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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하나의 시스템에 머물지 않는 감독이다”
이 인터뷰는 2003년 7월 서면으로 이루어졌다. <씨네21>은 <팜므 파탈>이 곧 개봉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1년도 넘은 지금에 와서야 영화는 개봉했고, 더불어 브라이언 드 팔마와 주고받았던 이 인터뷰도 무슨 밀서나 되는 듯이 이제야 봉함을 열었다. 여기에는 그의 장르에 대한 생각과 히치콕에 대한 애증과 영화의 구조에 관한 접근로와 그를 둘러싼 영화 바깥의 이야기들까지 있다. 그의 영화가 창고에서 잠을 자는 동안 같이 동면에 들어갔던 이 인터뷰를 늦게라도 깨우게 되어 반가울 따름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팜므 파탈>에 관한 브라이언 드 팔마의 성실한 대답이 실려 있는 인터뷰라는 사실이다.
-<팜므파탈>은 최근 당신 영화에서 종종 보이는(예를 들어, <스네이크 아이> <미션 임파서블>) 특정한 형식의 오프닝 시퀀스로 시작한다. 마치 장편 안에 단편이 있는
브라이언 드 팔마와 <팜므 파탈> [3] - 드 팔마 감독 인터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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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는 과연 여성혐오자인가
왜 드 팔마는 어머니의 거세를 더 두려워하는가
드 팔마의 두려움은 그러나, 정치적 절망감이 아니라 거세에 대한 두려움이 아닐까. 그것도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로부터? <필사의 추적>에서 잭 테리를 보라. 그는 샐리에게 전혀 성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아마 숲의 바람소리를 채집하려는 잭 테리의 마이크는 그가(또는 드 팔마가) 지키고자 하는 상징적인 남근일지도 모른다(이 마이크는 아마 아버지의 부정을 기록하기 위해 소년 드 팔마가 필요했었을 그런 마이크가 아니었을까. 어린 드 팔마는 녹음장비를 들고 며칠을 아빠의 부정의 흔적을 녹음하기 위해 쫓아다녔다).
드 팔마의 영화는 이처럼 남성 캐릭터의 남근성을 지키고 ‘남성’이 되려는 여성을 징벌하는 데 애를 쓰는 이야기로 요약할 수도 있다. 라이언과 켈너는 <카메라 폴리티카>에서 드 팔마의 작품에서 여성은 일반적으로 섹시한 백치나 못난 희생자, 아니면 위협적인 마녀로 재현된다고 지
브라이언 드 팔마와 <팜므 파탈> [2] - 드 팔마에 관한 5가지 키워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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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an De Palma
“1962년 <쥴 앤 짐>의 개봉 때문에 뉴욕에 머무르는 동안 나는 기자들이 다음과 같은 똑같은 질문을 하는 것을 알게 됐다. ‘<카이에 뒤 시네마>의 비평가들은 왜 히치콕을 그렇게 높이 평가하는가? 그는 돈도 많고 성공한 인물이지만, 그의 영화는 별것 아닌데.’”(프랑수아 트뤼포, <히치콕과의 대화> 개정판 서문)
브라이언 드 팔마에 대해, 아마 트뤼포의 이야기를 이렇게 고쳐쓸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안 그런데) <카이에 뒤 시네마>와 유럽의 비평가들은 왜 브라이언 드 팔마를 그렇게 높이 평가하는가? 돈이 많은지 성공한지도 잘 모르겠지만, 그의 영화는 별것 아닌데.”
