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의 감독 장준환 - 괴팍한 상상력의 제왕
“상상력의 독창성만 따진다면 최근 몇년 동안 한국영화에서는 <지구를 지켜라!>의 장준환만큼 독보적인 존재를 아직 보지 못했다. 어쩌면 한국 영화사의 가장 개성적인 감독들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지도 모르는 이가 바로 우리 시대에 있다는 사실이 기분 좋은 흥분감마저 느끼게 한다.”(홍성남)
이제 첫 영화를 찍었을 뿐인데, 어떤 이는 장준환 감독을 김기영 감독에 비교하기도 한다. 괴이한 상상력과 B급 감수성으로 충만한 <지구를 지켜라!>가 그동안의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어떤 ‘반역적인’ 기운을 느끼게 했기 때문이리라. 전국 6만8천여명이라는 초라한 흥행 성적에도 불구하고 그가 국내외에서 뜨거운 지지를 받은 점 또한 그러한 감성을 높이 산 탓일 것. “괴팍하고 귀여운 몽상가”(박평식), “장르적 기본기가 튼실하면서도 B급 영화적 상상력이 충만한 진정한 할리우드 키드의 탄생”(심영섭), “영화적으로 사유하고 영화적으
2003 한국영화 결산 [5] - 올해의 영화인 BEST 4
-
<살인의 추억> 송강호·<바람난 가족> 문소리
추웠다. 올해 최고의 배우로 뽑힌 두 배우가, 우연히도, 함께 출연하고 있는 <효자동 이발사>의 세트장은 차가웠다. 그것은 뚝 떨어진 기온 때문이 아니었다. 바로 송강호와 문소리가 함께 어깨를 맞대고 있기 때문이다. 활화산같이 불타오르는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 사이에서, 두 사람은 반대로 빙점(氷点)에 가까운 연기를 펼친다. <살인의 추억>의 송강호는 ‘미치도록 잡고 싶었던’ 범인의 목덜미를 쥔 채 “밥은 먹고다니냐”고 조용히 읊조린다. <바람난 가족>의 문소리는 “잘할게”라며 다가오는 남편에게 “넌, 아웃이야”라는 냉정한 인사를 던지고 걸레질을 한다. 그들은 폭발하지도, 터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 서늘하고 냉정한 기운으로 2003년 영화계를 기분 좋게 얼렸다. ‘냉정한 송C, 문C’와 나눈 ‘뜨거운’ 5문5답.
올해의 배우 - 송강호
가치관의 혁명은 연기의 혁명을 낳고
2003 한국영화 결산 [4] - 올해의 배우 BEST 4
-
한국영화
순위 제목 관객 수(명)
1 <살인의 추억> 187만7천
2 <동갑내기 과외하기> 159만5430
3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128만2820
4 <장화, 홍련> 99만3600
5 <오! 브라더스> 93만5680
6 <황산벌> 89만3510
7 <올드보이> 88만3510
8 <선생 김봉두> 85만8400
9 <싱글즈> 81만6770
10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74만1100
외국영화
순위 제목 관객 수(명)
1 <매트릭스2 리로디드> 147만9960
2 <매트릭스3 레볼루션> 91만6300
3 <터미네이터3: 라이즈 오브 더 머신> 83만6500
4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 83만3180
5 <영웅> 80만8400
6 <시카고>
2003 한국영화 결산 [3] - 올해의 흥행 BEST 10
-
1.<지구를 지켜라!>
“데뷔작으로서 <지구를 지켜라!>는 최고의 영화다.”(김봉석)
“이 황당무계하지만 탁월한 상상력이 그저 재기발랄한 농담으로 치부되고 만다면 그건 슬픈 일이다. 차라리 병구의 광기를 우리의 것으로 만드는 편이 낫다.”(유운성)
<지구를 지켜라!>는 새로운 영화다. 수많은 평론가의 지지는 그 새로움을 반기는 환호성일 것이다. 아마 그들에게 <지구를 지켜라!>는 리얼리즘의 또 다른 출구를 발견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를 홍상수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과 비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두 영화 모두 기존 한국영화의 한계를 돌파하는 비약의 순간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지구를 지켜라!>는 그 상상력의 규모 면에서 기존 한국영화를 압도해버린다. 주인공 병구가 지켜야 할 것은 애인이나 가족, 민족이나 국가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바로 지구다. 그는 무엇으로 지구를 지키려
2003 한국영화 결산 [2] - 올해의 영화 BEST 5
-
-
작가주의에게 해 피 엔 딩
2003년 최고의 영화는 무엇일까? 올해 최고의 감독과 배우는 누구인가? <씨네21>은 올해도 기자, 평론가 28명에게 설문을 보내 올해의 영화인과 올해의 영화를 선정했다. 올해의 영화인은 감독, 시나리오, 촬영, 제작자, 남녀 배우, 남녀 신인배우 등 8가지 부문에서 뽑아달라고 부탁했으며 올해의 영화는 1위부터 5위까지 베스트 5편의 명단을 주문했다. 기사는 올해의 영화인 가운데 남녀 배우로 선정된 송강호, 문소리의 이야기로 시작해 영화인 각 부문 선정자를 밝힌 다음 올해의 영화 베스트 5로 이어진다. 마지막에 배치한 외화 결산 각 부분 최고상은 유머를 덧붙인 보너스다.
