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소요>, 장자의 사유 또는 젊은이의 절규정성일: <임소요>에 대한 질문을 저는 이렇게 한번 시작해보겠습니다. <임소요>라는 제목은 장자의 철학적 자구입니다. 당신에게 장자(莊子)는 어떤 의미를 갖는 사람입니까지아장커: 원래는 장자(莊子)라든가, 나비의 그런 이미지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차오차오를 연기한 짜오타오는 나비 문신을 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왜 여자 들이 나비 같은 것을 붙이는 것을 좋아하니, 하고 물어봤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날 수 없으니까, 이렇게 대답을 하더군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저는 많은 것을 연상했습니다. 아직 젊은 세대들, 짜오타오의 친구세대들은 장자 안에 나오는 호접몽(胡蝶夢)과 같은 성어를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젊은이들은 몇 천년 전에 철학자가 말했던 것을 간단한 부호로 자기 스스로 깨닫고 마음을 표현했습니다.나비가 되어 자기가 날고 싶다는 것을 간단하게 명시한 것이죠. 자유라는 것은 몇 천년
정성일,지아장커를 만나다 <3>
-
정성일: 그런 것이 디지털의 실험성과 경제성이라면, 그렇다면 당신이 이끌리는 디지털의 미학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지아장커: 서사방식에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이제까지 우리는 시나리오에 기대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디지털카메라는 마치 글을 쓰는 것처럼 영화를 찍게 만듭니다. 생각하는 것을 바로 영화로 찍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것은 고치기가 쉽습니다. 그리고 화면과 화면의 합성과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화면을 만들 수 있습니다. 여기서 새로운 영화방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에 그 예는 에릭 로메르의 <영국 여인과 공작>입니다. 회화를 찍었고, 그리고 스튜디오에서 다시 찍은 사람을 한 화면으로 합성시킨 것입니다. 이것은 전에는 생각하지 않은 영화의 한 방향입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디지털영화가 좋은 것은 디지털카메라로 표류하는 느낌을 찍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진짜 마음내키는 대로, 마음가는 대로 자유자재로 찍을 수 있다는! 최후에 완성될 작
정성일,지아장커를 만나다 <4>
-
1995년의 중국, 2002년의 중국정성일: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겠습니다. 당신이 생각하기에 <소무>의 1995년 중국과 <임소요>의 2002년 중국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입니까지아장커: 가장 큰 차이는, 1995년에는 사람들이 현대화 사회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대감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임소요>에 들어와서는 그런 기대와 희망은 이미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소무>에는 현실적인 고민이 있고, 중국 안에서 산다는 것의 고민이 있습니다. 그러나 2002년 중국을 산다는 것은 무엇이 문제인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텔레비전에서는 잘산다고 말하는데 실제 삶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습니다. <소무> 안에 TV에서 나오는 내용은 거의 다 중국 지역, 그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관련된 것입니다. 그렇지만 <임소요>에 나오는 것들은 현대사회의 부호 같은 소식들만 전합니다.더 추상적인 듯한 내용들이고 실제로 내 생활
정성일,지아장커를 만나다 <5>
-
<씨네21>은 대선후보 릴레이 인터뷰 기획의 세 번째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인터뷰했습니다. 이 기획의 목적은 12월19일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 및 정당의 영화영상 관련 정책의 밑그림을 미리 살펴보는 것입니다. 아울러 독자들이 후보들의 문화적 소양이나 문화관까지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돕기 위함입니다. 단, 각 후보의 의사와 사정을 반영해 직접 만나거나 서면으로 하거나 둘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후보마다 달리 인터뷰가 이뤄질 수밖에 없음을 미리 밝힙니다.편집자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5년 전 대선을 앞두고 <씨네21>이 같은 기획을 했을 때 인터뷰에 응한 바 있다. 당시에는 직접 만나 인터뷰를 했으나, 이번에는 일정 조정이 힘들어 서면인터뷰로 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지난번 대선 때 지금까지 보신 영화 중에 가장 감명 깊었던 영화가 <미션>이라고 하셨는데 지금도 같으신지요. 또 <미션> 외에 몇편을 더 꼽는다면.→ 제가 97년에 그렇게 대답했
한나라당 대선후보 이회창 서면인터뷰
-
-
반지 원정대와 꼬마 마법사가 프랜차이즈의 장도에 오른 이래, 겨울 극장가 풍경은 떠들썩하기로 정평난 여름 시즌을 부쩍 닮아가고 있다. 12월13일부터 2003년 2월 말까지 스크린을 노크할 영화는 줄잡아 60편. 한국영화 17편과 외국영화 43편이 개봉을 확정했거나 극장 스케줄을 잡느라 분주하다.
