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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회 도쿄국제영화제가 10월 25일부터 11월 3일까지 도쿄 롯폰기 일대에서 열렸다. 개막작은 브래들리 쿠퍼의 <스타 이즈 본>, 폐막작은 시즈노 고분, 세시타 히로유키 감독이 연출한 애니메이션 <고질라: 별을 먹는 자>였다. 대중적인 할리우드영화와 일본 괴수물의 자존심인 <고질라> 시리즈를 개·폐막작으로 선정한 데서 최근 도쿄국제영화제의 지향점을 분명히 읽을 수 있었다. 외신 기자들은 이것이 상징하는 바를 잘 알았다. 히사마쓰 다케오 도쿄국제영화제 페스티벌 디렉터와 외신 기자들이 가진 인터뷰 자리에서도 어김없이 관련 질문이 나왔다. “(심지어 아시아 프리미어도 아닌) 할리우드영화 <스타 이즈 본>을 개막작으로 선정한 데는 어떤 의미가 있나?” 히사마쓰 다케오 페스티벌 디렉터는 기자들의 직구를 정직하게 받았다. “특별한 의도는 없다. 관객이 좋아할 만한 영화를 선정했을 뿐이다.” 야타베 요시 경쟁부문 프로그래밍 디렉터도 말했다. “관객
[제31회 도쿄국제영화제①] ‘예술영화’와 ‘대중영화’의 경계를 지우려는 시도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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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은 최근 비슷한 시기에 열린 아시아 영화제 두곳에 다녀왔다. 하나는 제31회 도쿄국제영화제(10월 25일~11월 3일)이고 다른 하나는 제5회 하노이국제영화제(10월 27~31일)다. 부산국제영화제, 상하이국제영화제 등과 더불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 영화제 중 하나인 도쿄국제영화제에선 관객 친화적인 영화제로 거듭나려는 영화제의 노력을 확인할 수 있었고, 역사는 짧지만 새로운 영화를 발굴하겠다는 야심으로 무장한 하노이국제영화제에선 급성장 중인 베트남영화의 현재 또한 목도할 수 있었다. 도쿄와 하노이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차례로 전한다.
아시아 영화제는 어떤 꿈을 꾸는가 ① ~ 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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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가난한 청춘, 삶의 변두리로 밀려난 이들에게 사랑의 적시적소를 논할 수 있을까. <우묵배미의 사랑>에서 봉제공장의 재단사인 일도(박중훈)와 미싱사 공례(최명길)는 각자의 가정을 뛰쳐나와 애틋한 만남을 지속한다. 여관비가 아까운 이들의 밀애는 한겨울 비닐하우스에서도 처량한 온기를 피워낸다. 공례는 남편(이대근)의 폭력에 시달리고, 일도의 아내인 지호 엄마(유혜리)는 상실의 분노에 휩싸여 둘의 자취를 끈질기게 좇는다. 그들은 어디로 언제까지 도망칠 수 있을까. 자리가 움푹 팬 곳을 뜻하는 서울 외곽의 작은 마을에서 장선우 감독은 탈출구가 대체 있기나 한 것이냐고 묻는다. 한국 리얼리즘 영화의 보물 중 하나로 남은 이 작품이 지난해 한국영상자료원의 디지털 복원을 거쳐 올가을 재개봉한다. 1990년 개봉 이후 28년 만이다. 이를 축하하기 위해 10월 29일(월)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씨네21> 주성철 편집장의 진행으로 관객과의 대화(GV) 상영회가 열렸다. 당
장선우 감독, 배우 박중훈·최명길·유혜리가 함께한 <우묵배미의 사랑> 재개봉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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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콘텐츠는 결국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CJ문화재단이 신인 스토리텔러를 육성하기 위해 진행하는 ‘스토리업’ 프로그램은 미래의 스토리텔러를 육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강연를 통해 한국영화계를 이끌 미래의 이야기꾼들의 상상력을 넓혀주고 소재 개발을 돕는 자리다. 10월 26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두 번째 스토리업 강연자로 나선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영화로 보는 대중음악’을 주제로 세계로 뻗어나간 한류 음악과 아이돌 산업, 뮤지션의 생애와 음악계 전반의 디테일이 이야기로 확장되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에 대해 강연했다. 한국 대중음악의 흐름과 영화와의 연계, 음악 사용이 돋보였던 영화 등 임진모 평론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영화와 대중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1인칭 시점으로 전한다.
