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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은 한국 영화시장에서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까. 엔데믹에 접어든 이후 회복된 듯 보이던 극장의 침체기는 그 빗장을 쉽게 풀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의도치 않게 공개를 미뤄온 작품들이 관객을 찾았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목표 앞에서 많은 작품이 좌절했다. 여름 시장과 추석 시장. 통상적으로 성수기로 간주되던 시기에도 영화관은 여전히 잠잠했고, OTT 오리지널 시리즈와 유튜브 채널, 숏폼 콘텐츠와 VR 게임 등 영화와 같은 출발선에 선 경쟁 대상은 계속해 늘어갔다. 이제는 관객으로부터 영화가 외면받는 것일까. 한국영화 사상 가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2023년을 명중했다.
그럼에도 영화는 관객을 찾았다. 일종의 관성 같기도, 꺾일 줄 모르는 순애 같기도 한 모습으로 영화는 계속 관객에게 말을 걸었다. 2023년 1월, 묵직하고 빠르게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교섭>이 신년의 포문을 열었고 활동이 활발해지는 4월엔 <리바운드>의 생동성이 극장을 채웠다. 2
[특집] 카메라 뒤편의 순간들, 2023년 한국영화 & 시리즈 현장 B컷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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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주간 소년 점프>에서 첫선을 보인 도가시 요시히로의 베스트셀러는 오늘날 우리가 아는 무수한 인기 만화 캐릭터들에 영감을 주었으며, 1992년 방영된 TV애니메이션 또한 전설적인 인기를 구가했다. 175개의 챕터로 구성된 원작 만화, 119개의 에피소드를 자랑한 애니메이션을 단 5개의 에피소드로 구성한 대담한 결정은 그 속에 90년대 초 IP에 대한 진한 향수와 독립적인 완성도를 자랑하는 액션을 밀도 있게 채워넣는 승부수로 이어진다. 도쿄 <유유백서> 팬 이벤트와 시사회에서 확인한, 30년이 넘은 명성의 여전한 매력과 영향력을 소개한다.
2020 도쿄올림픽을 위해 지어진 실내 경기장 아리아케 아레나에 스포츠 경기가 아닌 영화 행사가 열렸다. 시사회에 앞서 장내를 장식한 것은 배우 기타무라 다쿠미와 시손 준, 혼고 가나타 등 출연진이 각 배역의 주력 기술, 상징물 등을 재현한 무대 장치와 함께 차례로 등장해 팬들과 소통하는 팬 이벤트였다. <
[기획] 30년 넘은 명성엔 이유가 있어!, <유유백서> 아리아케 아레나 시사와 팬 이벤트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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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종의 사연으로 두팔을 잃고 기계인간이 된 네메시스는 뜨겁게 달궈지는 광선 검을 양손으로 휘두르며 우주의 저승사자처럼 어두컴컴한 기운을 내뿜는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그는 극악무도한 크리처들과도 감정을 나누고 대화를 시도하는 영험한 무당 같기도 한 깊은 내면의 소유자이며, 배두나에 따르면 <레벨 문 파트2>에 이르러 잃어버린 아이들에 얽힌 비통한 모성 역시 구체적으로 드러낼 예정이다.
- 최근 영화 필모그래피로는 <다음 소희> <브로커> 등 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리얼리즘 영화의 구심점을 맡아왔는데 오랜만에 할리우드 작업을 재개했다. 한창 <레벨 문>을 찍을 때 칸에서 두 영화가 상영되고 있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어떤 변화의 시간이었는지 궁금하다.
= <다음 소희> 촬영을 마친 바로 다음날 출국했다. 내게 작품을 결정하는 중요한 동력 중 하나는 바로 전 작품이 무엇인가 하는 점인 것 같다. 사회적인 의식과 목소리가 강력한
[인터뷰] 갓 쓴 검객의 아우라, 배우 배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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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취향과 염원의 집대성인 작품을 내놓은 만큼 잭 스나이더의 표정은 후련해 보였다. <스타워즈> 팬보이의 정체성에서 시작된 20여년 전의 프로젝트를 실현하기 위해서 그는 종의 수로는 약 50~60종에 이르는 크리처, 12개의 서로 다른 행성과 문화를 구현해 극적인 혼종을 완성했다.
- 스페이스오페라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은 무엇인가.
