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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많은 사람을 다 불러모았단 말이지?” 오랜만에 극장 나들이에 나선 장년층은 <태극기 휘날리며>의 군중장면을 보고서 ‘경기’를 일으킬 법하다. 실제 이 장면들은 인사이트 비주얼이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낸 페이크다. CG를 담당한 강종익 감독은 한국전쟁의 스케일을 보여준 중공군의 개입장면에 애착이 가장 많이 가지만 처음에 등장하는 종로거리 역시 뿌듯하다고 한다. 크게 신경쓰지 않으면 CG인지 모를 정도지만 도입부의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충분히 전달하는 데 큰 기여를 했기 때문이라고. 최고를 보여주겠다는 각오가 있었기에 빠듯했던 일정 때문에 서둘러 마무리했던 장면들은 여전히 마음에 걸리나, 당시의 조건으로서 최선을 다한 작업이기에 후회는 없다고 한다. CG가 쓰인 주요 장면들의 제작과정을 소개한다.
1. 중공군의 바다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표현하는 것이 목표. 300명 정도의 실제 인물들을 두번에 걸쳐 찍은 뒤 한 화면에 합성하고, 원경에는 스스로 지형지물을 판
<태극기 휘날리며>의 CG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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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추억에 대한 반복되는 오해거짓 기억과 거짓 치유유운성/ 영화평론가 akeldama@netian.com최근의 한국영화가 역사와 기억, 혹은 노스탤지어의 문제에 사로잡혀 있다고 말하는 건 벌써부터 진부하게 들린다. 아니, 그게 얼마나 되었다고? 게다가 이를 주제로 삼은 비평적 분석들도 이미 꽤 되는 것 같다. 이런 글들은 대부분 동시대의 과거지향적 한국영화들에 나타난 미숙하고 퇴행적인 징후들을 지적한다. 동시대 한국영화들이 어떤 식으로든 과거재현의 문제에 매달리고 있으며 스크린은 점점 그 재현된 과거와 대중의 욕망이 한데 만나 얽히고 융합되고 때로는 충돌하는 경합의 장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뿐인가? 영화적으로 재현된 과거와 대중의 욕망이 뒤섞이는 저 스크린은 과거의 영화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절대적이고 숭고한 만신전이 아니다. 매끈한 육체를 지닌 스타급 남자배우들의 육체가 단련되기도 하고 상처입기도 함으로써 매혹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선사하는 이 스크린,
남성 노스탤지어 영화의 불안과 강박 [5] - 유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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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목소리로 울리는 남성들의 나르시시즘남성 노스탤지어 영화들의 강박관념을 보다심영섭/ 영화평론가 chinablue9@hanmail.net상담을 하다보면 가끔 내담자의 목소리가 아주 졸아붙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큰 목소리로 상담자에게 대들고, 화를 내다가도 대개는 자신의 맨 밑바닥에 숨겨진 뜨거운 용암 한줌을 맨손으로 꺼내는 순간 발생하는 불가해한 고해성사의 저음현상. 이때 내뱉은 몇 마디에는 자신의 문제에 대한 통찰을 담은 짧은 이해나 진정성을 곁들인 자기 고백이 불쑥 손을 내밀게 마련이다.1970년대 후반기부터 80년대 초반기의 학생 문화를 담은 <친구>와 <말죽거리 잔혹사>를 다시 보면서 나는 어떤 전류에 감전된 것처럼 그런 순간을 맞닥뜨릴 수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건 권상우가 쌍절곤으로 ‘대한민국 학교 다 X까라 그래’라고 일갈한 사자후라든가 <친구>에서 장동건이 권상우와 똑같이 곤봉으로 학교 창문을 다 깨버린 뒤 ‘길거리에서 나 만나도 다
남성 노스탤지어 영화의 불안과 강박 [4] - 심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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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우리는 이 지경이 되었을까90년대 이후 한국 남성 멜로드라마의 궤적정한석/ mapping@hani.co.kr주인공들은 모두 이렇게 탄식하는 듯하다. ‘어쩌다 우리는 이 지경이 되었을까.’ 이 상상 가능한 회한의 문장이 노스탤지어로 홀려들어가는 한국 ‘남성 멜로드라마’- 린다 윌리엄스는 고통받는 희생자의 미덕에 연민을 느끼도록 초대하고, 순수의 회복과 상연이 이루어지는 면을 멜로드라마적인 특징으로 소개한다. 한편, 줄리안 스트링어는 남성 멜로드라마의 특징을 고통받으면서도, 행하는 남성 주체의 서사로 설명한다. 어쨌거나 이 용어는 여기에 빚지고 있다- 의 서사화를 매듭짓는 처음과 끝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동시에, <말죽거리 잔혹사>가 갑자기 세상에 나온 영화가 아니라고도 여긴다. 이 한편의 영화를 이리저리 뜯어보는 것보다 그것이 놓여 있는 자리가 지금 어디인지 찾아 헤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낀다.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 시작은 바로 ‘한국적 누아르’이다.순수에
