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7회 부산영화제가 11월23일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돌스> 상영을 마지막으로 성대한 축제의 나날들을 끝마쳤다. 부산시의 다양한 행사에 밀려 11월14일에야 시작된 이번 영화제는,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규모나 성과 등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7회라는 연륜과 관객의 꾸준한 참여, 언론의 보도 전쟁을 보며 삼박자가 잘 맞아 떨어지는 영화제라는 생각이 든다”는 호주 언론인 러셀 에드워즈의 이야기처럼, 올해 부산영화제는 안정적이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부산영화제의 날로 성장하는 면모는, 우선 규모에서 확인된다. 이번 행사에는 해외 770명을 포함, 3834명의 게스트가 참여했다. 개·폐막식 게스트까지 포함하면 5318여명으로 지난해 3700여명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 해외 기자도 125명 참여, 지난해 72명보다 월등히 많았다. 또 57개국에서 226편의 작품이 상영된 이번 영화제에서는 20만4천여석의 좌석 중 16만7300여석 정도가 들어차 80.7%(지난해 78
PIFF 2002 엔딩 크레딧 <1>
-
부산의 말, 말, 말“옷이 없어서 못 봤다.”(프랑스 평론가 피에르 리시엥, “<해안선>을 어떻게 봤냐”는 질문에 공항에 짐이 도착하지 않아 개막식 드레스코드에 맞출 정장을 구할 수 없었다며)“파티는 끝났다. 이제 누가 계산을 하고, 누가 설거지를 할지를 정해야 할 때다.”(싸이더스 차승재 대표, 아시안필름인더스트리네트워크(AFIN) 컨퍼런스에서 한국영화시장의 르네상스는 끝났다며)“사람들은 우리가 밟아도 밟아도 죽지 않는 바퀴벌레 같다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영화를 위해 살아남을 것이다.”(차이밍량 감독, 대만 신전영 20주년 오픈토크 중 대만영화의 현재에 관해 말하면서)“내가 초대하고 싶은 영화는 <엽기적인 그녀> <디아이> 같은 영화다.”(허우샤오시엔 감독, 대만에 새로 문을 연 문화공간 타이베이 하우스에 초대하고 싶은 영화를 말하면서, 아시아 젊은 감독들은 서로의 영화를 보고 토론하면서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로)“<
PIFF 2002 엔딩 크레딧 <2>
-
▶ 아시아 최대의 프리마켓 부산프로모션플랜(PPP)이 11월18일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개막했다.◀ 영화제의 성공개최를 위한 전야제가 13일 저녁 6시에 남포동 PIFF광장에서 열렸다. 부산중구청 주관으로 열린 이 행사에는 부산시민과 언론 등 400여명이 몰려들었다. 사람들의 환호와 갈채뿐 아니라 애드벌룬과 폭죽도 축제의 시작을 알린 소품들.▲ 19일 오후 <광복절특사>의 배우 차승원, 설경구, 송윤아, 강성진과 김상진 감독이 PIFF광장 야외무대에서 관객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이들을 보기 위해 몰려나온 관객 틈에서 부산영화제가 열릴 때의 PIFF광장은 감옥만큼 탈출하기 어려운 곳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대만감독 야외무대 - 20일 PIFF광장에서 대만의 허우샤오시엔 감독을 비롯해 린쳉솅 감독, 알렉스 양 감독, 왕밍타이 감독과 배우들이 인사하고 있다.▲ 영화의 바다인지, 사람의 바다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오후의 남포동 거리는 북적거렸다. 여기에 갖
PIFF 2002 엔딩 크레딧 <4>
-