= 코라의 마을을 지킬 전사들을 찾으러 다닐 때 여러 다른 행성으로 가서 전사들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영화의 중요한 컨셉이었다. 마더월드에 대항하고자 하는 점에서는 같지만, 그들 모두 확실히 구별되는 각자의 문화, 또 각자의 문제를 가진 이들이다. 전설 속의 타이투스 장군(자이먼 운수)은 망명지 폴룩스의 콜로세움에서 검투사들의 링에서 싸우고 있고 타라크(스타즈 네어)는 (왕족 혈통의 신분을 숨긴 채) 뉴와디 행성에서 목장주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일하고 있다. 행성의 어떤 세계로 가든지 그것은 우리가 있었던 세계와는 다른
[인터뷰] 비주얼의 시작은 조명에서, 잭 스나이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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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주의적 통치에 대항하는 반란군의 이야기인 <레벨 문 파트1>은 외딴 행성 벨트에의 농경 공동체 속에서 신분을 숨기고 살아가는 전사 코라(소피아 부텔라)가 우주를 섭정하는 발리사리우스와 그의 보좌관 노블 제독에 맞서기 위해 동료를 찾아 은하로 떠나면서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다. 이어지는 전개는 단순 명확하다. 전설 속의 지도자 타이투스 장군, 광선 검을 휘두르는 검객 네메시스, 왕족 출신의 억류자 타라크, 숙련된 파일럿 카이 등이 각기 다른 행성에서 자기 서사의 조각을 내어주며 반란군에 합류하는 과정이다. 한편 벨트 행성에서는 앤서니 홉킨스가 연기한 지미라는 이름의 나이 든 로봇이 깨어나 마더월드에 대항할 반란군을 수호하는 숨겨진 힘을 보여준다.
잭 스나이더의 숨길 수 없는 야심의 발현인 이번 시도는 영화 역사에 새겨진 거의 모든 SF 판타지의 시금석을 한데 아우르려는 시도처럼 보인다. 원전의 인용과 계승은 애초부터 잭 스나이더가 반복해온 행위다. 리메이크작인 <
[기획] SF 히트작들의 비주얼을 모두 불러낸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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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의 넷플릭스에선 은하와 마계가 동시에 열린다. 지난 12월1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 프리미어 기자회견과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Rebel Moon(레벨 문): 파트1 불의 아이>(이하 <레벨 문 파트1>), 12월13일 도쿄에서 세계 최초 상영된 <유유백서>를 통해서다. 비밀을 가진 전사 코라(소피아 부텔라)를 중심으로 모인 은하계의 반란군들이 지배 세력에 저항하는 여정을 담은 <레벨 문 파트1>은 스페이스오페라를 향한 잭 스나이더의 오랜 집념과 애호가 집대성된 시도이다. 고전 끝에 완성된 것은 <유유백서>도 마찬가지다. 불의의 사고로 죽은 뒤 영계를 거쳐 인간 세상의 요괴를 잡는 탐정으로 환생한 소년 유스케(기타무라 다쿠미)와 일당의 오컬트 배틀물인 <유유백서> 실사판은 5년의 프로덕션 끝에 방대한 원작 만화와 애니메이션 분량의 절반 정도를 단 5부작 시리즈로 압축한 결과물이다.
잭 스나이더 감독, 배우
[기획] 은하와 영계로부터 점프!, 도쿄에서 만난 넷플릭스 신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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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이순신은 지략과 전술로 왜군에 승리한다. 그러나 역사란 아는 만큼 보이는 법, 이순신의 전략이 얼마나 효과적이었으며 치밀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피는 일은 영화 바깥의 관객이 해야 할 몫이다. 하여 자세히 알고 보면 더 감탄스러운 <노량: 죽음의 바다> 속 이순신의 전략을 풀이했다. <신완역 난중일기 교주본>을 쓰는 등 이순신에 관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노승석 여해고전연구소 소장의 탄탄한 자문과 제장명 교수의 논문 ‘露粱海戰과 이순신 戰死 狀況에 관한 고찰’(2011)을 참고·인용했다. <선묘증흥지> <행장> <난중잡록> <은봉전서> <충무공유사> 등 수많은 서적에 기반한 노승석 소장의 해석은 “노량해전에 이순신의 리더십, 회유력, 의지, 애민정신, 전투력”이 총망라되어 있단 말로 정리된다
야밤의 관음포 내선 작전
전쟁의 승패는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에 달려 있다.
[특집] 리더십, 회유력, 의지, 애민정신, 전투력…, <노량: 죽음의 바다> 속 이순신의 지략과 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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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은 영화 인생 27년 동안 단 세편의 사극에 출연했다. <신기전> <역린>에 이어 오랜만에 출연한 사극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그는 난생처음 외국어 연기에 도전하고 실내 세트가 남해 한가운데인 것처럼 상상하며 전투를 지휘했다. 권태에 빠졌지만 그럭저럭 적응해 살아가는 현대인의 얼굴을 가장 적확하게 표현하던 배우가 고도로 계산된 세트에서 정석적인 연기를 요하는 작품으로 돌아온 것은 낯설지만 반가운 변신이다. 이순신과 함께 조명연합함대를 이끄는 명나라 수군 도독 진린은 이순신을 진심으로 존경하지만 국가와 개인의 실리를 계산해야만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 <역린> 이후 오랜만의 사극 출연이다. 김한민 감독과 작업한 적은 없는데 어떻게 인연이 닿았나.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어땠나.
