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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장애인인 정씨(조재현)는 시체 안치실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시체를 닦아내고 화장시키는 일을 한다. 이번에 들어온 시체는 여배우와 그의 남편이다. 여배우는 불륜을 저지르다 남편에게 들켰고 남편은 부인을 죽이고 자살했다. 시체 안치실에 온 헬멧을 쓴 남자는 노모의 시신 앞에서 오열하다 옆에 있는 여배우의 시신을 강간하고 정씨는 이를 묵인한다. 정씨는 가끔씩 정장을 입고 외출한다. 지병인 결핵으로 병원에 가서 약을 타오고 시체의 금이빨을 빼서 팔고 고기를 사오기도 한다. 시체 안치실에서 청소를 하는 아줌마는 정씨를 유혹하지만 정씨는 무덤덤하다. 정씨의 취미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정씨의 배다른 동생인 동배(박지아)는 성기를 잘라내고 여자가 되고 싶어 한다. 성적 정체성에 힘들어하는 동배에게 정씨는 호르몬 주사 값으로 돈을 주고 양어머니에게 찾아가 성전환 수술비를 건넨다.
영화의 중심인물들은 다 선천적인 신체 장애를 가지고 있다. 정씨는 등에 혹을 달고 있고 동배는 성기를 달고
신체적인 무게 속에 담긴 삶의 무게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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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가족>은 <풍산개>의 연장선에 놓이는 영화라 할 수 있다. 김기덕 감독이 제작, 각본을 맡은 두 영화는 한국의 분단 상황을 김기덕식으로 풀어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독창적 상상력에 기초한 과감한 설정 안에 현실적 문제의식을 밀도 높게 풀어놓는 것이 그 방식이다. 두 영화 모두 비현실적이고 인위적인 가정에서 출발하지만 그것이 영화의 걸림돌이 아니라 주제를 드러내는 지름길로 기능한다는 특징이 있다.
<붉은 가족>은 임진강나루 식당에서 장어구이를 먹는 민지네 가족을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할아버지, 부부, 손녀는 서로를 챙겨주는 훈훈한 모습이다. 음식을 놓고 위아래 없이 다투는 옆 테이블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이들은 진짜 가족이 아니다. 예의바르고 살가운 며느리는 차갑고 혹독한 조장이고 나머지 세명은 조원일 뿐이다. ‘진달래’라는 암호로 활동하는 이 조직은 요인 암살 등 지령을 수행하는 게 본업이나, 겉으로는 가족이라는 역할극을 하고 있다. 이웃 창
“같이 사는 게 진짜 가족 아닌가?” <붉은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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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요트로 인도양을 항해하던 남자(로버트 레드퍼드)는 어느 날 선적 컨테이너박스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한다. 공교롭게도 컨테이너의 모서리가 요트의 통신기기들을 파손시키는 바람에 구조 요청도 불가능해진다. 파손된 요트를 수리해서 항해하던 그는 폭풍우를 만나 요트를 떠날 수밖에 없게 되고 별자리 항해 지침서와 나침반, 지도를 들고 오로지 바람과 파도에 의지한 채 구명보트를 타고 바다를 떠다니게 된다. 스토리라인만 보았을 때 <라이프 오브 파이>가 연상되기도 하지만 현란한 수사와 은유 그리고 환상적인 컴퓨터그래픽으로 망망대해의 적막을 채웠던 그 작품과 달리 이 영화는 오로지 ‘버지니아 진 SOS’, ‘F**k’, ‘Help’ 단 세 마디의 대사로 고독과 맞서 싸운다. 주인공이 바다와 벌이는 사투의 의미는 말없는 주인공과 그것을 묵묵히 지켜볼 수밖에 없는 관객에게 맡겨진다.
<올 이즈 로스트>와 가장 쉽게 비견되는 영화는 현 시점에서 최첨단의 시각적 구현을 선보여
거대한 자연의 힘 앞의 인간 <올 이즈 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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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명훈(최승현)은 평양에서 걱정 없이 살아가던 열여덟 소년이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조국의 배신자의 아들로 낙인찍힌 뒤, 하나뿐인 여동생 혜인(김유정)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남파공작원이 된다. 그렇게 낯선 서울에서 낮에는 평범한 고등학생 강대호로, 밤에는 정찰국 8전단 소속 ‘기술자’로 이중생활을 시작한다. 학교에서도 여동생과 같은 이름을 가진 혜인(한예리)에게 자꾸 마음이 가나 편하게 친해질 수 없다. 그는 그저 북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며 주어진 임무를 이 악물고 수행할 뿐이다. 그러나 결국은 북한 수뇌부의 정권 재편 바람에 휘말려 상부로부터도 버려진 신세가 되고, 급기야 그의 뒤를 쫓던 문상철(조성하)에게 두 혜인까지 인질로 잡히고 만다. 그는 두 혜인을 구하기 위해 마지막 사력을 다한다.
