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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감독은 시나리오는커녕 소재조차 잡지 못했다. 인권영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여섯명의 감독 중 소재도 못 정한 이는 그뿐이다. 그는 내년으로 촬영이 밀린 장편영화 <방아쇠>의 스탭과 배우들을 기용할 계획밖에 없다면서 만남을 피했지만, 금세 끝날 것 같았던 대화는 짤막한 쉼표를 찍어가면서도 두 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박광수 감독은 “교훈적이고 재미없는 영화말고, 액션영화처럼 한번…”이라는 고집을 갖고 있었다. 이 프로젝트의 맏형격인 그가 다른 감독들보다 가벼운 영화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것만으로도 화제는 충분했기 때문이다. 국제인권영화제에서 회고전을 열기도 했던 박광수 감독. 굳이 ‘인권’이라는 테마를 갖지 않더라도 <그들도 우리처럼>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처럼 인간을 염두에 둔 영화들을 만들어왔던 그는 한없이 느긋한 표정이었다. “워낙 음흉한 사람이라 마음속으로만 품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는 임순례 감독의 전언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여러 차례
여섯감독의 인권영화 프로젝트(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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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 후보들의 영화 및 영상산업에 대한 입장과 정책을 좀더 자세히 들어보기 위해 대선 후보 연쇄 인터뷰를 기획했다. 5년전 대선 때도 <씨네21>은 같은 기획 인터뷰를 실었다. 그후 지금까지 한국영화는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스크린쿼터, 독립·저예산영화 상영공간 확보, 표현의 자유 신장 등 현안이 많다. 이 문제들이 정부 정책과 문관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각 후보의 의사와 사정을 반영해, 직접 만나거나 서면으로 하거나 둘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후보마다 달리 인터뷰가 이뤄질 수밖에 없음을 미리 밝힌다.
여의도에서 농민시위가 있었던 11월13일 오후 6시,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노무현 후보를 만났다. 몇시간 전 시위현장에서 노 후보가 시위대가 던진 돌에 맞는 경미한 불상사가 있었지만, 노 후보는 편안한 얼굴로 인터뷰 장소에 들어왔다. 일정이 바빠 오랫동안 인터뷰에 응하기 어렵다는 말을 미리 들어, 정책적인 사안들은 질문지를 먼저 보냈다.
민주당 대선후보 노무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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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세상에!!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에 대한 소감을 가장 짧게 말하라면 이것이다. 여기서 느낌표는 꼭 두개여야 한다. 이 영화는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성 정체성에 대해 나름대로 열린 생각을 가졌다고 믿어온 나를 한참이나 앞서간다. 내 감성과 사고방식은 영화들과 함께 조금씩 새로워지고 확장되었지만, 이 영화는 인간에 대한 나의 고정된 이해를 한꺼번에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예에 속한다. 그것도 우울한 기색이라곤 전혀 없이 웃겨가면서.고정관념 깨뜨리기, 누군가에겐 불편하겠지만…물론 모든 사람이 이 영화를 속편하게 받아들일 것 같지는 않다. 아마도 상당수가 적잖은 두통과 함께 ‘말세로군, 말세야!’ 하는 염세주의 증상이 도지는 것을 느낄지도 모른다. 여러 명의 섹스 파트너를 공공연하게 거느리는 것도 모자라, 애인이 나타나자 일 팽개치고 창고로 달려들어갔다가 헝클어진 모양새로 되돌아오는 헬렌을 본다면 ‘저걸 정신병원에 보내거나 최소한 해고라도 해야 해’라고 씩씩거리게 되지 않을까
파격적 사랑에 관한 유쾌한 로맨틱코미디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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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카와 헬렌 커플이 새로운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이들은 지금까지 봐온 어떤 영화 속 커플들보다 지적이고 감각적인 조합을 보여준다. 사실 내가 아는 현실의 레즈비언 여성들은 가치관이 진보적이고 개방적인 편이다. 커밍아웃한 동성애자들이 대부분 지식인이라는 사실과 상관이 있겠지만, 어쨌거나 적잖은 영화나 드라마가 지적이고 사회생활에 성공한 여성들을 무언가 결함있는 존재로 간주하고 공격하는 데 익숙한 나로서는 제시카와 헬렌이 스크린에 나타난 것에 대해 싱그러운 느낌마저 갖게 된다.사실 제시카와 헬렌은 뉴욕 여피에 대한 우리의 상상과 맞아떨어진다. 뉴욕에 사는 모든 여피들이 이들과 똑같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어떤 캐릭터에 대해 ‘딱이야!’라고 느끼는 것은 전형과 파격을 적당하게 오갈 때이다.이 영화 역시 수많은 전형들을 차용한다. 맨해튼에 늘어선 고층빌딩의 스카이라인을 카메라 패닝으로 보여준 다음 빌딩 숲 어딘가에 끼어 있는 공원 오솔길에서 조깅하는 사람들로 컷하는 방식은 얼마나 익숙한지