2002년, 2003년 겨울 박스오피스의 소주제는 귀환. <반지의 제왕>과 <해리 포터> 시리즈가 예정대로 돌아와 연말연시 극장가에 두개의 탑을 세우는 것은 물론, 몇 해 동안이나 겨울잠을 잔 한석규가 <이중간첩>의 버림받은 스파이 역으로 내년 설날 귀환하고 <비치> 이후 종적이 묘연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두 거물 마틴 스코시즈와 스티븐 스필버그의 신작 <갱 오브 뉴욕>과 <캐치 미 이프 유 캔>으로 모처럼 동시상영 이벤트를 벌인다. 그런가 하면 늘 그대로의 친숙한 손짓으로 관객을 부르는 영화도 즐비하다. 섣달 그믐 개
격돌! 12월부터 설까지 겨울영화 60편 [1]
-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한마디로 말해봐! 2편의 적들이여 경계하라. 더티 해리가 돌아왔다
해리와 론은 변성기를 맞았고, 헤르미온느는 단짝 친구들과의 포옹에 얼굴을 붉힌다. 호그와트 그리핀도르 기숙사의 삼총사처럼, <해리 포터> 시리즈도 2편을 맞아 사춘기 문턱에 들어섰다. <비밀의 방>은 조앤 K. 롤링의 펜이 예언한 대로, 또한 할리우드 속편의 불문율대로 <…마법사의 돌>보다 더 빠르고 어둡고 자극적이다. 퀴디치는 전쟁영화의 공중전 장면에 가깝고 모닝 머틀, 집요정 도비 등 컬러풀한 새 조연들은 관객의 관심을 놓고 경쟁한다. 러닝타임도 2시간40분으로 더욱 길어졌다. 비밀의 방이 열렸으니 사악한 마법사의 후계자를 적대하는 자들은 두려워하라는 메시지가 학교 벽에 쓰이면서 2학년의 모험은 시작된다.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은 여전히 원작을 셀룰로이드 위에 풍요롭게 베껴내는 데 최고의 의의를 두지만 이번에는 원작에는 없는 약간의 애드리브도 숨어 있으니
격돌! 12월부터 설까지 겨울영화 60편 [2] - 12월
-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
한마디로 말해봐! 전설의 두 번째 막이 올랐다
절대반지의 무게는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것이다.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에서 샘과 단둘이 원정대를 떠났던 프로도는 악의 근원과 가까워질수록 무거워지는 절대반지를 감당하며 분투한다. 반지를 벗은 원정대도 결코 가벼운 발걸음을 뗄 수는 없다. 로한 왕국과 어둠의 군대 사이의 전투에 뛰어든 그들은 끝없이 밀려드는 적군과 싸우면서 그들이 마주한 악의 존재를 실감하게 된다. 3부작의 두 번째에 해당하는 영화 <두개의 탑>은 1편보다 스토리의 밀도를 던 대신 훨씬 강도높은 스펙터클을 담을 예정이다. 절정을 이룰 펠레노르 평원의 전투와 함께 기대를 더하는 요소는 새로 등장하는 매혹적인 캐릭터들. 차갑고 아름다운 로한의 공주 에오윈과 백색의 마법사로 부활한 간달프, 시간만큼이나 오래된 존재 나무수염, 절대반지와 운명을 같이하는 골룸이 이 영화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엑스 vs 세버
한마디로
격돌! 12월부터 설까지 겨울영화 60편 [3] - 12월
-
007 어나더데이
한마디로 말해봐! 최고의 제작비, 최강의 액션, 최초의 정사신
007 시리즈 스무 번째 영화. 시리즈 사상 최대의 제작비를 투입하고 고집하던 정통 스턴트 대신 컴퓨터그래픽을 사용하는 등 변화를 시도한 작품이다. 북한군 포로로 잡혀 있다 구조된 제임스 본드는 상관 M으로부터 새로운 임무를 지시받는다. 악당 구스타프 그레이브스와 그의 북한군 심복 자오를 뒤쫓던 본드는 엄청난 위력을 가진 하이테크 신무기와 맞닥뜨린다. 마침내 본드는 모든 문제의 근원이 한반도에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악몽 같은 그곳으로 돌아간다. “본드걸의 존재가 희미해진, 버디무비에 가까운” 영화라는 평을 얻었지만, <닥터노>의 어술라 안드레스처럼 비키니 차림으로 파도를 헤치며 나오는 본드걸 할리 베리의 존재감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매력.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을 1주 만에 몰아내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야심작이다. 그러나 한국을 비하한 묘사 때문에 국내에선