★ 올해의 한국영화 베스트5
김봉석 지구를 지켜라 / 영매 / 바람난 가족 / 장화, 홍련 /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김소영 바람난 가족 / 올드보이 / 살인의 추억 / 4인용 식탁 / 지구를 지켜라, 질투는 나의 힘
김소희 영매 / 질투는 나의 힘 / 올드보
2003 한국영화 결산 [1] - 2003 Best of Best
-
촌스럽고 솔직한 블록버스터를 찍고 싶었다
강우석 감독은 달변이다. 말도 빠르고 독설도 서슴지 않는다. 아직 관객이나 평론가의 반응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다소 조심스러울 법도 한데 일단 말을 시작하면 거침이 없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나올 수 없는 표현, 그것이 강우석 감독의 성공비결이고 에너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실미도>에 대해 어떤 확신을 갖고 있는 것일까? 자신의 영화세계에 대해, 한국영화의 현재에 대해서는 또 어떤가? 첫 기자시사회가 열린 지난 12월10일에 김봉석, 남동철 두 기자가 강우석 감독을 만났다.
남동철 | 슬픈 영화 또는 눈물나게 만드는 영화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이후 참으로 오랜만에 연출했다.
강우석 | 슬픈 영화를 찍겠다는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라 그냥 찍다보니까 영화가 슬퍼지더라. 장면장면이. 실화에선 훨씬 처참한 장면이 많은데 꼭 그대로 찍을 필요가 있을까, 했던 게 많다. 예를 들어 <복수는 나
국가주의에 대한 정면 공격, <실미도>와 강우석 [2]
-
<실미도>는 뚜껑을 열기 전까지 호평의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려웠다. 알려진 것이라고는 공격적인 마초이즘에 가득찬 수십명의 남자들 이미지뿐이었고, 무엇보다 소재 자체가 매혹보다는 폭로성 다큐멘터리에 어울림직하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이중의 직설법은 생각보다 깔끔하게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웰메이드’라는 기준에서는 다소 엇갈리는 평을 얻고 있지만 강우석식 대중영화라는 점에서 여전히 흥미로운 <실미도>의 이모저모를 강우석 감독론과 인터뷰를 통해 전달한다.
의미 있는 과욕, <실미도>
강우석과 <실미도>. 언뜻 보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란 정치영화를 만든 적은 있지만, 강우석의 장기는 어디까지나 상황과 캐릭터가 끌어가는 코미디였다. 코믹한 상황을 만들어내고, 오도가도 못할 상황에서 벌이는 절박함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북파공작원의 억울한 죽음을 그린 <실미도>에는
국가주의에 대한 정면 공격, <실미도>와 강우석 [1]
-
김봉석 | 해외도 그렇긴 한데 국내의 경우는 마니아와 일반 관객이 공포영화를 소비하고 반응하는 태도의 간극이 더 크다. 직접 느끼기에는 어떤가.
김송호 | 우리나라 팬덤은 해외 공포영화 팬덤에 비해 꿀리지 않는다. 단적으로 외국에서 원판 소스들을 주문하는 양만 따져봐도 한국이 몇위 안에 들 거다. 그렇게 많은 마니아들이 있는데도 그동안 공포영화에 대한 관심은 저조했다.