= 사적인 자리에서 몇번 뵀지만 작품을 같이할 기회는 없었다. <한산: 용의 출현>이 끝날 때쯤 연락이 왔다. 우리가 모두 알고
[인터뷰] 이순신 장군의 최후와 북소리가 더욱 와닿을 수 있도록, <노량: 죽음의 바다> 배우 정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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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허준호의 연기는 늘 ‘왜?’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노량: 죽음의 바다>에 등장하는 명나라 장수 등자룡을 맡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등자룡은 왜 이순신을 그토록 따랐는가?” “왜 혈혈단신으로 적진에 뛰어들 수 있었는가?”라는 물음에서 깊은 상상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이렇게 스스로 답하는 과정을 곱씹는 것이 허준호의 연기 방식이다. 그의 확고한 연기 방식은 한 가지 더 있다.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오로지 “대본을 열심히, 많이 읽는 것”이란 확신이다. “교과서만 읽었다”라는 전교 1등들의 고전적 레퍼런스처럼 들리는 말에 배우 허준호의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탁월한 연기 비결이 있었다.
- 등자룡은 중국의 명장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어떤 방식으로 등자룡을 파헤쳤나.
= 중국에선 큰 인물이지만, 국내엔 등자룡에 관한 정보가 그다지 많지 않다. 역사적 맥락이나 고증은 감독님과 기획팀이 알고 있는 것을 따르면 됐다. 예전의 영화, 드라마에
[인터뷰] 숨겨진 이야기와 감정을 떠올리며, <노량: 죽음의 바다> 배우 허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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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대승에도 웃을 수 없다. 여명이 밝아오는 수면 위로 흐르는 것은 승리의 전율 대신 셀 수 없이 많은 희생을 반추하는 짙은 비애다. 이 탄식의 무게는 단지 그날 밤 기록된 죽음에 대한 애도가 아니다. 그간 이순신(김윤석)과 나란히 싸웠던 동료 장수들, 이름 없이 사라져 간 병사들과 백성들의 몫을 합한 7년간의 비극의 총량이다. 그래서일까. 인터뷰 내내 김윤석은 ‘7년’이라는 단어를 유독 자주 입에 올렸다. 그의 시선은 노량 바다의 풍경을 넘어 왜란 전체의 풍파를 고스란히 받아낸 한 인간의 기구한 운명을 향해 있었다. “성웅의 이미지 이면의 이순신은 너무나 불행한 인간이다. 그렇게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고도 모함과 치욕에 시달리다 가족도 잃고 결국 전장에서 자신의 목숨까지 잃지 않나.” 김윤석은 위대한 장군의 최후 대신 그저 “7년간의 전쟁을 겪고 살다 간 50대 군인의 죽음”을 그리고자 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난전의 잔향이 온전히 가라앉은 뒤에야 이순신의 최후를 비춘다.
[인터뷰] 7년의 바다, <노량: 죽음의 바다> 김윤석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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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민 감독은 <한산: 용의 출현>과 <노량: 죽음의 바다> 촬영을 마치고 여수시 돌산에 아예 집을 구했다. 이순신 장군이 관할한 5관 5포 중 하나였던 방답진(조선 시대 왜구 방어의 최일선 수군진이었다.-편집자)이 자리했던 곳으로 과거 거북선도 이곳에 있었다. 삶의 터전까지 이순신과 근접해 있었던 김한민 감독과 함께 일을 하거나 주변에서 지켜본 이들은 그가 지난 10년간 이순신과 그의 해전을 영화화하는 일에 미쳐 있는 것처럼 몰두했다고 증언한다. 그리고 그가 가닿고자 했던 지점은 내내 같은 곳을 향하고 있었다. 김한민 감독에 따르면, <난중일기>를 자주 읽으면서 이순신 장군에 대해 잡았던 상 자체는 <명량>을 시작하기 전이나 <노량: 죽음의 바다>를 마친 지금이나 똑같다고 한다. 그렇게 치열하게 감독이 스크린에 옮겨내고자 하는 이순신의 신념은 궁극적으로 무엇이었을까. 이순신의 마지막 전투, 노량해전을 담은 ‘이순신 3부작’의 피
[인터뷰] “노량해전은 100분짜리 오케스트라였다”, <노량: 죽음의 바다> 김한민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