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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욱▷승완: 진짜 죽이는 삭제장면이 있어
류승완 | 이 영화에서 B급영화 정서가 흐른다는 말이 많은데, 제가 볼 때 장준환 감독은 참 특이해요. 감독 본인은 B급영화를 좋아하지 않거든요. 어쩌다 저랑 영화 얘기를 하다보면, 놀랍다는 눈을 하면서 그 느릿느릿한 말투로 ‘어 넌 어떻게 그 영화들을 다 봤니?’ 이런다고요. (웃음) 아무튼 그 영화가 좋은 이유 중 하나가 그런 건데, 뭔가 아슬아슬한 지점이 있잖아요. 어느 쪽으로 좍 가는 게 아니라, 위태위태하게…. 그게 영화의 긴장이 돼서 몰아붙여요. 연기도 마찬가지에요. 이 사람이 영화광 출신이고, 그런 장르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의 설렁설렁한 연기에 중독돼 있었더라면 이렇게 만들지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연기 연출하는 방식은 정공법이잖아요.
박찬욱 | 난 옛날 존 벨루시 시절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가 떠오르더라. 그때 이 TV쇼에 나오던 코미디언들은 다 마약중독자였단 말야. 그 미치광이, 마약중독자들이 나와서 미쳐버
박찬욱-류승완,<지구를 지켜라!>를 권하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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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찬욱: 뻔한 장면인데도 왜 좋지?
류승완 | 저는 <지구를 지켜라!>가 걸작이라기보다는 간만에 보는 에너지가 충만한 영화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다소 거친 CG장면들이 튀어나와도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잖아요. 그 영화의 미덕이 거기인 것 같아요. 너무 세서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너무 세서 좋은….
박찬욱 | 난 좋아. 형사들 나오는 게 좀 재미없었고, 나머지는 더 바랄 게 없어. 팀 버튼이 쓴 시나리오를 존 랜디스가 연출한 것 같아.
류승완 | 크으~.
박찬욱 | 특히 생각나는 장면이, 백윤식씨가 여자 옷 입고 환풍기 뜯고 도망가려다가 감전돼가지고…. (폭소) 엎어져서 울다가 웃다가 막 그러잖아. 나도 똑같은 생각을 했는데, 송강호도 그러더라고. “저건 연기가 아니다. 실제로 백윤식씨가 ‘씨발 내가 여기서 뭘하고 있나. 내 인생 왜 이렇게 풀렸나’, 이러는 거”라고. (폭소) 난 거기가 백미였던 것 같아.
류승완 | 제가 꼽는 백미는 액션장면이죠. 약국
박찬욱-류승완,<지구를 지켜라!>를 권하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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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욱▷승완: 우리가 좋아했다니까 제작자가 실망하데
박찬욱 | 이 영화는 현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잖아. 대개 이런 영화에 그런 얘기가 들어갔을 때 거부감을 사기가 쉬운데 그런 건 전혀 없었어. 그런데 시사회에서 일부 젊은 관객은 병구의 과거가 나오자 ‘또 그런 거였어?’라고 했다는군.
류승완 | 실제로 제 동생 세대나 이렇게 보면 좀 다른 것 같아요. 아마도 내 또래 정도까지가 현실을 고통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박찬욱 | 그렇지. 요즘엔 시위를 해도 즐겁게 하니깐.
류승완 | 젊은 세대가 영화를 어떻게 봤을지 궁금하긴 하네요.
