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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터를 축소하면 문화 다양성이 살아나나?
-영화계 일각에서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를 위한 마이너리티 쿼터나 최근 몇년 사이 아시아영화 점유율이 3분의 1로 축소된 상황을 우려해 아시아 쿼터 등을 논의해야 하는 게 아니냐며 다양성 확보를 쿼터와 연결짓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정지영 I 다양성은 이 장관이 두 번째 원칙에서 이야기한 것이다. 다양성 문제를 풀기 위해 쿼터를 이용할 수 있으나 쿼터가 다양성 문제의 원흉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 여러 가지 제도적 보완을 스크린쿼터와 뭉뚱그려 이야기하는 것은 논점을 흐리는 것이다. 마이너리티 쿼터에 관한 논의는 대책위 내부에서도 이루어졌고 향후에도 다양하게 논의가능하다.
-마이너리티 쿼터 문제와 관련돼 있긴 한데 스크린쿼터가 유력한 배급사나 극장체인과 제작사에만 이익을 주고 있을 뿐이라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정지영 I 축소를 하면 다양성이 살아나나? 축소를 하면 할수록 메이저로의 편중이나 강화는 심화될 뿐이
다시 불붙은 스크린쿼터 논쟁 [3] - 비대위 공동집행위원장 안성기, 정지영 인터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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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터 축소론자의 논거들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스크린쿼터는 일촉즉발의 위기다. 물론 사람들은 ‘또 쿼터 이야기냐’ 하고 반응할지도 모르겠으나 언제 급박한 상황이 발생할지 긴장감이 감도는 게 사실이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비대위 공동 위원장이며 한국영화 발전의 산 증인들과 나눈 스크린쿼터 이야기.
-스크린쿼터(이하 쿼터)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겪는 어려움.
정지영 I 막연하게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안성기 I 사실 막연하겠지. 우리만 해도 오랜 시간을 싸우면서 여러 요소를 끊임없이 공부한 뒤 지금 정도 인식이 생겼으니까. 영화를 전공하거나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대략적으로만 알고 있는 게 당연하다. 우리 영화를 좋아하는 보통 관객에게 쿼터문제를 제대로 설명하려면 이야기가 30분 이상 걸린다. 축소론자들은 부정적이고 감정적인 방향으로 몰아가서 툭 던지며 말하는데 우리는 반론을 제기하려면 논리적으로 차근차근 설명한다. 다른 사람들을 납득시킬 때 이것이
다시 불붙은 스크린쿼터 논쟁 [2] - 비대위 공동집행위원장 안성기, 정지영 인터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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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쿼터의 전장이 예상대로 국회로 옮아가고 있다. 6월22일 강남 주공공이극장에서 결의대회를 가진 영화인들은 열린우리당 문화관광위원회(이하 문광위) 소속 12명의 의원과 공개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의원들은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와 영화산업에 대한 지원의사를 표명했다. 한나라당의 몇몇 의원도 24일 정책토론회를 통해 문화부의 입장에 반박하고 축소 저지 논의에 불을 댕겼다. 당론으로 ‘스크린쿼터 현행 유지’를 고수하는 민주노동당까지 포함하면 국회에서 쿼터문제는 초당적인 범위로 확장되고 있다.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 대표는 정책토론회에 참석하여 “국회대중문화미디어 연구회장의 자격으로, 스크린쿼터 지지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 자리에 섰다”라고 축사를 전했다. 한편 이재오 의원은 “새로운 영화진흥책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혀 향후 새로운 영화지원책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 1999년 여름을 달궜던 영화인들의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의 장면들.
이제까지의 스크린쿼터 논의에서
다시 불붙은 스크린쿼터 논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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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겨냥한 정치적 다큐멘터리들
〈Control>〈Bush's Brain>〈Persons of Interest>(위부터)
이번 여름! 미국은 가짜 이미지들로 가득 찬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만의 낭만적인 잔치가 될 것 같지는 않다. 그 거대한 상상의 성채들 사이로 현실정치를 쏘아보고, 풍자하고, 파헤치고, 가격하고, 뭉개버리려는 정치적 다큐멘터리들이 ‘밀려든다’. 그들 대부분이 조롱하고자 모셔오는 주인공은 대통령 부시이며, 부숴버리고 싶어하는 것은 그의 대이라크 정책이고, 주장하고 싶어하는 것은 전쟁의 종식이고, 보고 싶어하는 것은 새로운 대통령인 것 같다. 말할 것도 없이 그 선봉장은 독설 다큐멘터리의 일인자 마이클 무어와 그의 영화 <화씨 9/11>이지만, 그와 같은 정치적 염원을 가진 다큐멘터리 감독들은 생각보다 많다.
