐. 클리셰란 클리셰를 클리셰로 보지 않기 때문이야. 이 영화는 클리셰를 클리셰로 보니까 그 클리셰는 더이상 클리셰가 아닌 게 되는 거지.해영: 간장공장공장장이 간공장공장장이란 소리네.해준: 하긴, 이 영화는 ‘익숙한 것들의 낯선 조합’에 매력이 있어. 하지만 그런 반면에 여전히 이 영화는 지나치게 자기변명적이야.해영: 또 자폐적이고. 그런데 그게 매력이라니까. 한 가지 아쉬운 건, 자폐적이다보니 대사와 내레이션이 넘치고, 그에 따라서 자막의 생략이 심해졌다는 거지. 그런 ‘지나치게 함축된 자막’을 볼 때면, 꼭 자막이 나를 ‘쌩까는’ 것 같애.찰리: <존 말코비치 되기>나 <휴먼 네이처>를 봤다면 알겠지만, 나는 캐릭터가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펼쳐가는 걸 그저 바라보는 스타일이거든. 그러려면 무엇보다 내가 철저하게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가 필요한데, 그때 그 상황에서 ‘나’만큼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캐
<어댑테이션>,찰리 카우프만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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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간장, 왓?해영: 말 놓자더니 왜 이래, 찰리.해준: 그런데, 영화에서 비슷한 성적 악몽이 몇번 반복되잖아. 그거… 좀 작위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강박을 꼭 그런 식으로 표현해야 하나?찰리: 작위적이라니, 실제로 그랬던 건데.해영: 그거야말로 궁극의 소심함을 보여주고 있지. 당신도 우리 동호회에 가입해. 일명 ‘작은 마음 동호회’. 그런데 우연치곤 참 이상하지 않아? 작가들은 하나같이 다들 소심하단 말이야.해준: 작가들은 결국 혼자이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찰리: 그래도 당신들은 둘이니까 좀 나을 거 아냐.해준: … 우린 둘이라서… 두배로 소심해.찰리: 찾아보면 우리 주변엔 소심하지 않은 작가들도 있어.해영: 예를 들면?찰리: 아리영.해준 · 해영: (마주보며) … 그새 배웠어.해준: 아, 늦었지만 상 받은 거 축하해. 그 기사 보면서 무지 부러웠다. 상도 상이지만 무엇보다 스파이크 존즈 감독과의 돈독한 관계가 진정 부럽더군. ‘앞으로도 우린 함께할 것’이라는 말,
<어댑테이션>,찰리 카우프만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