박찬욱 | 내 주변 사람들은 다 죽던데. 우리 회사 직원들도. 우리 회사 직원들은 <복수는 나의 것> 안 좋아하는 애들 많거든. 그런데 <지구를 지켜라!>는 다 죽고 왔어. 결국 흥행이야 관객이 알아서 하는 거지만, 이 영화가 잘되면 우리야 편해지겠지. 이런 영화가 돈을 벌 수 있다면 아무래도 은퇴, 아니 퇴출 날짜를 좀
박찬욱-류승완,<지구를 지켜라!>를 권하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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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로애락을 품었던 아름다운 사람 장국영을 묻다, 우리의 청춘과 함께
2003년 4월1일, 기자가 다른 일로 머물렀던 홍콩은 미래도시같았다. 사람들은 금속으로 테를 덴 둥근 마스크를 쓰고 다녔고, 괴질의 주요 진원지로 지목된 아파트 아모이 가든은 통째로 격리돼 식량을 배급받고 있었다. 그리고 아주 먼 미래에나 일어날 줄 알았던 사건이, 장국영의 죽음이 있었다. 80년대 후반 거짓말처럼 맑고 어린 유생으로, 곧은 마음을 혈육의 정 앞에서 꺾은 경찰로, 우리 마음을 울렸던 그는 이제 세상에 없다. 무척 질나쁜 농담. 만우절을 다시 웃을 수 없는 날로 만들어버린 장국영은 그 자신의 목숨과 함께 우리 젊은 날도 거두어갔다. - 편집자
“죽을 때는 뭐가 보이는지 항상 궁금했어. 나는 눈을 뜨고 죽을 거야” - <아비정전>
오래간만에 <아비정전> 비디오테이프를 꺼내 먼지를 털어냈다. 잊고 있던 동안 턱없이 낡아버려 비닐이 너덜거리는 케이스에는 “이 영화를 마지막으로 우
장국영(張國榮) 세대에게 바친다 (1956.9.12∼2003.4.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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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국영은 열두살 때 이미 한번 홍콩을 떠난 적이 있었다. 열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윌리엄 홀든과 앨프리드 히치콕을 위해 옷을 만들었던 재단사 아버지 덕분에 부족함 없는 중산층 아이로 자라났다. 다복한 가정의 귀염둥이였을 것 같지만, 장국영은 부모 형제와 떨어져 외할머니 손에서 키워졌다. 가장 나이 어린 형제와도 여덟살이나 차이가 났던 그는 일찍 죽은, 그와 생일이 같았던 아홉 번째 형의 분신처럼 여겨졌고, 그런 죽음의 그림자가 없었더라도 충분히 외로웠다. 그의 아버지는 아내와 자식들을 향한 감정과 분노를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어머니는 장국영이 어렸을 때 이혼한 뒤에도 끝장난 결혼에 연연하며 어찌할 바를 몰랐던 연약한 여자였지만, 학교에 적응 못하는 막내아들을 유학보내자고 주장할 정도의 목소리는 가지고 있었다. “형들이 여자애들과 데이트를 하는 동안 난 구석에 처박혀 군인인형과 바비인형을 갖고 놀았다. 집엔 말다툼과 싸움뿐이었다. 그게 그들이 말하는 결혼이란 것이었다.”
장국영(張國榮) 세대에게 바친다 (1969.9.12∼2003.4.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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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휘둘리고 싶지 않았던
언제부터인가 장국영은 “이젠 느긋하다. 이루고 싶은 건 많지만, 당위나 강요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만 하겠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돈과 명예를 모두 얻은 그는 더이상 인형 같은 아이돌 가수나 덜 자란 풋내기에 머무를 필요가 없었다. 성 정체성을 의심받았던 그에게 치명타가 될 수도 있었지만, 장국영은 <패왕별희> <해피 투게더>로 위태롭게 뛰어올랐다. 장국영이 자신과의 러브신을 눈앞에 두고 이틀 동안 침대에 파묻혀 괴로워하던 양조위에게 건넨 위로는 잘 알려져 있다. “이봐, 이건 연기야. 내가 그동안 정말 좋아서 여자들하고 키스하고 가슴을 만졌는 줄 알아? 그리고 넌 내 취향이 아니라고.”
짓이겨진 두손을 붕대로 싸매고 밥 먹여줘, 담배 사다줘, 조르는 야멸찬 남자. 그래도 차가운 타일 바닥 위로 연인을 이끌며 탱고를 추고 싶어해서 안쓰럽기만 한 남자 보영. 이 남자의 이야기를 끝으로 장국영은 홍콩을 제외한 나라의 관객에게 잊
장국영(張國榮) 세대에게 바친다 (1956.9.12∼2003.4.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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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성은 영화를 (재)창조했다다섯돌 맞는 서울여성영화제에서 만나는 새로운 여성영화들의 역동성, 그리고 다양성새로운 여성영화들이 온다! 이론으로 시작하여, 육체의 탐구를 넘어, `오늘 · 이곳`의 도발적인 에너지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영화들이 펼쳐 보이는 영화사의 새로운 지평에 여러분을 초대한다.“영화는 여성을 촬영한 남성의 역사다.” 좀 거칠기는 해도 여성주의적 자각을 거친 세대라면 공감할 만한 표현이다. 그런데 만약 여성이 카메라를 잡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람들은 이런 문제의식과 호기심을 묶어 ‘여성영화’라는 범주를 만들어냈고, 한국에서도 서울여성영화제가 그 자취를 추적하고 한데 모아 보여주기 시작한 지 벌써 다섯 번째, 햇수로는 7년째를 맞는다.그동안 여성영화는 어떻게 요동치고 있었을까. 이혜경 집행위원장은 “한마디로 무척 다양해졌다. 특히 한국의 여성영화와 서울여성영화제의 에너지가 한창 피어오르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씨네21> 394호, 씨네인터뷰