격돌! 12월부터 설까지 겨울영화 60편 [4] - 12월
-
품행제로
한마디로 말해봐! 80년대 고등학생들의 액션+멜로+코미디
애초에 <명랑만화와 권법소년>이란 제목으로 알려졌던 영화. 실제 이야기도 ‘권법소년이 나오는 명랑만화’ 같다. 문덕고 최고의 주먹 중필(류승범)은 어느 날 이웃 여학교의 민희(임은경)에게 반해 구애작전을 펼친다. 이 무렵 혜성처럼 등장한 전학생 상만(김광일)이 학내 조직을 하나씩 정리하며 중필의 자리를 위협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중필을 짝사랑하던 오공주파 나영(공효진)은 민희와 연적이 된다.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의 김태용, 민규동 감독과 더불어 영화아카데미 13기로 수학한 조근식 감독의 데뷔작으로 감독과 배우들의 면면이 ‘젊은 영화’의 분위기를 풍긴다. 감독은 <품행제로>를 “얼굴 하얀 소녀와 양아치 같은 남자애의 사랑 이야기에서 시작해 ‘80년대’라는 시간, ‘학교’라는 공간을 결합시킨 영화”라고 설명한다. 조근식 감독은 김태용, 민규동, 박윤경 등 세 감독이 공동연출한
격돌! 12월부터 설까지 겨울영화 60편 [5] - 1월
-
링
한마디로 말해봐! 저주받은 비디오테이프, 할리우드에 가다
공포에는 국적이 없다. 할리우드산 <링>이 개봉 5주차 전미 흥행수입 1억달러를 넘긴 걸 보면 확실히 그렇다. 제작진도 이런 흥행결과에 꽤 고무된 듯하다. 드림웍스는 <링>의 흥행수입이 기대치보다 50% 정도 많았다며 흡족해하고 있다. <시카고 선 타임스>의 로저 에버트, <LA타임스>의 케네스 튜란 등 많은 평론가들이 악평을 썼지만 무서운 영화에 대한 입소문을 막을 수는 없었다. <링>의 흥행소식이 반가운 것은 드림웍스만이 아니다. <링> 이후 나카다 히데오의 영화 <카오스>와 <검은 물 밑에서>도 리메이크 계약을 맺은 터라 할리우드는 한동안 일본 공포영화 리메이크에 열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할리우드산 <링>에서는 비디오테이프를 보고나면 누군가 전화를 걸어 “7일 뒤에 죽는다”는 사실을 알려
격돌! 12월부터 설까지 겨울영화 60편 [6] - 1월
-
마들렌
한마디로 말해봐! 조인성이 신민아를 만났을 때
98년 <퇴마록>으로 데뷔한 박광춘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액션판타지였던 첫 영화에서 180도 전환, 촉촉한 사랑 이야기를 만들었다. 이야기는 소설가를 꿈꾸는 대학생 지석이 미용실에서 중학교 동창 희진과 재회하면서 시작된다.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헤어 디자이너로 성공한 희진을 보고 호감을 느끼는 지석, 몇번의 우연한 만남이 이어지고 희진이 대담한 제안을 해온다. 한달만 연애를 하자, 한달 전에는 누구도 헤어지자고 말하지 않고, 한달이 지나면 멋지게 헤어지자. 지석은 희진의 제안을 받아들이지만 한달이 끝나갈 무렵 진짜 사랑이 시작된다. 박광춘 감독은 “줄리아 로버츠가 나오는 로맨틱코미디도, 왕가위식 우울한 멜로도 아니고, 가벼우면서도 느낌이 있는, 멜로지만 <청춘스케치>처럼 청춘 성장영화 같기도 한 영화”라고 말한다. 제목 ‘마들렌’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오는
격돌! 12월부터 설까지 겨울영화 60편 [7] -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