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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색은 예정된 배반이고 정의로운 배신이다. 작가 전경린의 두 번째 장편 픽션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은 감독 변영주의 첫 번째 픽션 <밀애>가 되었다. 영화가 완성되기까지 곡절이 많았던 까닭에, 두 사람은 10월28일 시사회날에야 상견례를 나눴다. 그리고 열흘 뒤 마련된 테이블은 오후의 다과회처럼 태평한 자리만은 아니었다. 작가는 스크린에 생살을 드러낸 ‘옛사랑’의 충격으로 아직 멀미 중이었고, 감독은 영화로 몸을 옮기며 버릴 수밖에 없었던 진실의 조각이 눈을 찌를까봐 원작소설을 다시 들추는 일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들은 한번쯤 만나야 했다. 미흔, 얄팍하고 투명한 몸을 갖고 가까운 데를 가도 아주 멀리 갈 것처럼 걷던 그 여자는 두 사람 모두의 누이였으므로.# 미흔, 그 여자에 대하여전경린(이하 전): 미흔, 흔하지 않지만 튀지도 않는 이름이다. 온순하고 평범하면서도 열정의 희미한 기운이 느껴지는. 중산층에서 잘 보호받으며 별스런 경험없이
밀애(密愛)밀담(密談) 변영주,전경린과 스치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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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규, 그 남자에 대해변: 의대를 졸업하고 아프리카로 떠났다가 못 견디고 한달 뒤에 도망나와 쪽팔려서 시골 보건소에 틀어박힌 사람을 안다. 인규도 세상이 아니라 자기가 싫어죽겠는 남자다. 대부분의 남자는 세상 때문에 자기 신세가 이렇다고 탓하지만 인규는 자기를 탓한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여성의 태도다.전: 중년 남자들은 자식과 아내 때문에 죽지도 못한다고 툴툴거리며 아침 얻어 먹는 둥 마는 둥 나갔다가 한잔 걸치고 들어왔다 다시 출근하기를 반복한다. 꼭 사랑해서가 아니라 결혼할 시점에 가장 가까운 상대와 결혼하고 자식이 생기면 벌어먹이느라 매여사는 남자의 인생은 여자들이 이러니저러니해도 불쌍하다. 왜 어떤 남자가 아주 이기적으로 이 세계를 냉소하지 않는가 “내가 너에게 한번 반해 발목 잡혀 새끼 낳았다고 평생 노예살이야”라고 반문하면서. 규는 “나는 그럴 의사가 없다. 사랑했다고 인생 저당 잡히는 일은 못한다”고 말하는 남자다. 돈 많은 미망인과 별정 우체국 하나 차려서 마음에
밀애(密愛)밀담(密談) 변영주,전경린과 스치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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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부생활 혹은 부인 내실의 철학변: 소설을 영화화하면서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을 그대로 제목으로 쓰자고 고집했는데 팬 카페에서도 오타를 낸 걸 보고 포기했다. 그 다음 후보는 <주부생활>이었고.전: 출판사에 내가 보낸 다른 제목은 장롱 속에 걸린 여자 원피스를 그린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제목을 따서 <부인 내실의 철학>이었다.변: 또 하나의 가제도 그림에서 땄다. <무엇이 이 여성을 그토록 활기차고 신나게 만들었는가>라고. (폭소) 원작있는 작품을 영화화할 때는 모두가 동지, 비판자, 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다. 그래서 내가 읽은 원작에서 내가 좋아한 것만 취하기로 했다. 문어체이면서도 권력적이지 않은 대사도 그중 하나였다. 대사가 너무 길고 어렵다고 불평하면 “원작 표지를 봐라, 얼마나 중요하면 앞에 나왔겠냐”고 우겼다.전: 그래도 역시 문어체 대사가 좀 겉돌지 않았나 그런데 어떤 동료작가가 원래 불륜 중에는 그런 식으
밀애(密愛)밀담(密談) 변영주,전경린과 스치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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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미흔은 어찌 됐을까. 의사 가운만 봐도 눈물을 쏟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비극일까 삶의 활력소가 되지 않을까 그 사람이 꼭 그리워서 흘리는 눈물이 아니라 가장 빛나는 한때에 대한 갈망 같은. 사진을 찍는 그 순간 미흔은 이미 딴 남자를 만나고 있을 수도 있다. 활력은 불행으로부터 시작된다는 말을 아낀다. 난 항상 그랬다. 가장 불행한 순간에 가장 거대한 활력이 나를 사로잡았다. 가장 불행했던 연애가 날 가장 성장시켰다.전: 영화에서 사진을 찍는 미흔은 금방 다시 누군가를 사랑할 것 같은 미소를 짓는다. 사랑에 대한 이데올로기가 없어 보이는 미소가 좋았다. 소설에서 사랑은 부정된다. 소설의 미흔은 규와 게임을 하다 자기 열정에 의해 혼란에 빠진 거다. 마지막에는 남편에 대한 연민이 남았을 수도 있고 영화만큼 자유롭지 못하다. 모든 것을 잉태한 채로 끌고 가다가 새로운 삶을 맞았을 거다. 많은 여자들이 남자들이 인생이 안전하기를 희구하고 바라고 믿는다. 그런데 인생이 절대 안전