제5회 서울여성영화제 가이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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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영화가 달라지고 있다. 다양하게 그리고 역동적으로, 그 스펙트럼을 한껏 넓혀가고 있다. ‘자기만의 언어’를 가진 여성 작가들이 그들의 성과 사랑을, 일상과 이상을 이야기한다. 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5인이 추천한 ‘새로운 여성영화’를 만나보자. 눈과 귀가 번쩍 열리는, 머리와 마음이 훤히 트이는, 충격적 만남을 보장한다.비너스 보이즈(Venus Boyz)감독 가브리엘 바우어/ 스위스/ 2001년/ 102분/ 35mm/ 다큐멘터리/ 새로운 물결프로그래머 추천사 _ 성의 경계 자체를 허무는 도발적인 드렉 킹의 에너지여자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가끔씩 혹은 평생 동안 남자 옷을 입고 남자 흉내를 내는 사람들. 보수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도착적이라고 여길 남장 여자들을 <비너스 보이즈>는 돋보이는 존재로 만들어주는 다큐멘터리다.영화 안에는 다양한 이유를 가진 드랙 킹(drag king)들이 나온다. 어떤 이에게는 그것이 삶 자체이고 어떤 이에게는 즐거운 이벤트이거나 의식적인
제5회 서울여성영화제 가이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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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느 트리스테>(Anne Trister)감독 레아 풀/ 캐나다/ 1986년/ 103분/ 감독 특별전프로그래머 추천사 _이미지로 말한다. 어머니와의 유대를 통한 새로운 여성의 역사 쓰기침대에 모로 누워 훌쩍이는 여자의 등. 모래 바람이 이는 황량한 사막. 침묵하는 이 두 가지 이미지가 <안느 트리스테>를 열고 닫는다. 다시 침대에서 눈물을 삼키기까지, 다시 사막을 보기까지, 안느에겐 많은 일이 있었다. 아버지의 급작스런 죽음에 충격을 받고 스위스에서 캐나다로 떠나온 안느는 우연히 아동심리학자인 알릭스를 만나 함께 지내게 된다. 지혜롭고 여유로운 알릭스에게 의지하게 된 안느는 그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사랑이라고 느낀다. 알릭스는 ‘그런 식의 사랑’은 줄 수 없다면서도 안느를 변함없이 아끼고 보살핀다. 안느 또한 “날 사랑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며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 충직한 남자친구를 떠나 보내고, 알릭스의 남자친구에게 모욕을 당하고, 오래 공들인 설
제5회 서울여성영화제 가이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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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트럭을 타고>(Because There’s You)감독 조이스 버날/ 필리핀/ 1999년/ 117분/ 아시아 특별전프로그래머 추천사 _달라진 필리핀 여성들의 사랑, 결혼에 관한 다양한 생각들을 엿볼 수 있는 영화주로 ‘내수용’으로 제작되고 유통됐던 이방의 영화들을 만나는 건 낯설지만 흥미로운 경험이다. 그것이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특징들이 만들어낸 여성 이슈들을 다양하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영화화해내고 있으며 대중적 성공도 거두고 있다”는 필리핀 여성영화라면, 그 의미도 적지 않아 보인다. 그중 로맨틱코미디 <사랑은 트럭을 타고>는 만듦새와 이야기 자체의 새로움은 거의 없으나, 스테레오타입화된 여성 이미지와 가족의 개념을 뒤집어 보이려는 시도가 신선하게 다가온다. 필리핀 여성영화계의 기대주라는 조이스 버날 감독의 작품.누군가 ‘사랑은 교통사고와 같다’고 했다지만, 적어도 이 영화에선 그 표현이 은유가 아니라 직설이다. 명문가 규수와의 결혼을 앞두고
제5회 서울여성영화제 가이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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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여인상의 이단, 혹은 관능의 페르소나현대의 여성주의자들을 열광하게 만든 도금봉, 그 회고전의 의의1960년대 황금기의 한국영화에는 최은희, 황정순, 문정숙, 주증녀 등 훌륭한 여배우들이 많이 나온다. 희고 오동통한 얼굴과 독특한 음색을 지닌 도금봉은 때로는 이들 기라성 같은 스타들의 옆에 서 있는 조연으로, 때로는 틈새를 꿰찬 주연으로 자기만의 자리를 만들었다. 도금봉의 무엇이 오늘날 현대적인 여성주의자로 하여금 쾌재를 부르게 하는지, 여기 그 비밀의 지도를 펼쳐보기로 한다.주유신/ 영화평론가, 서울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cinefemme@hanmail.net우리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요소는 다름 아닌 ‘기억’이다. 우리는 기억을 통해서 스스로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역사를 써내려가기도 하고 자아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런데 20세기를 화려하게 장식하며 대중들을 위무해온 대중문화 속에서도 영화는 이러한 기억의 의미나 역할에 있어서 가장 중심을 차지한다. 영화를 만든다는
제5회 서울여성영화제 가이드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