파격적 사랑에 관한 유쾌한 로맨틱코미디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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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찰스 허먼 윔펠트 인터뷰“금기를 들추고 논쟁을 유도하길 바란다”왜 이 영화였나.→ 감독으로서, 난 아름답고 매력적인 캐릭터가 살아 있는 이 이야기에 매료됐다. 그리고 제니퍼와 헤더를 만났을 때, 직관적으로 그들이 영화에서 아주 멋질 거란 암시를 받았다. 그들은 영혼이 깃든, 지적이고 위트가 넘치는 코미디를 써냈다. 또 내가 연극연출가에서 영화연출가로 변화한 것처럼,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 역시 영화의 형태로 탈바꿈한 연극이었다는 점에 매료됐다. 재미있는 대화로 영화 전체를 끌어가며 코미디의 토대를 허물지 않고 비주얼을 살릴 수 있는 이런 각본을 기다려왔다. 영화에서 언어에 대구를 이루는 명확하고 색감이 풍부한 이미지를 상상했다. 난 이 유쾌하고 연극적인 각본을 영상과 감정적인 경험으로 만들고 싶었다.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일단 이 이야기에 완전히 빠졌고, 제작자와 작가도 내가 참여하기를 바란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고민도 많이 됐다. 이런 규모의 35mm영화는
파격적 사랑에 관한 유쾌한 로맨틱코미디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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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겸 공동작가 헤더 예르겐슨 & 제니퍼 웨트펠트 인터뷰“맙소사, 우리가 키스를 하다니!”현대 독신여성과 성에 대한 이 대담한 시도를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스크린으로 옮기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나.제니퍼 웨트펠트(이하 제니퍼): 긴 여정이었다.헤더 예르겐슨(이하 헤더): 뉴욕 웨스트 71번가의 그 작은 아크라이트 극장.제니퍼: 그 작디 작은 공간에서 우리의 첫 연극을 만들었다. 직접 사운드 큐를 주고, 우리 엄마가 소품들 사서 나르셨다. 연극은 좀더 느슨했는데, 원래는 몇 개의 끔찍한 데이트에 대한 촌극들을 만들려고 했었다. 그중에서도 영화내용처럼 어떤 틀을 뛰어넘는 두 여자의 촌극에 흥미를 느끼면서 단선적인 연극이 됐다.헤더: 연극은 6일 밤 동안 상연됐을 뿐이지만, 그 이야기는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약간의 손질이 필요했을 뿐. 생각을 하면 할수록, 해학적인 요소를 줄이고 이야기의 바탕에 깔린 더 깊숙한 진실을 조사하게 됐다. 설문조사를 더 많이 하고, 다양한 층의 여성
파격적 사랑에 관한 유쾌한 로맨틱코미디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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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터뷰를 읽으시기 전에. 나는 지난 시월 한달 동안 세 군데의 영화제 심사를 하기 위해서 273편의 단편영화를 보았다. 나는 단편영화를 볼 때마다 마음이 설레는데, 무엇보다도 단편영화는 (앙드레 바쟁의 말을 빌리면) “미래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 영화들을 만든 시네아스트들은 곧 한국영화의 새로운 이름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영화들을 미리 본다는 것은 항상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그러한 기대와 달리 나는 이것이 곧 매우 끔찍한 일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많은 단편영화들은 더이상 우리 시대에 독립영화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무엇으로부터도 독립되어 있지 않았다. 거의 대부분이 학교 ‘수업’ 워크숍 영화들이거나 졸업작품들이었다. 영화에는 학교 제도교육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거나, 얌전한 모범생들처럼 잘 정돈된 채 ‘충무로’에 간택되기를 기대하는 자신들의 솜씨를 뽐내고 있었다. 또는 너무 많은 영화들이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아래 별다른 이유도 없이 살인과 강간, 폭행, 시