남성 노스탤지어 영화의 불안과 강박 [3] - 정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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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들의 잔혹사는 어떻게 기억되고 있는가남성 추억담의 입체적 판타지이동진/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 djlee@chosun.com<말죽거리 잔혹사>새해 한국영화는 온통 ‘과거’에 사로잡혀 있다. 하지만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가 ‘공적인 과거’인 ‘역사’를 다루는 데 비해 <말죽거리 잔혹사>는 ‘사적인 과거’인 ‘추억’을 다루고 있다. 지금 관객은 온통 ‘스펙터클한 역사의 잔상’에 열광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난 ‘화석이 된 추억의 이명(耳鳴)’에 더 관심이 있다. 완성도 높은 대중영화들로, 개별 에피소드까지 상당히 겹치는 이 셋은 농담 삼아 말하자면, ‘오빠는 고등학교 때 이랬단다 3부작’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근친관계에 있다.하지만 정체성을 만드는 것은 언제나 공통점이 아니라 차이점이다. 나는 세 영화가 과거를 강렬히 환기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과거를 대하는 방식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차
남성 노스탤지어 영화의 불안과 강박 [2] - 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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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품행제로> <말죽거리 잔혹사>를 보는 4인4색요즘 한국영화는 남자들의 세계, 혹은 판타지의 열풍이다. <친구>가 한국영화 최고흥행 기록을 세운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실미도>가 1천만 관객을 앞둔 것도 마찬가지다. 여성 관객이 주도한다던 한국의 극장가는, 언젠가부터 남자들의 향기로 가득해졌다. <친구> <품행제로> <말죽거리 잔혹사>로 이어지는 ‘청춘’영화 회고담과 함께 남성들의 현대사를 재구성하는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는 일종의 신드롬으로 한국사회를 뒤덮고 있다. 장동건, 권상우, 원빈 등이 얼굴과 육체로 여성을 사로잡는 데 그치지 않고, 남성들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면서 남성들의 동감까지 자아냈다. 그렇다면 이 남성 판타지의 향기가 모두 과거의 무덤에서 흘러나온다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이 영화들이 대체 무엇을 그리고 있기에, 어떤 판타지를 창조했기에
남성 노스탤지어 영화의 불안과 강박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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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석 같은 마력을 지닌 젊은 그녀 >> 황진진(Wong Chun-chun)
▲ 성룡이 출연한 진목승 감독의 <뉴 폴리스 스토리>(사진 위). 한동안 연출 일선에 떠나 있던 그는 홍콩에서 큰 인기를 얻은 <쌍웅>(사진 아래)으로 연출에 복귀했다.
홍콩 영화계의 신성이라고 할 수 있는 황진진은 지난해 완성한 저예산영화 <육루후좌>(六樓后座, Truth or Dare: 6th Floor Rear Flat, 2003)를 통해서 홍콩 영화계에 대단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영화는 흥청망청 몰려다니며 취한 채 ‘진실 혹은 대담’ 게임에 몰두하는 20대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목적없이 방황하는 동세대 젊은이들의 정서를 훌륭하게 포착해내며 뜻밖의 흥행 성공을 거두었다. 황진진은 직관과 수완을 갖춘 감독으로 독립영화 제작 방식으로 만든 <여인나화아>(女人那話兒, Women’s Private Parts, 2001)를
홍콩에 대륙의 바람이 분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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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차세대 작가와 감독들
1990년대 중반 이후 젊고 새로운 영화인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했지만, 이들은 홍콩 영화계 전체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재설정할 수 있을 만큼의 역량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 하나의 이유는 아마도 홍콩 영화산업이 그 역사 전체를 통틀어, 그리고 그 황금기였던 80년대에 특히 노동자-서민계층의 감수성과 기층 정서에 강하게 지배되어왔다는 점일 것이다. 주윤발이나 성룡, 오우삼 감독 등과 같은 당시의 대스타들 대부분이 가난한 집안 출신이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간 홍콩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 상당 부분 중산층화되었음에도 홍콩 영화업계는 관객의 바뀐 취향에 적응하지 못했다. 최근 홍콩에서 한국영화가 인기를 끌게 된 데에는 한국영화가 현대의 중산층적 생활 양식을 홍콩영화보다 성공적으로 포착해내고 있다는 점이 작용한 바 크다고 할 수 있다.
