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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가 가는 이맘때쯤 올해의 영화감독에 선정된 감독들은 종종 해외에 머물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좋은 영화로 <씨네21>이 선정했고, 외국에서도 그 영화를 놓칠 리 없으니 국내 개봉에 이어 해외에서의 러브콜 행진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봉준호 감독은 해외 배급 프로모션 일정을 따라, 파리, LA를 거친 다음 샌프란시스코의 그 밤에 선정 소식을 들었다. 밤 12시에 잠자리에 들려다가 문자를 보았다며 전화가 왔다.
“올해의 감독은 <괴물> 때 한번 했는데, 올해의 영화 1위를 한 건 처음이다. 살다보니 별일 다 있네. (웃음) 홍상수, 박찬욱 감독님 영화가 있어서 큰 기대 안 했다. 만든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멀리할수록 좋은, 보면 마음이 어두워지고 심란한 영화인데….” 아니다, 그 심란함의 정서가 바로 <마더>를 올해의 영화에, 봉준호 감독을 올해의 영화감독에 올려놓은 1등공신 아니던가. 어느 평자는 주저없이 극찬한다. “봉준호는 이제
[올해의 영화감독] 심란하게 해 줘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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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마더>
<마더>가 올해의 한국영화 1위다. 봉준호 감독의 전작인 <살인의 추억> <괴물>이 순위권 안에 든 적은 있지만 올해의 영화 1위가 된 건 처음이다. 올해 <마더>가 던진 파장이 그만큼 컸다는 뜻이다. 위험에 빠진 순진하지만 바보스러운 아들, 그 아들을 세상이 내치자 스스로 자식을 살리기 위해 죄의 소용돌이 안으로 뛰어들게 된 어머니. 쉽게 무엇이 진실이라고 말하거나 옳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 쌓이고, 비밀을 둘러싼 미궁의 탐색전이 거듭되면서 <마더>는 대중영화로서도 큰 점수를 얻는 반면 영화적으로도 흥미로운 이중삼중의 구조를 갖춘 견실한 작품으로 인정받게 됐다. 영화는 김혜자라는 놀라운 배우와 탄탄한 각본과 여러 흥미로운 요소의 매력을 충분히 발산하고 있으며 동시에 풍성한 영화보기의 재미를 만끽할 만한 장치들을 심어주었다.
때문에 <마더>는 다음과 같은 선정근거들을 끌어냈다. “영화 속
[올해의 한국영화] 봉준호·홍상수에 대한 굳은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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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이 매년 실시하는 ‘올해의 영화, 올해의 영화인’은 계속된다. 국내 유일의 영화전문지로서 심사숙고하여 선정한 목록을 뿌듯하고 자신있게 소개할 수 있다. 선정된 당신도, 그걸 보는 당신도, 이 명단을 사랑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씨네21> 기자와 필진으로 구성된 총 35인이 투표하였으며 그 결과 한국영화로는 <마더> <잘 알지도 못하면서> <파주> <박쥐> <똥파리> 순으로 결정됐다. 과대평가와 과소평가영화도 한편씩 선정했다. 올해의 영화인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감독, 남녀 주연배우, 촬영감독, 제작자, 남녀 신인배우, 신인감독별로 선정했다. 외국영화는 <그랜 토리노>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24시티>와 <디스트릭트9>(공동), <퍼블릭 에너미> 5편이 순위별로 뽑혔다. 2009년의 영화가 궁금하다면 주저없이 이 장을 넘기면 된다. 영문
[올해의 영화·영화인] 당신은 무엇을 기억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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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는 수정주의 서부극을 SF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수정주의 서부극이 인디언들을 우매하고 잔인한 약탈자로 규정한 기존 백인 중심 서부극의 영웅 서사를 해체했다면, <아바타>는 인디언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언어와 세계를 받아들였던 더스틴 호프먼의 <작은 거인>(1970)이나 케빈 코스트너의 <늑대와 춤을>(1990)을 떠올리게 한다. 아바타로 거듭난 제이크(샘 워딩턴)가 네이티리(조 살다나)와 사랑에 빠지는 모습은 <늑대와 춤을>에서 케빈 코스트너가 ‘주먹 쥐고 일어서’와 결혼하는 것과 닮았고, 제이크가 실제 자신의 육체와 아바타를 번갈아 오가는 설정은 <작은 거인>에서 인디언과 백인 사이를 여러 번 오가며 살 수밖에 없었던 더스틴 호프먼의 기구한 일생과도 겹친다. 또한 귀상어와 코뿔소를 합쳐놓은 것 같은 해머헤드떼의 질주를 보면서 <늑대와 춤을>의 버팔로떼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결정적으
<아바타> ‘리틀 빅혼’ 전투의 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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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할리우드에서는 입체를 대하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입체에 방점을 찍는 입체영화(<블러디 발렌타인>), 또 다른 하나는 영화에 방점을 찍은 입체영화(<업>). <아바타>는 분명 후자에 속한다. 이는 입체 효과가 적었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철저하게 입체가 내러티브를 도와주는 데 사용되었다는 의미다. 다른 말로 하자면 입체라는 목표를 위해 다른 영화의 구성 요소들이 배치되는 방식이 아니라 일반 영화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 정도만 입체를 사용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것도 아주 효과적으로.