▶ 한국영화의 새로운 주인공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파트너를 찾았다. 18일 열린 제2회 뉴 디렉터스 인 포커스, 이름하여 NDIF는 신인 감독의 영화제작 계획을 제작사, 투자사와 연결시켜주는 자리. 뜨거운 피와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뭉친 그대들, 건승하시라!----◀ 12개국에서 온 21개 프로젝트가 신선한 경쟁을 펼친 올해 PPP에선 홍상수 감독의 <다섯번째 프로젝트>(가제)와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옴니버스영화 <내 생애 최고의 날들>이 공동으로 부산상을 받았다.▲ 남포동의 5인 시위대, 가 아니라 “표를 달라”고 외치는 열혈 관객. 표에 울고 표에 웃는 부산영화제의 익숙한 풍경은 올해도 재연됐다. 특히 가장 먼저 예매된 월드애니메이션단편전처럼 인기 높은 작품의 경우, 티켓을 구하기란 보통 일이 아니었다.▲ 티켓을 구하는 절체절명의 과제 앞에선 사해동포, 남녀노소가 똑같다. 푸른 눈과 금발의 외국인이라고 티켓 없이 영화를 볼 수 있겠나. “월드단편에니메이션 표 구합
PIFF 2002 엔딩 크레딧 <5>
-
-
◀ ‘붉은 악마’들의 동복 패션이 아니다. WTO 문화시장 협상을 앞두고 스크린쿼터문화연대 등의 회원으로 이뤄진 시위대가 PIFF광장에서 문화시장 개방 반대를 외치고 있다. 한 민족과 집단의 영혼이 담긴 문화는 흥정거리가 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 무릇 모든 사물에서 도(道)를 찾을 수 있는 법. 삶과 진실과 사랑을 보여주는 영화야말로, 그 자체가 도를 논하는 것 아니겠는가. 한 스님이 부산영화제의 지도라 할 수 있는 프로그램 책자 속에서 길을, 도를 찾고 있다.◀ 손을 닦는다. 예술가들의 영혼이 담긴 손자국이 행인들의 발길에 더럽혀지는 게 안타까워서였을까. 하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이들 핸드프린팅에 손의 윤곽을 남긴 거목들의 진짜 손은 지금 카메라를 붙들고 있으니까.▲ 야호! 부산영화제를 온몸으로 지켜낸 자원봉사단이 11월13일 부산시청에서 발대식을 갖고 있다. 하늘처럼 상쾌한 빛의 옷과 마음을 입은 자원봉사자들은 매표구에서, 극장 입구에서, 사무국에서 영화제와 함께
PIFF 2002 엔딩 크레딧 <6>
-
진정 흥미로운 영화제는 ‘발견’의 재미를 주는 영화제다. 부산국제영화제처럼 수백편의 영화가 한꺼번에 몰려드는 경우엔 더 그렇다. 올해 부산에서 당신의 눈에 들어온 보석 같은 영화는 무엇이었나 이구동성으로 꼽는 한편이 있다면 단연 <질투는 나의 힘>일 것이다. 유난히 처음 선보이는 한국영화가 드물었던 올해, <질투는 나의 힘>은 최고의 화제작 가운데 한편이었다. 내년 4월에 개봉할 이 영화를 비롯해 신선한 홍콩영화 <너는 찍고, 나는 쏘고>와 주목할 만한 다큐멘터리 <연안에서 온 딸> 등 올해의 발견이라 할 만한 3편의 감독을 만나봤다.편집자부산의 발견 1 - <질투는 나의 힘>의 박찬옥 감독냉소를 지운 홍상수? 다르다!올해 부산영화제를 통해 처음 소개된 박찬옥의 데뷔작 <질투는 나의 힘>을 본 많은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홍상수적이기는 한데 뭔가 다르다’는 평가를 내리곤 했다. ‘홍상수적’이라는 표현이 홍상수 그 자신의
PIFF 2002 엔딩 크레딧 <7>
-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해 <있다> <느린여름> 등의 단편을 거쳐 홍상수 감독의 <오! 수정>의 조감독 생활을 한 박찬옥의 장편 데뷔작인 <질투는 나의 힘>은 매력적이지만 도통 속을 알 수 없는 애인 같은 영화다. 감독도 그렇다. 끊어질 듯 드문드문 대답을 이어나가는 그의 속은 시원하고 명쾌한 대답을 끌어올리는 두레박을 가지고 있지 않다. 늘 “당신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 생각이 정답”이라는 다소 무책임한 대답을 내놓은 그에게는 영화 속 원상을 바꿔놓았던 윤식처럼 우리에게 결핍되어 있는 묘한 매력이 존재한다. <질투는 나의 힘>은 그렇게 감독과 꼭 닮은 영화다.‘홍상수 감독의 조감독 출신’이라는 세간의 주목이 부담으로 작용하진 않았나.→ 물론 시놉시스 단계서부터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마음에 두지 않고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당장은 만들고 싶은 걸 만들고 비교나 평가 같은 건 나중에 듣자, 그런 마음이었다. 다 감독님
PIFF 2002 엔딩 크레딧 <8>
-