<동창생>의 가장 큰 미덕은 잔재주를 아꼈다는 점이다. 드라마도 액션도 직구 스타일이다. 우선 드라마를 전개하는 과정에 한눈파는 일이 거의 없다. 명훈이 친구 혜인과
배우로 돌아온 최승현 <동창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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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 천둥의 신>으로부터 2년 뒤, 토르(크리스 헴스워스)는 지구인 여자친구 제인 포스터(내털리 포트먼)를 향한 마음을 억누른 채 아스가르드에서 아홉 행성을 다스리는 데 열심이다. 하지만 제인이 우연히 다크 엘프의 무기인 ‘에테르’를 발견하면서 평온은 깨진다. 토르는 위험에 처한 제인을 아스가르드로 데려오고, 다크 엘프의 수장 말레키스는 제인의 몸속에 흐르는 에테르를 빼앗고자 아스가르드를 공격한다. 궁지에 몰린 토르는 최후의 수단으로 ‘배신의 아이콘’ 로키(톰 히들스턴)에게 도움을 청하나, 우주 종말을 향한 말레키스의 의지는 끈질기다.
1편에 비해 서사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몸집 불리기를 했다. 먼저, 늘어난 인물 수나 하위서사의 수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다소 산만한 구조의 묘미를, <소프라노스> <왕좌의 게임> 등의 시리즈 드라마로 인지도를 쌓아온 앨런 테일러 감독이 최선을 다해 살린다. 더불어 CG도 풍성해졌다. 말레키스의 고향 ‘다크
‘마블’이라는 우주를 즐기는 법 <토르: 다크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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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서 만들어진 실사 합성 애니메이션영화 <화이트 고릴라>는 세상에 단 한 마리뿐인 고릴라 스노우의 모험을 그린다. 1966년,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스노우는 온몸의 털이 하얀색이라서 고릴라 가족들에게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못하다가 결국 사냥꾼에게 잡혀 스페인의 동물원으로 보내진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쉽게 친구를 사귀지 못한 스노우는 결국 자신의 털 색깔을 바꿔줄 마녀를 찾아 동물원을 탈출한다. 한편 스노우의 심장으로 행운의 부적을 만들려고 하는 악당은 스노우의 뒤를 쫓고, 스노우의 유일한 인간 친구 폴라는 스노우를 위기에서 구하려 한다. 과연 스노우는 자신의 목숨도 지키고 털색깔도 바꿀 수 있을까.
온몸이 하얀색인 고릴라가 자신의 털 색깔을 바꾸기 위해 마녀를 찾아가고 미신을 믿는 악당이 그 고릴라의 심장을 뺏으려 한다면, 게다가 자신이 흑표범이라 믿는 레서판다가 등장하며 이 모든 이야기가 실사 합성 애니메이션을 통해 펼쳐진다면 <화이트 고릴라>를 유치한
세상에 단 한 마리뿐인 고릴라의 모험 <화이트 고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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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수진(홍수아)과 지영(한수아)은 둘도 없는 친구다. 운명을 믿으며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수진의 모습은 답답할 정도로 순진해 보이는 반면, 글래머러스한 매력으로 많은 남자들을 만나는 지영의 모습은 쿨하지만 가끔 슬퍼 보일 때가 있다. 어느 날 재미로 본 타로 카드 점에서 수진은 ‘곧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 운명의 남자를 만나게 될 것’이란 이야기를 듣는다. 이후 거짓말처럼 여행 경품 추첨에 당첨된 수진은 지영과 함께 필리핀 세부로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필리핀에 도착하자마자 여행 가방을 잃어버리고, 그때 태훈(서지석)이 나타나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이 친절한 한국 남자에 대해 둘은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그리고 이내 그의 진짜 모습을 파악한다. 아버지의 사업체를 물려받아 망고공장을 운영하는 태훈은 아직까지 첫사랑의 상흔을 잊지 못한 순수한 열정을 가진 인물이다. 이렇게 세 사람의 운명과도 같은 삼각관계가 시작된다. 과연 두 여자 중 누가 태훈의 진짜 짝이 될
운명과도 같은 삼각관계 <연애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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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흔적을 몸에 새겨왔던 타투이스트 엘리제와 타인의 인생을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지 않던 보헤미안적인 뮤지션 디디에는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음악이 있었고 무엇보다 사랑스러운 어린 딸 메이벨이 있어 진정 인생 최고의 나날들이었다. 달콤한 시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암으로 오래 앓던 딸이 세상을 떠나자 둘 사이는 삐걱거리기 시작했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서로 다른 입장은 소통을 가로막는다. 남자는 냉소적 무신론자이고 여자는 신성하고 초월적인 세계를 믿는다.