히치콕 못지않게 드 팔마에 대한 오해는 오랜 것이다. <팜므 파탈>은 드 팔마가 갱스터와 블록버스터 등 보편적인 소재로 시선을 뻗으면서도, 그리고 자신의 입지를 잊지 않으면서도 깊어지고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걸작이다. 거장이
브라이언 드 팔마와 <팜므 파탈> [1] - 드 팔마에 관한 5가지 키워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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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에 대한 향수
“게다가 뜬금없는 80년대 향수도 지랄맞아.” 베로니카가 냉소적으로 덧붙인다. “<헤더스>의 그 프릴달린 라라 스커트(80년대 유행했던, 아래로 갈수록 벌어지는 주름치마)는 얼마나 끔찍했냐. 그런데 말이지 <브링 잇 온>도 그렇지만, <완벽한…>과 <내 생애 최고의 데이트>는 완전히 80년대 리바이벌 붐이라고. <완벽한…>에서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 춤을 추는 제니퍼 가너의 모습 좀 봐. 그 시절의 우파 가족주의에 대한 묘한 향수 같은 게 느껴진단 말이지. 그러니까….” 셰어의 눈끝이 살짝 올라간다. “존 휴스 시대로 복귀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건가요? 그래도 사실 고등학교를 다루는 할리우드영화가 존 휴스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 있다면 그건 혁명이나 마찬가지겠죠. 선생과 부모들이 사라진 공간을 10대들이 메우고서 하우스 파티와 패션과 연애담과 청춘의 고민으로 채워넣는 게 다 존 휴스 사단의 <브렉
2004 할리우드 소녀영화 유행 분석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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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소녀관객의 등장 - 10대 영화, 자본주의 전선으로 뛰어들다
“어머머머머!” 그때 갑자기 <퀸카로 살아남는 법>의 케이디가 테이블로 뛰어왔다. “셰어 언니! 베로니카 아줌마! 아직도 할리우드 근처를 맴도세요? 셰어 언니는 과다체중으로 만날 신문에 오르내리더니 웬 빅맥세트? 잇힝. (눈을 찡긋하며) 슈퍼사이즈 유! 꺄르륵.” 담뱃재를 통째로 들이마신 표정의 일행이 할말을 잊고 그녀의 얼굴을 바라본다. 아랑곳하지 않는 케이디는 의자 하나를 가져와 턱하니 앉는다. “<퀸카…>가 굉장한 성공이었죠?” 기자가 슬그머니 말을 꺼냈다. “아휴, 뭐. 약간. 영화 만들기 전에 할리우드의 배불뚝이 아저씨들이 말하길. 소녀가 주인공인 영화는 아무도 보지 않는다더만. 고루한 미신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고요. 요즘 미국 여자애들은 단체로 영화 보러가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단 말이지요.” 셰어가 살짝 눈을 내리깔며 입을 열었다. “이것 봐. <클루리스> 때도 그
2004 할리우드 소녀영화 유행 분석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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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신부, 베버리힐스의 소녀들을 만나다
lll 등장인물
보은 l 대한민국 서울에 거주하는 귀염둥이 어린 신부. 할아버지의 강요로 24살 상민과 결혼, 수많은 난관을 거치고 지금은 행복한 신혼을 보내고 있다.
셰어 l 20대 후반의 베벌리힐스 아가씨. 그의 자전적 영화 <클루리스>(1995)가 개봉한 이후, 패션 감각을 인정받아 지금은 뉴욕의 한 패션지에서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베로니카 l 30대 초반의 하드코어 밴드 ‘가위손이 너덜너덜 헤져쓰’의 베이시스트. 고교 시절 JD라는 인물과 학교 도서관을 폭파시키는 테러를 감행했다가 경찰에 자수함으로써 악명을 떨쳤다. 그 사건을 영화화한 <헤더스>(1989)로 매스컴 스타가 되었으나, 최근 베벌리힐스의 옷가게에서 옷을 훔치다가 적발되어 잠적 중이다.
케이디 l 17살의 여고생. 아프리카에서 하이에나패의 퀸카로 살아가다 LA로 돌아와 서부 여고생 폭력조직을 일거에 무릎 꿇린 신화적인 인
2004 할리우드 소녀영화 유행 분석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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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들이 드디어 영화 속으로 들어왔다. 다양한 10대 영화들이 쏟아져나온 2004년은 ‘소녀영화’라고 일컬을 만한 핑크빛 기운이 감지되는 한해였다. 그들의 이야기를 보고 싶어하는 새로운 소녀 관객층이 터져나왔다. 소녀들이 직접 자기 세대 영화의 주역으로 등장했으며, 왕자님 판타지는 더이상 예전 같을 수도 없었다. 예전이라면 조연으로 등장해 주인공을 괴롭히는 데나 골몰했을 잔인하고 나쁜 소녀들이 주역으로 올라서서 어여쁜 손바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뭔가 데자뷰가 느껴진다면 그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시간을 거슬러올라가 보자면, 알리샤 실버스톤을 90년대 중반 최고의 소녀스타로 만들었던 <클루리스>(1995)는 가히 (남녀를 모두 교집하는 ‘청춘영화’와는 분리되는 의미에서) ‘소녀영화’의 태동을 알린 작품이라 할 만하다. 제인 오스틴의 고전 <엠마>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이 작품은 90년대 중반을 살아가는 미국 여고생들의 코드를 제대로 담고 시대와 소통하고 있었다
2004 할리우드 소녀영화 유행 분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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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극적 카리스마로, 잔인하고도 넉넉한 웃음을 주고 싶다”
박철민은 제대로 이름이 붙은 배역을 맡아본 적이 거의 없다. 시민 K, 웨이터, ‘우리들’, 직장 선배. 그리고 그는 마침내 <목포는 항구다>에서 가오리라는 이름을 얻었다. 라면에 개사료를 섞어 먹으면서 일류 깡패가 되기 위해 정진하는 가오리는, 박철민의 고향인 전라도 사투리로 표현한다면, ‘짠한’ 웃음을 주는 깡패다. 얄미운 짓만 하면서도 진정한 악당은 될 수가 없고 욕심 많아도 넘보지 않는 선이 있다. 노동자와 학생들의 집회를 이끌던 ‘민주 대머리’로 더 깊이 남아 있던 박철민. 그는 <목포는 항구다>로 이름은 모르되 얼굴은 잊기 힘든 배우가 되었다. <혈의 누>를 찍으며 난생처음 악한이 되어 “분장한 내 얼굴을 보니 정말 나쁜 짓을 하며 살아왔나 싶더라”는 그를, 전라남도와 서울을 오가는 스케줄 틈에서, 잠깐 낚아채 만날 수 있었다.