부산의 발견2 - <너는 찍고, 나는 쏘고>의 홍콩감독 펑하오싱"킬러도 밥먹고 부부싸움하지 않을까?"킬러도 불황을 겪는다. 한때 사람 죽이느라 정신이 없었던 킬러 바트는 홍콩의 경제침체 때문에 아내의 쇼핑도 뒷받침하기 힘든 처지로 전락한다. 이때 고객 마부인이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살인장면을 녹화해오라는 그녀의 요구 때문에 영화감독 지망생 추엔을 섭외한 바트. 그는 뜻밖의 호응에 놀라면서도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기로 결심한다.<너는 찍고, 나는 쏘고>는 오래간만에 만나는 신선한 홍콩영화다. 스물아홉의 젊은 감독 펑하오싱은 정식으로 영화교육을 받은 적이 없지만, 타고난 유머감각과 망설이지 않는 과감한 연출로 보름 만에 영화의 마침표를 찍었다. 주로 코미디 극본을 써온 그는 평소에 말을 아끼는 대신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모두 글로 토해낸다고 했다. <너는 찍고, 나는 쏘고>는 그 많은 이야기가 황당하면서도 귀엽게 녹아 있는 영화다. 마틴 스코시즈와 &l
PIFF 2002 엔딩 크레딧 <9>
-
부산의 발견3 - <연안에서 온 딸>의 이케야 가오루"역사의 빙하를 녹이는 이 여자를 보라"그들은 낙오자들이다. 문화혁명의 회오리바람에 말려들어 낯선 땅에 나동그라진 그들은 연인과 친구와 딸을 버려야 했다. 베이징의 빈민가에서 살아가던 아버지에게 어느 날 딸의 소식이 전해진다. 장성한 딸의 얼굴에서 잃어버린 과거를, 잊혀진 상처를, 치욕스런 패배를 확인하는 순간, 아버지는 복받치는 울음을 참을 수 없다. <연안에서 온 딸>은 그 눈물의 기원을 찾아가는 다큐멘터리다. 그리고 비극의 뿌리를 찾아가는 여정이 마침내 도달하는 종착역은 ‘역사’라는 이름의 무시무시한 괴물이다.올해 부산의 다큐멘터리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이 작품은 일본 감독 이케야 가오루(44)의 첫 번째 장편다큐멘터리다. 대학에서 예술철학을 전공하고 TV다큐멘터리 작가로 일해온 그는 “89년 천안문 사태 때 TV에서 본 한 남자의 모습에 충격을 받아” 중국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다가오는 탱크에 당당
PIFF 2002 엔딩 크레딧 <10>
-
짝이 있는데도, 혹 옆구리가 허전하십니까 백방으로 수소문해봤지만 해법을 구하실 수가 없었다구요 그거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렇다고 너무 상심마십시오. 여기, 전설의 로맨티스트 박치규, 이순예, 두분을 소개해드리죠. 슬쩍 말씀 올리자면, 그 험한 서울 동대문구 창신동 산동네에서 사랑의 묘약을 발견하신 분들입니다. 평소 두분은 세상 사람들과 더불어 그 영생의 비법을 고루 나누겠다는 소망을 품어오셨습니다. 그 결과 복용하면 “죽어도 좋아”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환약을 만드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처음 맛본 이들에 따르면, 그 효험은 놀라웠다고 합니다. 짜릿했다고 합니다. 행복했다고 합니다. 오죽했으면,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이 환약이 급속하게 퍼질 경우, 사회적인 혼란이 엄습한다고 판단해서 유통을 금지시켰겠습니까. 이 일로 인해 얼마 전까지만 두분께선 속세의 혼탁함을 한탄하시면서 세상을 등지고 귀의할까 여러 번 망설이셨다 합니다. 그러다 얼마 전, 유통제한 명령이 해제됐습니다. 제조사에
<죽어도 좋아> 두 주인공의 영화같은 연애이야기(1)
-
씨네21: 할아버진 체력이 좋으신가 봐요. 평소 운동을 하시나요.박치규: 부모한테서 몸을 잘 타고났어. 내 피부 보면 지금도 좋고. 신문 어딘가에서 보니까 피부 좋은 사람한테 행복과 건강이 온다고 했든가 기사가 한번 났더라고. (기자를 빤히 쳐다보며) 피부 나쁘면은…. 여기에다 나 같으먼 하루에 육류로 한끼는 먹어야 해. 그게 생활신조야. 말하자면 65살 이상 나이먹은 사람은 자기 영양섭취를 해야만 하거든. 근데 그게 고기 이상은 없어. 당뇨다 뭐다 해서 야채들 많이 먹고 어떻게 해야 좋다고 하지만, 내 본시 생각은 그래.씨네21: 가장 힘들게 찍은 장면은 무엇인가요.박치규: 외려 결혼 사진 찍는 장면이 힘들었어. 마누라는 드레스 입고 나는 정장하고 찍는데 근 20번은 찍었는가 그런데도 다시 찍자고 그러니까. 그게 젤로 힘든 것 같애. 근데 표정이 안 나오니까. 내 생각으론 이보다 더 표정을 못 내겄는디 하고, 그럼서도 이번엔 잘 나와야 하는데 하면서 반복하고 표정 넣으려니까.이순예
<죽어도 좋아> 두 주인공의 영화같은 연애이야기(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