<브로큰 서클>은 상처받거나 깊은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의 후일담을 보여주는 영화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사랑의 환희와 상실의 고통을 뒤섞었다. 벨기에의 주목받는 신예감독 펠릭스 반 그뢰닝엔의 네 번째 장편영화로 디디에 역의 요한 헬덴베르그는 영화와 그 원작 연극의 각본을 직접 썼으며 엘리제 역의 벨 배턴스 역시 연기자이자 뮤지컬 및 밴드의 보컬로 활동하고 있다. 몰입을 이끌어내는 이들의 연기가
상처와 상실, 그 이후 <브로큰 서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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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살의 문희(진혜경)는 화가가 되려고 유학까지 다녀왔지만 지금은 입시 미술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녀는 이혼해주지 않는 남편과 별거한 채 오랜 연인인 인규(박선준)와 사제지간 이상의 관계를 가져온 윤 교수(배장수) 사이에서 자유로운 연애를 즐기며 살아간다. 한편 그녀의 학생인 19살의 주원(김도성)은 수업시간마다 문희의 얼굴을 그리며 그녀를 불편하게 한다. 지금의 만남을 운명적이라 고백하며 끈질기게 사랑을 갈구하는 주원. 계속해서 이어지는 말장난 같은 대화 가운데 문희는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되고 둘은 헤어나올 수 없는 탐닉에 빠져들게 된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공개된 박철수 감독의 유작이며, 유부녀와 고교생이 역원조교제를 이유로 국내에서 최초로 구속됐던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녹색의자>(2003)를 박철수 감독이 스스로 리메이크했다. <녹색의자>는 당시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부문과 선댄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어 주목을 끌었다. 두 사람
유부녀와 고교생의 역원조교제 <녹색의자 2013: 러브 컨셉츄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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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세대 디자이너 노라노의 인생을 반추하는 다큐멘터리 <노라노>는 한국 패션의 역사뿐 아니라 대중문화사를 돌아보게 만드는 즐거움을 준다. 아직도 속눈썹을 붙이고 다니는 86살의 현역 디자이너 노라노는 패션을 대중화하려는 자신의 원칙을 평생 고수했다. 1928년 경성에서 태어난 그녀는 유복한 유년을 보내며 고등학교까지 다녔지만, 정신대로 끌려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조혼을 했다 이혼한다. 그 뒤 줄곧 홀로 살아온 그녀의 인생 풍파는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짐작이 된다. 노라노가 일을 시작한 1950년대 한국에는 패션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그런 시절에 옷을 만들고, 자신이 만든 옷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대중문화의 향방을 좌우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노라노의 인생은 영화 같다. <노라노>는 패션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관람하기에 전혀 불편하지 않다. 평생을 외길로 살아온 노라노의 삶 자체도 흥미롭지만 그녀의 의상을 통해 1950~60년대 한국 영화사, 대중 음악사의
디자인 인생 60주년 기념 전시회 <노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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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쓰레기가 된 삶들이 있다. 중학생 스미다(소메타니 쇼타)는 평범한 삶을 꿈꾸지만 쉽지 않다. 엄마는 바람이 나서 가출해버렸고 아버지는 술만 취하면 폭력을 휘두른다. 외딴 강가에서 보트 임대업을 하고 있는 스미다 주위에는 대여소 주변의 노숙자와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자신을 따르는 평범하지 않는 동급생 소녀 차자와(니카이도 후미)뿐이다. 네가 죽어야 보험금이 나온다며 종일 구타를 멈추지 않는 아버지 앞에서 소년이 할 수 있는 선택은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선택을 마친 소년은 이제 진정한 의미에서 홀로 서야 한다.
어떤 영화는 감독의 전작들을 꺼내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여타 영화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정서나 영화 전반에 감도는 불가해한 에너지는 그 감독의 세계관 안에서 온전한 해독이 가능할 것만 같다. 소노 시온 감독의 <두더지> 역시 상투적인 장르영화들과는 전혀 다른 궤적 속에 자리한다. 후루야 미노루의 동명 만화를 각색한 <두더지>는 3.1
절망 속에서도 살아가야 하는 이유 <두더지>