영화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내가 대학생 때, 영화시장의 자본규모는 음악계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그런데 지금 영화산업은 콘텐츠업계에서 게임산업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2018 CJ문화재단 스토리업 특강 임진모 음악평론가의 ‘영화로 보는 대중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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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과 수비가 바뀌었다. 지난해 국정감사(이하 국감)는 정권이 바뀐 지 불과 5개월째 치러졌기에 반쪽짜리였음을 감안하면 올해가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첫 국감인 셈이다. 올해 국감에서 나온 영화계 이슈만 놓고 본다면 문제를 깊이 있게 파고들지 못한 여당은 여당대로, 국감을 여전히 색깔론과 정쟁에 활용한 야당(특히 자유한국당)은 야당대로 창끝이 날카롭지 못했다. 20대 국회 후반기부터 원래의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와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 위원장 안민석 의원)로 나뉘면서, 사립 유치원 비리 사태가 국감 기간 내내 사회적 이슈를 주도했던 교육위와 달리 문체위는 상대적으로 언론의 주목도가 뒤떨어진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그럼에도 안민석 문체위 위원장은 “(김수민 의원이 한복을, 이동섭 의원이 태권도복을 입고 온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보여주기식 국감이 아니냐고 비판하지만 문체위는 어느 상임위보다 품격 있고, 정책과 콘텐츠가 풍부한 국감을 진행하고 있다
블랙리스트·화이트리스트 논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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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델왈드(조니 뎁)가 돌아왔다. 마법 세계의 입장에서는 결코 반갑지만은 않은 소식일 터. 왜냐하면 전편 <신비한 동물사전>(2016)에서 그린델왈드는 어둠의 마법사로서 유럽 곳곳에서 테러를 일삼아 미국 마법 의회(MACUSA)가 경계하던 인물이었다. 훗날 <해리 포터> 시리즈에 등장할 볼드모트에 버금가는 문제적 존재인 셈인데 사상도 둘이 비슷하다. 그린델왈드는 마법사들이 비마법사인 노마지(영국식 표현은 머글)보다 우월한 존재이기 때문에 마법과 비마법 세계는 공존이 아니라 주종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비한 동물사전>에서는 그가 마법 의회 안보부장 퍼시발 그레이브스(콜린 파렐)로 위장해 강력한 어둠의 힘을 지닌 크레덴스(에즈라 밀러)를 부하로 삼으려 하다가 크레덴스에게 피해를 입히고 만다. 문제의 원흉은 그때도 지금도 그린델왈드라는 점을 잊지 말자.
원작자 J. K. 롤링이 처음으로 직접 각본을 썼던 <신비한 동물사전>은 기존
[겨울 외화 빅5 ⑤]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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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 시리즈의 돌림노래가 지겨웠던 관객에게도, <범블비>의 예고편은 솔깃하다. 액션의 지나친 물량 공세로 피로감을 주던 전작과 달리 1987년 캘리포니아의 작은 마을로 무대를 옮겼고, 성인 남성이 아닌 10대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접근이 신선하기 때문이다. 여기엔 시리즈 중 처음으로 마이클 베이가 연출을 맡지 않았다는 이유가 큰 지분을 차지할 것이다. 대신 애니메이션 <쿠보와 전설의 악기>(2016)를 연출한 트래비스 나이트가 감독을 맡아 <트랜스포머> 세계관의 첫 캐릭터 무비를 책임진다. 그는 <엠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이 거대한 프랜차이즈에 접근하면서 캔버스의 작은 구석에 집중하고 싶었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내가 속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라이카는 어둠과 빛, 강렬함과 따뜻함, 유머와 사랑의 예술적인 균형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런 철학을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녹여내고 싶다.”(<엠파