홍콩의 영화업계가 적응을 위한 고군분투 끝에 찾아낸 하나의 탈출구가 바로 로맨틱코미디 장르이다. 이 장르의 영화들은
홍콩에 대륙의 바람이 분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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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 이후 ‘홍콩 시네마’의 흐름
홍콩영화 자체가 쇠락했기 때문이겠지만 우리는 ‘홍콩 시네마’의 흐름을 97년 부근까지만 면밀하게 ‘추적’해왔다. 그 이후의 흐름을 어떻게 일별해보느냐 하는 과제는 그들의 육성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어떤 선입견이 가져오는 섣부른 재단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홍콩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제이콥 왕과 홍콩필름아카이브의 연구주임 웡 아이링의 인터뷰를 그들의 목소리로 재조립했다. 당연히 특별한 ‘첨가물’은 없지만, 영화라는 텍스트를 읽어내는 디테일과 서술방식이 아무래도 다를 두 평론가의 생각을 마구 섞은 결례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 제이콥 왕과 웡 아이링 (위부터)
97년 이전의 홍콩영화들에서 반환 이후의 미래에 대한 불안한 심리가 어떤 식으로 반영됐을 터이니 그걸 읽어내고야 말겠다는 식의 영화읽기는, 지금 생각해도, 우려스럽다. 그런 사회학적 관점에서의 접근은 잘 쓰면 재밌으나 자칫 잘못하면 굉장히 문제가 많다. 영화가 어떤 집단적
홍콩에 대륙의 바람이 분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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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영화를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홍콩에서 만난 영화인들 가운데 많은 이들, 특히 평론가나 학계쪽 인사가 빌 콩을 바람직한 역할 모델로 거론했다. 좋은 영화를 알아보는 눈이 있으며 할리우드 시스템의 장점과 약점을 체득해 국제적이고 미래적 비전을 갖고 있다는 이유다. 에드코필름의 대표인 빌콩은 <와호장룡> 프로듀서로 일약 세계적 인물이 됐고, 장이모의 <영웅> 1, 2편 제작에 이어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감독 곽재용, 출연 전지현·장혁)에 전액 투자하면서 국내 영화인들 사이에서도 화제의 인물이 됐다. 빌콩은 10개의 멀티플렉스와 브로드웨이 시네마테크를 비롯해 제작과 배급까지 영화의 모든 분야에 관여하면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지만, 그가 취하는 노선은 한국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기 힘들 만큼 도전적인 동시에 모범적이다. 홍콩의 최고층 빌딩 IFC(국제무역중심, 88층) 안에는 그가 운영하는 멀티플렉스 가운데 하나인 ‘팰리스극장’이 있다
홍콩에 대륙의 바람이 분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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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간도> 시리즈로 돈과 명성을 동시에 얻은 홍콩의 메이저 ‘미디어아시아’의 야심찬 신작은 자동차 경주를 소재로 한 액션물이다.
▲ 미디어아시아의 배급·판매 책임자 제프린 첸은 아직은 미성숙한 중국시장에 서둘러 진출하기보다 시간과 돈을 더 들이더라도 완성도 높은 영화를 만드는 쪽으로 올해 사업계획을 잡고 있다고 했다.
그는 “향후 10년 안에 (중국이란) 큰 시장이 생길 것이지만 나쁜 영화의 미래는 없다”며 좋은 영화 만들기를 강조했다. 시나리오 없이 트리트먼트 몇장만 쥐고 촬영에 들어가는 등 기획단계와 포스트 프로덕션의 구분이 애매하기 일쑤인 홍콩의 날림공사 관행은 과연 사라질까? 홍콩에는 평균 제작비라는 게 없다. 5억원이든 50억원이든 책정된 제작비에 맞추어 찍을 뿐이다. 사석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최근 중국에서 한달 동안 30회 촬영을 나간 홍콩영화가 제작비를 6억원에 맞추는 걸 봤다. 열흘 만에 한편을 뚝딱 만들기도 한다. 퀄리티야 어찌됐든 영화
홍콩에 대륙의 바람이 분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