<아바타>의 입체는 ‘판도라’라는 판타지 세계에 대한 묘사와 그곳에서의 경험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하다. 그곳은 신화적 공간이며 로맨스와 교감, 자연,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그리고 주인공 제이크가 자신을 버리고 아바타가 되어도 좋다고 느낄 수 있는 그런 세계다. 감독은 이런 세계를 묘사하는 데서 주인공의 새로운 세계에 대한 낯설고 위험하지만
<아바타> 내러티브를 업시킨 입체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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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의 크리처 디자이너 웨인 발로는 증언한다. “제임스 카메론은 <타이타닉>을 만들면서 이미 <아바타>의 세계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심지어 카메론은 판도라에 서식하는 생명체의 모양과 속성도 이미 기본적인 컨셉을 잡아놓은 상태였다. 지상 생물은 여섯개의 다리로 달리고, 공중 생물은 네개의 날개를 갖고 있으며, 그들은 물고기 아가미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숨구멍을 통해 숨을 쉰다. 또한 각각의 생명체들은 판도라라는 행성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나비족은 일종의 말이나 비행 생물을 탈 때 그들의 머리카락 끝에 달려 있는 촉수와 생물들의 촉수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교감한다. 주요 스탭들의 말을 통해 판도라의 중요한 세 가지 프로덕션디자인 요소들을 살펴보자.
자동차 디자인과 판도라 생명체들
제임스 카메론은 “끝내주게 매끄럽고 공기역학적인 디자인”을 디자이너들에게 요구했다. 그래서 디자이너들은 현존하는 경주용 자동차들의 디자인에 기반해 생물
<아바타> 현존하는 것에서 탄생했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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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라는 의뢰를 받으면, 장르 내부의 사람들은 그 작품의 아이디어가 얼마나 진부한지 설명할 의무감을 느낀다. 그것은 그 진부함 때문에 작품의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이 아니라 그 진부함의 정도를 올바르게 인식해야 장르 내에서 그 작품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분명히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를 놓고 보면 <아바타>는 아주 안전한 영화다. 어느 정도냐면 <매트릭스>가 처음 나왔을 때 전통적인 사이버펑크물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안전한 영화라는 뜻이다. 우선 외계 생물의 몸을 조종하는 조종사의 이야기는 폴 앤더슨의 <콜 미 조>에서 이미 사용되었고 그 때문에 표절 논란도 있다. 하지만 인간이 다른 생명체의 몸을 빌려 미지의 행성을 체험하는 이야기는 그외에도 많은데, 클리포드 시막의 <도시>가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아바타>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것은 지구인을 악역으로 놓고 자연과 평화를 사랑하
<아바타> 기계문명의 매혹 또는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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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자아의 형태’를 뜻하는 이 산스크리트어 낱말은 수육(受肉), 말하자면 신이 인간의 육체를 가지고 이 땅에 내려오는 힌두교의 용어다. 크리슈나는 비슈나 신의 여덟 번째 아바타, 예수 역시 어떤 의미에서는 야훼의 아바타라 할 수도 있다. 이 신학적 용어에 오늘날과 같은 의미를 부여한 것은 닐 스티븐슨의 1992년작 사이버펑크 소설 <스노우 크래쉬>(대교북스캔 펴냄)다. 오늘날 이 용어는 컴퓨터게임이나 세컨드라이프와 같은 사이버공간에서 사용자를 대리하는 가상의 신체를 가리킨다.