김종철 | 한국의 호러광들은 해외 원판을 들여오는 데 주저없이 몇 십만원씩 내놓지만 국내 공포영화 활성화를 위해선 절대 안 내놓는다. 업체들 또한 마찬가지다. ‘호러존’만 하더라도 통신업체들로부터 회사 이미지가 안 좋아진다는 말 많이 들었다. 그러다보니 서버 정도만 지원해줘도 좋은데, 어느 업체에서도 지원하려 하지 않는다. 일부 호러팬들에 의해서 꾸려질 수밖에 없는데 한편으론 그 안에서도 상업적인 시도들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있다. 순수 어쩌고 하는.
김송호 | 국내에서 출시되면 마니아들 사이에서 가장 먼저 관심을
한국 공포영화 총정리 [2]
-
<장화, 홍련>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여우계단> <거울속으로> <아카시아>. 올해 공포영화의 목록은 유난히 풍성하다. 관객의 열광적인 호응을 받은 영화도 있고, 평단의 찬반 논란을 가져온 영화도 있다. 2003년은 공포영화 장르가 한국 영화계에 분명하게 자리잡았음을 알리는 해가 되었다.
이런 조짐이 감지된 것은 지난 2000년. 비록 인상적인 족적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가위> <해변으로 가다> <하피> <찍히면 죽는다>가 한꺼번에 나왔다. 이제 여름이면 공포영화 한편 정도, 라는 공식이 가능해졌다. 물론 한국 영화계에서 공포영화의 위치는 여전히 미약하다. 공포영화를 전문적으로 지향하는 감독도 거의 없고 공포영화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아니다. 여전히 공포영화는 비주류 장르이고, 심지어 천박한 싸구려 장르라고 보는 시각도 엄존한다.
그러나 올 한해 한국의 공포영화가 스스로를 확장해
한국 공포영화 총정리 [1]
-
1%의 행운과 99%의 모험
피터 잭슨은 <반지의 제왕>을 만들기 위해 프로도만큼이나 힘든 여행을 떠났다. 그는 1995년 미라맥스와 ‘퍼스트룩’ 계약을 맺었고, 그 계약에 따르면 미라맥스는 잭슨이 추진하는 프로젝트를 가장 먼저 검토할 권리를 가지고 있었다. 미라맥스 사장 하비 웨인스타인은 잭슨의 영화 <천상의 피조물들>을 보고 그를 믿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그러나 98년은 시기도, 조건도 좋지 않았다. 잭슨은 <프라이트너>를 함께 만들었던 시각효과 회사 웨타를 파트너 삼아 35분 분량의 데모 필름을 만들어 능력을 증명했지만, 당시 메이저 영화사들은 힘든 여름을 맞이하여 긴축 경영을 시도하고 있었다. 미라맥스는 2억달러 넘게 들여 영화 세편을 한꺼번에 만들고 싶지 않았다. 돈을 댈 제작사를 하나 더 찾아오든지, 두 시간 분량의 영화 한편을 만들든지, 프로젝트를 포기하든지, 잭슨은 세 가지 가능성 중에 첫 번째를 선택했다.
98년 7월, 일곱번
<반지의 제왕> 총정리 [4]
-
■ 호빗
호빗은 제3시대에 이르기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종족이었다. 먼 옛날, 안개산맥을 넘어 서쪽으로 이주해온 호빗들은 농사를 짓고 잔치를 벌이면서 평화로운 삶을 지속해왔다. 난쟁이보다 크고 인간보다 작기 때문에 ‘하플링’(halflings)이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할 수만 있다면 하루에 여섯끼를 먹어도 배부른 줄 모르는 종족. 연초와 맥주를 좋아하고, 대부분 유쾌하며, 활쏘기와 돌팔매질에 능숙하다. 가죽처럼 질긴 털투성이 발바닥을 갖고 있어 신발 신을 필요도 없지만, 모험이나 여행과는 절대 인연을 맺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배긴스 집안의 빌보와 프로도는 환영받지 못하는 별종이었다. 그러나 그들조차도 호빗 특유의 둥근 창문을 가진, 땅에 바짝 붙은 굴집을 두고두고 그리워했다.
빌보 배긴스
빌보는 51살 되던 해 참나무방패 소린과 열두명의 난쟁이들의 모험에 동참하게 됐다(호빗은 인간보다 오래 살아서 33살을 성년으로 친다). 간달프가 그를 제몫을 해낼 인물이라고 추천했기
<반지의 제왕> 총정리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