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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 욕망 그리고 사랑의 스릴
파트리스 르콩트는 2001년 <펠릭스와 롤라>를 들고 베를린영화제에 온 적이 있었다. 그때는 “그 영화를 좋아한 사람을 딱 다섯명 만나봤다”고 농담을 할 정도로 홀대받았지만, 올해의 기억은 그 상처를 충분히 달래줄 수 있었을 것이다. 영화제 공식일정 첫날 상영된 <친밀한 이방인>(Confidences Trop Intimes)은 은밀한 욕망이 사랑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우아하고도 유머있게 그려내 이견없는 갈채를 받았다. 윌리엄은 단 하루도 넥타이를 매지 않고 출근해본 적이 없는 고지식한 세무사다. 어느 날 그의 사무실에 안나라는 낯선 여자가 찾아온다. 그녀는 같은 층에 있는 정신병원 대신 윌리엄의 사무실로 들어온 것이다. 뒤늦게 진상을 파악한 윌리엄은 오해를 바로잡으려고 하지만, 부부생활의 가장 깊숙한 비밀까지 들어버리고 난 뒤라 어찌할 수가 없다. 윌리엄은 차츰 일주일에 한번 있는 안나와의 상담시간을 기다리게 된다. 르콩트는
제5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결산 [6] - 파트리스 르콩트 감독의 <친밀한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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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를 통해 서구의 신념을 의심하다
<애 폰드 키스>는 켄 로치와 작가 폴 래버티가 함께해온 ‘글래스고 3부작’의 마지막 영화다. 켄 로치는 “글래스고는 오랜 투쟁의 역사가 있고 강한 문화를 소유한 도시이기 때문에 런던보다도 드라마틱하다”고 말하면서 그곳에서 <내 이름은 조> <스위트 식스틴>을 촬영했다. 그러나 <애 폰드 키스>는 그 영화들과도, 켄 로치의 다른 어떤 영화들과도 다르다. <애 폰드 키스>(Ae Fond Kiss)는 자신이 뿌리내리고 있는 공동체 때문에 사랑의 고통을 겪는 젊은 연인의 이야기이고, 그 어느 때보다도 대중적인 재미가 있는 영화다. 카심은 글래스고에 살고 있는 파키스탄 가족의 외아들이다. 그 부모는 카심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카심이 여동생이 다니는 학교의 음악교사 로이신과 사랑에 빠지면서 그 단단한 관계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카심의 부모는 이미 사촌 여동생을 결혼
제5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결산 [5] - 켄 로치 감독의<애 폰드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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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 영상으로 그리는 눈물의 그리스사(史)
테오 앙겔로풀로스는 20세기를 눈물의 시대라고 기억한다. “초원에 떨어진 이슬은 대지가 흘리는 눈물과도 같다”고 슬픈 눈으로 바라보는 그는 전쟁과 내전, 또 다른 전쟁이 오고가던 20세기 한복판의 그리스를 한 여인의 생 안에 담아넣었다. 그가 두손을 모아 눈물을 받아주는 여인의 이름은 엘레니. 사랑 때문에 쫓겨다녔던 그리스 신화의 헬레나지만, 앙겔로풀로스는 그녀가 피를 나눈 두 오빠가 서로 죽이는 모습을 목격한 안티고네고, 눈앞에서 살해당한 아들을 위해 통곡하는 안드로마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1919년, 러시아 적군(赤軍)이 오데사를 점령하자 그리스인들은 국경지방의 공백으로 남아 있는 호수 근처 빈터로 탈출한다. 그 여정의 도중에서 알렉시스의 가족은 죽은 엄마 곁에서 울고 있던 아기 엘레니를 데려온다. 두 아이는 자라면서 연인이 되고, 가족의 반대를 피해 달아나 쌍둥이 아들을 낳는다. 그러나 전쟁은 알렉시스와 엘레니, 그들의 두 아들
제5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결산 [4] -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눈물 흘리는 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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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 스며든 터키계 영화의 힘
<헤드-온>(Gegen die Wand)은 1986년 <슈탐하임> 이후 처음으로 베를린영화제 금곰상을 수상한 독일영화다. 경쟁부문에서 한번 탈락한 전적이 있는 <헤드-온>은 감독 파티 아킨조차도 수상을 기대하지 못했지만, 내레이션 역할을 하는 터키 노래와 파괴적인 유머감각, 성숙한 성찰 덕분에 진심어린 호의를 얻은 영화였다. 터키계 감독과 배우가 만든 <헤드-온>은 코미디로 시작해서 비극적인 사랑으로 치닫는 독특한 행로를 밟아간다. 보수적인 가족으로부터 탈출하고 싶어하는 스무살 터키 처녀 시벨은 우연히 만난 중년남자 카힛에게 결혼해달라고 조른다. 카힛은 아내가 죽은 뒤에 알코올과 마약에 젖어 살고 있다. 좋은 일 한번 하자는 심정으로 마지못해 시벨과 결혼한 카힛은 천진하고 생기있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고, 시벨도 그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러나 바로 그날 밤 카힛은 말다툼 끝에 실수로 시벨의 남자
제5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결산 [3] - 파티 아킨 감독의 <헤드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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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에 가장 잘 알려진 한국감독"이 몰고온 새로운 논란