[겨울 외화 빅5 ④] <범블비>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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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이 바퀴를 단 기계가 되어 움직인다. 무려 세계에서 가장 큰 유람선의 두배 크기다. 그리고 7층짜리 거대 도시 런던은 다른 약한 도시를 잡아먹는다. 필립 리브의 소설 <모털 엔진>은 SF 장르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뻗칠 수 있는지 새삼 감탄하게 하는 역작이지만, 쉽게 시각화할 엄두가 나지 않는 초현실적 시공간이 묘사된다. 하지만 <반지의 제왕> <호빗> 시리즈를 만든 피터 잭슨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는 <모털 엔진>의 판권을 일찌감치 구입해 2008년부터 각색에 매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에는 본인이 직접 연출할 예정이었던 <모털 엔진>은 <호빗> 프로젝트가 먼저 착수하면서 연기됐고, 결국 <모털 엔진>은 <킹콩>(2005)과 <아바타>(2009)의 시각효과를 담당했던 크리스천 리버스의 장편 데뷔작이 됐다. 스케줄상 직접 연출이 어려웠던 피터 잭슨이 제작자에 이름을 올린 대신,
[겨울 외화 빅5 ③] <모털 엔진>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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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감독에게 이 프로젝트를 넘겨야 할까? 안 돼, 그러기엔 내가 이 작품을 너무 사랑하는데….” 지난 2011년 <콜라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제임스 카메론은 이렇게 말했다. <알리타: 배틀 엔젤>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제임스 카메론의 드림 프로젝트였다. 유키토 기시로가 1990년 출간한 만화 <총몽>에 완전히 매료된 카메론은 2000년대 중반부터 이 작품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는 실사영화를 반드시 만들겠다며 공공연하게 얘기하고 다녔다. 그 작품이 바로 <알리타: 배틀 엔젤>이다. <아바타>(2009)가 전세계 박스오피스 역대 1위를 달성하고, 몇편의 속편 제작이 확정된 뒤에도 제임스 카메론은 <알리타: 배틀 엔젤>을 완전히 접거나 다른 감독에게 섣불리 넘겨주지 않았다. 영화에 대한 애정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그렇게 무한대로 연기될 것 같았던 <알리타: 배틀 엔젤> 프로젝트가 수면 위로 떠오른 건
[겨울 외화 빅5 ②] <알리타: 배틀 엔젤>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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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하게 말하면, 최근 DC 확장 유니버스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제작진의 잦은 하차와 갈등, 세계관에 대한 오독, <저스티스 리그>와 같이 DC의 슈퍼히어로들이 총출동한 팀 무비의 흥행 부진은 마블과 함께 슈퍼히어로영화를 두고 건전한 대결 구도를 형성할 것이라 믿었던 DC의 역량에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DC 확장 유니버스에 희망이 남아 있다면, 그건 바로 <아쿠아맨> 덕분이 아니겠냐는 생각이다. 아직 마블조차 충분히 탐구해본 적 없는 바닷속 왕국을 주요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 <쏘우>(2004)와 <컨저링> <인시디어스>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론칭하고 <분노의 질주: 더 세븐>(2014)을 시리즈 사상 최고의 흥행작으로 만든 제임스 완이 연출을 맡았다는 점은 <아쿠아맨>에 이유 있는 희망을 걸게 한다.
<아쿠아맨>은 등대지기 아버지와 바닷속 왕국 아틀
[겨울 외화 빅5 ①] <아쿠아맨>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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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극장가에서 블록버스터 외화의 존재감은 엄청났다. 지금까지의 통계만 보더라도 연간 박스오피스 상위 5위권에 세편의 외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이 포진해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외화의 공습은 전통적인 성수기 시장인 겨울 극장가에서 다시 한번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11월 14일 개봉예정인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를 시작으로 <아쿠아맨>과 <범블비> <모털 엔진> <알리타: 배틀 엔젤> 등의 블록버스터가 내년 초까지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판타지, 액션, SF 등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장르와 최첨단 기술을 통한 시각적 향연을 예고하는, 올겨울 개봉예정인 다섯편의 대작 외화를 소개한다.
개봉 기다리는 겨울 외화 빅5 ① ~ 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