〈Uncovered: the Whole Truth about the Iraq War>는 부시 정부가 국민들에게 주장
마이클 무어와 <화씨 9/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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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적 좌파 영웅 혹은 신랄한 코미디언
<볼링 포 콜럼보인><로저와 나>(위부터)
2002년 마이클 무어를 인터뷰한 <가디언>은 그가 미국 코미디언이면서 다큐멘터리 감독이라고 설명했다. 아마도 이면에 다른 뜻을 담고 있을 그 문장과 달리 무어는 한번도 코미디언을 직업으로 삼은 적이 없지만, 때로 코미디언처럼 보이기는 한다. 그는 카메라 앞에 서든 뒤에 숨든 목소리를 높이고 냉소적인 유머를 쏟아놓는다. 첫 번째 다큐멘터리 <로저와 나>에서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탄 <화씨 9/11>에 이르기까지, 그의 영화들은 신랄하고 재미있고 극적이다. <볼링 포 콜럼바인>이 전세계적으로 4천만달러가 넘는 돈을 벌어들인 데는 정치성과 함께 유머가 큰 몫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를 몰아붙이는 그의 유머는 수많은 적을 만들기도 했다. “미국의 전투적인 좌파 영웅”이라는 찬사와 함께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데는 타의 추종을
마이클 무어와 <화씨 9/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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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말로 진짜 미국의 정의를 아는 애국자다. 나는 미국인이며 부시에게 표를 던지지 않은 절대다수 중 한 사람이다. 단지 추악한 미국인들만이 진실을 감추려고 할 것이다. 아이들이 석유와 부시 일가의 부를 위해 살해당했다. 미국은 수많은 폭력행위를 교사해왔다. 내 일은 진정한 미국인이 되는 것이고 잘못된 것들을 되돌려놓는 것이다. 또 나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부시에게서 대통령직을 찾아오는 것이다.”
피터 바트 l 이번 칸은 지난해에 비해 유독 할리우드적이다. 이미 시사를 가진 <슈렉2>와 지난해의 <엘리펀트>를 비교해본다면 말이다. 할리우드영화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마이클 무어 l 나는 할리우드영화들에 대해 편안하게 생각한다. 어떤 종류의 영화를 위해서든 그들만의 자리는 있다. 여러 가지 혼재된 영화들이 존재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리고 ‘좋은’ 할리우드영화는 모두가 좋아한다.
피터 바트 l <반 헬싱>으로 여름 블록버스터 전쟁이 시작
마이클 무어와 <화씨 9/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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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를 끌어내리도록 영감을 주려 했다”
칸영화제가 중반을 달리던 5월16일. <버라이어티>의 편집장이며 <할리우드의 영화전략>의 저자인 피터 바트가 마이클 무어를 만나 공개 좌담회를 가졌다. <화씨 9/11>의 시사가 열리기 하루 전이었고 영화제의 공식행사도 아니었지만, 회견장은 순식간에 사람들로 가득 찼고 입장하지 못한 기자들의 항의로 소란스러웠다. 마침내 <버라이어티>의 하얀 천막 부스로 마이클 무어와 피터 바트가 등장했고, 박수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 좌담회는 마이클 무어가 공식적으로는 처음으로 배급에 얽힌 문제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자리였다. 특이한 것은, 자리를 메운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국 언론들이었다는 사실인데 무어의 거리낌없는 정치적 발언에 타국 기자들보다 더 즐거워하는 눈치였다. 물론 이 좌담회가 열렸을 당시만 해도 마이클 무어를 포함한 그 누구도 <화씨 9/11>이 황금종려상을 가져가리라고는
마이클 무어와 <화씨 9/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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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쾌한 목표: 부시의 낙선