<사마리아>는 수상작을 발표하는 베를린 그랜드 하이야트 호텔 컨퍼런스 룸에 작은 소동을 불렀다. ‘김기덕’이라는 이름을 알아들은 기자들은 수상 결과가 영어로 옮겨지기도 전에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그 소리는 뒤이은 야유에 파묻혔다. 새로운 영화를 내놓을 때마다 찬반의 논쟁을 부르는 김기덕 감독. 그는 평가에 관계없이 화제가 될 만한 감독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독일 언론 역시 <사마리아>에 이례적으로 큰 지면을 할애했다. 지난주에 간략하게 소개했던 외신들의 평가를 좀더 자세하게 싣는다.
2월11일 <도이체 차이퉁> 토비아스 크니베
폭력의 사마리아 여인들
우리는 거의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순간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를 분류하고, 저속한 판단에 도달하곤 한다. 보는 즉시 검열의 틀 안에 가두어버리는 대신 한동안 지켜보는 일이 필요한 데도 말이다. 예를 들면 김기덕 감독의 <사
제5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결산 [2] - 김기덕 감독의 <사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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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적 혁신성에 중점둔 평가
금곰상은 터키계 독일 감독 파티 아킨의 <헤드-온>
>> 장편영화 본상
황금곰상(최우수 영화상) 파티 아킨의 <헤드-온>(Gegen die Wand)
은곰상(심사위원 그랑프리) 데이비드 부르만의 <잊혀진 포옹>(El Abrazo Partido)
은곰상(최우수 감독상) <사마리아>의 김기덕
은곰상(최우수 여우주연상) <몬스터>(Monster)의 샤를리즈 테론, <마리아의 은총>(Maria, llena de gracia)의 카타리나 산디노 모레노
은곰상(최우수 남우주연상) <잊혀진 포옹>(El Abrazo Partido)의 다니엘 엔들러
은곰상(예술공헌상) 비요른 룽에의 <데이브레이크>(Om Jag Vander Mig Om)
은곰상(최우수 영화음악상) <첫사랑>(Primo Amore)(감독 마테오 가로네)의 반다 오시리스
제5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결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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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개의 눈을 가진 한사람
영화 <아들>은 다르덴 형제의 영화형식과 주제의 집적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약속>에서 <로제타>로, 다시 <아들>로 그들은 점점 더 발전한다. 따라서 <약속>과 <로제타>가 어떤 영화인지를 함께 짚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약속>. 이 영화는 처음으로 다르덴 형제의 이름을 공공연히 알렸다.
<약속>은 불법으로 이민자들을 밀입국시켜 자신의 건축 작업에 부려먹는 악덕 알선업자 아버지와 그것이 잘못인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악행에 동참하게 된 14살짜리 소년 이고르의 이야기이다. 어느 날 경찰들이 들이닥치자, 도망치던 아프리카 이민자 남자는 건물에서 떨어지고 만다. 정신을 잃어가던 남자는 이고르에게 남겨진 부인과 아기를 돌봐줄 것을 ‘약속’해달라고 한다. 이고르는 약속한다. 하지만 남자를 발견한 아버지는 일이 커질 것을 염려하려 아직 죽지도 않
<아들>의 다르덴 형제를 주목해야 하는 까닭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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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뒤’를 쫓아다니며 모든 것을 보는 방법
페드로 알모도바르, 첸카이거, 짐 자무시, 기타노 다케시, 마뇰 드 올리베이라, 알렉산더 소쿠로프, 그리고 데이비드 린치. 1999년 칸을 찾은 거장들의 이름은 수두룩했다. 그러나 데이비드 크로넨버그를 수장으로 한 심사위원단은 장 피에르 다르덴, 장 뤽 다르덴 형제의 <로제타>(1999)에 상을 선사했다. 여주인공 에밀리 드켄은 여우주연상까지 받았다. 사람들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미 <약속>(1996)으로 작은 유럽 영화제들을 순회한 경험이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다르덴 형제는 그저 갑자기 떨어진 별똥별일 뿐이었다. 2002년 다르덴 형제는 <아들>(2002)로 다시 칸을 찾았다. 그러나 황금종려상은 로만 폴란스키의 <피아니스트>에 돌아갔다. <아들>의 배우 올리비에 구르메가 남우 주연상을 받은 것이 전부였다. 3년 전 황금종려상을 빼앗겼던(?) 데이비
<아들>의 다르덴 형제를 주목해야 하는 까닭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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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유머 감각을 이해하는 사람들
할리우드 코미디언 계보에 잭 블랙을 분류해넣긴 애매한 구석이 있다. 대신 잭 블랙과 비슷한 감성으로 일하는 동시대인들이 있다. 물론 잭 블랙과 함께 작업하기도 했다.