밀애(密愛)밀담(密談) 변영주,전경린과 스치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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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초 쿠엔틴 타란티노의 등장은 새로운 영화광 시대를 여는 서막이었다. 비디오가 영화학교를 대체한 타란티노의 경험은 수많은 젊은 감독지망생에게 용기를 갖게 했다. 그들은 리와인드 버튼을 누르고 조그셔틀을 돌려가며 하나의 영화에 들어 있는 수십 가지 비밀을 캐고자 밤을 새웠다. 그같은 일이 DVD의 보급과 더불어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 혹시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 엄청난 혁명이 진행 중인 것은 아닌가 확언할 수 있는 것은 조만간 “영화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은 DVD에서 배웠다”고 말하는 감독이 등장하리라는 사실이다. 비디오로는 엄두를 낼 수 없는 방대한 데이터를 무기로 DVD는 어떤 영화학교도 가르칠 수 없는 내용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아마 처음 DVD를 개발한 사람들은 DVD가 영화교육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리라 예상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DVD는 무엇보다 화질과 음질의 혁신을 위한 것이었지만 판매촉진을 위한 서플먼트가 다양해지면서 영화제작의 모든 것을 담기 시작했다.
DVD 서플먼트의 은밀한 매력(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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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플먼트의 매력 1 <화양연화>와 삭제장면 : 생략은 아름다워한마디로 이건 전혀 다른 영화다. DVD에 들어 있는 삭제장면을 본다면 당신은 배신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시나리오를 쓰지 않고 촬영에 들어가기로 유명한 왕가위는 <화양연화>의 첫 촬영을 홍콩의 낡은 병원 건물에서 시작했다. 곧 헐릴 예정인 이 건물을 영화 속 호텔로 개조해놓고 양조위와 장만옥을 데려다 카메라에 담았다. 이곳에서 왕가위는 완성된 영화에 포함되지 않은 그들의 베드신을 찍었다. 비내리는 창문 밖에 카메라를 놓고 소리로 방 안 풍경을 어렴풋이 느끼게 하는 암시적인 장면이다. 그러니까 <화양연화>는 지금보다 좀더 ‘통속적’인 데서 출발했다. 촬영 초기 왕가위는 양조위의 교활한 면을 부각시키는 장면도 찍었다. 장만옥의 남편이 자신의 아내를 유혹했다고 여긴 양조위가 복수심으로 장만옥에게 접근했다는 설정이다. “정확히 뭔지 모르지만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부터 다시 찍어야 했다.”
DVD 서플먼트의 은밀한 매력(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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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플먼트의 매력 2 <대부> 박스세트와 메이킹 다큐멘터리 : 풋내기 감독은 어떻게 거장이 되었나“그때 전 신인감독이었고 살아남는 게 목표였습니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가 <대부>(파라마운트 출시) 촬영 당시를 회고하는 말이다. 실제로 <대부> 촬영현장에는 언제든 감독을 해고할 수 있게 예비감독이 상주하고 있었고, 러시를 보고 폭력이 부족하다고 느낀 제작자 로버트 에반스는 폭력장면만은 전문감독에게 맡기자고 주장했다. 게다가 이건 코폴라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었다. 스튜디오에선 브로드웨이에서 데려온 신인 연기자 알 파치노를 탐탁지 않게 여겼고 마이클 역에 라이언 오닐이나 로버트 레드퍼드가 좋겠다는 은근한 압력을 넣었다. 말론 브랜도에 대한 반감도 대단했다. 제임스 칸은 영화사에서 코폴라에게 “또 그 사람 얘기 꺼내면 당신 끝이야”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고 증언한다. 1972년 <대부> 탄생의 비화는 영화 못지않게 드라마틱하다.<대부>
DVD 서플먼트의 은밀한 매력(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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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플먼트의 매력 3 <사랑은 비를 타고>와 영화 관련 다큐 : 춤은 노래를 타고한번이라도 비를 맞으며 가로등에 매달려 <Singing In the Rain>을 부르는 진 켈리를 본 적 있다면, 뮤지컬의 매력을 부정하긴 힘들 것이다. 진 켈리의 몸동작은 춤과 노래가 삶과 사랑의 환희를 표현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형식이라는 점을 웅변한다. 뮤지컬이 해피엔딩의 장르가 된 것도 그런 탓이다. 현실과 환상이 구분되지 않는 뮤지컬의 세계는 스크린에 구현된 유토피아였고, 사람은 누구나 낙원을 동경하게 마련이다.<사랑은 비를 타고>(워너브러더스 출시)의 디스크2에 들어 있는 다큐멘터리 <뮤지컬 그레이트 뮤지컬>은 할리우드 뮤지컬의 전성기를 들여다본 작품이다. 1927년 최초의 유성영화 <재즈 싱어>가 나오면서 영화장르로 첫발을 디딘 뮤지컬은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갈고닦은 연출가, 안무가, 작곡가 등을 끌어들여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 <