인간과 나비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생명체
하지만 영화 <아바타> 속의 아바타는 그저 가상공간을 부유하는 유령이 아니다. 그것은 육체를 가지고 현실공간에서 활동한다. 판도라 행성의 물리적 세계 속에서 제이크 설리를 대리하는 생명체는 이른바 ‘현실세계 아바타’(real world avatar)다. 가령 3차원 홀로그램으로 다른 장소에 나타나는 <스타워즈>의 공주를 생각해보
<아바타> 포토와 시네마의 미래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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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귀환했다. 제임스 카메론의 12년 만의 극영화 <아바타>가 지난 12월17일 개봉했다. 비평과 흥행 양쪽에서 <아바타>는 왕의 귀환에 걸맞은 대접을 받고 있다. <아바타>의 가장 눈에 띄는 혁명은 3D 입체와 디지털 액터, CG 기술의 진화다. 이에 감화된 스티븐 스필버그조차 2011년 개봉작 <탱탱의 모험>에서 카메론의 새 발명품을 모조리 끌어들일 것이라 공언했다. 그러니까 우리는 지금 영화의 미래를 보고 있는 것이다. 2시간40분 동안 관객을 아바타의 몸속으로 채워넣는 이 무시무시한 향정신성 테크놀로지 마약을 여러 각도로 조명했다. 진중권, 듀나, 최익환 감독을 비롯한 필자들이 각각의 주제로 <아바타>를 읽었고 프로덕션의 면모들을 살짝 들추어봤다.
제임스 카메론은 대사를 정말 못 쓴다. 아니다. 정정하자면 카메론은 대사를 정말로 카메론답게 쓴다. 그의 가장 유명한 대사인 <타이타닉>의 “나는 세상의 왕이다”
12년 만에 귀환한 제임스 카메론의 신작 <아바타>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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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알드 달의 작품은 의외로 영화화된 작품이 그리 많지 않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긴 한다. 무시무시한 어른 악당들과 그들을 능가하는 무시무시한 애어른이 주인공인데다가 갈 데까지 가는 폭력적인 에피소드들로 가득한 이른바 아동용 책을 영화화한다면 대체 그 영화의 주요 타깃층은 누구? 이쯤되면 로알드 달의 작품을 영화화하겠다는 감독 앞에서 할리우드 제작자들이 이렇게 말하는 게 연상되지 않는가. “그러니까 자네는 애들 동화를 원작으로 R등급으로 만들겠다는 건가 지금?” 여하튼 90년대 이후 영국과 할리우드는 4편의 로알드 달 원작 영화를 내놨다. 하나같이 재미있다. 가장 훌륭한 아동용 영화는 가장 무시무시한(세상의 진실을 품고 있는) 아동용 영화라는 진실은 여기서도 완벽하게 통한다.
<루크와 마녀> (The Witches, 1990)
니콜라스 뢰그 | 안젤리카 휴스턴, 얀센 피셔, 블렌다 블레신
*시놉시스/ 자동차 사고로 부모가 죽자 할머니와 살아가는 소년 루크는
아이들과 같이 봐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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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 앤더슨이 로알드 달의 <멋진 여우씨>를 원작으로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를 만들었다. 독창적인 두 예술가가 왜 이제야 만났냐고 항의라도 하고 싶다. 이 기묘하게 우아하고 기겁하게 웃긴 스톱모션애니메이션은 지금껏 만들어진 가장 훌륭한 로알드 달 원작 영화인 동시에, <러쉬모어>에서 <다즐링 주식회사>까지 이어져온 전형적인 웨스 앤더슨표 영화다.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베스트10 영화 중 한편인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는 12월24일 개봉한다. 대체 웨스 앤더슨이 어떤 물건을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버린 것인지 프로덕션의 뒷이야기들을 캐내봤다.
로알드 달의 아동용 소설을 처음으로 읽었을 때가 기억난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과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를 보며 낄낄거리다가 갑자기 의문이 생겼다. 도대체 왜 로알드 달의 책들이 아동용 코너에만 놓여 있는 거지? 생각해보라. 로알드 달의 몇몇 소설은
웨스 앤더슨의 끝내주는 인형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