나는 이렇게 살아왔다
박철민은 문제가 많은 학
발견! 올해를 빛낸 남자 조연 6인 [7] - 박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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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작품이라도 마음에 닿는 부분이 있으면 한다”
장현성은 장전된 탄환이다. 방아쇠를 당기면 곧바로 날아갈 듯한 준비된 긴장감이 그에게선 느껴진다. 설경구, 황정민이 발굴된 무대로 사람들에게 알려진 <지하철 1호선>과 극단 학전의 터줏대감은 바로 장현성이다. “극중 남자배역이 전부 60개쯤 되는데 3개 빼고 다 했다”는 그는 무려 6년을 <지하철 1호선>에 몸을 실었다. 최근에도 <프루프> <보이체크>까지 연극배우 장현성은 여전하다. 조연이라고 한정하기도 민망하다. <파괴> <비디오를 보는 남자>의 주연이던 일도 이미 지나간 이야기니까. 올해도 <거미숲> <귀신이 산다> <꽃피는 봄이 오면>을 선보이며 충무로의 직선주로를 내달렸다. <거미숲>의 거침없는 형사 성현에서 <꽃피는 봄이 오면>의 인간적인 경수를 오가는 ‘조연 아닌 조연’ 장현성을 말한다.
나는 이
발견! 올해를 빛낸 남자 조연 6인 [6] - 장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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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앞에서 멋지게는 아니지만 꿋꿋하게 놀 순 있다”
<시실리 2km>를 본 관객이라면 조폭 일당 중 막내 ‘58년 개띠’ 양해주를 기억할 것이다. <시실리 2km>의 무대인사를 계기로 조혜련의 골룸에 필적하는 ‘스미골’로 사람들에게 각인된 조연배우 우현. 그는 스스로를 “급진적으로 운좋은 배우”라고 설명한다. 아내, 처남, 친구들까지 줄줄이 연극 혹은 영화인이었던 주변환경 탓에 영화배우의 길에 들어선 그는 처음 주역으로 부각된 <시실리 2km>를 통해 단숨에 인상적인 조연 연기자로 급부상했다. 신학 전공, 열혈 운동권, 술집 주인, 연극 제작자 겸 배우라는 이채로운 궤적을 돌아 이제야 우리 앞에 나타난 ‘불혹’의 조연배우 우현.
나는 이렇게 살아왔다
전남 광주 출신의 1964년생 배우 우현은 신학을 전공했다. 그것도 두 학교에서. 처음 들어간 한신대 신학과는 학생운동하던 친구의 독일어시험을 대신 치러주다가 발각되어 쫓겨났다. 인생사 새옹
발견! 올해를 빛낸 남자 조연 6인 [5] - 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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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패 얼굴이라면 깡패 연기의 최고가 되야지”
장윤현 감독은 <와일드카드> 현장에 매일 출근하다시피 하는 한 남자를 눈여겨보게 됐다. 커다란 몸집, 우락부락한 인상에 빨간 트레이닝복과 운동화를 ‘세트’로 차려 입고 다니는 그 남자 조경훈은 당구장 주인 ‘곰탱이’로 출연하는 단역배우로, ‘내 일 네 일’ 가릴 것 없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일꾼’이자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였다. 1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한 몸이지만, 깡패나 양아치 역할에서 벗어난 적이 없는 그를 위해 장 감독은 <썸>에 ‘추 형사’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넣었다. 범죄 용의자와 분간이 안 되는 험악한 인상, 연기 같지 않은 자연스러운 연기로, 조경훈의 추 형사는 <썸>에 유쾌한 쉼표를 찍었고, 투박한 리얼리티를 불어넣었다.
나는 이렇게 살아왔다
전북 익산의 철공소집 아들로 태어난 조경훈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신부가 되려고 했으나,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자신이
발견! 올해를 빛낸 남자 조연 6인 [4] - 조경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