영화평론가 정성일,십대영화의 어떤경향에 주목하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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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일 영화를 처음 만들어본 건 언제예요조대완 본격적으로는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그전에, 청소년영상제작캠프에서 3박4일 동안 6분짜리를 여럿이서 만든 적이 있고, 그 단체의 다른 사람들과 다른 작업을 한 적이 있긴 하지만.정성일 <음악에>를 같이 작업했던 친구들은 어떤 친구들이에요조대완 <음악에>는 완전히 혼자서 했어요. 원래는 학교 영화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하려고 했는데 촬영지가 진도이다보니, 친구들 집안에서 반대를 했죠. 여름방학 때 진도에 가서 혼자 찍었어요.정성일 진도에는 누가 계셨나요조대완 어머니가 계세요. 몸도 좀 안 좋으시고 해서 도시에 살기가 불편하다, 하시던 차에 진도에 우연히 가게 되셨고, 그곳이 좋아서 아예 살고 계세요.정성일 그러면 영화구상은 진도에서 한 건가요조대완 어머니가 진도에 계시고 그곳 풍경이 좋고 하니까 거기서 영화를 찍어볼까, 했어요. 구체적인 시나리오는 진도에 가서 썼고요.정성일 촬영은 몇회에 걸쳐 했나요조대완 집에 있는
영화평론가 정성일,십대영화의 어떤경향에 주목하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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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일 <서편제>의 그 장면에서 조대완 학생은 힘들고 지친 가족을 본 건가요조대완 아니요. 다만 <서편제>와는 느낌을 다르게 만들고 싶었어요. <음악에>에서 저는 많은 길을 걷다 지친 주인공의 힘든 느낌을 표현하려 했어요. <서편제>를 찍은 장소가 굽이진 길이라 그 느낌을 표현하기 적당했구요. 그 장면에서 제가 쓴 음악은 제목도 <나그네>라는, 대금 연주곡이에요.정성일 임권택 감독은, 만약 그 길이 아니었으면 그 장면을 안 찍었을 거라고 그랬거든요. 그리고 만약에 그 끈덕진 길이 아니었다면 5분28초짜리 <진도아리랑>을 쓰지 못했을 거라고. 근데, <서편제>에서 그 장면이 굉장히 이상한 자리에 들어 있어요. ‘유사가족’이 불화에 차 있는 앞신과 이제 이별만이 남아 있는 뒷신 사이에 딱 들어가서 유봉, 송화, 동호 세명이 유일하게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는 숏이잖아요. 유일하게 행복한 숏을 조대완 학생은 딱 끌고
영화평론가 정성일,십대영화의 어떤경향에 주목하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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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스런 촌부(村夫)들이 촬영장을 뒤로 하고 떼지어 계단을 오른다. 대규모 행군 장면에 출연키로 한 현지 엑스트라들이다. “오케이 난 건가” “잘 모르겠는데.” 오후 촬영을 위해 촬영장 위쪽에 마련된 파라솔 아래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한국쪽 일부 스탭들과 배우들이 웅성거린다. 이들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동안 예기치 않은 행렬은 계속 이어진다. 개중엔 두툼한 갑옷을 이미 벗어젖힌 뒤 새까만 상체를 드러낸 치들도 상당수다. 소품용 창에는 가죽 의상을 꿰어맸다. 걸으면서도 쉬지 않고 툴툴거리는데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으나 우악스런 표정이나 행동만으론 불만을 한 토막씩 베어 문 눈치다. 갑작스런 더위 때문인가. 선두에 섰던 이들은 이미 입고, 들고, 썼던 모든 장구들을 놓아버리고서 삼삼오오 흩어진 상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엑스트라들의 반란(?), "집에 갈래"10월15일, 중국 저장성(浙江省)의 지윈(縉元). 8일 동안 <
판타지멜로 <천년호> 액션 로케이션 현장(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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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현지 로케이션이라면, 가용자본을 늘리기 위해서 중국과의 합작도 고려해볼 만한 일. 중국 현지 판권을 넘기는 식으로 일정한 자금이나 현물 형태의 투자를 받는 것이다. <비천무>가 이러한 케이스다. 하지만 이 경우 캐스팅에서부터 시나리오까지 일일이 중국쪽의 입김을 감내해야 한다. 심지어 후반작업을 위해서 네거필름을 반출하는 것도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결국 <천년호>는 시에파이(중국쪽이 노동력과 장소만을 제공하고 그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라 불리는 협작을 택했다. 하지만 이 또한 <아나키스트>의 선례와는 다르다. 제편창(인력과 기자재, 그리고 스튜디오를 제공하는 중국의 영화제작소)을 일괄 창구로 정해서 제작을 추진하는 것이 보편적이지만, <천년호>는 독자적으로 스탭을 구성한 것이다. 대개 제편창 소속 프로듀서가 나서서 촬영은 누구, 미술은 누구 하는 식이지만 <천년호>는 도성희 프로듀서를 비롯한 제작진이 직접 발로 뛰며 물
판타지멜로 <천년호> 액션 로케이션 현장(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