하지만 커다란 적과 객관적인 사료들이라는 두 가지 대상에서 약간 길을 잃은 듯한 무어도 ‘보통사람’에 카메라를 들이대면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 워싱턴과 이라크를 지나, 결국 무어가 돌아오는 곳은 그의 생기없는 고향마을 ‘플린트’다. 카메라는 이라크에 보낼 젊은 피를 구인하는 미군의 신병 모집관들을 좇는다. 그리고 그들이 주로 모집하려는 대상이 직업없는 흑인이나 히스패닉 같은 사회의 마이너리티라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전장에서 피를 흘리며 부시의 가오를 세워주는 친구들은 쓰레기더미에서 주워올린 하층 계급의 자식들이고, 그들이 목숨과 달러를 바꾸도록 몰아세우는 것이 결국 근본적인 미국 자본주의의 현실이다. 이게 참으로 가슴 저리는 순간이다. 오 위대한 아메리카. 아들들은 죽어가고 어머니는 오열한다. 죽은 아들에게서 온 편지들을 낭독하며 눈물 흘리던 한 어머니는 결국 백악관 앞에서 절규한다. 내 아들을 살려내라. 내 아들을 내 품으로 돌려보내라고. 카메
마이클 무어와 <화씨 9/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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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된 김선일씨는 결국 피살되었다. 그러나 정부는 파병원칙에는 변화가 없음을 재확인했고, 조지 부시는 “한국의 파병원칙에 변함이 없기를 바란다”고 전해왔다. 조지 부시가 만들어놓은 야만의 시대 속으로 휩쓸려가고 있는 것은 미국인과 이라크인만은 아니다. 한 사람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여전히 더 많은 피를 흘려야만 멈출 것처럼 보인다. 이라크 현지 미군이 김선일씨 피랍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화씨 9/11>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영화다. 의아하게도 <화씨 9/11>은 우리의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과도 같은 ‘R등급’을 받았는데, 폭력과 거북한 이미지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미국영화협회(MPAA)의 궁색한 설명이다. 무어는 “안타깝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몇년 안으로 15∼16살의 청소년들이 이라크에 파병될 것이다. 목숨을 담보로 한 전쟁에 나갈 당사자들이 내 영화
마이클 무어와 <화씨 9/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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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지강헌 사건’은 3개 영화사(다인픽처스의 <무전유죄>, 씨네터의 <유전무죄 무전유죄>, 현진시네마의 <홀리데이>)가 추진, 또 한명의 영화감독(김영빈의 <휴일>)이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프로젝트다. 따라서 대체로 공통적인 내용을 제외한 예외 부분에만 영화사 및 감독명을 표기하였음을 밝혀둔다.
"지강헌 사건"
이런 사건 l “무전유죄 유전무죄.”(無錢有罪 有錢無罪) 한동안 이 말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돈이 없으면 죄가 되고, 돈만 있으면 죄도 가벼워지는 어두운 시대의 모순을 향해 던진 한 탈옥수의 울분이었다. 이른바 ‘지강헌 사건’. 1988년, 온 나라가 올림픽 성공의 흥에 취해 있을 무렵 주동자 지강헌을 포함한 12명의 죄수가 이송 중 탈옥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9일 동안 이들 일행은 수차례 인질을 바꿔가며 도주를 시도했지만, 그들을 인격적으로 대했으며 가해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결국 지강헌을 포함하여 최후에 남은
충무로 실화영화 붐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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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영화의 두번째 특징: 시대 자체가 또 하나의 주인공
여기서 실화영화 텍스트들의 두 번째 특징을 말할 수 있다. 역사의 의인화, 캐릭터화된 인물들이 살고 있는 그 시대 자체가 또 하나의 주인공인 것이다. 그것을 바로 ‘한국 근대사의 블랙홀’이라고 부르고 싶다. 실화영화의 소재에 대한 매력을 묻는 질문에 많은 제작자와 감독들은 ‘아이러니한 상황, 드라마틱한 면모, 영화 같은 사건’이 흥미로웠다고 동어반복적으로 대답하는데, 이 표현들은 진지하게 해석되어야만 한다. 왜 아이러니하고, 드라마틱하고, 영화 같아 보이는가? 즉, 자기 이미지의 탐사는 명확한 음과 양을 결론지을 수 없는 한 인간의 숨겨진 양면성에 이끌리기도 하지만 그 자체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어 추론 불가능한 한국 근대사의 어느 지점으로 이끌리기도 하는 것이다. 일본의 독도 침략을 막기 위해 국가도 모르는 사이에 의용대를 조직해 거창한 나무 대포를 깎아놓고 3년간을 가짜로 버텨낸 <독도 수비대>, 군사정권의
충무로 실화영화 붐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