마이크 화이트
마이크 화이트와 잭 블랙은 3년간 한 아파트에서 이웃으로 지내면서 친해졌다. 잭 블랙이 “우린 스코시즈와 드니로 같은 관계”라고 했을 때 스코시즈에 해당하는 그는 <척과 벅>으로 2000년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마이크 화이트의 작가 데뷔작은 <도슨의 청춘일기>. 제작도 했다. <오렌지 카운티>를 써서 잭 블랙, 톰 행크스의 아들 콜린 행크스와 함께 출연했었고, 제니퍼 애니스톤이 주연한 <굿 걸> 역시 쓰고, 출연했다. 잭 블랙은 마이크 화이트가 자신의 유머 감각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벤 스틸러
벤 스틸러도 인디적 감성을 가진 독특한 코미디 배우이자 감독이다. 그가 연출한 <
<스쿨 오브 락>으로 할리우드를 뒤집어엎은 ‘루저’ 유머의 대가 잭 블랙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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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 오브 락>은 잭 블랙의 영화다. <비포 선라이즈> <웨이킹 라이프>로 미국 인디영화계에서 이름을 떨친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가 있긴 해도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잭 블랙에 의한 영화다. <스쿨 오브 락>의 주인공 듀이 핀은 아마추어 록밴드 멤버다. 무대에만 오르면 제 기분에 취해 바닥을 뒹굴고 무대 밖으로 몸을 던진다. 어이없는 오버 액션으로 일관하다 결국 자신이 결성한 밴드에서 퇴출당하는 듀이 핀의 모습엔 잭 블랙이 들어 있다. 고급 사립학교에 보결교사로 위장 취업해 아이들을 데리고 (아마도) 역사상 최연소 록밴드를 결성하고, 엄숙한 클래식만 알던 애들 앞에서 “짱에게 대드는 것이 록의 정신”이라고 부르짖는 괴짜 선생. 양미간에 주름 깊게 잡고 진지하게 록의 역사를 설명하는 이 캐릭터의 넘쳐나는 열정은 잭 블랙의 에너지가 아니면 표현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동료배우 카일 가스와 함께 11년 전에 코믹 록밴드 ‘터네이셔스 D’를
<스쿨 오브 락>으로 할리우드를 뒤집어엎은 ‘루저’ 유머의 대가 잭 블랙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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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부재하는 아버지에 대한 애증의 그림자
<공동경비구역 JSA>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는 모두 분단이라는 한국 근대사의 가장 큰 상처를 배경으로 한다. 그리고, <실미도>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고, <태극기 휘날리며>는 6·25 전쟁의 실제 상황을 시간순으로 따라가며 이야기를 병치시켜놓았다. 이러한 설정, 즉, ‘역사적 사실’에 대한 환기는 두 가지 경로를 통해 흥행요인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첫째는 한국사회의 가장 깊은 상처의 원인이자 가장 집요한 욕망의 대상인 정치라는 범주에 대한 호명이다. 근대사에서 한국인의 삶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정치다. 정치는 언제나 생존의 문제와 결부된 형태로 나타났고, 정치에 대한 주목은 상어수족관에 갇힌 망둥어의 경계태세와 같은 것이었다. 난폭한 정치를 미워할 수 있어도 잊을 수는 없는 상황. 거기서 정치에 대한 집요한 애착이 발생한다. 삶을 바꾸기 위해 정치를 바꾸어보려는
관객 천만 시대 어떻게 볼 것인가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