DVD 서플먼트의 은밀한 매력(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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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플먼트의 매력 4 <점원들>과 코멘터리 : 폭로! 우리는 이렇게 살았다뉴저지의 한 편의점을 배경으로 두 점원과 주변 인물들의 삶을 그린 케빈 스미스 감독의 <점원들>(스펙트럼 출시)은 미국 독립영화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데뷔작 중 하나로 꼽힌다. 21일 만에 단돈 2만6800달러를 들여 만들어낸 이 영화는 94년 선댄스영화제와 칸영화제에서 각각 상을 받으며 돌풍을 일으켰고, 훗날 케빈 스미스는 독립영화계의 기린아로 떠올랐기 때문. 이 영화는 밴쿠버의 영화학교를 중퇴한 경력이 전부였던 스미스와 그의 아마추어 친구들이 스탭과 배우로 참여해 제작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때의 스탭과 배우 대부분은 이후 스미스가 만든 <몰래츠> <체이싱 아미> <도그마> 등에 계속 참여해왔다.이 DVD 버전의 오디오 코멘터리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바로 이들이다. 그 면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감독이자 사일런트 밥으로 출연했던 스미스를 비롯해 프로듀서이
DVD 서플먼트의 은밀한 매력(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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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플먼트의 매력 5 <저수지의 개들>과 인터뷰 : 영화 뒤에서 생긴 일올해로 <저수지의 개들>(KRCnet 출시)이 발표된 지 딱 10년이 됐다, 는 말은 ‘아니 벌써’와 ‘아직 그것밖에…’라는 상반된 생각을 동시에 갖게 한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데뷔작인 이 영화는 그동안 수많은 추종자 무리와 함께 하나의 도도한 스타일을 형성해냈다. 현대의 클래식 같은 인상마저 풍기는 이 영화는,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보더라도 여전히 신선하고 발랄하다는 느낌을 준다.이 영화의 10주년을 기념해 2장짜리로 출시된 DVD는 이처럼 당시를 추억하면서도 이 영화의 현재적인 의미를 되새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풍성한 서플먼트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10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 이뤄진 다종다양한 인터뷰. 첫 번째 장에는 타란티노를 비롯, 프로듀서 로렌스 벤더, 배우 팀 로스, 마이클 매드슨, 크리스 펜, 커크 발츠 등의 인터뷰가 담겨 있고, 보너스 디스크에는 타란티노의 긴
DVD 서플먼트의 은밀한 매력(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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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플먼트의 매력 6 <스타워즈 에피소드2:클론의 습격>과 특수효과를 즐기려면 : 디지털 요다를 어떻게 낳았을까?“한신도 블루스크린 없이 찍은 적이 없었다”는 <스타워즈 에피소드2: 클론의 습격>(폭스 출시, 이하 <에피소드2>)은 영화의 제작과정이 곧 특수효과의 실험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글자막이 지원되면서 전편의 불편함을 완전히 날려버린 <에피소드2>에 담긴 <인형에서 픽셀로>(From Puppets to Pixels)라는 다큐멘터리는 <에피소드2>의 비장의 카드였던 ‘디지털 요다’의 탄생을 집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실사 촬영 3개월 전, 격렬한 액션신까지 포함된 <에피소드2>의 요다를 풀디지털로 제작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ILM 애니메이터들은 일주일 뒤 간단한 데모버전을 조지 루카스에게 보여준다. “음… 멋진데 한번 해보자구!” 그러나 고무인형 요다를 완벽히 디지털로 만드는 작업은 꽤 까다로워
DVD 서플먼트의 은밀한 매력(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